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51 / 0198 (151/198)

0151 / 0198 ----------------------------------------------

2주동안의 내기

서우는 얼떨결에 다시 텐트 안에 남아 설명을 들었다. 들어도 나쁠 것이 없는 것이니 듣기로 했는데 듣고 보니 꽤나 유익한 것이어서 서우는 흥미롭게 설명을 들으며 이것저것 질문했다.

“하아, 그러면 이런 게 촉수형이고.... 이쪽은 침식형이란 말이죠? 촉수형은 촉수가 더 길다 이거네?”

“예, 촉수형은 촉수로 감고 엉키는 것에 비해서 침식형은 달라 붙기만 해서 떼어내기는 쉽지만 붙을 때 몸을 다치게 하죠. 1도 화상으로 시작해서 붙어 있던 시간이 길어지면 3도 화상에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아아..”

“현재 벽 안에는 크고 작은 일반형부터 시작해서 침식형이 바글거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건 촉수형이구요. 촉수형은 무척 흔하지 않은 편이고 안에 있는 녀석은 또 워낙 크다 보니... 아마 서우님은 처음 보시는 경우일 겁니다.”

서포터의 말은 맞았다. 서우는 사진 속에서 보이는 촉수형을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이제까지 꽤나 썰었다고 생각했는데 촉수형이 아니라 침식형이었다. 그리고 특이형.. 사진 속의 촉수형이 어서와, 처음이지? 라고 나른하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차피 기본 베이스는 사람인데, 좀비 바이러스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변화도 시키는군... 침식형의 촉수가 달라 붙어봐야 떼어내면 그만이고 화상도 회복되면 그만이니,  그리고 예전에 제 몸에 엉겨붙었던 것은 촉수형이 아니라 침식형. 누가 그 몸에 달라 붙으면 전체가 입인 것처럼 꿀꺽꿀꺽 삼키는 건 촉수형.. 

‘그리고 그냥 무식하게 힘만 세서 쳐먹으려고 아가리부터 벌리는 게 그냥 일반형.. 거기에 한국에서 봤던 것처럼 특이형이 있다는 이야기네.’

“침식형은 기본적으로 일반형과 공격하는 방식이 같은 것에 비해 촉수형은 길게는 3M 짧게는 1M 정도의 촉수가 뻗어집니다. 이렇게 보시면 아시다시피 거의 몸 전체가 촉수로 뒤 덮어져 있고요. 그래서 공격 방식을 예측할 수 없어 무척 위험합니다. 게다가 왠만한 폭격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고요. 머리와 몸을 분리시키면 죽기는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서우는 촉수형의 형태를 보면서 문득 한국에서 잡았던 특이형에 본체를 떠올렸다. 그럼 이쪽도 본체, 심장이 되는 중심이 있을 수 있다는 소리인데..

어쨌든 좀비가 나타난지 꽤나 시간이 흘렀고, 그에 대한 연구도 방어 대책도 세우고 있으니 이런 자료가 나와야 마땅하긴 했다. 제가 그쪽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넘기고 있었을 뿐.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료집을 돌려주었다. 정말 씽크빅한 가르침이었다. 

“그럼 이제 진짜 가보죠. 이제 충분히 알았으니까.”

“예.”

서우가 텐트 밖으로 나가자 서우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뒤에 줄지어 따라왔다. 서우는 그 길에 언뜻 츠부미를 보았는데 어쩐지 귀라도 달려 있다면 축 늘어뜨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냥 짜증나서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서우는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뭐 애니까 금방 잊겠거니 싶어 서우는 밖으로 나와 벽으로 향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서포터들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들려왔다.

“요즘 전국 각지에서 돌연변이들이 나오기 시작한데.... 이제까지는 거의 일반형이었는데 점점 감당할 수 없는 것만 튀어나온다고, 요코하마에 있는 후유키한테 들었어.”

“메이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데.. 진짜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야? 대체 돌연변이는 어쩌다가 생기는 거야? 돌연변이 해부를 그렇게 해봐도 답이 없다며.”

“..그러니까...... 바이러스가 딱히 변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비랑 별 차이도 없데, 그러면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야?”

서포터들의 불안감 어린 목소리에 서우는 문득, 어느덧 교단에서 방 하나를 어엿하게 차지한 마리아를 생각했다. 위험하니 만큼 강화 아크릴로 만든 방에 가둬두고 있는 마리아, 하지만 그녀는 돌연변이를 제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아크릴 방 안을 제가 원하는대로 꾸며 주니까 가만히는 있지만..... 서우는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서우님, 헬기로는 정확히 내려드리기가 어려운데, 혹시 벽을 올라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헬기에서 사다리를 보내면 아무래도 좁은 면적에 정확하게 착지하기 힘드실 것 같아서요.”

“올라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츠부미는요? 올라가기 힘들 텐데.”

코앞까지 사람이 온 것을 감지했는지 미친듯이 진동하기 시작하는 벽을 올려다 보니, 그 히키코모리 능력자는 모르더라도 츠부미는 절대로 무리일 듯 싶었다. 서우는 덜덜 떨리는 벽에 손을 대면서 픽 웃었다.

“..거참, 누가 made in japen 아니랄까봐 지진 보게.....”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예에...... 츠부미나 이토님은 뒤쪽에 있는 곳으로 가실 예정이셔서 착지 공간이 좀 넓기 때문에 헬기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그럼 먼저 가 보죠.”

흔들리는 담에 손을 대어 올라가면서, 서우는 잠시 끊어졌던 생각을 다시 이었다. 금방이라도 담이 넘어가면 그대로 샌드위치가 되는데도, 누군가 좀비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면 그건 꽤나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가 우스울 정도의 일이라고 할까? 원래부터 사람의 인권이 음경 같았던 인도나 중동은 수습 불가할 지경으로 나라가 미쳐 날뛰고 있다고 할 정도니까. 

‘소말리아는... 원래부터가 전쟁인 나라이니 좀비가 소말리아 사람들한테 살려달라고 애원한다던데... 아, 진짜 소말리아나 갈 걸 그랬나.’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제대로 놀고 싶다면 소말리아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흑언니는 좀.. 

그나저나 마리아는 누군가 저를 가두었다가 일본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건 이 좀비 사태를 주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 아닌가? 거기에 돌연변이를 제 마음대로 조종하는 여자라니, 이걸 분명 한국 정부 내지는 일본 정부에게 알리면 난리가 나겠지. 분명 침을 질질 흘리며 덤벼들 것이다. 

그러니 미쳤다고 그 인형을 모르모트로 주겠는가? 어차피 세상이 어찌되든 인류가 어찌되든 알 바 아니고 자기만 잘 살면 되는데. 세계 평화를 기원합니다, 그 따위는 서우의 머리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좀비세상을 주도하는 자라니, 무관심한 서우라도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그 배후가 궁금해지는 터였다. 흔들리는 담 위를 올라가면서 서우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종북, 내지는 북한의 소행인가.. 아, 거기 망했지.”

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누구? 그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를만한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각 나라의 대통령들인데 미치지 않는 한 좀비 사태라는 쓸데없는 일을 벌일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황폐화되고 이러한 현실속에서 자기 권력이 10층에서 떨어지는...

그리 생각하던 서우는 벽을 마저 올랐다. 밑에 에어매트도 없는데 떨어지면 주옥될라. 

끈없이 등반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일반인의 몇 배에 달하는 신체 능력을 가진 능력자이니 어렵지 않게 서우는 금방 벽 위에 섰다. 여전히 흔들리고는 있었지만 서우는 그 위에 앉아 보았다. 그러자 서우의 냄새를 맡았는지 약 7M 정도 밑에 있던 촉수형이 멈칫하다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크우, 우우우우우!!!! 크어--”

"아오 미친..."

동시에 다른 돌연변이와 좀비들이 공명하기 시작해서 서우는 가볍게 귀를 막았다. 귀마개를 준비하던가 해야지, 살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였다. 게다가 밑에서는 촉수형 돌연변이가 촉수를 마구 휘둘러대면서 서우에게 촉수를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럽기도 더럽지만 악취 때문에 코를 발로 푹푹 찌르는 것 같아, 서우는 구겨지는 미간을 꾹 누르고 시야를 보호하기 위한 고글을 착용했다. 피가 묻어도 곧바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괜히 피에 쩔어서 눈을 부빌 필요가 없기에 꽤나 신박한 아이템이었다. 서우는 고글을 쓴 뒤에 촉수형 좀비를 찬찬히 내려다 보았다. 뭐라 말할 수 없이 더러웠다.

“와 존나 더럽네..... 촉수물이 내가 이래서 싫어..... 아 맞다.”

...라고 했던 서우는 자주 유우리에게 촉수로 이것저것 시켰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 촉수물은 좋은 것이다. 촉수물은 진리입니다, 촉수물은 사랑입니다. 단 유우리가 있다는 것에 한해. 서우는 입을 실룩이다가 헬기가 반대편 벽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며, 무전기를 손으로 잡았다.

 곧이어 츠부미와 이토를 내려준 헬기가 옆으로 벗어나기 시작했고,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서포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