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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여자는 누가 다 먹었을까.
"뭐 저딴 계집애가 다 있어?"
씩, 시익, 닫힌 문을 보다가, 제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방을 내려다 보며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가라앉히던 하네다는 밑에 층에 향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불러 제 방을 정리하게 했다. 하마터면 문을 닫고 나간 마리코에게 덤빌 뻔했다.
하지만 저런 정식 박약아에게는 유우리마저, 아니 다른 능력자들이 떼거지로 덤벼도 단숨에 쓰러뜨릴만한 힘이 있어, 덤볐다가는 말 그대로 개죽음일 뿐이었다. 방어하는 것으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리코가 좀비들을 학살하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교육 받아서 망설임 없이 그냥 좀비를 찢어 죽이는 그 모습을. 만약 제가 덤볐을 때 반사적으로 마리코가 저를 찢어 죽인다면? 그걸로 게임은 끝이었다. 마리코의 영역은 말 그대로 그런 것이고 그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염력도 제가 감당할 것이 아니니까.
"왜 저런 계집애가 그런 힘을....."
유우리가, 혹은 자신이 그런 힘이 있었다면, 아니 그냥 다른 능력자라도 좋으니 마리코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서우 같은 외국 능력자에게 이렇게 정부와 자국의 능력자들이 능욕 당할 일은 없었을 텐데! 하네다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마리코를 암살하고 싶을 정도였다. 무식한 주제에 서우를 감싸고 돌아서..
"기껏해야 백치 주제에.."
하네다는 일단 진정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코가 기다리겠으니 자기 방으로 오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입술을 마구 깨물던 하네다는 제 입술에서 피맛이 나는 것을 알고 그제야 멈춘 뒤에 태연한 척 의자에 앉았다.
"실례하겠습니다. 자리를 치우러 왔습니다만..."
"..전 신경쓰지 말고 일하세요."
"네.."
방에 들어온 사람들이 자리를 치우면서도 움츠리는 것이 눈에 선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이 온통 난장판이니 긴장할만도 하겠지.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다 기분이 나빴다. 정말 그 마리코의 방으로 가야 하는 건가?
아니다.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지 말자. 하네다는 일단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마리코의 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리코를 몇 년 전부터 돌보고 있으니, 어떻게 말로 잘 구워 삶을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며 하네다가 유모에게 마리코에게 거절 의사를 전해달라, 혹은 설득해달라고 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는 덜덜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그게.. 마리코님이 하네다님과 같이 놀겠다면서 잔뜩 인형을 쌓아놓고 계셔서..... 그게 잘될지 모르겠어요. 너무 기대하셔서....]
".......어떻게 좀 잘 말해주세요. 이쪽도 바빠서 그렇게 놀아줄 시간은 없단 말입니다."
[그, 그럼 한번 말씀 드려보기는 하겠지만......]
"부탁드립니다. 제가 한가롭게 누구와 떠들 때가 아니.."
[누구예요, 레이코 씨?]
하네다가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뱉듯 하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마리코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네다 언니예요?]
[앗, 마리코님..! 아니, 그게 아니라... 제 친구예요. 친구.]
[음? 하네다 언니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아니, 언니 목소리인데..]
역시 백치여도 능력자라 그런지 신체능력은 기가 막힌다. 하네다마저 절로 긴장하자 레이코가 솜씨 좋게 말을 이었다.
[친구 목소리가 조금 흔해서 그렇습니다, 하네다님이 아니예요. 왜 저한테 전화를 하시겠어요.]
[에... 그런가? 하네다 언니면 마리코한테 언제 올 거냐구 물어 보려고 했는데... 마리코 하네다 언니가 너무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헤헷. 같이 인형놀이 하고 싶어라.]
[예, 예.. 마리코님. 일단 방에 들어가서 좀 쉬시는 게..]
[네, 인형 쌓아놓고 기다려야 겠어요오~]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두 여자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
[........]
"..꼭 와야겠답니까."
[예, 예에... 들으시는대로, 너무 기대하셔서.....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죄, 죄송합니다. 저도 마리코님이 무서워서...]
무서울만 하겠지. 같은 능력자도 이런데 일반인이면.. 하네다가 아직 제 방안에 자리를 치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광분하며 핸드폰에 이어 수화기를 던지려고 하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까르륵 거리는 마리코의 미성이 들렸다.
[레이코 씨~ 마리코 좀 도와주세요, 헤헷! 마리코 혼자 하기 힘들어요.]
[예, 갑니다! 지금 가요!.... 그럼 하네다님, 저...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 죄송합니다.
[마리코 혼자 힘들다니까요오오-]
[네, 넷! 그, 그럼..!]
이 빌어먹을 년아, 말할 때는 1인칭으로 말해 3인칭으로 쉭쉭 말하지 말고!!!!!
하네다는 한계까지 차오른 분노를 던지는 것으로 표현했다. 순식간에 연결된 끈이 다 끊어지고 벽으로 꽂힌 전화기는 완전히 부숴져 버렸다.
결국 그날 밤, 하네다는 일부러, 평소라면 정시에 끝냈을 일을 늦게 끝내기까지 했지만..
[우우우우, 언니 언제 오세요?]
"...아직 일이 남아서. 좀 많이 바쁜데."
[언니 보통 여섯 시에 일 끝난다구 마리코는 들었는데요.......]
어떤 새끼가 말해준 거야? 하네다가 손 근처의 서류를 분시할 듯 세게 쥐자, 수화기너머 마리코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금 일곱 시니까 거의 다 하셨겠네요?]
"오늘은 좀 많은데.... 그냥 다음에........"
[마리코 안 자고 계속 기다릴게요!]
"!"
[언니가 오실 때까지 계속, 계속, 계속!]
그렇게 30분이 지나면 문자에 이어 다시 전화가 왔다.
<<빨리 오세용 -마리코->>
[보지 않은 문자 109통]
그런식으로 쏟아지는 마리코의 전화공세에 울며 겨자먹기로 끙끙거리면서 마리코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왠지 마리코의 보모처럼, 혹은 그녀의 조름에 거기로 끌려가듯 간다는 것이 싫어, 평소에 붙히던 경호요원들도 다 떼어 버리기로 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괜찮아."
"...!"
그렇게 경호요원을 신경질적으로 물려버린 하네다는 한숨을 쉬면서 차에 올랐다.
정말인지 담배 냄새에 대한 그런 증상만 없었다면 담배라도 피고 싶었다. 담배는 잠시 동안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던데, 그런 마약 같은 것에 의지하고 싶은 것은 처음이었다. 무심코 푹 한숨을 쉬던 하네다는, 문득 담배연기 때문에 서우에게 졌던 것을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다.
'담배연기...그것만 아니었으면........'
[하네다님. 심리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지금보다 분명 더 좋아질 겁니다. 비록 담배 연기에 한정된 것이라고는 하나, 혹시 더 악화될 수도 있고 그 비슷한 냄새만 맡아도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십니까.]
[하네다. 널 위해서야. 일본 최고의 정신과 의사니까, 믿고 맡겨봐.]
담배 냄새 뿐만이 아니었다. 그것과 비슷한 것에도......
왜 하필, 하필이면 이런 것에 트라우마가 남아서.. 사실 기술적으로 보면 이미 서우가 월등했지만, 하네다에게는 패배의 요인이 담배연기, 그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호타루야 원래 능력자 중에서도 제일 약했고..
그때 그 녀석만 확실히 죽였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유우리도. 그리고 자국 능력자의 긍지도... 거기에 지금은 무늬만 1 능력자인 어린애의 유치한 장단에 맞추어 주어야 한다니. 홧김에 차를 거칠게 운전하던 하네다는 지나치던 멀쩡한 경차를 세게 긁고 지나가 버렸다.
당연히 스치고 지나간 차량은 얼마가지 않아 멈춰서, 멈추지 않고 그냥 차를 운전하는 하네다를 보며 뭐라고 하는 것 같지만 하네다는 그냥 멋대로 운전대를 꺾었다. 별로 멀지도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하네다는 곧 마리코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레이코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네다가 잔뜩 화가났기 때문에 그녀에게서는 살기가 풀풀 날리고 있었고, 때문에 옆에 있던 레이코는 절로 긴장하여 하네다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저.. 하네다님, 괜찮으시겠어요?"
안 괜찮으면 뭐 어쩔 건데. 하네다는 그냥 말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라가고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느리게 올라가기를 바란 적은 처음이었다. 해서 결국 마리코의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하네다는 속으로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크고 작은 인형들, 사람 크기의 인형부터 아주 작은 인형까지... 한 때 인형으로 마리코에게 일을 하게 했다더니, 그 말대로 각종 인형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것이 왠지 수 많은 군중 사이에 있는 느낌이어서, 하네다는 질린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불이라도 붙으면 물론 제 알아서 불을 없애겠지만... 벽에 은촛대에는 다 불이 붙어 있었고, 방 곳곳은 핑크색인 것도 모잘라 곳곳에 프릴과 레이스가 주렁주렁, 비즈가 난잡하게 달린 일명 공주풍의 커튼과 장식이 눈을 아프게 했다.
게다가 인형에게 향수라도 뿌렸는지, 인형들에서 나는 냄새에 코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마비된 것 같아서 하네다는 결국 후각을 포기했다.
"헤헷, 레이코 씨! 저랑 언니가 먹을 것 좀 가져다 주세요!"
"예, 마리코님. 하네다님 저.. 그럼....."
"......."
수고하세요. 힘내세요.
라는 말을 함축한 것 같이 말꼬리를 줄이며 레이코가 방 밖으로 나갔고, 그렇게 둘만 있게 되자 마리코는 까르륵 웃었다.
"드디어 하네다 언니랑 둘만 있게 되었네요, 마리코 기뻐요."
그 망할 3인칭 좀 쓰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애써 참은 하네다가 화사하게 웃은 순간이었다. 뭔가 등골이 서늘해졌다 싶더니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아니, 하지만 마리코가 왜? 그런 생각으로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다시 움직이려 했지만, 앞에서 웃고 있는 마리코를 보니 머리가 차가워졌다. 너무나도 순수하게, 순진무구하게 웃고 있는 마리코가...
"힉!"
"으와 냄새..... 심해라."
"...!"
"하지만 서우 아저씨가 이걸 하네다 언니 앞에 떨어뜨리면 언니는 꼼짝도 못한다고 했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불이 붙혀진 담배가 하네다의 코앞으로 내밀어졌다. 움직이지 못하는 하네다는 그것을 그대로 들이 마셨고, 몹시도 심하게 기침하는 순간 입이 틀어막혔다. 하네다의 모든 몸이, 아주 작은 근육마저 이미 마리코의 손 안에 들어간 것이다.
"마리코 기다렸어요. 인형 놀이 하고 싶어서."
"......"
"언니랑..... 아니."
마리코는 여전히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아무런 악의도 없다는 듯이.
"언니로."
지독하게 스며드는 담배연기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기침할 수도 없으니 더욱 더.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고, 눈앞이 계속 명멸하기 시작했다.
"서우 아저씨랑 놀기로 했어요. 무지무지 재미 있을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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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피시방와서 쓰는 짐승.
옆에서는 친구가 사이퍼즈 반대편에서는 롤.
....저도 게임하고 싶습니다. 피시방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하지만 광분 여동생에게 컴퓨터를 빼앗겼습니다. 잔망돋는 년이 하드렌즈 사달라고 찡찡대네요. 내 장미칼이 어디있더라. 아무튼 지금부터 12시에 올릴 것도 쓰겠습니다.
...조금 흘린 물. 너무나도 큰 대가.
아무튼 고칠 때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