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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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여자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렇게 저녁의 거사를 치룬 서우는 아침이 되었을 때, 완전히 늘어져 있는 소희를 보며 일어났다.

“음........”

언제 잠든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저렇게 별 짓 별 자세로 다 하다가 그냥 소희가 쓰러져 자길래, 이쪽도 그냥 끌어안고 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엔 엉엉 울다가 결국 기절했었던가?

뭐, 능력자도 아니고 일반 여자인데 이 정도 버텨준 거면 어찌보면 대단할 정도의 일이었다. 막판에도 힘들다고 엉엉 울면서도 손은 꼬옥 저를 잡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무척 만족스러웠지. 

자리에서 일어난 서우는 실내 온도가 딱 좋긴 하지만 그냥 맨몸인 소희의 몸 위에 시트를 덮어주고, 일어나면 입을만한 옷도 꺼내주었다. 그리고 좀 씻을까 해서 욕실로 들어갔다가 바로 씻고 나오는데, 마악 방 안으로 들어갔던 서영과 마주쳤다.

“...!”

“엇, 아직 안 끝났으면 저는 다시..”

가긴 어딜 가, 이 요망한 계집애. 서우는 다시 총총 나가려고 하는 서영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저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뚫어지게, 그리고 짐짓 아이인 척하며 저를 올려다 본다. 하하하. 이 잔망스러운 계집애. 서우는 주먹으로 서영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악악. 왜 이러세요!”

“어제의 네가 생각 나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랬으면서... 그런 건 대체 누가 가르쳐 준 거니.”

“그럼..”

“뭐.”

“지금까지 보았던 AV의 개수, 그리고 이름. 그것들을 다 기억하십니까.”

“....?!”

이것은 마치 네가 지금까지 본 야동의 개수를 기억하느냐고 묻는 듯한.. 서우가 순간 말을 잇지 못하자 서영은 까르륵 웃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말하면 유리 언니가 이렇게 말해 주라고 했어요~ 그런데 AV가 뭐예요?' 라고 말하며 서우의 품을 쏙 벗어났다.

“네? AV가 뭐예요?”

하지만 과연 유리가 시킨 것일까. 그냥 네가 생각하고 말한 것 같은데? 서우는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서영을 보며 왠지 제 2의 최서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서우의 속도 모르고 서영은 나름 아이답게 웃으며 계속 AV가 무엇이냐고 물어, 서우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대답해 주었다.

“주로 예쁜 여자와 털 많은 아저씨가 나와서 건전하게 인체의 신비를 가르쳐 주는 비디오를 말하는 거야.”

“네에...?”

“애, 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엄마!”

“일어났네.”

서우는 뒷머리를 벅벅 긁다가 벌떡 일어난 소희가 아직 알몸인 걸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쪽은 지나치게 늘 건강해 아랫도리 간수를 안 했다가는 쓸데없이 애 앞에서 텐트를 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내 소희의 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옷을 빠르게 입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것 참..’

잠시 뒤를 돌아 있던 서우는 일단 나가자고 생각해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대답하며 문쪽으로 걸어갔는데, 서영이 그 소리에 ‘엄마 다음 동생은 남자애가 좋겠어.’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주춤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정말 머릿속을 알 수 없는 계집아이였다.

아무튼간, 꽤 찝찝한 사이였던 소희와 이렇게 기분 좋게 화해하고 나오니 서우도 꽤나 기분이 좋았다. 소희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데리고 온 이후, 마음으로는 그녀가 필요 없다고, 그녀에게 신경쓰지 말자고 그리 생각했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잘 풀렸으니, 기분도 좋고 뭔가 소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아 서우는 저도 어젯 밤 일을 슬슬 반추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래서 이 기분 좋은 걸 이어 아침 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사쿠라가 서우나 다른 자위대원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지하의 센터로 내려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딱히 사람도 없고, 간 밤에 소희의 정기를 쪽족 엑기스를 전부 빨아 먹어서인지 기분도 괜찮은 게 서우는 평소보다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운동으로 보냈다. 해서, 이제 그만 운동을 마치고 나올 생각으로 겉옷을 걸치는데 그 안에 있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것을 그제야 보고 핸드폰을 꺼냈다.

“앗 뜨거..”

얼마나 울리고 있었던 것인지 핸드폰이 몹시도 뜨겁다. 가뜩이나 열이 잘 오르는 폰인데... 바꾸던가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우가 잠금을 해제하고 스피커를 키자 그 위에 번호가 떠올랐다. 일단은 모르는 번호.. 요즘에 참, 모르는 곳에서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일단 입을 열었다. 

“여보세..”

[하네다 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상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끊기고 말았다.

“......?”

하네다? 잠깐 그게 누구더라, 하고 생각하던 서우는 아아- 하면서 그녀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예전, 나고야에 있었을 때.. 아니 그 전에 대피소에서 일반인인 척하고 있다가 나고야에서 통수치고 발렸던 유우리의 추종자 아니던가. 유우리도 제 입을 말했었지. 하네다는 자기를 동경하고 있다고.

그래서..

‘유우리님, 아... 안 돼요..!’

‘유우리님... 왜.......... 어째서.... 저런 놈에게, 왜. 왜!’

유우리가 저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하지만 울지는 않겠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었다. 그 표정이 흡사 조교 당하기 전의 유우리.. 아니 그보다 더 강해 보여서 서우는 이제까지 그녀를 아예 잊고 있었으면서,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강한 것, 거기에 긍지 높고 자존심 강한 것을 꺾는 것은 정말 언제나 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재미 있는 것 아니던가. 아무튼 왜 여기에 전화를 한 것일까? 용무는 왠지 뻔해 보였지만 서우는 뭔가 하고 묻기나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여자가 전화를 건 것은 처음이군. 분명히 나를 끔찍하게 싫어할 텐데.. 그래서 분명 어떻게 뒤통수 칠지, 어떻게 조질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하지만  그것도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 서우는 그리 생각했다. 물론 주로 일본 정부, 혹은 그쪽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대체로 비슷했다. 일이 생겼다. 유우리를 이쪽으로 보내달라. 마리코가 그쪽과 뭔가 하기를 바란다. 부디 시간을 내어달라.. 

쓸데없이 트러블이 생기는 건 귀찮고, 그리고 서우는 지금 이 상황에 몹시도 만족하고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마치 제 영지를 가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거기에는 여자들이 말 그대로 종류별, 거유 빈유 슬렌더 미시 백마 노예형 능력자 낮에는 착하지만 밤에는 요부인 유부녀 모델형 아담한형 고루고루, 어쩌다 보니 트러블 없이 이렇게 다 잘 모여진 채로 있으니 딴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여러 의미로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해서 유우리를 잠깐 보내주는 것도 어렵지 않고, 그리고 마리코랑 노는 것도 마리코가 예쁘니까. 그리고 조만간 성인이 되어 봉인이 해제되는 그때를 기대하면 투자라고 생각해도 좋으니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하, 이년 좀 보게? 지금 이 말투는 뭐지?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서우는 머릿속으로 그 말이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주제는 마리코가 널 보고 싶어 하니 좀 와서 놀아달라. 이런 식이였지만 이제까지 부탁을 하던 상대들은 아이구 서우님, 굽신굽신 이 태도가 강했다. 그런데 하네다는?

[해서 상황이 그러니 와주셨음 합니다만. 어차피 딱히 하시는 것도 없지 않으십니까?]

아무리 들어도 제 신경을 교묘하게 살살 긁으며 저를 불쾌하게 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아예 서우를 어린 애 보모취급은 물론 향시 발정난 놈 취급을 하며 하대하는 게 아닌가? 물론 자주 발정이 나는 건 맞지만 나를 발정 났다고 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한국어를 발사하며 능력자 주제에, 그것도 방어형이면서 20분도 안 되어서 쳐발려 버린 얼음쟁이 같은 것이 빙수나 만들 것이지 어딜 씨부리냐며 무어라고 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서우가 이제 딱히 일본 정부와 싸울 마음도 없고 그냥 나름대로의 평화를 유지하며 가고 싶어 한다는 걸, 하네다는 정확히 꿰뚫고 저를 도발하는 것이었다.

물론 마리코가 그 중간에 있기는 하지만, 마리코는 싸움을 중재만 할 수 있을 뿐 만약 마리코가 완전히 서우 쪽에 붙어 버린다면 그때는 일본도 이판사판으로 제 나라에 너무나도 큰 위협이 되는 서우를 없애려 난리치고 서우는 그로 인한 피해를 이제 그닥 원하지 않을 테니...

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쪽이 이제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노리고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그리 생각하면 참 유치할 지경이었다. 서우는 부러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수화기 너머의 하네다가 동요하는 것이 느껴져 우습다. 참 뻔하고 불쌍한 여자다. 김성희는 제 능력보다 서우가 강한 것을 질투하던 것이어서 귀엽기라도 했지. 이건 뭐라고 할까.... 자기가 동경하던 여자를 서우가 NTR 해 버려서 찡찡 거리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도 뭐 이건 이것대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우리와 한 쌍으로 하면 재미 있겠다는 생각도. 서우는 가끔 3명이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 유리와 모모, 이렇게 셋이서 했던 것처럼.

그렇지만 아무래도 둘은 기본적으로 레즈비언 같은 관계가 깔려 있었기에 유리는 묘하게 질투하는 것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관계에 있어 능동적이고 서우를 잡아 먹을 듯 적극적으로 구는 것은 유리 뿐이니 3명이서 하기가 그리 힘들다고 할까. 유우리가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능동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여자들과 그닥 친하지가 않아서..

그러니까 유우리에게도 던져 줄겸. 서우는 머릿속으로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 하네다는 서우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우리의 빈 자리를 너무 크게 느낀 나머지, 거의 화풀이 격으로 서우에게 마리코의 일로 전화하려는 부하의 전화를 끊어 버리고 제가 전화한 것이었는데..

하네다는 경솔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라도 적당히 부관을 바꿔주어 버릴까? 그리 생각했지만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가 않았다. 그때였다.

“마리코에게 전해 주시죠. 제가 지금 거기로 가겠다고요. 그러니까 앞에 나와 있어달라고.”

서우는 거기까지만 말하며 하네다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우는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 안에 바로 넣어 버렸다.

하네다. 완전히 잊고 있었긴 하지만..... 유우리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하게는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평화로운 일상속에 가라앉아 있던 제 안의 가학심이 꿈틀 거리는 것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

타 소설 최신연재본에서 깽판 좀 쳤습니다.

후후.

자베트 2013.06.02 00:46

그냥 악플만 달면 죄송하니까 하나에 거진 70원? 꼴인 성장템도 하나 드릴게여.

자베트 2013.06.02 00:45

이렇게 여기서 블랙을 먹을지언정, 오늘 단 악플에 후회는 없다. 내가 바로 악플러! 은혜를 원수로 갚아 버린당께요.

자베트 2013.06.02 00:44

목표는 ---님의 멘탈 소멸이다. 공격!!!!!!!!

아무튼 이번 편은 그냥 지나가는 일상이라고 쓰고 잠시 잊고 있었던 하네다 공략편이 되겡네여. 하네다  ㅃㅃ.........

하네찡 공략은 그닥 길지 않습니다. 백탁조교 편이 겁나 길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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