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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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제 말하려고?"

"마... 말하면 될 거 아냐..!"

호오, 서우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었다.

것 봐라, 없기는 뭐가 없어. 그제야 몸을 좀 떼고 뒤로 물러 섰다. 워낙 격하게 밀어 붙힌 터라 사실 서우 본인도 지금은 다소 버거운 상태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해본 적도 없고.... 그리고 성희는 지치다 못해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 더 이상 했다간 울면서 제발 그만해 달라고 할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말하겠다고 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럼 빨리 말해, 궁금해 죽겠으니까."

"......읏"

막상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희는 입술을 벙긋 거리다가 이를 악물었다. 도무지 거기까지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어떻게 말할 수가 있겠는가, 널 질투했어. 그리고 예전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물론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적당히 꾸며도 된다. 하지만 그 적당히 꾸밀만한 내용이 도무지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 그러니까.."

원체 김성희라는 여자는 거짓말을 잘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성격이 곧고 올바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려면 남들의 두세 배는 더 노력해야 겨우겨우 넘어갈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남들 같으면 대충 얼버무릴 수 있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때에 제대로 거짓말이 될 리가.

거기에 입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괜시리 떨리고, 어색한데다가 망설이기까지 하니....

'모, 못하겠어. 거짓말도 못하겠다구... 어떡하지..? 사실대로 말하긴, 시... 싫은데..!'

성희는 결국 말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 보던 서우는, 이대로 내버려 두면 성희가 100년이 지나도록 말하지 못하리란 것을 깨닫고 최후통첩을 내리듯 입을 열었다. 서우 또한 성희의 이유가 온몸이 저릴 정도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지금 말 안 하면 내일 못 걷게 하는 수가 있어."

"뭐..?"

"해본 적은 없으니까 이제 한번 해보자, 되나. 안 되나."

"...!"

성희의 얼굴에는 그게 말이 돼? 라는 듯한 표정이 걸려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서우가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 할 테고, 즉.. 말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결론 뿐이었다. 성희는 그렇게 결심했으나,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서우는 성희가 말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 판단했는지 그녀의 양 다리를 잡았다.

"힉, 자.. 잠깐만!

서우의 다리 사이에서 빳빳하게 서 있는 괴물 같은 것, 그것을 보자 성희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아까도 그렇게 말해서 멈췄던 거, 입을 열지 않으면 그냥 들어가겠다는 놀라운 의지로 서우는 그냥 성희의 입구에 제 것을 가져다 대었다. 결국 성희는 서우의 것이 제 안으로 다시금 들어오고 나서야 비명을 지르듯이 말하고 말았다.

"너, 너랑.... 예... 예전에 본 적이 있어!"

"뭐?"

서우는 되물었지만 의아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이쪽도 왠지 모르게 성희를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에. 서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계속 말해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성희는 순간 입을 다물었지만, 서우가 금방이라도 다시 저를 자빠뜨린 뒤에 움직일 것 같아 겨우겨우 운을 떼었다.

"그게.. 센터 안에서, 널 봤는데... 너는...... 능력자 검증도 하기 귀찮다고, 하고 있었어.. 난.."

성희가 딱히 말하지 않아도 뒷 이야기는 알 것 같았다. 난 뼈 빠지게 좀비 썰고 왔는데, 너는 와서 패악질 떨고 있었다... 하긴, 서우는 예전의 제 모습을 떠올렸다. 정부가 사람을 붙히면 빈사 상태로 되 돌려 보내는 서비스를 보여드렸고, 정부가 뭣 좀 하러 와달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절해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저는 죽어라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 이리저리 놀러 다녔으니 그게 빡쳤던 건가..?'

그거 하나면 생각했던 것과 별 다를 바 없는데? 서우는 가만히 성희가 하는 말을 들어 보았다. 

"그런데.. 그때, 네가 날 보고...... 눈이 마주쳤는데."

"눈이 마주쳐?"

"........ 네가 웃고 지나가서."

이건 또 무슨 말? 서우는 허- 저도 모르게 웃었다. 성희는 이제 얼굴이 시뻘개지다 못해 귀까지 붉어진 상태였다. 그러더니 다른쪽으로 젖혔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는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서우는 그것만으로도 납득했다. 물론 이쪽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서우는 딱히 한국 능력자를 비웃은 적은 없다. 비웃을 만한 거리로 생각한 적도 없고.

그러니 그거네, 거기 갔다가 예쁜 여자가 앉아 있길래 보기 좋아서 픽 웃었더니 이쪽은 그렇게 생각한 거고... 서우가 그렇게 생각을 굳히는데, 서우의 침묵이 아직 더 말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성희는 아직도 중얼중얼, 어렵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1위 능력자 수준이고. 그래서...'

"아아.... 내가 널 비웃은 것 같았고, 그리고 내가 너보다 세서 화가 났다, 이거지?"

"....이이, 이제.. 없어! 다 말한 거야.. 더 이상 없어!"

"그런 것 같네. 아무튼 뭔가 심도 있는 오해가 있어. 난 딱히 누굴 비웃는 성격이 아니거든."

"뭐어...?"

성희는 그제야 얼굴을 가렸던 손을 풀고, 서우를 슬쩍 올려다 보았다. 볼은 빨갛게 물들었으면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는데, 그것이 순간이지만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귀여워.. 서우는 저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뻐근해짐을 느꼈다. 몸은 근육질에 여전사 타입이지만 성격만은 츤데레.... 이 무슨 쓸데없이 완벽한 조합인가? 그래도 일단 서우는 마저 말을 이었다.

"가다가 보니까 네가 좀 예뻐서 보고 웃었나 보지, 미쳤다고 처음 보는 사람을 비웃냐? 뭘 안다고."

"...."

"난 원래 예쁜 여자 보면 그냥 픽픽 웃어, 그냥 그것 뿐이라고.... 그것 때문에 날 그렇게 싫어했던 거구만?"

본인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긴 하지만... 성희는 머뭇거리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때 서우는 비웃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본인이 이렇게 말하면... 그걸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성희가 혼란스러워 하자 서우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손에 콱 잡았다.

"꺗! 뭐.. 뭐하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 본인이 아니라는데 뭔 딴 생각이야?"

서우는 아무래도 그녀의 마음을 전부 읽은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서우가 다시금, 너 비웃은 적 없어. 라고 단정지어 말하자... 성희는 우습게도 제 마음에 그렇게 단단하게 남아 있던 앙금 같은 것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스울 정도로 쉽게 말이다.

또한 강하다는 것에 대한 질투도, 서우가 저를 비웃은 것 같았던 그 시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보니 성희는 더는 뭔가를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 정도 있었을까. 녹초가 되어 있었던 성희는 이제 몸이 좀 회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래도 다 나았는지 아프지 않았고, 호흡도 차분해졌다. 하지만.... 서우는 여전히...

"이봐."

"응? 뭐."

"너....."

..여전히........ 성희는 숨을 흡, 들이켰다. 정말인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마, 말했잖아! 말했으니까 이제 그만 빼..!"

"아, 이거...."

성희가 서우의 것이 버겁다는 듯이 몸을 뒤틀었다. 그제야 서우는 슬쩍 제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나름대로 성희의 마음을 이해했다.

하긴, 좀 크기는 하지.

어느정도냐 하면 소변기 안에 있는 나프탈렌으로 쓰리쿠션을 치다 못해 뚫어 버릴 정도로... 서우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성희를 내려다 보았다. 회복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힘든 탓인지 성희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아마도 서우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 때문인지 꽤나 무방비하게 늘어져.. 서우는 말없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

"성희는 성희롱하라고 있는 거죠."

"뭐야, 그 더러운 개그는.... 자, 잠깐. 그마아안..!"

그만은 무슨, 뜬금없이 귀엽게 굴었던 네 잘못이다. 말도 안 되는 성희 탓을 하면서 서우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완전히 지치다 못해 물에 담근 미역처럼 된 성희는 흐물흐물 늘어져, 다음 날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 채로 서포터에게 업히다 시피 헬기에 올랐다. 

"성희 씨가 왜 저러시지..?"

"......어디 아프신가? 아니, 그럴 리도 없고........"

능력자가 아프긴, 어디가 아프겠는가. 하지만 성희가 축 늘어진 것을 보니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와 대비되게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서우는 말없이 제 헬기로 올랐다. 그리고 마악 그 헬기에 오르던 주원은 성희를 보고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짓다가 서우를 돌아 보았다.

"성희 씨 안색이 좋지 않네요. 밤에 잠 못 주무셨나?"

"...하하. 그러게요."

"얼마나 피곤하시면 서포터한테 업혀서 오시는지.... 그래도 큰 일 한 건 해냈으니, 내일부턴 휴가라 좀 쉴 수 있겠죠... 잠 자리가 몸에 안 맞으셨던 걸까요. 그래도 좀 주무시지..."

암에 걸려서 눈밑이 시커먼 주원이 약을 챙겨 먹으며 성희를 보고 그리 말했다. 성희는 서포터의 등에 업혀 가면서, 서우의 옆을 스쳐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순간 서우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개 자식' 이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갔다. 

서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한국에 와서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거기에 애까지 딸리게 된 것이 에러지만...

'사쿠라랑 소희... 그리고 서영인가? 다 잘 있으려나....'

*

============================ 작품 후기 ============================

반복의 9시~12시 사이.

-누가 대신 써줬으면 좋겠다.

-내가 연참을 왜 했지?

-어제 1kb 만 자르고 오늘 편에 올릴 걸.

-하느님.

-맙소사.

-이제 열시 반이야. 와. 왕아ㅘ와아ㅗㅗ아와와와와오아오 ㅏㅇ와타시 다메요 콰왘와콰왘왘와콰오카ㅘ콰왘왕!

-..........이제까지 짐승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우는 복상사로 70세에 쥬겄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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