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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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여왕 마리아.

츠부미가 능력자가 있는 센터로 간지 일주일 째였다. 서우는 무너진 지부를 다시 건설하는 것이라던가, 신도들을 다시 뭉치게 하는 나름대로 생산적인 일을 하며, 그 와중에도 제 집을 침범했던 놈들을 찾는 것에 주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츠부미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좋은 일이니까 그 센터로 보냈다고는 해도, 그래도 나름대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여자 아이고, 정말로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물론 성격이 이 모양이니 제대로 챙겨주지는 못했겠지만, 마냥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다면..

결국 서우는 궁금함에 호타루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왜 전화하고 지랄이야? 누나 이야기면 끊는다!]

“그 이야기 아니니까 좀 닥쳐.”

호타루가 그렇듯, 예의 첫 마디는 욕으로 시작 되었지만 거듭 츠부미에 대한 일을 물어 보자,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었다.

[...뭐, 잘 지낸다면 잘 지내지. 밥 잘 주고 좋은 방에서 재워주고, 다들 그 애만 보면 설설 기어.]

“응? 설설 긴다고?”

[아무래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 사촌 언니가 실험실에 끌려 갔었다며.]

“.......”

[좀 신기하다고 할까, 애는 별 생각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원래 잘못한 놈이 찔리는 거지. 아무튼 다들 설설 기어서 공주님 모시듯이 모시고 있어. 츠부미 능력 자체도 쓸만 하니, 미래의 유우리로 만들 생각을 하면서 대하는 모양인데.. 아직 정확한 테스트는 안 됐지만, 척 보기에도 알잖아. 능력 쓸 만해 보이는 거. 그러니 미래의 유우리로 만들 생각인 거지.]

“미래의 유우리라.....”

[뭐야?]

서우는 제 다리 밑에서 열심히 혀를 놀리고 있는 유우리를 보다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손을 집어 넣었다. 

“훕, 으웁..!”

[.....무슨 소리야, 이건?]

“별 거 아니다. 그래서? 계속 말해봐.”

호타루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것저것 츠부미에 대한 것을 말해주었다. 호타루 본인도 츠부미를 센터 안에서 다시 만나고, 그리고 이것저것 도와주며 알게 되자 착하고 아이 같이 순수한 츠부미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척 보기에도 츠부미는 서우를 좋아하는 티를 너무 냈다.

[또 이것저것 검사하고 있어, 파괴력, 지속력.. 그리고 신체 능력이라거나 병 같은 건 없나 하고.. 한창 자라는 여자애니까 검사할 건 더 많지, 일본 최연소 능력자니까. 아... 한국에는 암 걸렸는데 능력자인 것 덕분에 사는 능력자도 있다며? 아무튼 그것 때문에 츠부미도 검사하고... 마리코랑도 자주 놀고 그러고 있어. 아 맞다.]

"응?“

[미친, 1 능력자 마리코는 극비 사항이었는데 너 때문에 하도 싸돌아 다니다 보니 이제 다 알잖아 미친놈아. 어떡할 거야.]

“내 알바 아니지, 츠부미 얘기나 계속 해봐.”

[잠깐만, 그냥 네가 전화하면 되잖아?!]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모르는데?”

묻지도 않았냐! 아니면 핸드폰을 주지도 않은 건가? 호타루는 쯧, 혀를 찼다.

어린애의 마음만큼 쉽게 알 수 있는 게 어디 있을까. 호타루는 츠부미를 처음 봤을 때, 서우를 보며 안절부절 하는 것을 보며 그것을 느꼈지만.. 서우는 전혀 아니었다.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어린 여자 아이라고 ‘여자’라고 생각은 안 하는 것인지.. 호타루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정력빔을 발사하는 주제에 어린애는 여자로도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게 올바른 것이기는 한데.. 최서우가 그런다니 뜬금없다고 할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완전히 무시 당하는 츠부미가 불쌍하다고 할까.

‘츠부미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왜 이런 새끼를 좋아하는 거야...?’

진지하게 생각하던 호타루는 츠부미와 전화할 수 있는 번호를 가르쳐 주고, 대충 이야기를 정리한 뒤 말을 끝냈다. 그래도 분명 그 나이니까 나름대로 애 타고 안타까울 첫사랑인 츠부미를 위해 아이에게 관심 좀 가져주라는 말을 전했다.

“관심?”

[잘 지내고 있기는 한데, 그냥 여기 와서 좀 외로운 것 같더라고. 그러니까 관심 좀 가져주고 신경도 좀 써 주라는 거지.... 끊는다.]

“......?”

신경? 관심?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서우는 끊긴 전화기를 들고 잠깐 생각하다가, 제가 내보낸 것을 채 삼키지 못하고 콜록 거리던 유우리를 내려다 보았다. 유우리는 이제 다른 티슈를 뽑아 서우의 아래를 깨끗하게 닦고 있었다. 

그나저나 관심을 가지라는 게 무슨 말일까, 츠부미에게라면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신경 써서 바로 정부에 알린 거고.. 하지만 호타루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외로워 한다라..

뭐, 전화 쯤은 얼마든지 걸어줄 수 있겠지만 외로워 한다니 그건 꽤 걱정이었다. 다들 설설 긴다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 틈새에서 외로울만 하지 않을까... 하지만 서우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은 마땅히 없었다.

그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 한 통으로 끝내자니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던 서우는 이제 제 무릎에 얼굴을 비비고 있는 유우리를 보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 유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우리는 자연스레 서우의 손등에 고양이처럼 얼굴을 비볐다.

“유우리 씨, 당분간 정부쪽에 가서 있어줬음 하는데요.”

“네...? 무, 무슨 말씀이세요!”

“놀라긴.”

벌떡 일어나며 놀라는 유우리. 서우는 유우리의 격한 반응에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유우리, 에다 유우리는 이제 제 완전한 노예였다. 그게 우습고 재미 있어서 서우는 잠시 웃으며 놀란 얼굴을 한 유우리의 뺨을 슬슬 쓰다듬다가 입을 열었다.

“걱정 마요,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니까...”

유우리가 무릎을 꿇고, 도망갈 기회를 준 서우 앞에 복종을 맹세한 후로부터 유우리와 서우의 관계는 어찌 보면 다른 여자들 보다도 더 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유우리는 서우의 사랑을 원했고, 때로는 질투했으며 그 감정은 맹목적이기까지 했다.

"난 기르던 걸 버리는 멍청한 짓은 안 해." 

서우도 그걸 알고 있기에 유우리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애교부리고, 말 잘 듣는 개를 미워할 주인이 어디 있겠는가? 서우 또한 그러했다. 유우리의 버릇이 [나빠질 리 없지만] 나빠진다면 그때야 적절한 체벌을 하면 그만, 그 외에는 사랑으로 보살펴 주어야 마땅한 것이 에다 유우리였다. 그래서 가능한 제 품에서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츠부미 알지요? 그 애가 능력자가 됐어요.”

“츠부미라면..... 그..”

유우리는 제가 저질렀던 일에 가볍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서우에게 이제 그 일은 예전의 일일 뿐, 서우는 유우리의 뺨을 슬슬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일본이니까 당연히 능력자 대우는 좋겠죠, 하지만 애가 어리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돼요. 그런 일도 있었고..”

“.....”

“해서 유우리 씨가 가서 좀 보살펴 줬음 하는데요, 당분간이라도 좋아요. 아니, 꼭 거기 있을 필요는 없고 일한 뒤에는 바로 교단으로 와도 좋으니까...... 그리고 유우리 씨가 조금 일하다 들어오면, 거기에서도 한 동안은 유우리 씨를 보내달라고 귀찮게 하지 않겠죠.... 내말  알겠지요?”

권유하듯 물어도 그건 유우리에게 명령이었다. 유우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 거렸고 서우는 유우리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다는 듯 유우리의 뒷목을 잡고 끌어당겨 말캉한 입술을 집어 삼켰다.

“그 애 좀 잘 챙겨줘요, 알겠죠?”

“네.. 서우니임....”

서우는 유우리의 대답에 만족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개를 다루듯 턱 밑을 살살 쓰다듬었다. 

...하지만 서우는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사쿠라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여자도 있고, 유리 같이 서우에게 집착하지 않는 여자도 있다면, 유우리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음 날 유우리는, 밀린 일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3일 동안 ‘원래의 자리’로 돌아 가게 되었다. 능력자 관련 기관에서는 유우리가 돌아온 것을 환영했고, 유우리는 서우의 말대로 밀렸던 일을 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츠부미도 만나게 되었다. 유우리는 저보다 훨씬 낮은 곳에서 저를 올려다 보는 츠부미를 보며 어색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츠부미도...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듯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유우리 씨는 왜 오셨어요? 이젠 교단에만 있으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서우님이 나를 보냈어. 널 보살피라고, 널 챙겨달라고 해서.

그렇게 말하려던 유우리는 문득, 다음 순간 보게 된 츠부미의 표정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혹시..... 저어.”

혹시, 그렇게 말하며 츠부미는 눈을 빛내고 있었다. 혹시 서우 ‘오빠’가 보내셨나요? 저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반짝이는 츠부미를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건 유우리의 질투였다. 서우를 결국 다른 여자들과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자기 혼자,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 사람인 이상 그런 생각이 없을 리 없었다. 

“......”

츠부미의 얼굴에서 뭔가 묘한 희망 같은 것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서우가, 유우리를 보내준 이유가 저를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그게 맞아서 유우리는 묘하게 화가 남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무슨 소리야?”

“예?” 

유우리는 냉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서우를 만나기 전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던 에다 유우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제까지 밀렸던 일이 많아서 처리하러 온 것일 뿐인데.... 왜?”

“.....아..... 아니요. 아니예요. 그냥, 유우리 씨가 오셔서....”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난 3일 정도 밖에 못 있겠지만.”

“..네...”

뭐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는 츠부미를 두고 유우리는 뒤로 돌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달리고 있어도 왜 달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유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즐거웠다. 무척 기뻤다. 

어차피 어린 아이일 뿐인데도 그 옆에 있는 수 많은 여자들 중에 하나가 줄어 들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너무나도 기뻐서 참을 수가 없었다. 서우가 제 것이기를 바랐다. 최서우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유우리는 그의 말을 어기고도 너무나도 기뻤다.

그래서 복도에 있는 거울에 언뜻 비춘 츠부미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츠부미의 얼굴마저 유우리에게는 쾌감이었다.

"흐, 후후훗...."

   

============================ 작품 후기 ============================

오늘 12시 6분부터 짐승을 잡았습니다.

...............오늘 쓰지 말까, 그냥 쉴까 몇 초간 고민했습니다. 오늘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침 열 시부터 나갈 준비해서 밤 열한 시 반 즈음에 집에 들어왔어요. 어흉. 다 큰 처자가 싸돌아 다님.

하지만 오늘 하기 싫다면 내일은 더 하기 싫겠죠. ㅋㅋㅋㅋㅋ 그래서 후기부터 씀. 오늘 먹은 거나 한번 나열해 볼게요.

개미가 들어갔었던 케이크.... 개미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죠. 여담입니다만, 저는 어렸을 때 꿀에 들어간 개미를 발라내다가 발라내기 귀찮아서 나중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발라냈었..

김밥, 유부초밥, 파리바게트 빵, 샌드위치들, 파전 막걸리 쥐포 문어 묵 오뎅탕 뭐 그런 애들...... 참 찰지게 먹었죠. 그러니 앞으로도 님들은 제가 밥을 잘 먹고 다니게 하기 위해서 제 소설을 봐주시면 됩니다. 조회수를 올려 주세요. 님들의 조회수가 저의 피와 살이... 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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