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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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흐아응... 흑, 흐으...”

아니, 오히려 유우리를 괴롭히라고 만들어놓은 판 같은 기분이었으나, 지금의 하네다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해 준다면 고마워서 눈물이라도 날 지경- 하네다는 씩, 씨익, 연달아 거친 숨을 내쉬다가 입술에 묻은 것을 핥았다. 이제는 그게 무슨 맛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저 유우리를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꺅!”

그 하얀 가슴에 이를 세웠다. 있는 힘껏 깨물자 유우리는 견디지 못하고 몸을 펄떡였으나, 결코 하네다를 밀어내거나 하지는 못했다. 죄책감이었다. 차라리 자기가 자결이라도 햇다면, 서우에게 끝까지 넘어가지 않았다면... 하네다의 정보를 당연한 듯 서우에게 넘기지 않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서우를 말렸다면. 

‘아, 아아... 하네다... 내가 어떻게 하네다를...’

죄책감이 차마 하네다를 밀어낼 수 없게 만들었고, 그와 반대로 불타는 복수심에 가득 찬 하네다는 연신 유우리의 몸에 이를 세웠다. 서우는 잠시 손을 풀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랬다가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았다. 뭐, 기껏해야 아주 조금 기운을 차린 정도지만 혹시 모르니. 독사는 머리를 잘려도 길게는 한 시간까지도 살아남아 사람을 물어뜯으려 들지 않던가. 

“하, 으윽. 악!”

“......”

그래도 새삼 저러고 있는 둘을 보니......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 감개무량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저런 여자들이 아니었기에 더욱 더.

‘하네다, 내가 분명히 적당하게 시간만 끌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라고 말하던 유우리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얼음 능력을 쓰는 것은 하네다였지만 오히려 유우리 쪽에서 풀풀 얼음이 날릴 것 같았다고 할까. 차가운 눈매의 잘빠진 여자, 그런 여자를 쑤시지도 못하고 역으로 쑤심당했던 과거...

‘쿨럭, 쿨럭.. 죄, 죄송합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쯧."

‘...면목 없습니다.’

그때 두 여자들의 사이에는 끈끈한 의리 같은 것이 보였다. 유우리는 부하 동료인 하네다를 지켜주고 이끌어가는 느낌이었고, 하네다는 그런 유우리를 믿고 의지하며... 뭐 그런, 아름다운 관계였던 것 같은데.

‘제법 쓸만하군...? 역시 실험용으로 쓰고 싶어.’

“아흐, 아... 앗! 아앗!”

몸에 딱 붙는, 능력자용 검은색 슈트를 입고 왔던 두 여자들. 당장이라도 AV 스파이 기획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느낌이었는데 말이지... 

어설프게 갑자기 등장해서 등장한지 10분만에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고 반항 좀 하다가 갑자기 뒤에서 한 대 맞고 질질 끌려간 다음... 그래, 그런 거. 그런데 참... 자길 실험용으로 쓸 생각을 하던 여자가 저렇게 된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서우 님, 서우 님.”

“음?”

옆에서 사쿠라가 불러오는 것을 보며 서우는 고개를 돌렸다. 같이 공격해 오는 유우리와 하네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배까지 뚫리고 너덜너덜해져서 아 이제 뒤지는구나... 싶었더니 은혜 갚은 제비... 는 아니고 사쿠라 덕분에 살아서 이렇게까지 오다니. 안 그래도 예쁜 사쿠라가 예뻐 보여 덥석 끌어안았더니 얼굴을 붉히다가 말을 이어온다.

“저렇게 둬도 될까요? 저러다가 유우리 씨가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별로 신경도 안 쓴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건 알고 있을는지. 서우는 어깨를 들썩였다. 유리는 조금 걱정이 되는지 너무 심하지 않아? 하고 말해왔고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능력자가 왜 편한데, 하네다를 슬쩍 밀어, 유우리의 오른쪽 가슴을 보여 주었다. 

“벌써 다 나았잖아...?”

“이 정도쯤이야 금방이죠. 오히려 유우리는 아픈 걸 좋아하니까 더 좋아할지도... 그렇죠, 유우리 씨?”

“읏, 하... 서... 서우 님...”

“봐, 아주 질질 쌌네. 아픈 걸 더 좋아하니까.”

유우리가 마왕이고 서우 자신이 용사는 아니지만, 이래서 마왕들은 단 번에 용사들을 싹을 밟아 놓아야 하는 것 같았다. 괜히 용사가 초보인 줄 알고 이번은 봐 주지, 더 강해져서 돌아와라. 라든가, 그래?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덤벼봐라... 라든가 하고 말했다가, 그 기회 때문에 죽는 게 아니던가. 나중이라도 만약, 이런 상황이 있다면 싹을 뽑다 못해 그 자리에 농약까지 뿌리겠다고.

“하으으... 힉!”

그렇게 서우가 생각하는 사이, 하네다는 착실히 유우리의 몸을 씹으며 괴롭혔다. 팔 다리를제대로 쓰지 못하기에 한껏 그녀의 몸을 짓누르며 가슴을 짓씹었는데, 풍만한 탓에 입에 넣기가 무척 쉬웠다. 그래서 이제 유우리의 오른쪽 가슴은 이빨자국에 새빨개져, 위에 올라가 있던 것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콰직, 콰직, 살을 씹는 소리가 날 만큼 전투적으로, 하네다는 유우리의 온몸을 씹고 괴롭혔다. 그렇게 마침내, 하네다가 완전히 입술을 떼었을 무렵에는 마지막으로 입을 뗀 유우리의 목은 피멍으로 가득해 있었다. 아마 다른 곳도 자가치유가 되지 않았다면 그랬었겠지... 

“흐으... 크......”

하지만 아직도 하네다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아니, 이 정도로는 오히려 성이 차지 않는다는 것처럼 연신 씩씩거리며 유우리를 노려 보았고, 유우리는 그런 하네다에게 죄스러운지 고개도 들지 못하고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거기에는 장시간, 서우의 밑에서 노예 취급을 당하며 철저히 복종되었던 시간 또한 한 몫을 한 듯했다. 오랜 시간, 누군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데 익숙했던 유우리는 이제, 누군가를 쉽게 쳐다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조금 더 괴롭히고 싶어.’

‘더, 더... 유우리, 저 계집만-!’

이를 가는 소리를 내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하네다는 이제 반은 짐승과 같은 모습이었기에, 서우는 아랫도리가 조금 짜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쿠라는 이제 자신들이 퇴장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눈치로 알고서 유리를 데리고 조심스레 빠져 나갔고, 서우는 정신을 못 차리고 개처럼 으르렁거리는 하네다를 향해 다가갔다.

“어차피 하네다 씨는 더럽혀졌어요.”

“......”

“수많은 신도들이 이 몸을 봤고, 나한테도 몇 번씩 박혀서 가버렸지. 그것뿐인가? 다른 여자들한테도... 그러니 이제 좀 편해지는 건 어때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려고- 하네다가 다시 무섭게 이를 갈 때, 서우는 웃으며

“나한테 복종하겠다고 약속하면, 언제든지 유우리를 괴롭힐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

“어차피 이제 와서 변하는 건 없지 않나?”

서우는 녹음했었던 것을 틀었다. 하네다의 신음소리, 서우에게 박히면서도 좋다고 울부짖으며 정신을 놓고 애원했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들으면서도 수치심보다는, 받아들이게 되는 자신이 있었다. 이제 변하지 않는다. 모든 일은 다 일어난 것이고... 그건, 다 저기 있는 유우리 때문에. 저 계집 때문에.

“나한테 복종해. 그러면 상으로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까.”

뱃속을 채웠다고는 하나 몸은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머리가 아팠다. 한계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는 연신 울리고 있었다. 힘들었다. 빨리 쉬고 싶었다. 어차피 변하지 않아. 이제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날 이렇게 만든, 원인에게 복수하지 않으면-

“으응, 흣...”

정신을 차렸을 때, 하네다는 엎드린 채로 추하게 엉덩이만 올리고 있는 유우리의 뒤에 가 있었고, 서우는 멀리서 그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말해 버렸구나, 말해 버린 것이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복종해 버리겠다고.

하지만 이제 됐어. 유우리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하네다는 악마처럼 웃으며, 지쳐 늘어진 유우리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 작품 후기 ============================

엄마랑 싸웠습니다. 여자 마음은 여자도 모름...

힘든 걸 모르겠냐고 해서 말 안 해 주면 당연히 모르지 했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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