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2 / 0198 ----------------------------------------------
좀비여왕 마리아.
사쿠라는 츠부미의 표정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아이의 동글동글한 얼굴에 어울리는 순한 표정이 아니라, 순간 그 눈에 비춘 것은 마치 서우의 그것 같았다. 몹시 화가 났었던 서우를 한번 옆에서 보았을 때, 그가 짓고 있던 표정 같은.
‘하지만 츠부미, 그 어린애가.....’
사쿠라는 뭔가가 크게 불안했다. 게다가 츠부미는 에리도 만나지 않고 가 버렸다. 생각해 보니 츠부미는 교단에 있을 때에도 에리를 잘 만나지도 않았다. 아니, 피하고 있었다. 그게 사쿠라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냥 단순한 질투라고, 어린애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그 눈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한참을 망설이던 사쿠라는 츠부미가 교단에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서우의 방으로 조심스레 올라갔다. 3시간 정도 지난 시간... 얼추 끝나지 않았을까? 앞으로 교단에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 여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서우님이... 그 여자가 이번 일에....... 잘 들은 건가?’
지부 습격의 원인이 그 여자라니, 사쿠라는 언뜻 본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흔히 말하는 백마... 같은 여자. 하얀 시트색과 아주 약간 차이날 것 같은 하얀 피부에 빨간 머리, 초록색 눈.. 높이 올라간 코와 푹 파인 눈이왠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모습이어서, 사람 같다기 보다는 그냥 인형 같았다.
‘...서우님한테는 여자를 빨아들이는 페로몬이라도 있는 걸까...? 진짜 어딜 가시기만 하면 여자를 데려오게 되어 버린다고, 이상하게 엮여 버린다고 본인도..’
그렇게 엮인 여자 중에는 본인도 있지만... 흠흠, 하지만 이제 서양 여자까지! 정말 가지가지, 종류별로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며 사쿠라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서우님, 사쿠라인데요...... 흠흠.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
대답이 없다. 그저 시체인 듯하다.... 가 아니라, 사쿠라는 다시금 문을 두드리다가 문에 귀를 대 보았다. 방음시설이 무척이나 좋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 사쿠라는 아주 조금 문을 열어 보았다.
안에서 울음 소리가 들렸다.
“흐엉, 으어엉. 이제 힘들어어어.... 마리아한테 왜 그러는 거야, 흑. 흐윽.”
뭐지? 사쿠라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서우의 목소리가 들려 사쿠라는 깜짝 놀랐다.
“사쿠라 씨, 잠깐만 밖에 있어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
다 끝나? 뭘?... 사쿠라는 그리 생각했지만, 일단 서우의 말을 착실하게 들어 방문 근처에 있는 의자에 가 앉았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사쿠라는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인내심은 얼마든지 있다. 기다리는 것도 잘한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자리에 앉아 기다리려니, 좀... 사쿠라는 만지작 거리던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이럴 거면 그냥 나중에 다시올게요~ 라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사쿠라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저어, 서우님.....”
“아, 이제 부를려고 했는데.”
“엇, 들어가도 될까요?”
“예. 이제 다 말한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마리아?”
“으, 우웅..”
...고문이라도 한 건가? 사쿠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유우리 정도가 아니고서야 서우가 그럴 리가.. 거기에 여자는 [유우리를 제외하고] 몸에 상처가 생기면 그게 잘 지워지지도 않으니까. 그 예상대로 기둥에 둘둘 묶여 있는 마리아의 몸에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사쿠라는 저도 모르게 뺨을 붉혔다. 하지만 그 이후 사쿠라가 듣게 된 내용은 매사 침착한 그녀로서도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었다. 좀비를 제 마음대로 다루는 여자 아이라니, 그 무슨?
“그냥, 흐엉.... 방엔 라디오가 있었어. 그냥,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했어. 그대로 하면 이것저것 선물도 보내주고.... 그리구..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어.”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한테 가서 교단을 부수라고 했다?”
“으응, 응. 넌 세니까.. 내가 할 수 있을거라고 말해서. 그래서. 마리아, 비행기 타구 여기로 왔는데.... 우힝, 그것 밖에 몰라. 널 잡으면 바로 비행기를 보내서 데리러 와준다고 해서.”
“널 이렇게 만들었다는 녀석들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몰라... 그냥 시키는 것만 잘 들으라구 했어, 마리아는 뭐 다른 건 할 것도 없고. 밖에 나가봤자 좀비들만 있고 귀찮게 하는 사람들만 있어서 그냥 방에 있었단 말야. 힉!”
서우는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의 스위치를 눌렀다. 어디선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마리아가 미친듯이 몸을 뒤틀었다.
“히, 으헤.... 앗, 저말... 정마알... 몰라, 모른단 말이야..!”
그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마리아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는 것을 한참 내려다 보던 서우는 일단 전원을 껐다. 이 정도 했는데도 모른다고 징징 짤 정도면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서우는 완전히 지쳐서 축 늘어진 마리아를 보다가 사쿠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얘가 말하는 그대로,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만..”
“세상에... 조, 좀비를 조종한다니 믿겨지지가 않아요........ 어떻게 그런..”
“뭐, 능력자도 있는데 더 한 일도 있을 수 있는 거겠죠.”
거기에 좀비에겐 공격 당하지 않고, 좀비를 먹고 사는 무사히메도 있으니까.
서우는 문득 에리가 떠올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그리 된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부에 넘기긴 좀 그렇고.. 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아... 그, 그렇네요..!”
사쿠라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우의 말대로였다. 마리아는 충분한 이용가치가 있었다. 여러 의미로.. 그에 대해서 사쿠라와 서우는 묶여 있는 여자 아이라는 이상한 배경을 옆에 두고 앞으로 교단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그리고 마리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물론 거기에는 서우의 사심이 듬뿍 섞여 있었지만, 마리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서우의 충실한 노예였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죠, 마리아가 머물 곳은... 좀 골치 아프긴 하군요. 저렇게 생겨도 힘이 돌연변이급이라 골치 아파서...”
“아, 그러면 호타루님을 가뒀던 때처럼 하면 어떨까요? 그냥 커다란 수조도 있는데, 거길 방처럼 꾸며서..”
“.....좀 이상하긴 하지만 괜찮겠네요. 그럼 그렇게 하고..”
서우는 쭈욱 기지개를 폈다. 아침운동도 격했는데, 좋은 걸 주워와서 또 이렇게 격하게 하다 보니 몸이 꽤나 노곤했다. 그래서 이제 좀 다시 씻을까 하는데, 사쿠라가 다시 서우를 붙잡았다. 그녀는 츠부미에 대해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 서우님.”
“아, 그러고 보니....”
서우도 츠부미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고 싶었기에 다시 사쿠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사쿠라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드릴 말씀이.... 아.”
“전화 울리는데요, 그 벨소리면 급할 때만 오는 거 아니예요?”
“예? 아, 맞다! 잠시만요!”
사쿠라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전화를 받았다. 사쿠라의 핸드폰, 벨소리 중에서도 위급한 상황에만 울리는 벨소리, 도쿄핫.. 띠도도띠도도, 도디디디. 그 음을 흥얼거리던 서우는 슬쩍 사쿠라를 바라 보았다. 평소처럼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사쿠라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신앙회에 참석하기로 한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고요? 왜요?..... 아, 그쪽에서 또..!... 아, 알겠습니다. 일단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바로 처리할 테니까.”
“무슨 일 있어요?”
한숨과 함께 전화를 끊은 사쿠라가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헤가오 교에서 또 파발꾼을 보내서 신앙회 사람들을 그쪽으로 끌어들인 모양이에요. 서우님이 한번 그렇게 가 주셨는데도 그러고 있으니..”
“그럼 조만간 제가 한번..”
“아니요, 아니요! 서우님이 나서지 않아주셔도 돼요. 이쪽에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야할 것 같네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사쿠라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연 이후에야 생각났다. 츠부미 이야기를 깜빡했다는 것을... 하지만 이렇게 상황이 급한데, 다시 들어가기도 뭐하고.. 결국 잠시 멈추었던 사쿠라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츠부미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네..’
마은에 걸리긴 하지만 설마 무슨 일이 있으려구.
사쿠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곳, 교단의 친위부대를 통솔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방에 남아 있던 서우는 이제까지 마리아를 괴롭히고 있던 바이브레이터를 빼고는 대충 바닥에 던져 버렸다.
“우..!”
그렇게 크기도 크지 않고, 가지는 못할 정도의 자극만 주는지라 그렇게 마리아를 괴롭히고, 구석까지 몰아붙힐 수 있었다. 이렇게 작아서 어디다 써?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쓰게 되는군. 서우는 입가를 씰룩이다가 마리아를 보며 고민했다. 풀어줘야 하나, 일단 이대로 두어야 하나.
잠시 서우가 그리 고민하고 있는데, 얼굴이 잔뜩 상기되고, 계속된 자극으로 잔뜩 달아오른 마리아가 가슴을 들썩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그건 또 언제 해줄 거야?”
“그거?”
“그, 마리아 안에...... 그러는 거.......”
그렇게 말하며 마리아는 얼굴을 더 시뻘겋게 붉혔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랑 하면 이런 게 재밌구나... 뭐 이 정도인 여자를 구하려면 직접 프린세스 메이커 해서 18년 동안 길러 키워서 잡아 먹을 수 밖에 없겠지만..
“착하게 지내면 생각해 보고.”
“...우...!”
서우는 마리아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다가, 그녀를 적당히 묶어 침대 위에 던져 놓았다. 서우의 침대는 완전히 마리아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화려하다. 잡힐 때도 제 구두를 걱정했던 마리아니, 화려한 침대를 어지럽히거나 부수고 도망치려 들진 않을 것이다.
과연 서우의 생각대로 마리아는 화려한 침대가 조금은 마음에 든다는 듯, 흠흠 거리다가 그대로 잠에 들어 버렸다. 정말 신기한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만큼 궁금해졌다. 대체 마리아가 말하는 그 집단은 무엇인가. 왜 저를 공격하려고 했는가. 그들은 프린세스 메이커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집단인가.. 보내도 하필 저런 천연기념물 같은 여자를..
‘저런 거라면 자주 보내줘도 좋은데 말이야.....’
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생각은 이제 과거에 나로호와 동시에 터뜨려 버린 서우였기에, 키득키득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지 않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엄청난 폐활량 덕에 담배가 입에 닿는 족족 거덜 나, 그렇게 한 갑 정도를 전부 태워 버렸을 때, 서우는 문득 에리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
글 친구[??] 분들이 여러 가지 좋은 의견을 내 주셨습니다.
제목을 바꾸자.
1)누가 그 많은 여자를 다 먹었을까? [자베트 작]
2)대한민국 능력자, 서우의 씨 농사기[노쓰우드님]
...바꾸지 말자, 그냥..... hahaha;_;
아무튼 좋은 날입니다.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ㅇ' 예전에 낙지 먹다가 목에 걸렸는데, 어머니가 청소기의 밀대 부분? 그 네모난 부분을 빼 버리시고, 동그란 부분을 제 입에 집어 넣으사 낙지를 빼 주셨습니다.
그래서 컥컥거리다가 엉엉 우는데 엄마가 엉덩이 막 때리심..^ㅠ^ 죽다 살아 났는데, 울면서 안아 주시는 뭐 그런 건 없었습니다. 천천히 먹지 그랬냐고 맞았습니다. 당시에는 상당히 말랐기 때문에 맞을 때 무지 아팠습니다. 뼈에 직빵이야!
아무튼 그 낙지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그래도 전 여전히 낙지를 좋아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낙지를 먹을 때는 청소기를 구비하십니다.
+)실수지적 감사합니다. 요즘 정신이 없네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