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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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헬기로 서울까지 오는데에는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서우는 그 안에서 주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원의 말투는 조곤조곤 했지만 묘한 부분에서 서우와 코드가 맞아, 이야기 하는 건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꽤 재미 있었다.

해서 결과를 보자면, 말 통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고, 옛 여친과... 몰랐던 아이를 만났고, 여자 능력자의 처음을 먹은데다 강한 돌연변이까지 잡았으니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한국 여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사쿠라에게 갔던 서우는 사색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이내 사쿠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서우의 눈을 절로 커지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교단 지부가 괴멸 당해요?"

교단 본부가 아닌 게 다행이긴 하지만 지부의 괴멸이라니? 그것도 지부의 전부가 그렇게 단시간에 괴멸당했다는 말에 서우는 기가 막혔다. 하필이면 제가 사쿠라의 연락을 받을 수 없었던 2일만에 지부를 괴멸시키다니... 지부 중 한 곳엔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서우기에, 스타그래프트에서 앞마당이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아, 망했어요. 

"서우님..?"

조금 허탈해 하는 서우를 보고, 사쿠라가 눈치를 본다. 서우는 일단 이야기 해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예.. 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대요. 하지만 지부를 다 괴멸시키고 나서는 본부를 찾겠다고...."

"어떤 곳에서.."

하지만 화보다는 무엇보다 기가 막혔다. 제가 잠시 없었다고 교단이 괴멸? 지부가 생기면서 외부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본부는 아직까지 숨겨져 있어 본부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정부 조차도 찾지 못했는데 찾을 수 있을 리가.. 하지만 지부를 괴멸시켰다는 건 문제가 있었다. 

신도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되면 기껏 모았던 자원과 돈들이 흩어지고 다른 신도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잠깐 일본 좀 비웠더니 그새 이런 일이.. 서우는 잔뜩 주름진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는 사쿠라에게 정부와 관련된 일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사쿠라는 그건 아니라고 답했다. 

"신흥 종교 집단이라고, 거기서 도망친 신도들이 전해주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곳의 교주를 공주님.. 히메사마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구요."

"공주님? 공주님이라고 불렀다고요?"

"예, 다들 공주님의 명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따랐다고 하는데, 그게... 좀 이상했다고 해요."

"....?"

"지부를 공격한 그쪽의 신도들이 좀 이상했다고 해요. 특히 도쿄 2 지부 같은 경우에는 무장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그쪽의 신도들이 너무 강했다고 했어요, 분명히 무기도 사용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해 버렸다고... 정부의 눈치가 있으니 유우리 씨를 나서게 할 수도 없고요. 본부에 쳐들어 온다면 유우리 씨가 도움이 되겠지만.."

"........."

서우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친히 가서 밟아 놓았던 곳에 교주를 공주라고 부르는 곳이 있었던가... 물론 없었다. 종교의 교주들은 대부분 살이 뒤룩뒤룩 쪘지만 얼굴만 인자한 늙은이가 대다수였고, 그 중에 여자는 단 하나. 하지만 공주님이라고 불릴만한 비쥬얼은 아니었다. 서로 자매님 자매님 거리기도 했고...

'그런데 왠 공주님이야. 돋네, 교주가 여잔가?..'

보통,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자기에게 엄청난 칭호[예를 들면 여제, 카리스마, 최강 겸디, 옙흔 공듀] 뭐 이런 것을 붙히는 사람치고 현모 했을 때 예쁜 애를 못 봤는데....  서우는 사쿠라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들은 뒤에, 이쪽의 일은 전부 정리 되었으니 빨리 일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 

해서 사쿠라가 준비하는 동안 서우는 능력자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그곳에 있던 김미영 팀장에게 빨리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 당장 말씀이십니까? 그건 좀.."

"급한 일이 생겨서요. 내가 보내달라고 할 때는 바로 보내줄 것이 계약 조건이었을 텐데요?"

"예, 아. 그랬죠....."

"빨리 준비해 주시죠. 두 말 말고."

"아... 알겠습니다."

서우가 단호히 말하자 미영은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 왠지 여기에 일주일 정도 더 있었다가는 귀찮은 일이든 재미 있는 일이든 뭐라도 하나 더 만들어서 잡았을 느낌이... 서우는 지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김미영을 닥달하고는 문 밖으로 나서려 했다. 

"응?"

"뭐야? 아.....어.."

그런데 때마침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성희와 딱 부딪쳐 버렸다. 헬기 안에서 많이 회복을 했는지 그녀는 안색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꽤 괜찮아 보였는데, 당연히 그녀를 보니 서우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실컷, 이쪽의 다리에도 힘이 풀릴 정도로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할까. 김성희라는 여자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고.

'원래 제일 재밌을 때 떠나라곤 하지만... 이건 좀 아닌데.'

아키오 때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서우가 저도 모르게 침묵하자, 먼저 말을 건 것은 김성희였다.

"...지금 가는 건가?"

"급한 일이 생겨서 바로 가봐야 해."

"일본에서 뭘 하길래? 난 그냥 어디 쳐박혀 있겠거니 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래뵈도 일본에서......"

"일본에서?"

".........."

"뭐야?"

사이비 종교 교주를 맡고 있다! 그렇게 말하기엔 서우는 왠지 쑥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수입이라 치면 대기업 뺨을 좌우로 후려칠 정도지만 기분이 미묘하다고 할까? 서우는 제 입술 끝을 쭈욱 내리다가 고개를 젓고는 성희를 쳐다 보았다.

"...아무튼 심심하면 놀러와. 잘 대해주지."

"느, 능력자가 그렇게 한가한지 알아? 난 엄청 바쁘거든?"

"아, 난 어떻게 왔냐면 인천에 일본이랑 중국 왔다 갔다 하면서 밀수입하는 업자가 있는데, 그쪽에 능력자라는 거 가르쳐 주면서 은근히 뒷돈 찔러주면 편하게... 아, 너는 그냥 올 수 있으려나."

"내 말 들은 거야?!"

"그러니까 오라 이거지. 빈말 아니니까."

물론 서우는 진심이었다. 제 주변의 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묘한 위기감 같은 것을 느끼긴 했지만, 소희와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제 될 대로 되라라는 생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 이제 늘든 말든, 어떻게 되겠지. 설마 이 이상 더 늘려고... 설마......'

그리고 설마는 사람을 잡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모르는 서우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 다음 시계를 본 뒤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뒤로 돌았다.

"그럼 간다. 또 보자."

"...어."

대답하는 성희는 제 마음속에 아쉬움과 같은 감정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그의 힘과 자유에 대한 질투와 동경, 그 사이에서 가지고 있던 단단한 오해가 너무나도 쉽게 풀려 버렸을 때, 그것이 녹아 인정하기 싫은 기묘한 형태로 변했다는 것을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흥.. 내가 일본을 왜 가?"

서우의 뒷모습을 보던 성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회장에서 나간 서우는 바로 소희의 번호를 눌렀는데, 문득 한국에 와서 만난 여자들의 이름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소희, 성희, 그리고 공식적인 2 능력자라는 주희.

"......."

거 참, 헷갈리게스리. 이름 좀 다르게 하지... 그래도 서우는 핸드폰을 들어서 그 안에 저장된 소희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몇 초쯤 가자, 소희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난데, 지금 바로 일본으로 돌아갈 거야. 준비는 다 했지?"

[어? 으응.. 네가 돌아오면 바로 출발하겠다고 했으니까, 준비는 했어....]

"그럼 빨리 내가 말했던 장소로 와. 지금 바로 출발할 거야."

[알았어.]

소희에게는 미리, 서우가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짐을 챙기고 신변을 정리하라고 일러 두었다. 그러니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서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서 엘레베이터에 올라 탔다. 사쿠라는 금방 짐을 다 챙겼겠지.. 그러면 이제 남은 건 사쿠라와 소희를 데리고 일본으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겁도 없이 제 것을 채간 녀석을 잡아 조져야겠지.

"...어떤 새끼가 내 집에서 난동 부렸는지, 좀 보자."

============================ 작품 후기 ============================

슬럼프가 너무 심해서 글을 싫었습니다. 쓸 것은 있는데 쓰기가 싫었어요. 하지만 오늘 안 쓰면 내일은 더 안 쓰고 싶겠지. 저를 갈아 넣어서 짐승을 쓰겠습니다! 부악 부악을 울려라 부악 

짐승에 함유된 성분

자베트[작가] 분말 80% 콧물. 눈물. 조회수. 쿠폰. 추천. 선작. 코멘트. 비엘만화. 간식. 오열. 분노. 그라목손. 대마초. 귀찮음. 짐씅짐씅짐씅짐씅. 메칠파라벤 에칠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디메치콘 탈크 광물 인공색소 동물성원료 에탄올 꾸웨에에에에에엑. 장미카아아아아아알!

내일은 꼭 연참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선추코쿠 늘 감사합니DADADAD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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