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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여왕 마리아.
츠부미는 제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
좀비를 죽이라고 했다. 죽여 보았다. 츠부미 역시 좀비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저를 물어뜯으려고 덤비던 좀비들이, 너무나도 쉽게 죽는다. 그저 손끝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죽는 것처럼. 떠올려 보면, 서우도 이렇게나 쉽게 좀비를 죽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저를 이곳으로 보냈다.
츠부미는 서우가 원망스러웠다.
원망스러우면서, 그와 동시에 이상한 감정이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서우가 저를 보게 하고 싶었다. 아니 저만 보게 하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었다.
정말, 무슨 짓이든지....
<<츠부미 씨, 대단해요! 벌써 저만한 수준의 돌연변이를 없애 버리다니!>>
“......”
<<최근들어 돌연변이가 도쿄 주변에 늘어나고 있어요. 츠부미 씨가 이렇게 와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 어떤 짓이라도. 그저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츠부미 씨?>>
“네..?”
<<제 말 들려요? 대답이 없어서..>>
“아.. 네, 괜찮아요.”
츠부미는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손을 다시 뻗었다. 순식간에 구형에 닿은 돌연변이가 뭉그러져 버렸다.
*
유우리가 잘하려나.... 마음 같아서는 츠부미를 좋아하는 유리가 갔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럴 수는 없으니, 대신 유리에 우를 추가한 유우리가.. 서우는 제가 생각해도 잡생각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유우리가 알아서 츠부미를 잘 챙겨주길 바랐다.
그녀가 오면 츠부미의 현상태를 물어보고 싶은데... 서우는 연락을 받았다는 사쿠라와 함께 빌딩의 옥상을 걸어가면서 유우리가 언제 오는지 물어 보았다.
“유우리 씨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내일 오신다고 해요.”
“그래요?”
내일인가.. 생각보다 일이 많다고 하면서 서우의 예상보다는 빨랐다. 돌아오면 칭찬이라도 해줄 겸 제대로 해 줘야지, 서우는 그 생각을 하며 무심코 웃었다. 촉수에 범해지는 게 보고 싶다며 마지막에는 혼자 시킨채로 그냥 보내고 말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그것들의 흔적은 찾았습니까?”
“아니요.. 아직.......... 설마 이렇게 드러나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사쿠라의 대답은 서우도 마찬가지였다. 사쿠라가 사람들을 시켜 찾고 있을 때, 서우 또한 무너진 지부들을 뒤지면서 흔적을 찾아 보았지만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CCTV 자료로 보았을 때, 습격한 녀석들이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제 목을 반쯤 꺾고서 사람을 잡을 수 없겠지, 거기에 그쪽 사람들이 반항하려고 칼을 휘둘렀지만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즉,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비가 사람을 습격하고서, 그냥 조용히 사라지다니? 다시 사람을 찾아 떠돌아 다닐 텐데...
그게 맞는 것인데..
좀비를 그런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대체 어떻게 좀비를 그런 군대처럼 이용한다는 말인가?
'별 일이 다 있군... 하긴, 능력자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서우는 일단 그 사실을 사쿠라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게 확실한 것인지 아닐지도 모르고, 그리고 서우도 그것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부를 전부 습격할 정도로 큰 집단인데.. 나타나지 않는 것도 신기하네요. 그나저나 신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찾았나요?”
“신도들은 다시 다 찾았습니다. 일단 본부로 데려와서 신앙회를 열 생각이에요.”
“신앙회라....”
신앙회는 짐승교의 세뇌의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충분히 인간적인 세뇌의식, 그 정도면 됐지.. 서우는 대충 대답을 하고 옥상문을 열려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기 귀찮다는 생각에 그냥 와이어를 쭉 뽑았다. 적당히 뛰어내려가면 될 일 아니던가.
비록 여기가 본부의 빌딩 중 가장 높은 40층의 빌딩이더라도.
마침 해가 쨍쨍한 덕분에 와이어는 서우의 평소 능력보다도 탄탄하게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왠지.. 딱히 빛이 많지 않아도 잘 뽑아지는 것 같지만.
“왜 갑자기 그, 와이어를...?”
“몸 좀 풀고 올게요. 요즘 몸을 통 안 움직였더니..”
“예? 그럴 거면 그냥 여기서 저랑 같이 내려가요! 서... 설마, 서우님!”
서우는 사쿠라에게 손인사를 한 번 하고는 곧바로 뛰어내렸다. 빌딩에서 그대로 일자로 뛰어내린 서우는 10층 정도 내려왔을 때에야 적당히 아무곳에나 와이어를 뻗어 잡았다. 그 덕에 몸이 포물선으로 휘면서 엉뚱한 건물의 벽을 발로 쑤시기는 했지만, 서우는 안전하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흐익? 흐에에엑!”
하필이면 노숙자의 바로 옆에 착지한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머리 위에 착지 안 하고 옆에 착지해 준 게 어디인가?
서우는 비명을 지르며 바둥거리는 노숙자를 간단하게 무시하고 담 밖으로 나갔다. 일본정부는 암묵적으로 서우를 인정하게 되어, 서우는 당당하게 정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도쿄 주변을 빙, 둘러싼 담에는 언제나 좀비가 우글거리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좀비는 늘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바글바글하게 몰려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것들이 서우의 사냥감이었다.
조금 지치면 머리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돌연변이에게 올라가 쉬면 되는 일이고, 호흡이 좀 진정되면 열심히 좀비를 썰어 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몸을 풀게 하는 일일 뿐, 서우에게 본능적인 쾌감을 주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능력자들을 상대로 싸우고 싶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하다. 일이 커지면 되려 전부를 잃을 수 있고, 쓸데없는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조금 더 짐승이라는 교가 커진다거나... 아니, 꼭 일본의 능력자가 아니라도 좋다. 능력자들을 사냥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까...
“크, 쿠르르르르! 크흐!”
“미친놈아, 시끄러!”
서우는 주먹으로 퍽 소리 나게 돌연변이를 내리쳤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돌연변이의 머리는 그대로 푹, 함몰이 되어 꺼져 버렸다. 이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서우는 쑥, 머릿속까지 들어간 제 손에 묻은 것을 털어냈다. 맨손으로 김장 김치라도 만든 것마냥 손이 붉고, 거기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마저 묻어 있었다.
“존나 더럽네.”
비쥬얼 보단 냄새가 지독해서 서우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손에 묻은 것을 다시 털어내고 돌연변이의 목을 단두대마냥 따버린 뒤에 밑으로 내려왔다. 생각보다 옷이 너무 더러워졌다. 아니, 그보다는 냄새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 몸 풀기고 뭐고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햇볕에 잘 꼬숩게 말린 시체에서 냄새가 안 난다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는 헬기라도 동원해서 좀비들에게 대대적으로 폐부리즈를 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좀 써는 쪽도 열심히 썰지..
해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서우가 근처의 돌연변이의 다리를 그냥 다 잘라 버리고는 유유히 다시 담을 넘어가려는데, 서우는 뭔가 묵직한 것들이.. 아니, 지독한 냄새가 제가 있는 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쿵쿵.
쿵쿵쿵쿵. 시끄러운 발소리가 땅을 울렸다. 서우는 그제야 뒤를 돌아 보았다. 마치 군대처럼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돌연변이와 좀비의 무리가 보였다.
"하...?"
서우는 이토록 많은 숫자는 본 적이 없었다. 단체로 손 잡고 수학여행이라도 다녀왔나? 눈앞을 새까맣게 물들인 꼴이라니, 서우가 어이 없다는 듯, 하. 하. 웃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돌연변이의 거친 숨소리 속에서 여자아이의 높고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고 있었지!”
".....?"
"내 이름은 마리아, 후후힛. 널 잡으러 왔어용★"
여자 아이는 까르륵, 깔깔깔. 높은 소리를 내며 맑게 웃고 있었다. 거기에 여자 아이는 이 칙칙한 광경에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 거기에..... 서우로서는 처음 보는 붉은 머리의 백인. 하얀 것도 하얀 것이지만, 시커먼 돌연변이와 대비가 되어 피부에서 빛이라도 나는 듯 희어 보였다.
그 뿐인가, 밑에 보이는 얼굴은 마냥 인형 같았고, 약간 어색한 일본어가 그래서 더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인형이 입을 오물거리는 것 같았으니까. 서우는 예쁜 인형 같은 여자는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래, 이야기가 달라지지... 서우는 천천히 몸을 풀었다.
"내가 말야, 널 잡으려구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왔거든? 돌연변이 40종 세트야!"
어쨌든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서우가 시선이 꽂힌 것은 그저 그 여자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원피스, 그 사이로 은근히 보이는 것들... 서우는 무심코 입술 끝을 깨물었다.
"그거 참......."
기가 막힌 듯 웃었던 서우의 웃음은 천천히 기분 좋은 웃음으로 변했다.
"존나 좋군...?"
한국에서 소희를 데려오면서 서우는 이제 그만 제 밑에 있는 여자들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면 종류별로 다 있지, 뭘 더 원하는가. 그러니 나름대로 욕심을 접고 여기서 멈추자,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수를 세자면 헷갈릴 지경이고, 그 중에는 아직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 여자도 있었다.
거기에 이제는 나름대로 딸의 아빠, 더 이상의 여자는....... 그러했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뭐야? 내 말 무시해? 대답하라구!"
"......"
"흥! 몰라! 그냥 얘네들한테나 맞아 죽어라, 난 그거 하러 온 거거든!"
이제 그런 혼자 정한 생각따윈 필요 없다. 이름이 마리아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상관없다. 좀비들을 조종하는 것으로 보아 지부를 습격한 녀석인지 몰라도 좋다. 저것은..... 저 여자는..
“북미 여자 같이 생겼네.”
“......”
“난 북미를 참 좋아하지, 특히 북미판..”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북미판, 하지만 과거의 것이 많기에 과거의 것만을 되새김질 해도 끝이 없을 북미판. FBI...FBI warning..
서우는 제 눈앞에, 보일리 만무한 퀘스트 창 하나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돌연변이 제거 0/40]
성공시 보상: 저 앞에 있는 여자.
"거기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라. 애야........"
*
============================ 작품 후기 ============================
아니 뭐라구요?
저 살찌지 않게 하기 위해서 쿠폰을 주지 않으시겠단 말입니까? 돈이 있어야 살도 빼는 법입니다! 연예인들 보세요, 돈이 남아 도니까 그렇게 날씬하죠! 그러니까 저는 쳐묵.. 은 개뿔. 돈 없다가 생기니까 여기저기서 퍼가요~ 하셔서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ㅎㅎ. 신이시여... 그리고 오늘의 일입니다.
자베트 : 짐승 써 주세여
자베트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로 : 네
A형솓쩡이 : !
자베트 : 이루어지지 않을
자베트 : 부탁ㅇ..
자베트 : ....?
로 : ㄴㄴ
A형솓쩡이 : 로,로벨리아써줏..
로 : 지금 쓸게요
로 : 서우가 울부지저따
로 : 크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열두 시에 뵙겠습니다. 크아아아아아아. 하나도 안 썼어. 크아아아아아. 하루살이 같은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