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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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사쿠라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우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오고, 이제 쭈우욱 평화가 이어지나 싶었더니 갑자기 하네다 납치라니? 뭐, 솔직히 말하면 거기까진 좋았다. 여자 능력자가 자기들 손 안에 들어온다면 교단으로써는 더할나위 없으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 2주 안에 하네다를 완전히 길들이지 못하면 일본에서 철수하겠다고 했다. 물론 서우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 그리 말한 것이겠지만... 서우가 질 리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하네다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2주 동안 어떻게 길들인다 해도 마지막에 하네다가 꺼져! 이러면 어쩔 것이고, 그 정도로 한 사람을 완벽하게 길들이는 게 2주 안에 될 리가 없고... 세뇌하듯 물고 늘어진다면 모를까, 서우는 유우리 때처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분명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하네다는 2주라는 그 기간을 잡아 놓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끈덕지게 잡은 구명줄 같은 것이 있어서 2주만 더 버티자, 1주만 더 버티자는 식으로 저항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진다고 해도 서우가 내가 언제 그랬는데?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은 했더니.. 맙소사, 서우가 한 말이 과관이었다.

‘저는 원래 약속 같은 걸 잘 안 해서 약속 한 번 하면 무슨 일이 잇어도 지켜요.’

‘그, 그럼 정말.....’

‘진다면 그래야겠지만 질 리가 없잖아요?’

“질 것 같으니까 그렇죠 서우님! 끄아아앙, 어떡해 어떡해!”

"사, 사쿠라님! 벽에 머리를 그렇게 박으시면.. 진정하세요!"

"진정? 제가 지금 진졍하게 생겼나요! 흐아앙!"

사쿠라는 벽에 머리를 콩콩 박으면서 은근슬쩍, 하네다가 있는 방 근처를 살펴 보았다. 빨리 하드코어하게 조교를 하지 않으면.. 그리 생각했던 사쿠라는 멍하니 눈을 꿈뻑이다가 제 눈을 의심했다. 지금 이게 뭐죠?

하네다는 멀쩡히 그 방에 앉아만 있었다. 정말 멀쩡히! 그냥 의자에 팔만 양옆에 묶여서 그냥 앉아 있기만 했다! 사쿠라는 관제실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재빨리 서우에게로 달려갔다. 그 약속 아닌 약속이 있은 후로, 벌써 12시간 이상이나 지났다. 

스케쥴이라도 세우시나? 왜 저렇게 방치하고 있는 거예요, 방치 플레이도 아니고! 사쿠라는 두다다다, 서우의 방으로 달려가 저도 모르게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놀랐다.

“어, 으음.. 죄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어서... 엑?”

“아, 괜찮아요. 어차피 지금 나갈 생각이었고.”

나가?

어딜?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사쿠라가 멍하니 입만 붕어처럼 뻐끔거리자 서우는 왜 그러냐는 듯이 입을 실룩거렸다. 그가 커다란 가방에 짐을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 2주도 안 지났는데 설마 벌써 한국에... 아니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사쿠라는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서, 서우님 어디 가시려구요?!”

사쿠라의 반응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서우는 가방을 잠그고 둘러메며 픽 웃었다. 

“도쿄 외곽 근처에 한국에서 나왔던 거랑 비슷한 돌연변이가 나왔다고 하길래 그거 처리하러 가려고요. 지금 당장 준비해서 마리코랑 갈 생각입니다. 일본 정부 좋은 일은 해 주기 싫지만 재미 있는 일을 가서 재미 좀 보려고요. 아, 일본 정부는 전혀 모르는 것 같더군요. 마리코가 정확하게 사각지대로 와줘서, 의심할래도 증거가 없으니까.”

이게 무슨 소리, 돌연변이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돌연변이보다 몇 배는 슈퍼한 능력자가 상륙했는데요! 거기에 마리아인가 하던 좀비 소환하는 여자애는 서우 때문에 이상한 것에 맛들려서 낑낑거리고 있는데... 본인은 정작 돌연변이 사냥? 사쿠라의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늘 서우의 행동은 예상할 수 없었지만 이번 일은 정말 예상외였다. 설상가상으로 서우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교단 좀 잘 맡아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나가려 하자 사쿠라는 서우를 뒤에서 답삭 끌어 안았다.

“잠시만요, 잠시만! 그럼 어, 언제 오시려구요!”

“글쎄요 한 3-4일 걸릴 것 같은데 오고 가면.....”

“맙소사.”

서우의 말에 사쿠라는 경악 그 자체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다시 서우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사쿠라는 서우를 있는 힘껏 끌어당기며 막았다.

“왜 그래요? 나 없는 동안 외로울까봐?”

“예? 아.. 물론 그렇죠...... 이게 아니라! 그럼 하네다는요, 그 여자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그렇게 오래 교단을 비우시면 남는 시간은 기껏해야 10일인데.. 아, 약속 같은 건 안 지키실 생각이신 거죠? 그렇지요?”

사쿠라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리 물었지만 서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약속은 지킬 건데요.”

“네엣?! 그럼 지금 가시면 안 되잖아요, 흐엉 서우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 어떻게 하라구우우우.... 아무리 봐도 10일 안에 그 여자를 무너뜨리는 건 무리잖아요, 우우우.....”

사쿠라가 서우를 꼭 잡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징징거리자 서우는, 죽기살기로 나무늘보마냥 매달린 사쿠라의 팔을 잡고 간단히 뗀 다음 그녀와 마주보았다. 거의 두 뼘 이상 차이가 나는 키여서 사쿠라가 뒷통수가 뒤에 붙어라 서우를 올려다보자,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그때-

“그러니까 나 없는 동안, 그 만큼 사쿠라 씨랑 다른 분들이 해 주면 되잖아요?”

“네?”

사쿠라는 잠시 멍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서우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서우가 한 말은...

“하네다 씨는 거의 막내나 마찬가지잖아요. 유우리랑 한 쌍으로 할 생각이긴 한데... 어쨌든, 그 얼굴 정도면 분명 좋다고 함께할 사람도 있을 거고 그리고 유능한 사쿠라 씨도 있고.”

“아....”

서우의 말 한 마디는 마법과 같았다, 적어도 그를 맹렬하게 신봉하는 사쿠라에게는 그리 느껴졌다. 사쿠라는 이내 마구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환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사람의 마음을 다 읽고 그렇게 거대 사이비 종교를 운영해 온 사쿠라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서우가 저에게 맡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럼 내 말 알겠죠?”

“예, 옛!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서우님, 다른 분들이랑 열심히 해 놓을게요, 돌아오셨을 때 편하시도록!”

서우는 손을 내밀어 사쿠라의 깃털처럼 부드러운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적당히 칭찬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툭하면 일본 애니나 만화에서 나오는 いい子, 착한 애다 라는 칭찬을 해 보았다. 

“아아, 서우님....”

사쿠라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오른다. 대체 왜 일본인은 착한 애다~ 라고 하는 칭찬을 자주 쓰고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뜬금없는 의문을 가지던 서우는 어렵사리 머리에서 손을 떼고 창문 밖으로 나갔다. 그냥 뛰어내리는 게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 밖으로 뛰어내리며 와이어를 뻗어 서우는 안전하게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오후 3시, 딱 좋은 햇살 덕에 가뜩이나 강해진 와이어는 탄력을 가진 것처럼 매끈하게 휘었고 큰 타격없이 서우는 땅에 착지했다.

하지만 거기에서부터, 조금 불쾌한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마리코와 함께 가기로 했던 것이니 마리코의 기운이 느껴져야 할 텐데.. 생판 모르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차 밖으로 나온 얼굴을 보니, 생판 모르는 능력자였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옆에 따라온 수행원에게 묻자, 외벽에 급한 문제가 생겨서 마리코는 일단 그쪽으로 간 뒤에, 다 처리되면 츠부미와 함께 올 것이라고 말했다.

뭐, 같이 가든 안 가든 얼굴 보려면 실컷 볼 수 있으니 상관은 없다만. 서우는 제 뒷 머리를 벅벅 긁으며 차 근처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거참, 기왕이면 여자로 구성해 주지....”

한국어로 중얼거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일본어 그대로 중얼거린 서우는 제가 말해놓고 저 스스로 움찔했다.

유우리도 이미 노예처럼 부리고 있고, 하네다는 아마 진격의 여자들에 의해 충분히 당할 테고, 마리코는 쫄래쫄래 강아지처럼 저를 따라다니고.. 능력자인 여자들은 거의 제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일본 AV를 몸소 실천하러 왔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스케일이 커진 거지?’

분명엔 적당히 놀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예 일본에 둥지를 틀게 되었으니 참 세상 일은 무엇 하나 알 수가 없다. 한 때는 이대로 살해당한다고 생각했더니, 그 대상을 자기 노예처럼 부리고 있지를 않나. 나무꾼이 사슴[사쿠라]를 구해줬더니 알고 보니 사슴이 대기업 회장님이었던 것처럼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어버리지를 않나....

어쨌든 지금, 남자랑 단 둘이..아니 운전기사까지 하면 셋이서 차를 타다니 칙칙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는 능력자는 입에 본드라도 붙은 것인지 어쩐 건지 말 한 마디 없었는데, 아마도 이쪽이 유우리가 말한 히키코모리 출신의 능력자인 이토 진지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제 옆에 서우가 있는 탓에 더 긴장한 듯 뻣뻣히 굳어 있었지만 서우는 그와 반대로 그냥 틱 눈을 감았다.

“........”

이어 서우의 나지막한 숨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 이토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쪽은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데 상대는 그냥 자 버리다니....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고 한들, 능력자 하나가 죽자고 덤비면 분명 중상을 입을 텐데. 이건 핏불테리어 옆에서 잠드는 꼴 아니던가. 

그 지독한 태평함에 오히려 화가날 정도였지만 이토는 그냥 조용히 쭈그러 있기로 했다. 그렇게 서우가 곤히 잠에 들 때, 마리코와 츠부미는 아침부터 처리하던 돌연변이들을 겨우 다 처리할 수 있었다. 

그냥 보통 크기의 돌연변이라면 이미 요리를 하고도 남았을 텐데, 사람의 피부인데도 돌처럼 단단해져서 왠만한 충격과 힘으로는 찢겨지지도, 다치지도 않아서 마리코는 찡찡거리면서 돌연변이를 해체하고 있었다.

“으앙, 힘들어..! 힘들단 말이야아아아. 언제 끝나요, 이것들.”

<<마, 마리코님 조금만 더 해 주세요..! 이제 조금입니다! 마지막이에요!>>

“그 말을 세 번은 들은 것 같아, 후잉....”

그리 말하며 마리코는 잘 찢어지지 않는 돌연변이의 머리를 있는 힘을 다해 비틀어 돌렸다. 빙글빙글, 사정없이 돌연변이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목 부분이 고무처럼 질겨 뜯겨지지 않았고, 그렇게 몇 바퀴가 돌아가고 나서야 겨우 머리와 목이 분리되었다.

“쿠- 쿠에, 에..........-”

“다 됐다! 이제 빨리 서우 아저씨 있는 곳으로 가요!”

<<아직 츠부미님 쪽이 끝나지 않아서요... 츠부미님 좀 지원해 주시겠습니까?>>

“에에? 아직 안 끝났어요? 안 되겠네, 마리코가 얼른 가서 도와줘야겠다!”

자기 일은 싫지만 츠부미의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마리코는 질겅질겅, 피와 살덩이들이 만든 갯벌 같은 곳을 건너면서 츠부미가 있는 제 2벽 근처로 향했다. 츠부미는 잔인한 것을 잔인하다 느끼지 못하는 마리코와는 달리, 비위가 꽤 약한 편이어서 그녀 전용의 색안경을 끼고, 연신 손에서 나오는 구형을 돌연변이들을 향해 던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노트북이 돌아왔습니다.

일정치 못한 연재,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ㅂ; 오늘부터

1일 2연재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여!!!

-누구누구들처럼 사과바께쓰로 먹튀한 탈주닌자가 되지 않는 자베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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