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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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철썩, 제 팔을 자를 것마냥 강한 힘으로 때리고 지나가는 촉수를 겨우 막으며 서우는 얼얼한 털었다. 맞은 부분이 욱씬거리는 것이, 찌르르- 하고 뭔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기에 촉수는 와이어로 어째 끊어도 끊어도 끝이 없는 것이, 플라나리아 같아서 서우는 가볍게 저리는 팔목을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목을 가볍게 튼 순간 얼굴이 있던 자리로 제 팔뚝만한 촉수가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가 벽을 강타했다. 

“..?!”

목을 틀어 피한 것은 다행이었는데 머리에 쓰고 있던 보호구는 그렇지 못했다. 턱쪽에 느껴지는 알싸한 고통과 함께 날아가 버린 보호구를 보면서 서우는 허, 혀를 찼다. 하지만 그보다 퀘퀘하게 다가오는 돌연변이의 냄새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느낀다더니 보호구가 딱 그렇구나, 잔해들을 보며 아쉬워 하던 서우는 저를 향해 날름날름 거리는 작은 촉수를 이로 깨물어 짓씹다가 토할 것 같은 맛이 뱉고는 본체를 잡고 기어올랐다. 그리고는 단숨에 윗부분에 말뚝 박듯 와이어를 쑤셔박고, 그대로 11m 모형탑 훈련하듯 체중을 실어 뛰어내렸다.

“크, 우어어어억!!”

콰지지직, 뼈와 살을 그대로 찢으며 찢겨져 나가자 우수수 잔해물들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여과없이 그것들이 제 머리로 떨어지자 서우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직 이걸로는 안 되었다. 붕괴되어가는 벽에 붙은 서우는 와이어를 유지하며 그대로 일직선으로 달렸고, 반쯤 잘랐을 때 완전히 바닥으로 뛰어내리자 머리의 반이 그대로 잘려나가 버렸다.

“서우님 조심하십시오!!”

“아니 저 새끼들이.....”

무전기를 버린 것을 알았는지 이제는 헬기로까지 쫒아와서 머리위에서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며 명령질이다. 돌연변이를 족치기 전에 저것들부터 떨어뜨려 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서우는 오징어마냥 날아오는 촉수들을 피했다.

머리 반을 자른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니, 역시 한국에서 보았던 특이형과 비슷한 모양이다. 서우는 혀를 쯧, 차며 촉수형의 질긴 목숨에 짜증을 냈다. 뭐 날파리처럼 죽는 것보다 어려운 게 훨씬 낫지만. 서우는 제 입안으로 어느샌가 흘러들어온 잔해를 퉤, 뱉으며 와이어를 뻗었다. 

이제 꽤나 시간이 흐른 탓에 최고조일 때 같지는 못하지만 팔찌, 그리고 날씨 덕에 평상시의 능력수준까지는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니 더 떨어지기 전에, 혹은 저쪽이 지원을 오기 전에 무너뜨리면... 

“큭!!”

매너타임 그딴 거 없이 안면을 향해 밀고 들어오는 촉수를 한 번 자르는 것과 동시에 가장 두꺼운 촉수를 타고 서우는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바닥에는 이미 잘라낸 촉수가 그릇에 담긴 낙지마냥 흐트러져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 그것으로 보아, 잘렸을 때 그 잔해가 다시 붙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나올 수도 없다. 결국 부피라는 게 있으니까, 어디선가 끌어온다면 어디선가는 반드시 비는 법. 서우는 이후 30분 정도를 더 촉수형 돌연변이와 대처하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촉수형의 촉수가 주변에 수북하게 쌓이고, 뛰어난 후각으로 인해 썩는 내에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가 되는데도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정말 무시무시한 생명력이었다.

“후우, 후우........ 크악!!!”

결국 숨을 고르던 서우도 지칠 정도가 되었다. 한계까지 밀어붙혀지는 스릴이 즐겁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열이 받아서 악으로, 오기로 녀석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서우는 아직도 눈앞에서 꾸물거리고 있는 녀석을 향해 달려들며 저도 모르게 빽! 소리 질렀다.

“그만 좀 뒤져라! 이제 그만 ‘아아 즐거운 인생이었다’를 외칠 때가 됐잖아!!!”

그렇게 외치면서 석양빛에 물들어 눈을 감으란 말이다! 그아아아아아아- 살이 떨리게 할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녀석이 다시 쩌억 입을 벌렸다. 서우는 그대로 촉수를 피하며 녀석의 가슴팍에 손을 대고 있는 최대한, 제가 뿜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와이어로 녀석을 관통했다.

그때, 뭔가 와이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희미하지만 익숙한 그 감각!

빛의 힘을 원천으로 만들어진 와이어라고는 하나, 서우의 손에서 만들어지면 그것은 빛이지만 전혀 다른 물질이 된다. 즉 서우가 말하는 손맛, 즉 미세한 움직임이 모두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서우는 그 울림에서 예전에 제가 베었던 것을 떠올렸다.

'하, 그게 여기에도 있다는 건가....?' 

한국에서 보았던 그 거대 돌연변이, 그리고 거기서 본 ‘심장’과도 같았던 핵. 마치 사람 모양과도 같았던 그것을 찔렀을 때 돌연변이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서우는 그것을 떠올리고 강하게 손을 휘저었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지금 바로 찔러 버린 것이다.

기회는 이때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낙지 같은 녀석과 한참을 더 뒹굴어야 한다. 서우는 이를 악물고 와이어를 포이즌으로 변형시켰다. 온갖 힘을 짜낸 덕에 그 순간 와이어가 닿은 촉수형의 피부가 보라색으로 물들었고,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한 녀석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병신아 이제, 그만 좀 뒈져!”

이를 악문 서우의 다리에 촉수가 달라붙었다. 그리고 닿은 부분, 서우의 팔과 다리를 으스러뜨릴 듯 세게 뱀처럼 감아조여 우두두둑, 두둑 끔찍하게 뼈가 뒤틀릴 때 서우는 그대로 핵을 갈라버렸다. 

“..!”

그 순간 거짓말처럼 촉수에서 힘이 풀리고 돌연변이는 휘청임도 없이 전지가 나간 인형처럼 뒤로 넘어졌다. 서우는 천천히 돌연변이에게서 손을 떼었다. 힘을 주고 잔뜩 긴장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손가락이 전부 기괴한 모양으로 뒤틀려 있었다.

“아 젠장...”

일단 쓰러뜨려서 기분은 좋은데, 손가락이 이 모양이라니. 서우는 아픈 다리로 촉수형 돌연변이에서 내려와 바닥에 그냥 주저 앉았다. 손가락이 누구의 피로 물든 건지 모를 정도로 범벅이 되어 있어서 알아볼 수 없지만, 그와 별개로 손가락 뼈는 맞추어야 했다. 안 맞췄다가 이대로 나으면 그때 또 피를 보며 손가락 뼈를 맞춰야 하니까. 

탁, 탁! 우드득. 서우는 뒤틀린 손가락을 바닥에 문지르고 내리치다 어느정도 맞물린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아 맞췄다. 당연히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프긴 했지만 나중에 주옥되는 것보다는 나으니 그렇게 왼손도 대충 짜맞췄다. 잘 되면 오늘 안에 낫겠지. 서우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던 헬기가 서우의 옆에 내릴 생각인지, 상황을 볼 생각인지 서우의 옆쪽으로 슬슬 착륙하려 하고 있어, 고깃덩어리가 덕지덕지 묻은 서우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슬쩍 서우가 옆을 돌아보니 저쪽도 대충 상황이 완료된 것 같은데..

‘...좋긴 한데, 그러고 보니 나만 혼자 다한 것 같은데.....기분 탓도 아니군.’

능력도 능력이긴 한데, 저들은 분명 애초부터 서우를 돌연변이와 1:1 로 상대하게 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마리코는 얌전하게 폭탄만 지키게 하거나 츠부미를 돕게 하고... 그게 아니었다면 저 이토인가 뭔가 하는 능력자가 아니라, 근접전의 대가인 노스카와 우드를 보냈어야 했다.

물론 서우도 알고 있었다. 일본 정부에게 있어 서우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이렇게 도와준다고 하면 달려들어 단물을 어떻게든 빼 먹어야 하는 상대지... 그래서 자기들의 귀한 능력자는 이런 일을 맡기고, 서우는 폭탄이 난무하는 곳에 떡하니 떨어뜨려 놓은 것이리라. 서포터는 겁대가리 없이 거짓말을 하고... 

서우는 피에 축축하게 젖은 슈트를 반쯤 벗었다. 

“그래도 사람이 도와준다고 했으면 제대로 대우를 해 줘야지, 쯧... 상도덕 없는 새끼들.”

서우는 착륙한 뒤 저에게 걸어오는 헬기를 보며 기지개를 쭉 피며 생각하다가, 문득 일본의 여자 능력자 두 명을 납치한 상태인 제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풉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츠부미 쪽도 정리가 되어, 얼굴에 [걱정중]을 써붙힌 츠부미가 달려왔고 서우도 큰 놈을 쓰러뜨렸다는 만족감에 그때만큼은 츠부미의 그런 걱정이 딱히 귀찮지 않았다. 

이내 밖에 있던 서포터들이 서우에게 다가왔고 서우는 그들이 주는 물수건을 받으며 제 몸에 쏟아진 것들을 간단하게 닦아냈다. 그 순간 짝짝짝, 시끄러울 정도로 큰 박수소리가 들려 서우는 고개를 들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그럼 내일 간단하게 다른 구역에 있는 돌연변이들만 제거한 뒤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 뭐 그런 건가. 한국에서도 비슷했던 것을 깨달으며 서우는 신경쓰지 않고 다 쓴 수건을 바닥에 버렸다. 그때 어디선가 등장한 마리코가 칭얼거리며 서우에게 차마 매달리지는 못하고 살짝 떨어져 서우를 올려다 보았다.

“히이잉, 마리코두 같이 할 수 있었는데.. 이제 다 나았는데..... 서우 아저씨랑 같이 하고 싶었는데에..”

마리코가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서우의 팔을 콕콕, 손가락으로 찔렀다. 서우와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게 무척 아쉬웠던 듯한 표정,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풀린 마리코의 뺨을 서우는 손가락으로 폭 찔렀다. 

그렇게 그날 밤에는 잠시 그 근처의 대피소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서우는 오후에 느낀 흥분으로 인해 몸이 달아 제대로 잠들 수가 없어, 밖에서 불을 피우고 애꿎은 장작들만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서우를 내려다 보고 있던 것은 2층에서 서우에게 말 걸 기회만 마냥 노리고 있던 츠부미였다.

============================ 작품 후기 ============================

이거슨 예약.

저 10시부터 잘 건데... 알람을 대충 맞춰놨거든요.

자정에 업데이트 할 수 있을까요. 헤........ 내기하실 분 구함. 저 딱지 10장 님 쿠폰 4장. 자정연재로 내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전 내기에서 진 적이 단 한 번도 음. 습. 니. 다.

꾸에에에에에에에에.

자고 나서 일어나면 연어사러 갈 겁니다, 내 사랑 연어. 연어. 연어. 연어뱃살... 하앍. 노트북만 안 고장 났어도 저는 지금 같이 통장 잔고 -6만원만 남지 않았을 텐데요, 헤. 헤헤.. 헤헤. 이걸로 어떻게 사냐고요? 전 진짜 곰팡트가 될 겁니다. "자베트, 곰팡이니 나루요!" 크어어어응엉 와타시 다메요 콰와코아콰오코아콰코앙!

연어를 먹는 대신, 저는 이제부터 히키코모리가 될 겁니다. 자베코모리라고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나가지 않을 테야.. 저야 뭐 괜히 나가서 자외선에 얼굴도 안 타고, 장마인데 비도 안 맞고 좋죠^ㅅ^ ... 어라, 눈에서 비가 내리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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