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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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서, 서우 오빠!”

공격 중이던 츠부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멈췄다. 폭탄 위에 서 있던 서우가 그대로 돌연변이에게 먹혔기 때문이었다. 아니, 먹혔다기 보다는 촉수사이로 빨려 들어갔지만.. 돌연변이가 다시 몸을 뒤로 휘었을 때, 그 자리에는 서우가 없었다. 그 순간 꽂고 있던 이어폰에서 지휘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츠부미님! 자리를 이탈하시면 안 됩니다!>>

“하, 하지만 서우 오빠가...!”

<<그쪽이 훼손되어서 좀비가 넘어가기라도 하면 인근 대피소에 큰 피해가 갑니다, 제발 평정을 유지해 주세요!>>

“.....!”

츠부미도 당연히 그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성이 앞서고 여자는 감성이 앞선다고 하던가, 츠부미도 어리지만 여자였기에 당연히 다른 생각보다 서우가 걱정되는 게 당연했다. 

거기에 츠부미에게 새로 지원된 고글에는 시력을 상승시키는 기능이 있었다. 해서 서우의 상황을 여과없이 그대로 본 츠부미는 덤벼드는 돌연변이들을 해치우는 것도 잊고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는 다시 저도 모르게 움직일 뻔하다가 지휘관이 내리는 지휘에 겨우겨우 자리를 지키며 넘어오는 돌연변이를 해치웠다.

반대편에서는 이토가 연신 음파를 사용해 돌연변이들을 대적하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사용한다면 모를까 멀리서 사용하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돌연변이나 좀비들을 분쇄할 수 없고, 칼로 살을 회뜨듯 조금씩 날아가며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일격을 날릴 츠부미의 힘이 크게 필요했다.

                               

“케엑, 켁-”

<<츠부미님! 1시 방향에-!>>

“네, 네..!”

결국 츠부미는 오도가도 못하고 불안하게 자리를 지켜야했다. 서우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는데, 촉수형은 이쪽으로 오지는 못하고 계속해서 서우를 찾듯 여기저기 바닥에 몸을 문대고 애꿎은 벽만 두드리고 있었다.

한편 돌연변이의 입 안으로 들어간 서우는 의외로 안락한 공간에 놀랐다. 어둡고 습하지만 오히려 안은 바깥보다 따끈따끈한 것이, 만약 서우가 눈만 나빴더라면 따뜻하고 푹신한 붉은 벽으로 이루어진 방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물론 눈이 너무 좋은 나머지 겉에 달린 촉수 하나하나가 다 보이는 것은 물론이며, 그 끔찍한 흔들림까지 전부 보이고 있었지만.. 서우가 가만히[?] 내벽에 주먹질을 하며 소리를 한번 빽, 지르자 내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꾸물꾸물 부드럽게 움직이는 붉은벽에 서우는 다시 스파링하듯 연신 주먹을 내질렀다.

쿠르르르르- 크르-----

발악하는 소리가 내부라서 그런지 더 시끄럽게 울린다. 서우는 가볍게 귀를 막으면서도 키득키득 웃었다.

“병신 새끼가 여기 있는 것도 모르니까 그러나 보네...”

저가 먹어놓고도 뱃속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니까, 그리고 충격과 무게가 느껴지니까 일단 사람이 있으니 다시 잡아 먹고는 싶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니 발광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안에서는 끊임없이 위액 같은 것이 흘러내리며 안으로 들어온 것을 녹이고 있었지만, 서우는 현재 최고의 과학기술이 집결된 것과 같은 슈트로 빈틈없이 전신을 무장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 어느 곳에서도 흠이 날 리가 없었다. 

“....그냥 고깃덩어리인데, 이건...”

촉수형은 거의 10M에 가깝다. 그러니 뛰어내리면... 어디로 가려나? 서우는 문득 궁금해 하며 내려갈까 하는 생각에 한 번 속을 들여다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차피 여기에 돌연변이를 잡자는 숭고한 생각으로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놀러온 것 아니던가? 내 재미 찾으려고.

“그럼 한 번 내려가 볼까.”

서우는 팔찌에 있던 빛을 밖으로 돌렸다. 순식간에 시야가 밝아지자 더 끔찍하게, 시뻘겋고 꾸물거리는 내부가 드러났다. 아마 지금 안면에 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냄새에 질식해 버렸을지도 모르겠군. 

여전히 촉수형 돌연변이가 발악하는 탓에 이리저리 흔들리고는 있지만 서우는 울퉁불퉁 튀어나온 내벽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슬슬 밑으로 내려갔다.

누가 보면 동굴탐험이라도 하는 듯한 자세였으나, 서우가 하는 짓은 촉수형 돌연변이의 식도를 스스로 내려가는 행동이었다. 이따금 미끌미끌한 위액 같은 것에 걸음이 위태롭기도 했지만 서우는 거침없이 밑으로 내려가며 밑 바닥을 비춰보았다. 

굴곡진 길에 아직 녹지 못한 것들, 쓰레기라던가 벽돌, 사람들의 옷가지로 추측되는 것이나 아직 다 녹지 않은 두개골이 박혀 있었다. 그러던 순간 어느 한 지점에서 크게 구멍이 나 있었다. 이곳부터가 왠지 위 쯤 되는 기분인데.. 슬쩍 서우가 밑을 내려다 보자, 이제까지 그닥 경사되어 있지 않던 길이 순식간에 90도에 가깝게 꺾였다. 

“흠?”

한 손으로 튀어나온 내벽을 서우가 세게 그러쥐자, 제 내벽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낀 돌연변이가 다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순간, 서우는 제 밑에 있는 구멍에서 수백에 달하는 좀비의 머리를 보았다. 

“켁, 케에... 케에에엑. 켁. 크...”

돌연변이가 좀비를 잡아 먹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밑 부분에 이렇게 비축이 되어 있었을 줄이야? 서우는 제법 놀란 눈을 하고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그 끔찍함에 기절이라도 할 장면이었다. 밑에 펼쳐진 모습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기에.

핏물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은 더 걸쭉하고 비릿한 공간에서 좀비들이 녹아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일반형 돌연변이 또한 있는 듯했다. 그것들이 기묘한 모양새로 녹아들어가면서, 마치 촉수형에게 흡수 되고 있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아니,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촉수형의 몸 자체가 저렇게 변할 수도, 사람이 베이스인데 불가능할 정도로 커질 리도 없으니까.. 서우는 한쪽 팔에 달린 라이트로 사방을 천천히 비추어 보았다. 좀비들이 연신 퀙, 크흡, 컥, 크르르.. 사람의 목에서는 절대로 날 수 없을 것 같은, 갈라지고 끔찍한 쉰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

서우는 시선을 거두고는 라이트를 꺼, 제 팔쪽으로 돌렸다. 이제 충분히 보았으니 탐사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다시 경사가 줄어들기를 기다려, 서우는 와이어를 최대한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얇은 부분을 골라 찢은 순간, 돌연변이의 촉수가 안으로 파고들었다.

“미친놈이?!”

“쿠르르르, 그어어어어---!”

의외의 행동에 서우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설마 제 배를 촉수로 이렇게 주욱, 찢어버릴 줄이야? 그 순간 촉수가 파고 들어오면서 위로 보였던 곳을 건드리고, 그 사이로 시뻘건 액체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서우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마치 수영장에 으레 있는 커다란 미끄럼틀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서우는 땅으로 떨어져, 아슬아슬하게 낙법을 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넘어짐과 동시에 제 옆으로 떨어진 수십 개의 촉수를 피해야 해, 서우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지 배 찢어놓고 쉴틈도 안 주네 망할놈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서우는 순수 촉수형 돌연변이 즙으로 만들어진 액체와 피, 그리고 바닥에 있던 질척한 진흙과 모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인해 순식간에 튀김 같은 모습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폭탄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괜히 그쪽으로 들어가서 입안을 다시 탐사하지는 않으리라, 서우는 가까이로 다가오는 촉수를 죄다 자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느낀 것은-

‘서포터 새끼가 이빨깠네...’

분명히 그가 말해준 길이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그가 말한 최대 길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즉, 서우를 어떻게든 물 먹이려 일부러 그랬다는 것인데.. 그 생각을 하니 서우는 없는 괘씸함 있는 괘씸함이 모조리 올라왔다.

물론 자기가 한 일이 있지만 그것은 엄연히 일본이 먼저 선빵을 날린 것과 같았고, 호타루는 풀어 주었으며 유우리는 이제 제가 원해서 자신의 옆에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하네다를 납치한 게 이쪽이 저지른 일인지는 모를 텐데 그 드립을 쳐? 제 욕심에 온 일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일본을 도와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적어도 10M 길이로는 뻗어오는 촉수들을 보며 서우는 남자 서포터의 얼굴을 똑바로 기억했다. 그냥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게 구라를 까? 서우는 가까이에 온 촉수를 쥐어 뜯었다. 

‘괘씸한 새끼. 네 놈 물건도 이렇게 쥐어뜯어주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돌연변이와의 싸움은 꽤나 재미 있어서, 서우는 슬쩍 츠부미와 이토가 있는 곳을 보았다. 촉수가 매섭게 날아오는데 지나친 여유였지만 츠부미가 잘 하고 있는지 나름대로 걱정인 서우였다. 그리고 흘긋 본 츠부미는 꽤 선전하고 있었다. 

마치 별크래프트의 시저탱크마냥 자리를 잡고서 멀리서 다가오는 저글링들을 해치우는 것 같다고 할까? 츠부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돌연변이들은 무너지고 있었다. 게다가 주축인 촉수형은 이쪽에 있으니, 녀석들이 반대쪽 벽을 무너뜨리기도 힘들고... 하지만 아직 새까맣게 많이 남아 있어, 이쪽의 싸움에 끼어들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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