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48 / 0198 (148/198)

0148 / 0198 ----------------------------------------------

2주동안의 내기

오른손 마디마디에 와이어가 나오도록, 마치 제 손을 빗처럼 만든 서우는 애꿏은 돌연변이의 안면을 그것으로 푹푹 찔러대며 의미 없이 안면을 갈아버리고 있었다. 두꺼운 와이어가 지나갈 때마다 돌연변이의 얼굴은 채 썰리듯 잘렸고, 서우는 수십 마리의 돌연변이 사이를 날아다니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푸쉭!

“-!”

돌연변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코가 잘리고 말을 할 수 있는 목 부분이 그대로 잘렸다. 서우의 발을 노리고 입을 들이댄 좀비는 서우의 단단한 종아리에 목이 꼈다가 다음 순간 서우가 몸을 틈과 동시에 체중이 실려 그대로 목이 꺾였다. 

서우는 단지 심심해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의미 없는 살육이었다. 몸을 풀 거리도 안 되는 그저 의미없는 살육, 아주 예전이라면 이 정도로도 기뻐했겠지만 마리아를 덮치기 위해 수십 마리의 돌연변이의 좀비를 썰어버렸고, 그 전에는 성희와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거대 좀비도 혼자서 도륙냈던 서우였다. 물론 의지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국 여기서 이래봤자, 일본 좋은 꼴일 뿐이지만 서우는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 심심했다. 차 타고 오는 동안 잠은 실컷 자서 정신은 말짱하지, 힘은 주체할 수 없지. 결국 돌연변이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구덩이에 가서 혼자 몸을 쓰기에 이르렀다. 어차피 폭탄을 던진 뒤 생매장 한다고는 하지만 서우는 제 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단독행동은 무조건 안 된다고 막는 탓에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돌연변이라고 몸집이 커졌다고는 하나 뇌는 여전히 제 머리의 반도 안 되는 크기고, 그마저도 그저 부풀었을 뿐 공격과 식욕 본능 외에는 그냥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담의 잔해물에 갇혀 있다나? 그런데도 그것을 무조건 혼자 가지 말라고 붙들어 두는 통에..

‘안 돼요, 제발...! 제발 가지 마세요! 혼자 움직이셨다가 다른 분들이 오기 전에 담이 무너지기만 하면 그 안에 있던 돌연변이들이 다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가 빠져나온 것들을 다 처리하지 못하면 근처에 있는 대피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요... 꺅, 제, 제발요....!’

‘아니 그러니까, 적당히 담 안 무너뜨리고 보기만 하고 온다니까요? 거 참..’

서우의 말에도 그를 가로막는 서포터는 완고했다. 이미 위에서 서우를 무조건 혼자 들여보내지 말라고 들었는지, 근처 대피소에 가족이라도 있는 것인지 무조건 서우를 막았다. 솔직히 토끼만한 여자 하나, 그냥 들어서 옮기면 그만이었지만..

‘제발요, 가지 마세요... 네?’

'.......'

‘제발......’

‘..알겠습니다, 안 가면 되잖아요.’

“그런 걸 들이대니까.... 젠장.”

희게 쭉 뻗은 목선이라던가 셔츠 사이로 은근히 보이는 뽀얀 가슴살이라던가, 가당치도 않게 능력자인 저를 여자의 몸으로 막겠다고 몸을 붙이고 안간힘을 쓰며 낑낑거릴 때 닿은 가슴 때문에 서우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 

더 이상 그렇게 몸을 보여주다간.... 감사합니다. 

아무튼 결국 다른 의미로 그 여자는 서우를 막은 셈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바지에 텐트치겠다 싶어 결국 서우는 그렇게 물러 났는데, 물러나고 나니 그리 심심할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서포터를 잡고 가지고 놀기라도 할 것을.

“아.”

서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돌연변이에게 붙잡힌 것을 보며 허허 웃었다. 제 몸을 잡고 입을 쩌억 벌리는 돌연변이의 입에서 격한 악취와 함께, 누런 이 사이에 껴 있는 검은 머리카락에 기분이 나빠져, 서우는 그대로 다리를 들이대었다. 돌연변이는 제 입으로 먹잇감이 쑤컹 하고 들어오니 침을 질질 흘렸지만, 서우는 그대로 다리를 제 어깨 넓이로 벌렸다.

“커큭, 걱.. 그거거.....!!”

종이마냥 쭈욱 돌연변이의 입이 찢어지며 턱이 밑으로 내려 앉는다. 그렇게 김치 찢듯 돌연변이의 입 크기를 쭈욱 늘려주다가 그대로 땅에 내리 꽂은 서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와이어로 머리 윗 부분을 푸딩마냥 도려냈다.

찢어지게 가난하다가 잘 사는 건 좋아도, 잘 살다가 찢어지게 가난하면 음경 같은 기분이라고 서우도 그러했다. 더 이상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너무 고급 음식들을 많이 먹어봐서 이런 양산형 강남언니 같은 돌연변이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해서 순식간에 돌연변이를 몰살한 서우는 결국 그나마 질겨 보이는 좀비를 발견했다.

“쿠에에...........켁...”

“혼자가면 안 된다고 얼굴도 안 보여준다니, 돌연변이가 무슨 텐프로도 아니고... 존나 비싸게 구네.”

괜시리 좀비를 깔아뭉게고 주먹으로 퍽퍽 내리찍는 서우는 온몸을 짓누르는 심심함에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 예전에 그렇게 좀비를 손으로 직접 때려잡던 게 어려웠던 게 우스울 정도로 좀비는 서우의 주먹 몇 대에 완전히 얼굴이 으스러졌고, 서우는 제 손에 묻은 질척한 잔해물들을 털어냈다.

“후우.......”

이제 더 이상 썰어버릴 것도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저 붉은 담 너머에 있는 것. 20M는 족히 될 것 같은 담을 올려다보았다. 급하게 돌연변이들을 막느라, 예전에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곳의 담을 그대로 끌어다 놓아서인지 담에서 간간히 일장기나 전범기,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언제 저기 가냐... 그냥 이대로 넘어갈까?”

라고 생각하며 서우가 눈살을 가볍게 찌푸리고 벽 근처를 살피자, 아까 그 서포터가 안절부절, 서우가 넘어올까 담을 살피고 있었다. 저를 넘어가게 해 주면 해고 당하기라도 하나..?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싫어 서우는 그냥 돌연변이의 위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하지만 앉는 자리도 골라 앉는다고, 돌연변이라 해도 여성체 모습에 가까운 돌연변이를 깔고 앉으면서 서우는 눈을 주변을 가만히 살펴 보았다. 이제 여기 근처는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앞으로 일본에 남은 돌연변이와 좀비들은 대체 몇 명이나 되는 것일까.

“그냥 존나 많았으면 좋겠다.....”

좀비나 돌연변이도 새끼를 쳐서 끊임없이 존재한다면 좋을 텐데, 서우는 키득거리면서 자리에 주저 앉아 담배를 꺼냈다. 폐 깊숙한 곳까지 연기가 깊게 들어오고 다시 나간다. 숨 몇 번에 담배를 그대로 태워버린 서우는 자리에서 몸을 툭툭 털고, 대충 입고 있던 자켓을 바닥에 던졌다. 

이미 돌연변이의 살덩이들로 인해 도저히 옷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인데도 이리저리 움직인 탓에 땀은 줄줄 흐르고.. 서우는 입 언저리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차 근처로 돌아갔는데, 제 모습을 본 서포터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

왜 저래 저것들? 서우가 의아하게 생각하자 서포터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피에 좀 쩔어 있겠지만 뭐 그거 가지고 새삼스레.. 참 섬세한 멘탈이다, 그리 생각하던 서우는 제 어깨 위에 부드럽게 걸쳐 있던 정체불명, 알 수 없는 살덩이... 아니, 길게 늘어진 뼈 같은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 끝엔 뭔가 머리 같은 것도 달려 있으니, 확실히 저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을만은 했다. 제가 보기에도 그리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니까... 서우는 장난스레 그것을 집어 서포터들 쪽으로 휙 던졌다.

“꺄아아악!”

“힉!”

이거 재밌네, 물론 여자들이 놀라는 것만.

최근에 하네다를 잡은 탓인지 서우는 다시금 가학심에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보통의 여자들은 제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 버거워 하거나, 몸에 상처가 남지만 여자 능력자의 경우에는 그게 아니어서겠지. 

마음대로 포박을 해도 몇 시간만 지나면 그 자국 같은 건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재생되어 나아버리는데다, 그곳도 재생되는 탓인지 늘 처음처럼 빡빡한 맛이 있었다. 거기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편하고....

“아, 내가 시키질 못하는구나.”

이게 무슨 소리요, 능력자인데 영 좋지 못한 부분이 엇나가다니. 내가 씨 없는 수박이라니. 내가 네임ㄷ의 태양이라니...! 뒤 늦게 고자탑을 세워봤자 아무도 고자소설이라고 말하지 않아!

“후......”

서우는 좋게 생각하자고 제 머리를 문지르다가 준비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네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려나, 꽤나 궁금해졌지만 부러 나중의 재미를 생각해 묻지 말자 생각하며 서우는 핸드폰을 만지지 않았다.

순수한 얼굴을 하며 저나 다른 여자에게는 착하지만, 한쪽에서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정확히 캐치해 세뇌하며 제 종교로 끌어들이던 엘리트인 사쿠라... 

그런 사쿠라를 도와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테크닉이라고 하면 한 때 서우를 잡아 먹는 수준이었던, 게다가 예쁜여자라고 하면 일단 좋아하는 유리나 각성하면 유리 못지 않은 아키오, 거기에 결국 서우의 뜻에 다 따르고 하네다의 조교에 동참한 유우리.. 

과연 그들이 모여 하네다를 어느 정도까지 바뀌게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물론 마지막은 제가 장식함으로써 하네다를 적당히 앙칼진 고양이로 만들어야겠지만.

능력을 사용하며 몸을 움직인 탓인지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 찾아와, 다행이 잠은 솔솔 찾아왔다. 일부러 잠이나 자면서 시간을 떼우려고 부러 몇 대 맞은 것도 있었고.

“.......” 

그렇게 서우가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먼곳에서 다가오는 마리코를... 그리고 츠부미의 기척을 느꼈을 때였다. 능력자가 근처에 왔을 때 느껴지는 파장이 최근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왔군.”

서우는 길게 기지개를 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텐트를 걷고 나가자 얼마가지 않아 두껍게 안전장비가 설치된, 사파리에 들어가는 차 마냥 되어 있는 차량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마리코랑 츠부미는 아무래도 뒷 좌석에 함께 탄 모양이군.. 그리 생각하던 서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곧이어 차가 멈추고, 그 안에서 마리코가 내렸다. 

마리코의 버릇을 알기에 서우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었다. 

“아저씨이잉!”

이내 돌진하듯 마리코가 서우에게 덤벼들었다. 이미 예상했던 움직임. 하지만 마리코가 아무래도 능력자이기에 힘도 힘이어서, 서우는 돌연변이가 한 대 친 것과 맞 먹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제 목을 끌어안고 까르륵 웃는 것은 좋아, 서우는 마리코를 안고 그 작은 등을 토닥이다 내려 주었다. 멀리에서 어색하게 츠부미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어.. 오빠, 안녕하세요.”

“아, 츠부미...”

왜 저렇게 어색하게 오지? 그리 생각했던 서우는 츠부미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가 하필이면 마리아와..... 다른 여자면 모를까, 츠부미.. 저 작은 애한테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쑥스러운 마음이 드는 서우였다. 거기에 어색한 기류는 계속 되고...... 흠흠, 서우는 헛기침을 하다가 어색하게 팔을 펼쳤다. 츠부미가 의아한 표정을 하며 서우를 올려다 보았다.

“자, 너도 마리코처럼.”

“네, 네에...?!”

“이리온.”

츠부미가 순식간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그도 모잘라서 귀까지 새빨갛게 붉힌다. 그러더니 전속력으로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려서.. 서우는 머쓱하게 제 옆구리에 얼굴을 부비는 마리코의 머리만 쓰다듬었다.

============================ 작품 후기 ============================

*

뭐라구요?

다신 안 봐주신다구요?ㅠㅠ 죄송해여 다신 비엘 안 볼게요!!!

그리고 손은 가만히 BL만화책을 넘기고 있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