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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딸
“엄마. 엄마.”
방에 들어온 서영은 팔짝팔짝 뛰면서 소희를 뒤흔들었다. 평소 심하게 무뚝뚝했던 딸이 이러는 것은 처음 보아서 왜? 하고 되묻자 서영이 활짝 웃었다.
“난 오늘 모모 언니 방에서 잘게.”
“뭐? 왜?”
“그냥. 그냥 가서 자고 내일 아침에 올게.”
“.....음, 뭐어.. 알았어.”
왜 그러지? 라고는 생각했지만 최근 유리 그리고 모모와 친해진 소희와 서영이었기에 그냥 뭐라도 같이 하기로 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홉 시 정도가 되자 서영은 잠옷을 입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소희는 보던 TV를 끄고 막 씻으려 욕실로 들어가려는 찰나, 서영이 다시 소희를 부르고는 가만히 웃었다
“엄마.”
“응?”
“이따 아빠 온데. 그래서 난 모모 언니 방에가서 잘 거야.”
“....뭐어어?!”
“나 간다.”
“자, 잠깐! 소희야!!”
쾅. 소희는 바로 문을 닫아버렸다. 소희는 서우가 그랬듯,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 볼 따름이었다. 그때 서우는 막 제 방에서 시계를 보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서우의 방에는 어쩌다 보니 복도에서 마주쳐, 그대로 방으로 데리고 온 유우리가 있었다.
또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을 보충해 두자고 생각한 서우는 한 번만 한 다음 대충 몸을 일으켰다. 거사를 치루기 전 가벼운 준비 운동은 운동을 길게 유지시켜줄 수 있기에. 하지만 서우가 한 번만에 몸을 떼자, 유우리는 조금 놀란 듯했다.
"아..."
그리고 저도 모르게 아쉬운 눈으로 서우를 올려다 보았지만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까지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결국 유우리는 조급해 하다 제가 먼저 운을 뗐다.
“서우님, 저어... 어디 가세요?”
“아, 그게..... 음. 소희한테요. 애랑 졸지에 약속해 버려서...”
마음 같아선 어기고 싶은데, 아이의 그 노리고 있었다는 듯한 눈을 보니 왠지 넘기고 싶지가 않았다. 묘한 도전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서우는 거울 앞에 서서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다가, 언뜻 거울에 비추는 유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척 보기에도 아쉬운 얼굴.
그 유우리가 이렇게 변한 것을 만약 정부쪽에 있는 하네다가 알고 있다면 표정이 어떨까, 서우는 그 표정이 상상되어 왠지 웃음이 났다. 하네다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 있는 여 능력자 성희를 가진 이후로 서우는 슬슬, 여 능력자를 꺾어 자빠뜨리는 것에 맛 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재미 있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 긍지 높고, 자존심에 꽉 차 있는 얼굴이 서서히 굴욕과 수치로 무너지면서 종래에는 울면서 매달리다가, 이렇게 유우리처럼 되는 것을 보면 그게 즐거워 미칠 것 같았다. 이미 굴복시킨 유우리만 해도 예전에 그랬던 것을 생각하며 지금의 반응을 보면 지금도 재미 있는데.
서우는 유우리의 옆에 털썩 앉았다. 한 번 더, 라고 생각했는지 유우리가 작게 화색을 띄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서우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레 유우리의 다리를 벌리고 붉게 부어오른 입구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어쩌다 보니 조절을 못해서 그냥 안에다 해 버렸는데, 뭐 유우리가 딱히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안전한 그날인 거겠지.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예? 흐앗! 우....”
“잔뜩 부었어..”
서우는 입구를 문지르다가 제 손을 쑥 넣었다. 아직 젖어 있기에 부드럽게 밀려 들어간 손이 안으로 들어가자 유우리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두툼한 손이 제 안을 주욱주욱, 긁어내리고 있었다.
“흐우, 우우........ 서우님..”
“매일 이렇게 잔뜩 싸지르고 입구를 손으로 막은 적도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물론 임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우리를 조교할 때 워낙 막 다루다 보니 솔직히 임신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피임이라는 것이 원래 완벽한 것도 아니고, 실수로 훅 가서 임신하는 경우.. 서영의 경우가 있었기에, 나름대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
유우리는 표정이 반쯤 몽롱하게 풀려 서우의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듯 보였다. 서우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임신이요.’ 그리 말하자 유우리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네?”
“음?”
뭐지, 이 반응은? 서우는 의아하다는 듯 유우리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면서 손을 슬쩍, 그 안에서 빼자 유우리가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저.... 서우님, 혹시 모르시는 거예요?”
몰라?
뭘? 서우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우리가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서우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은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능력자는.. 그러니까 번식능력이 없어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투성이지만.. 능력자가 되는 순간 번식능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뭐 이런 씨발? 절로 한국말로 욕이 튀어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고자라니? 서우는 잠시 눈앞이 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정력이 폭팔하는데, 결국 실속이 없다니..
이 무슨 개소리야.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강간은 했지만 강제성은 없었습니다. 협박은 했지만 고의가 아닙니다. 호텔에서 옷은 벗었지만 성추행은 아닙니다. 정력은 폭팔했지만 정자는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영도 능력자가 되기 전에 생긴 애고........잠시 머리가 멍해지는 서우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다가, 과거의 일을 기억해냈다.
“자, 잠깐. 그 노.. 노...!"
"..?"
"그래, 노스카와 씨. 그 사람은 딸이 있었다고 했는데요?!”
맞다. 딸이 있었다. 장비 같은 얼굴을 하고서 딸이 있길래, 장성x가 떠올라서 딸 조심 하라고.... 여전히 유우리는 표정이 조금 굳어 있었다.
“그 분이 능력자가 되기 전에 딸이 태어난 걸 거예요. 능력자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 그... 여자 능력자는 원래 생리도 안 하고요......... 남자 능력자들은.... 정자가, 뭐... 네. 그렇다고..”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오랜시간 조교를 했는데도.. 한 달에 한 번 한다는, 그게..
“....내가 씨 없는 수박이라니.”
서우는 가볍게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나름 피임한 것은 대체 무슨 허공에 좆질이었단 말인가. 내가 씨 없는 수박이라니, 씨 없는 수박의 원조가 일본이라고 씨 없는 남자가 되다니? 서우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딱히 아이를 바란 건 아니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못 만드는 것과 안 만드는 것은 달랐다. 원래 늙으면 잘하는 수술이 정관수술이라지만 이 나이에..
한국 정부와 척을 지고 지냈더니, 이 놈들이 제대로 된 정보 하나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인 건가.. 생각해 보니, 성희와 잤을 때 그냥 생각 없이 안에 죽죽 싸질렀는데도 성희가 딱히 반항을 하지 않았었다. 처녀니까, 성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혹은 안전한 날이어서.. 뭐 그런 것이라 생각했더니.
서우는 이제까지 그냥 지나갔던 사실들이 너무나도 쉽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 짜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안에 사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그런데, 과거.. 콘돔도 끼지 않고 그냥 관계를 가졌음에도 아이가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게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더니, 제가 씨 없는 수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니.
참 새로운 사실이다. 자식이라고는 저와 똑같이 생긴 아들도 아닌 딸 하나 있는데.. 어휴, 서우는 그냥 서영이나 어떻게 잘 지지고 볶아주자고 생각을 했다.
예쁜 여자는 행시 사시에 패스한 것 같은 것과 같다던데... 서영이는.. 중학교 졸업할 나이가 되면 눈을 해 주고 고등학교 졸업할 나이가 되면 코를 해 줘야지. 아니, 해 주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미친. 존나 모르겠다. 그냥 좋게 생각하자. 앞으로 걱정 없이 DNA 파티를 즐길 수 있고, 적어도 애 하나는 남겨 놨으니까........'
충격으로 머리가 어질어질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서우는 한숨을 쉬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왠지 긴장? 비슷한 것이 되어 저도 모르게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몇 층을 계단으로 내려가자니, 서우는 걸을 수록 마음 상태가 심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심란해질 바에 왜 이래야 하는가? 그 짓도 어차피 다 좋으려고 하는 건데, 왕성한 성욕을 가진 중년 마누라를 둔 40대 가장도 아니고. 이런 기분으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의무처럼 할 이유도 없다. 서영과의 약속 아닌 약속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싫은 일을 미쳤다고 할 이유는 없지.'
그러니 그냥 보고 적당히 얼굴이나 보고 오자고 생각한 서우는 똑똑, 문을 두드린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일단 데리고 온 건 이쪽이니까, 안부? 같은 것만 대충 묻고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물은 다음 사쿠라에게 보내주기라도 하면 이런 기분은 안 들겠지. 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서우는
"저기.. 어...?"
".....으앗!"
막 씻고 가운만 입고 나온 소희와 딱 마주쳤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올리고서 방금 씻고 나온 덕에 뽀얀 얼굴을 하고 있는 소희는, 머리카락을 위로 다 올린 덕에 미끈하고 예쁜 목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언뜻 벌려진 하얀 가운속에서 분홍빛으로 보기 좋게 달아오른 가슴골이 드러나 있었다.
"저.. 정말 온 거야?"
"뭐? 어... 그게."
"서영이가, 너 온다고... 하긴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하지만 소희의 말은 머리가 멍해 잘 들리지가 않았다. 뜨거운 물로 목욕이라도 하고 나온 건가, 발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그 밑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소희는 예전, 쌍커풀 없는 눈이 싫다며 아이라인을 두껍고 진하게, 그리고 길게 그리며 화장하곤 했었는데, 서우는 그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소희는 한국에서 만났을 때에도 그리고 일본에 왔을 때에도 그렇게 진한 화장을 하며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뭐
화장해야 당당해지는 여자 심리라나 뭐라나, 무슨 개소리인지는 모르겠고, 서우는 지금 화장을 지우고 말간 얼굴로 있는 소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냥 넌 화장하지 말고 살아."
"뭐? 화장을 어떻게 안 해?"
"이게 훨씬 낫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그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무슨 입욕제를 썼는지 코끝에 다가오는 냄새가 달큰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자 손에 잡히는 소희의 얼굴이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대로 소희의 뺨을 잡아 입을 맞추며 서우는 생각했다.
.......안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하기 싫어하지 않았던가.
*
============================ 작품 후기 ============================
얀데레 물을 되게 좋아해서 말씀해 주신 얀데레 물은 거의 다 보고 들었습니다 ‘~’.
오니쨩 도시락 머거염. 오니쨩 피가 묻었으면 그 부분만 잘라 가지는 건데 오니쨩은 우소츠키! 으헝잉
아무튼 최근에 본 거라면 미래일기 정도. 주인공 좋아하는 남자애가 대놓고 에반게리온 카오루 짭 같아서[성우도 같고] 그리고 죽는 것도 비슷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얀데레보다 BL이 더 좋아요, 후후후.
그런데 정말 님들 말대로 얀데레의 필수는 마음이 안 맞는 거네요..‘~’ 볼 때마다 마음만 맞으면 세계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던 얀데레물.. 하지만 마음은 맞지 않아따.. 세계정복하고싶다..
+)로 제가 철컹철컹이라니요.
전 지나가는 여자애든 남자애든 귀여우니까 안아봐도 되냐는 말을 해도 되고 애기한테 뽀뽀해달라고 해도 되고 뽀뽀해도 되고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봐도 되고 볼도 만져봐도 잡혀가지 않습니다! 부럽죠? 부러우시면 여자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