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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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여왕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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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요새는 크게 바쁘지도 않았는데 에리를 잘 만나러 가지 못했다. 뭐, 제가 없어도 사쿠라가 붙혀준 치료사들이 옆에 있겠지만.... 서우는 제 머리를 문지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해서, 잠깐 얼굴이나 보고 오자는 생각에 서우는 창문을 열고 그냥 옆에 있는 빌딩을 향해 뛰었다. 정부와의 싸움, 그리고 협상이 끝난 이후로 모습을 드러낸 교단은 붙어 있는 세 개의 빌딩을 소유하고 그곳을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리는 그 바로 옆, 의료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요즈음에는 조금씩 뭔가 반응한다고는 하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도 점점 예전처럼 돌아오는 것 같아, 서우는 그것에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어, 어엇..! 교주님.....!”

“교주님께서 어쩐 일로 여기에! 이,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거 참, 교주님이라니.. 언제 들어도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호칭이군.’

서우는 동그랗게 말려들어간 발가락을 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서우가 반대편 건물의 열려 있던 창으로 쑥 들어와, 안을 걷자 방금전까지 일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다 고개를 숙이면서 그를 맞이했는데..... 서우는 그것이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척 보기에도 다 엘리트 같은 사람들인데, 아니.. 의사니까 엘리트인 것이 당연할 텐데 사쿠라는 대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사이비 종교의 안으로 빠지게 한 것일까? 서우는 문득, 그에 대해서 사쿠라에게 물어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사쿠라는, 아니 사쿠라라면 분명 해맑게 웃으면서 ‘헨타이센빠이님의 은총이시죠!’ 라고 할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르게 차분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엘리트인 사람일수록 더 조교... 아, 아니 세뇌하기가 쉬워요. 되려 멍청하지도 똑똑하지도,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 더 세뇌하기 힘들지요.’

‘..그래요?’

서우가 저도 모르게 되묻자, 사쿠라는 조용히 웃었다.

‘멍청한 사람들은 멍청하니까 조금만 구슬리다가 당근을 던져주면 그만이고, 똑똑한 사람들은 그만큼 뭔가 억눌려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제까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억눌려 있던 마음이나, 아니면 자기가 정말 엘리트인 걸까? 하고 번민하는 경우에는 적당히 그 부분을 파고 들어가면 그만이고, 너무 엘리트 의식이 높으면 그 긍지만 꺾어주면 되니까 더 쉽지요. 예를 들면..... 유우리 씨 같은 경우나.’

‘아아.. 그렇네요.’

확실히 그렇긴 했지, 그리고 이쪽도 그렇다는 걸 알고 있어서, 유우리에게는 더 가혹하게 굴었던 것이고. 

“.......”

그리고 지금은 친절하게 사육하고 있다. 그리 생각하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씰룩이는 입을 막지 않았다. 

“이쪽은 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만?”

“최근 들어 새로운 병실의 공사가 완료 되어서, 그곳으로 에리님을 옮겼습니다. 전의 병실보다는 더 에리님의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도 있고, 그리고 안전하기도 한 장소지요.”

“그래요?”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쿠라가 신경 써 주었겠지, 신경 써 줄만한 여자는 사쿠라 밖에 없으니까..... 정말인지 이 자비로운 여자, 그 자애로움이 토렌트 다운 받고 나서도 시드를 지우지 않고 유지를 해 주는 익명의 천사들 못지 않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서우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의사와 함께 하얀 복도를 지나 두터운 문을 세 개 정도 지났다. 그러자 이내 에리가 있는 방이 나왔는데, 서우는 방의 섬세함에 제법 놀랐다.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방 안 곳곳에는 척 보기에도 감각을 자극해줄만한 모빌 같은 것이 잔뜩, 하지만 난잡하지는 않게 걸려 있었고, 벽이고 바닥이고 무척이나 푹신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거기에 에리가 있는 곳 근처로 가자 무슨 소재인지는 몰라도 바닥이 발목까지 푹푹 들어갔다. 이 정도라면 좀비처럼 난동을 부린다고 해도 다치진 않겠구나 싶어 서우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엇, 타카키 선생님..... 앗, 교주님!”

“수고하고 있군 시미즈, 교주님께서 에리님의 상태가 궁금하시다고 하는데 에리님 담당은 자네니까 설명해 드리게.”

“예? 옛....!”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시미즈라는 여자는 서우에게 에리의 상태에 대해 열심히 말했다. 어제부터는 짧게 짧게 말을 하기 시작했고, 오늘 아침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수저를 잡기 시작했으며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장족의 발전.. 서우는 일단 둘을 내 보내고, 에리의 앞에 앉았다.

띄엄띄엄 말은 한다고 했으니, 기왕이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은데.. 그리고 기억에는 이상이 없는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서우는 에리와 시선을 맞추고서 입을 열었다.

“에리, 나야.”

“......”

대답은 없다. 짤막하게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어볼 걸 그랬나? 서우는 몇 번 에리에게 더 말을 걸어 보다가, 에리의 몸을 조금 살펴 보았다. 의료진들이 에리의 몸에 등창이 나지 않게 수시로 운동을 시켜주고, 몸을 돌려 눕혀주고 앉혀주었기 때문인지 몸에 이유 없이 굳은 살이 생긴 곳은 없었다.

어쨌든 잘 하고는 있는 모양이군.... 서우는 한숨과 함께 에리를 휠체어에 태웠다. 방이 너무 넓은 나머지 이 안에서 휠체어를 끌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지만.. 바깥 공기나 좀 쐬어주자고 생각해, 적당히 무릎에 담요를 덮어준 뒤에 바로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렇게 서우가 밖으로 나가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에리를 위해 영양제를 들고온 타카키와 시미즈가 방으로 들어왔다.

“응? 그새 나가셨나 보네....”

“산책이라도 가셨나 보군, 일단 돌아가지..... 아, 그런데 말을 하셨다니? 난 전혀 몰랐는데?”

“아, 말씀 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죄송합니다. 음, 그게요. 뭐라고 하셨지. 무시[벌레]라는 말도 하셨구요. 히메[공주]라는 말도 하셨어요.”

“단어가 조금 기억 나셨나 본데.. 그리고? 치료일지에 적어 놓아야겠어. 이따 교주님이 오시면 바로 전해드려야 하니까.”

“그리고 ‘이젠 내가 아니야’ 라는 말씀도....”

“그렇군... 그것 뿐인가?”

“예.”

타카키는 치료일지에 그것까지를 적은 다음, 일단 서우가 바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서우는 에리를 데리고 옥상 근처로 올라갔는데, 그곳을 몇 번 돌고 오는 것이 전형적인 산책코스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늘은 최근의 그 어떤 날보다 높고 청명했다. 그렇게 에리를 산책시켜 주면서, 서우는 잠시 고민했다.

만약 에리가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제 주변의 여자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 거기에 졸지에 애까지.... 서우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꾹꾹 눌렀다. 에리가 이해해 줄까, 그게 무척 고민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증식[?]한 거지?’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오늘 하나를 더 추가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서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은 마리아로 옮겨갔다. 좀비를 조종하는 마리아.. 그리고 좀비에게 공격 당하지 않고, 그 살을 먹어야 하는 에리.

왠지 뭔가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 생각하던 서우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후로 에리는 그것을 먹지 않았다. 맞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랬다..... 거기까지 깨달은 서우는 일단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직까지 타카키와 시미즈가 서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우는 그들이 여기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아, 교주님. 이거... 에리님의 치료기록입니다.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아,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치료기록을 받고는 바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혹시 좀비의 고기를 다시 섭취하게 된다면 무엇인가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우가 도시의 외벽을 넘으려고 했을 때에는 제가 썰어 버린 돌연변이들 때문에 군인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너무 거하게 썰어놓고, 당연히 치워놓지를 않았으니.. 애초에 치울 수도 없지만, 그리 되었더니 놀라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언뜻 보니 그 사이에는 오랜만에 보는 하네다도 있어서, 서우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 일단 몸을 물렸다. 

유우리가 제 노예가 된 이후로, 하네다는 공공연히 서우를 노리고 있었다. 일단 정부와의 협상으로 조용해지기는 했지만, 아마 속으로는 이를 버득버득 갈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마리코가 있는 한. 마리코가 서우에게 좋아 죽겠다고 덤비는 것이 끝나지 않는 한 실현되지 않을 꿈이겠지만.. 서우는 별 수 없이 돌아오는 길에 간만에 바깥 구경도 좀 할겸 도쿄의 중심부로 가서, 치료기록을 펼쳤다. 예전과 같이 사이비 종교들의 신도들이 외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너희 교주는 배둘레햄의 안경, 여드름, 돼지 3종 세트를 알차게 가지고서 메시아 메시아 거리기만 하는 이단이다! 돼지의 부자의 3대 계속 되는 농간에 속지 말고 눈을 떠라!”

“으아닛,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근본도 없는 새끼들이 어딜 굴러와서 나한테 함부로 개겨?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 이 변절자 새끼들아!”

"...."

왠지 한국에서 들어봤던 소리 같다.

거기에 묘한 데자뷰를 느끼며, 서우는 첫 장을 넘겼다. 에리의 치료 기록, 키 몸무게... 심지어 쓰리 싸이즈까지 적혀 있었다. 

‘이건 여자가 잰 거겠지?..... 아니기만 해 봐라.’

아직 나도 만지지 못했는데! 서우는 다음 장을 넘겨 보았다. 기록은 대체로 단조로웠다. 그러다가 마지막 장이 되었을 즈음에, 그 부분만 다른 펜으로 적혀 있었다. 에리가 말했던 것이 전부. 

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연관성을 찾을 수 없겠지만 대충 보아도 서우의 눈에는 이젠 무시히메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에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만 머릿속에 잡히는 생각은 없었다. 결국 서우는 한참 그 자료를 내려다 보다가 덮어 버렸다. 에리가 빨리 정신을 차려서 이야기 해 주면 좋을 텐데...... 서우는 문득 후지야마가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죽는 순간까지 비실비실 웃고 있던 놈의 표정은 제 구두라도 핥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응?”

띠, 띠디디-

잠깐 생각하고 있던 서우는 언제부터 울리고 있었는지, 시끄럽게 요동치는 제 핸드폰을 내려다 보았다. 번호 저장하는 게 귀찮아서 방치했더니, 유리가 다 하나씩 저장을 해 주었기에 중요한 번호는 있었다. 그런데 이건 모르는 번호.. 일단 서우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나! 지금 큰일났어!’

“그게 누군데.”

‘나라니까, 나!’

일본에 유행하는 전형적인 나야 나 사기. 하지만 서우는 그것을 알 리 없었다. 하지만 여자라면 몰랐을까, 상대방은 남자였다.

‘지금 급한 일이 생겼어! 은행으로..’

뚝.

서우는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또 전화가 걸려왔다. 역시나 모르는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한 서우는 걸어가면서 전화를 받아 보았다. 수화기 저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한국인 목소리다. 통화음질이 나쁘기는 하지만 서우는 제법 놀랐다. 일본도 신상털기가 제법이지 않은가, 한국인에 맞추어 한국여자를... 하지만 제 이름으로 폰을 개통한 것은 아닐 텐데?......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전데요.’

나야 나에 이은 저예요인가. 그래도 여자를 보낸 것은 칭찬해 줄만 하다. 서우가 픽 웃으며 그래서? 라고 답하자, 또 저라니까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이면 들어줄 만한데 두 번이면 귀찮다. 서우가 끊는다고 대답하자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서영인데요.’

“.....!”

동시에 뒤에서도. 서우가 뒤를 돌자 딱 저 같은 얼굴을 한 계집아이가 제 밑에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휴재의 욕구가 들 때마다 한 소설을 봅니다.

몇백 편이 넘었는데 선작이 1000 정도, 하지만 연중하시지 않고 매일 같이 열심히 연재하고 또 연재하십니다. 용량도 대체적으로 훌륭하죠.

그리고 떠올립니다.제가 예전에 소설 쓸 때, BL인데도 불구하고 78편을 훌쩍 넘겼는데 간신히 선작 1000이 되었을 때의 기억을, 그것에 기뻐하던 시절을. 하지만 떠올려 보아도 손은 느려져 가고 멘탈은 바스러져 가는데..

아, 그리고 저번회에 달아주신 조언들 잘 보았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때려주세요. 쿠와코아콰퇔와쾅콰왘콰쾅 시스터 다메요 콰와코타쾉코카왘와

으헝헝.

나 같은 건 목에 낙지나 걸려야 해!!!!!!!!!! 는 이제 강철이빨이 되어서 낙지를 갈아 버립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 ㅠㅠ 왜 어제 연재를 못했냐면요, 죄송합니다. 혹시 오락실 추억의 게임 [걸스 패닉]을 아시는지요? 그 땅따먹기요. 요래요래 원형을 움직여서 선을 그은 다음 그만큼 돌아오면 땅을 먹을 수 있고, 일정 퍼센트를 넘으면 클리어. 100% 넘으면 서비스 컷.. 흠흠.

야한 서비스컷이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 제 손이 발손이어서 100%를 못 채우다 보니 열정에 불이 붙어... 흠흠. 결코 제가, 서비스 컷 보려고 한 건 아닙니다. 그저 하다 보니. 흠흠. 그렇게 되었습니다. ㅠㅠㅠ이거 너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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