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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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

여전히 몸 안에 불쾌한 도구가 들어 있기는 했으나, 일단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그게 아니라, 저 어둠속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가 해서였다. 

하지만 여기라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자기가 갇혀 있는 곳을 얕본 하네다는 제 앞에 있는 투명한 벽을 야무지게 말아쥔 손으로 세게 내리쳤다. 하지만 몇 번을 내리쳐도 안은 제대로 흔들리지도 않았다.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얇아 보이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하네다가 들어가 있는 곳은 상어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게 만든 것인데, 호타루도 부수지 못했던 것을 하네다가 부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 몇 번,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모아 문을 두드리던 하네다는 절망으로 몸을 웅크렸다. 며칠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수액 같은 것으로 버티고 있었으니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지쳐서 헉헉, 숨을 내쉬던 하네다는, 어둠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뭐, 뭐야?!”

앙칼진 목소리에 다시 조용해졌지만 또 다시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것들이 서서히 제게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고... 설마 싶었을 때 모든 불이 켜졌다. 하네다가 있는 곳은 커다란 강당 같은 곳이었다.

“힉...!”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통 안에 갇힌 하네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걸 위쪽에서 지켜보던 서우는 문득 유우리를 마지막으로 조교했을 때를 떠올리고서 어깨를 들썩였다. 음, 아마 하네다는 이걸로 완전히 끝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와 하네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몸을 돌렸다. 시간, 유리가 추천해 준 방법 중에 하나였는데 하네다의 반응을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그냥 조금만 보고 갈 걸 그랬나? 아직도 귀에 길게 울리는 하네다의 욕, 비명소리, 거기에 섞인 신음소리를 들으니 몸이 달아오른다. 만질 수는 없지만 몸에 달린 기구를 움직일 수 있게 리모컨은 주었으니...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 추한 몰골을 보이게 될 하네다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오븐에 넣은 과자가 얼마나 맛있게 구워질까, 기대가 되는 것처럼, 서우는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대충 8~9일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여유롭지 뭐. 유우리 때는 유우리의 눈을 가려두었다는 제약도 있고, 나름대로 처음이어서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도 이제 두 번째, 유우리를 완벽하게 조교하면서 서우 나름대로의 맛집 같은 노하우가 생겼다고 할까? 맛집 프로그램에 예의 나오는 망에 담긴 한약재나, 특별한 소스처럼... 기분이 좋아진 서우는 제 품에 있던 담배를 꺼내다가, 앞에서 오는 사쿠라를 보며 손을 멈췄다.

“어, 사쿠라 씨.”

“서우님!”

말하자마자 로켓처럼 달려온 사쿠라는 서우의 폼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렇게 매달려봐야 어차피 작은데다, 무겁지도 않아서 서우는 제 가슴에 새끼 코알라처럼 매달린 사쿠라의 엉덩이를 쥐고는 걷기 쉽게 조금 더 높이 끌어안았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사쿠라는 서우에게 있어 여신이자 동지, 이 정도 서비스야 간단했다.

“준비해줘서 고마워요.”

“어머, 무슨 말씀을...! 저와 신도들이 감사드릴 말씀이죠! 다들 오늘 주연이 하네다 씨라고 하니까 어찌나 기뻐하던지 몰라요.”

토렌트 같은 여신, 그리고 어디선가 시드를 지우지 않고 유지해 준 덕에 자료를 3mb 이상의 속도로 받게 해 주는 동지...... 서우는 사쿠라를 안은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저어, 그런데 서우님은 반말을 썼다가 존댓말을 쓰셨다가.”

“아.”

“계속 왔다갔다하시네요? 말은 놓으셔도 되는데... 헤헷...”

“아직 어렵다 보니 그냥 되는대로 말하고 있어서 그래요.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나아졌는데.”

...그러게, 일본에 온지도 이제 꽤 됐으니...

하지만 일본에 와서 말을 얼마나 했다고, 싸우고 자르고, 그 짓하고...... 여자들이 하는 말을 들었던 것보다 신음소리를 들은 적이 더 많다고 서우는 자부할 수 있었다. 일본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야애니로 일본어를 배운 사람들이 몇몇 단어에만 능통해지는 것처럼.

음란하군, 보이는 것만으로 느껴 버리는 건가, 에서 그런 게 아니야! 로 이어지는 말이라든가... 뭐 그런 거... 서우는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다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츠부미의 기척을 느끼고 흠칫했다. 서우의 조금 다른 기색을 느낀 사쿠라가 서우를 빤히 바라보자, 서우는 그런 자신의 행동에 조금 놀랐다.

...그 쪼그만 게 뭐가 대수라고 그렇게. 에리라도 만나러 온 게 아닐까... 서우는 망설이다가 그냥 근처의 방으로 그대로 들어갔다.

“어, 엇...? 서우님?”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사쿠라가 깜짝 놀라서 서우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 갓 같았는데...? 그리고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서우는 사쿠라를 안은 채로 침대로 다가갔고, 여전히 잡고 있던 사쿠라의 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지금 할 건데, 괜찮죠?”

“네, 넷...! 하. 하세요.”

빨갛게 달아오른 사쿠라의 뺨, 그만큼이나 달아올랐을 밀을 생각하며 서우는 매끈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

“하아, 하... 서우님. 너무, 너무 좋았어요...”

헐떡이는 사쿠라를 마지막으로 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냥 좀 피곤했다. 주무실 거예요? 사쿠라가 묻자 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사쿠라는 친절하게도 제 푹신한 가슴에 서우를 묻어 주었다. 그래, 큰 가슴은 건강에 좋은 법이니까... 

하지만 편안했던 자리와는 달리, 꿈은 실로 뒤숭숭한 것이었다.

‘...여, 여긴...’

서우가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한 화면이 떠올랐다. 뭐지, 이 허접하지는 않지만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배경은...? 잘 그렸다 아니다를 굳이 고르자면 잘 그린 축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잘 그렸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배경. 사진을 찍어서 그냥 대고 그린 듯한 느낌적 느낌의 배경은-

미연시에서나 나올 법한 배경... 어?

‘츠으... 츠부미니?’

서우가 그렇게 말한 순간, 서우의 앞에 까만색의 말 칸이 떠올랐다. 

[공략 캐릭터! 츠부미가 나타났습니다.]

‘...뭐야 씨발, 이게.’

[츠부미가 당신을 발견하고는 다가옵니다.]

이게 언제적 미연시의 모습인가... 자고로 미연시라면 마땅히 스쿨데이즈나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 같은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아니 잠깐만 그건 둘 다...... 

스쿨데이즈는 자기가 친구 남자한테 먼저 작업 걸어서 뺏어놓고는, 나중 가서 식칼 들고 휘두르는 계집애와 가슴 크고 착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어째서 남자 주인공의 집에 있었는지 모를 톱인지 마체테인지 알 수 없는 무기를 휘두르는 년이 나오는 거...! 다른 한쪽은 야구 선수도 아니면서 어디서 사왔는지 빠따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유저마저 능욕하다 못해 시스템 구조까지 바꿔 버리는 계집애가 있는, 그... 그런.

얀데레 물.

[오빠, 옆에 있는 분은...?]

[어?]

눈앞에 있는 츠부미의 눈동자에서 갑자기 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진다. 하지만 서우는 거기까지 보고 나서도 크게 감흥이 없었다. 작금의 얀데레물들은 새로움이 없다. 남자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를 요리로 만들어서 먹이고, 빨간색 글씨로 한 사랑해로 도배한다든가 감금한다든가... 그 여자의 냄새를 지워 버릴 거야 등등, 이것도 그런 것이겠구만. 이제 뒤를 돌아 보면 웬 여자가 있을 테고, 거기에 빡친 츠부미가 식칼을 들고 오는... 꿈도 참 별 게 없구나. 서우는 뒤를 돌았다.

...자기 옆에서 자고 있을 사쿠라가 있었다. 그래, 이건 꿈이니...

[죽여 버릴 거야아아아아앗!]

[공략 캐릭터 츠부미의 분노가 +100 되었습니다. 당신을 죽이려 듭니다.]

주변에서 츠부미의 능력인, 폭탄들이 둥둥 떠올랐다. 아 미친, 아슬아슬하게 피했더니 펑! 하고 터진다. 이거 꿈 맞아?! 이거 꿈이잖아...! 자각했으면서도 왠지 저걸 저대로 맞으면 죽어 버릴 것 같았다. 꿈에서도 강 건너에서 손짓하는 할아버지가 있으면 절대 건너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 작품 후기 ============================

세카이는 나쁜년입니다

여러분 스쿨데이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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