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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여자는 누가 다 먹었을까.
케이스 안에 들어간 하네다는 이제까지 그랬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인형처럼 이동되었고, 마리코는 그대로 하네다를 데리고서 창문 밖으로 나갔다. 이대로라면 분명 인형 가발을 쓰고, 인형 옷을 입은 하네다도 인형 중에 하나로 보일 것이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분명 이쪽 라인에는 CCTV가 없다..! 레이코가 끼고 있는 반지가, 다른 이들에게 비상연락을 자동으로 취하는 기계라는 것도 알고 있더니 이미 CCTV의 사각지대마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제 아무리 그건...
그렇다면 답은 최서우였다. 하지만 최서우도 알고 있을 리 없으니, 결국. 결국엔.. 아아, 하네다는 속으로 탄식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우리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유우리가, 유우리가 그럴 리가 없어!
"서우 아저씨!"
"....!"
"아, 왔구나 마리코."
언제..?
다른 인형들과 함께 뒤를 돌자, 그 앞에는 저를 보며 씩 웃고 있는 최서우가 있었다. 담배를 태우고 있던 그는 그녀들이 오자마자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밟았지만, 하네다의 예민한 코에서는 냄사가 여과없이 흘러 들어왔다.
"이쁘죠, 이쁘죠! 마리코가 자아아안뜩 꾸며왔어요!"
"그러게.... 예쁘네. 아무튼 안에 타, 마리코. 들키기 전에 빨리 가야지."
"네에- 그런데 아저씨, 정말 마리코는 보면 안 되는 거예요?"
서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마리코의 머리를 가볍게 눌렀다. 그 태연한 행동이 역겨울 지경이었다.
"어른이 되면 보여줄 수 있는 건데.... 조금만 기다려, 마리코."
"우웅. 그럼 조금만 구경하다 갈게요, 그건 되는 거지요?"
"네 도움도 필요하니까, 뭐 조금 정도면."
끔찍하다. 그리고 역겨워. 앞자리에 올라탄 하네다는, 뒤에 앉은 마리코에게는 보이지 않게 은근슬쩍 제 옷 사이로 파고든 서우의 손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에게서 은근히 나는 담배냄새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참, 하네다 씨에게 뭐 하나 말씀해드려야겠네요."
그리고 서우가 하는 말에는 더더욱.
"유우리 씨가 전부 이야기 해 주었답니다. 이곳의 정보라던가......... 하네다 씨를 데리고 오고 싶다고 하니, 하네다 씨에 대한 정보도. 뭐, 이야기 하기 힘들어 하긴 했지만 조금만... 조금만 괴롭혀 주면 금방이죠."
"어떻게요? 어떻게 괴롭혔는데요?"
"아직, 아직 가르쳐 주기 힘든 거야."
"에이-"
서우에게서 나는 끔찍한 담배연기, 트라우마.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공포. 하네다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저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과거의 일이 영상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대피소에 있었을 때 줄곧 의지하고 있었던 하나비, 하나비가 있었다.
[저, 하네다. 몰래 음식을 좀 빼돌렸거든.. 이따 먹으러 와, 내 방에 몰래 숨겨뒀어.]
[뭐? 그런 짓을 하면 너도...]
평소처럼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있던 하네다의 뒤로 걸어온 하나비는 그렇게 말했다. 하네다는 고맙다기 보다는 당혹스러웠다.
음식을 빼돌리는 건, 왠만큼 총애받고 있는 여자라고 해도 가차없을 텐데, 어떻게 그런.. 하네다가 자긴 괜찮으니 얼른 음식을 가져다 놓으라고 하자 하나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아. 걱정 말고 내 방으로 와. 이따 열 시쯤에.. 잠깐 내 방에서 노는 척하고 나가면 아무도 모를 거야.]
[괜찮을 리가 없잖아! 그냥 아무도 모르게 다시..]
[야가메 씨가 몰래 허락해줬어, 그러니까 괜찮아.]
[야가메 씨..?]
야가메는 야스히로 밑에 있는 남자로서, 거의 2인자 격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유독 하나비를 제 방으로 부르던... 며칠 전부터 음식이 더 줄어들면서 배가 무척 고팠던 터여서 사실 하나비의 제안에 군침이 나오기는 했다.
얼마나 물로 배를 채우고 있었던가.. 그런 하네다의 망설임을 알았는지, 하나비는 거듭 하네다를 설득했고 결국 하네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렇게 약속된 시간, 하네다는 조심스레 하나비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뭐야, 이거 놔...! 놓으라구! 뭐하는 거야?!]
[아, 역시.. 드세긴 더럽게 드세네. 이렇게 하면 피곤한데... 어떡할까요?]
[어떡하긴, 하나비! 이리 와!]
하나비?
그렇게 생각하자, 어둠속에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그리고...구석에서 우물쭈물 거리며 나온 하나비가 있었다. 성큼, 제 앞으로 다가온 하나비의 손에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문득, 간호일을 배우고 있다는 하나비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팔에 따끔한 뭔가가 쑥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그건, 대피소에 남아 있던 약 중에 있던 근이완제였다.
언젠가, 하나비가 약이라곤 이런 것 뿐이라고 투덜거렸을 때 보았던...
[하나비! 네가,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곧 편해질 거야...... 미안해. 널 위해서였어.]
[뭐가, 뭐가 날 위해서인데! 이런 짓이 날 위해서야?!]
하네다는 점점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리고 제 몸을 누르는 힘에 저항할 수 없음을 느끼면서도 하나비를 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질렀다. 물론 그녀도 울고 있었지만 솟아오르는 배신감이 더 컸다. 어떻게 네가, 네가. 네가..!
[식량이 부족해서 무리에서 2명씩 내쫒기로 했어, 그 중에.. 네가... 네가 있었단 말야!]
[뭐...?]
[어쩔 수 없었어, 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
[괜한 소리 하지 마, 하나비. 이제 하네다도 완전히 우리 무리의 여자가 될 텐데, 옛날 이야기 할 게 뭐 있어? 아무런 소리 하지 마.]
[그나저나 어지간히 힘 안 빠지네요, 이 정도면 보통 그냥 가던데..... 아, 이제 쓰러졌네.]
그들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져 있었다. 그 담배냄새가 코끝을 찌르며, 연신 거칠게 숨을 들이쉬는 코속으로 들어오고, 깊숙하게 들어온 그 냄새가 폐부를 아플 정도로 세게 찌른다. 눈물이 핑 돌았다.
구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한 건가. 이게 구하는 것인가? 물론 하나비에게는 이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친구가 좀비에게 뜯기는 꼴을 볼 수 없었겠지, 그래서 이런 짓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하지만....
하나비가 미웠다.
차라리 죽게 놔두지, 제가 죽기 보다 그런 일을 싫어하는 걸, 당하고 싶지 않은 걸 알았으면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왜 이런 일을. 원하지도 않는 이런 걸 강제로 시킨단 말인가.
결국 그저 제가 죽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 이기심 아닌가? 친구의 배신에 속이 타는 것 같았다. 미웠다. 의지하던 건 하나비 하나였는데, 믿었는데... 하나비 하나만을, 사람들이 미쳐날뛰는, 완전히 미쳐버린 이곳에서 오직 너 하나를!
[미안해....]
[우욱.....]
속이 울렁거렸다. 눈앞이 뿌옇게 변할 정도로 쏟아지는 담배연기가 역겹다. 속에서 뭔가 부글거리며 올라올 것만 같았다. 참을 수가, 참을 수가 없어. 그렇게 하네다가 버둥이면 버둥일 수록 그들은 즐거워했고, 너무도 쉽게 하네다의 팔과 다리를 제압했다.
[흐으, 우... 아.......]
[역시 끝내주는데, 이제까지 이걸 보면서 침만 삼키고 있으려니 말야..... 진작 벌리지 그랬어, 그럼 음식도 줬을 텐데. 이렇게 말라서 좀 재미가 떨어지잖아.]
[맞아요, 처음엔 이 허벅지가 더 탄력 있었는데..]
[니 새끼는 처음부터 다리만 봤냐? 하여튼, 다리 패티쉬만 쩔어서는.]
힘 없이 버들가지처럼 흔들거리는 팔다리는 반항이 아니라 그저 그들에게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하네다가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그들은 좋아했고, 그 두툼한 손과 혀로 하네다의 매끈한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하네다가 아직 학생이며, 처녀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희열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네다의 몸을 물고 빨면서도 아직까지 처녀라는 이유 하나로 더욱 기뻐하며 느리게 하네다의 몸을 탐해, 하네다는 그것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옷 위로 주무를 때도 몸이 새빨개질 정도로 세게, 그리고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하더니 옷을 하나 둘 벗기자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몸을 범하기 시작했다. 등도, 엉덩이도 심지어 발가락마저 입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하는 그 기행에는 치가 떨렸다.
왜 내가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 걸까,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남자 네 명의 머리가 소름끼쳤다. 그리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하나비도. 그 순간, 야스히로가 아직까지 완전히 벗겨지지 않고, 허벅지에 걸쳐져 있던 하네다의 바지를 잡아내렸다.
[이제 슬슬 젖었겠지...? 응? 아니잖아, 이게 뭐야.]
[제대로 소리도 안 내고, 석녀네요. 석녀.]
[그거야 이제부터 길들이면 되는 일 아닌가? 그래서 더 재밌는 거다 멍청한 놈들아.]
[아아, 그렇죠. 그렇죠. 크큭!]
내려간 바지 때문에 다리가 서늘하다. 속옷 하나 걸치고 있는 것이 수치스럽다. 그렇게 저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리는 찰나, 멀리 있는 하나비의 모습이.. 무척이나 선명하게 보였다.
동시에 눈앞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확실히 눈앞은 맑아지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흐물거리고 있던 팔과 다리에 확실히 힘이 들어갔다.
이게 뭐지? 그리 생각한 것은 하네다 뿐만이 아니었다. 하네다의 팔다리를 잡고 있던 남자도 그것을 느낀 듯했다.
하네다는 제 팔에 힘을 줘 보았다. 왠지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힘이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게 너무나도 확연히 느껴지고, 힘을 확신하자 하네다는 하고 싶었던 대로, 참고 있었던 것을 폭발시켜 있는 힘껏 야스히로의 얼굴을 걷어찼다.
[크헉!!!!]
[야, 야스히로님! 뭐. 뭐야 이건?]
[악!]
기술 같은 건 몰랐다. 하네다는 차례차례 손에 잡히는대로 무릎으로 찍고 발에 닿는대로 제 주변의 남자들을 걷어찼다. 그 중 한 명이 하네다를 뒤에서 붙잡았지만 팔을 한번 휘두르자 너무나도 간단하게 제압이 풀렸고, 남자는 땅바닥을 뒹굴었다.
누군가가 하네다에게 뒤에서 각목을 휘둘렀지만 하네다는 멀쩡했다. 오히려 그것을 날린 이의 얼굴을 피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다음, 앞에서 달려오는 남자를 너무나도 자연스레 저도 모르게 생성한 얼음벽으로 막았을 때, 하네다는 온몸으로 느꼈다.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 그리고 이게 능력자라는 것을.......
하지만 그 희열은 잠시였다. 벗고 있던 몸과, 완전히 강간당하지는 않았지만 위에 얼룩져 있는 자국들을 보았을 때, 그리고 온몸에 진동하는 담배냄새를 느꼈을 때 하네다는 미칠 것만 같았다.
자연스레 조금 불쾌한 정도였던 담배연기는 지독한 트라우마가 되었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숨도 쉴 수가 없었다. 그날의 기억과, 그리고 친구의.....
[미안해, 하네다.... 정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마지막까지 미안하다고 울고 있던 하나비의 얼굴이 끔찍할 정도로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에 미쳐가던 하네다를 구해준 것이 바로 유우리였다. 에다 유우리.
[능력을 그런 곳에 사용할 거면 당장 할복해 버려. 능력자는 일반인에게 힘을 과시하라고 능력을 얻은 게 아니야.]
능력자가 되어 정점에 섰다고는 해도, 야스히로와 똑같이 변해가며 제 멋대로 그 안의 지배자가 된 하네다에게 나타난 새로운 빛. 부드럽던 대신 그만큼 약하던 하나비와는 달리, 강하면서도 제 밑의 사람에는 부드럽고 긍지 높은 유우리... 그리고-
"윽.."
뺨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것이 물을 묻힌 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하네다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제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최서우였다. 하지만 손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마리코의 지배하였던 것이다.
"아, 드디어 일어났네."
"........어...?"
"자, 일어났으면 저기, 유우리를 봐야지. 기다리고 있었어."
최서우의 손이 앞을 가리킨다.
아아-
하네다는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내렸다.
============================ 작품 후기 ============================
피시방입니다.
현재 3200원 금액을 찍었네요. 제가 혹여 집에 돌아가는 길에 큰 일을 당하면 노블 독자님들이 나서서 절 구해주시면 됩니다.
테이큰 3 찍어주세요.
지금 자베트를 놓아준다면 난 널 찾지 않겠다. 하지만 놓아주지 않는다면 지구 끝까지 너를......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절 구해주세요. 제가 사는 동네가 꽤 흉흉합니다. 그런데 노블쓰려고 피시방까지 으롸롸롸롸로로라로ㅑㅐㄹ래ㅗ래뢔로래로랴로ㅑㄹ
ㅠㅠㅠ
지금은 4000원 찍음 아이구 맙소사. 어제는 두 편 쓰는데 5000원 찍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