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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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물과 몸이 강렬하게 맞부딪치는 순간, 그냥 죽었겠구나- 싶었다. 왜, 물에 빠질 때 그 쇼크로 심장마비가 와서 죽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눈앞이 캄캄해질 때 그것처럼 저도 그리 될 줄 알았다. 능력자의 몸으로 이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이 모양이라니, 참 허무하구나. 

모든 것이 아득했다. 복상사해 죽지는 못할망정 익사라니. 게다가 얀데레화한 츠부미에게서 도망치다가 익사라니! 실로 꼴사나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놈의 계집애. 다시 만나기만 해봐라... 얀데레고 뭐고 버릇을 고쳐놔야지.’

살인범은 감옥에. 얀데레는 정신병원에. 모에는 개뿔. 실제로 당하니까 당황스럽다. 어떻게 츠부미를 고쳐야 할지는 감이 잡히지 않으나, 다른 여자 능력자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츠부미가 이상해진 것도 어쩌면 그거랑 관련이 있을지도.

...아니 일단 살아서 돌아가야 뭘 하든가 하지. 아무리 노력해도 눈은 떠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몸까지 추라도 매단 듯 무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리다.

사실 강이 아니라 바다였던 거 아니야? 코와 입속으로 스며드는 비린내에 괴로워하며 몸을 틀었다. 이렇게 한 번, 저렇게 한 번,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움직이지 않는다기 보다는- 팔과 다리부분만...

“...?”

눈이 떠졌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피가 잔뜩 튀겨 있는 회색빛의 천장. 한번 닦은 적도 없는지 찐득해 보이는 때와 섞여 있는 핏자국이 실로 을씨년스러웠는데, 거기에 매달린 창백한 전등 하나가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으니... 서우는 이게 뭔가 싶었다. 교단이나 일본의 서포터들에게 구출되었다면 이런 곳에 저를 둘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뭐야, 여긴.”

서우가 저도 모르게 그리 말한 순간이었다. 얼굴에 그림자가 지더니, 덩치로는 서우의 두 배. 몸무게는 세 배 정도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은 대머리의 거구가 앞으로 무섭게 걸어왔다. 그때마다 바닥이 쿵, 쿵, 울리는데 실로 엄청난 존재감에 바닥에 묶여 있던 서우는 그때마다 조금 멀미가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으잉?”

자기 몸이 도화지인 줄 아나, 손목까지 옷처럼 온갖 문신을 하고 있는데... 또 거기에 안 어울리게 천장만큼이나 더러운 앞치마를 적절하게 코디했다. 자세히 보니 아, 알몸에 앞치마... 이게 바로 남자의 로망이라던 누드 에이프...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런 게 아니라고! 이런 게 가장 잘 어울릴 아키오를 떠올리며 서우는 눈을 감았다. 최근 들어 예쁜 여자들만 보며 곱게곱게 모셔오던 눈은, 갑작스레 나타난 공격에 견딜 재간이 없었다.

“야, 사카모토. 이 새끼 죽었다면서? 죽은 놈 데려온 거 아니었어?”

“뭐? 아직 안 죽었어? 아니, 이상하네... 숨 안 쉬는 거 확인하고 데려온 건데.”

“무슨 소리야. 멀쩡하구만. 지금 눈 부라리고 있는데?”

“잘 됐네, 그럼.”

“그러게. 운이 좋아.”

그러더니 또 쿵, 쿵, 쿵,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다른 곳으로 간다. 그러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칼로 뭔가 썰어 버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와 동시에 역한 피비린내가 민감한 코로 확 파고들어, 서우는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장기 매매하는 곳이군. 장기 매매 내지는 인육... 

“싱싱한 장기는 구하기가 꽤 힘들거든. 군인이 어딜 가든 있어서 말이지. 쯔읏.”

“......”

음, 일단 장기부터 적출할 생각인가 보다. 그래, 다람쥐를 죽이면 도토리만 얻는 게 아니라 다람쥐의 가죽, 뼈, 고기, 전부를 얻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탈출할 수 있지만 서우는 조금 궁금해졌다. 해서 어떻게 하려나... 하고 지켜만 보고 있었더니 옆에 있던 레버를 당겼다. 바닥에 딱 붙어 있던 서우는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밑에 바퀴라도 달렸는지 서우는 그곳에 태워져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무균실이라도 가는 건가... 갑자기 깨끗해진 복도를 지나, 하얀 문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 나는 못하오. 사...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라니?!”

“뭐야? 못하겠다고?”

“절대로-”

“그럼 죽어.”

탕, 깔끔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것이 옆으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화끈하구만? 서우가 슬쩍 눈을 굴리자, 의사인지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계집애는 와들와들 떨고 있다가 자리에 주저앉았고, 남자 하나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너.”

“예, 예...?”

“할 수 있어. 없어?”

“하... 하, 하겠습니-”

“할 수 있다고? 안 들리는데.”

“하겠습니다!”

“좋아.”

그러더니 만족스러운지 빨갛게 염색한 머리를 넘기며 웃는다. 야쿠자 같은 건가... 서우는 저를 묶고 있는 낡은 끈을 끊어보려 팔을 움직이다가 멈췄다. 이 정도면 금방 끊을 수 있겠는데, 능력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손끝만 아주 약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 지금 당장 수술을... 뭐야. 잡아왔다는 게 이 새끼야?”

“예. 사카모토가 죽은지 얼마 안된 시체인 줄 알고 가지고 왔더니, 아직 살아 있어서... 이걸로 할까 하고요.”

“흐음. 그래. 젊은 놈 장기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으니까. 좋은 장기 달아봤자 10년도 못 살게 생겨가지고는... 아니, 10년이 뭐야? 5년 안에 죽는다는데 500엔 건다. 하여튼, 돈은 쥐 발톱만큼 주면서 바라는 게 많아요.”

여자가 서우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위 아래로 서우를 진득하게 훑어보는데...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농염함이 유리 못지않았다. 남자를 잡아먹다 못해 양기의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을 것 같다고 할까. 

“정부쪽에서 일하나 본데? 이 옷, 그거 맞지?”

“예. 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흐으음... 이거, 자세히 보니까.”

다시 서우를 훑어보다가 손을 뻗어서 덥석, 제 아랫도리를 잡았다. 

“진짜 괜찮은 남자잖아?”

츠부미한테 잡아먹힐 위험에서 도망쳤더니 이번에는 이쪽인가. 하지만 이런 거라면 대환영이지 그럼... 

“수술은 조금만 미루고, 일단 내 방으로 데려가 볼까? 후훗, 괴롭히고 싶게 생겼는걸?”

그러더니 자기가 직접 쇠침대를 밀어서 끌고가는 것이...  

“저승가기 전에 천국을 보여줄게. 기대해.”

어차피 죽으면 가는 곳이 천국 아닌가. 난 가기 좀 힘들 것 같지만... 서우는 생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한번 어디까지 가나보고 끊고 탈출해야지, 짧게 하품을 하고 있으니 어느 샌가 한쪽에 있는 방에 도착했다. 어지간히 기대가 되는지 서우를 밀어 넣고는 급하게 문을 닫았다.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옷까지 갈아입어야 하는 건가, 뭘 하려고? 슬슬 탈출할 생각으로 손목에 힘을 주던 서우는 방 안을 둘러보고 경악했다. 한쪽에 걸려 있는 채찍이나 케인을 비롯하여, 저온 양초, 정체 불명의... 왠지 여자한테 쓰는 건 아닌 것만 같은 형태의 여러 기구들. 가면, 안대, 서우가 모르는 것들이 잔뜩- 방에 장식 되어 있는데.

잡혀 와도 어떻게 이런 곳을 잡혀오지? 안 되겠다. 빨리 빠져나가지 않으면... 서우가 다시 탈출하려 하는 찰나, 여자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딱, SM클럽의 여왕님 같은 복장으로-

“흐흥, 흥, 내 노예야. 잘 기다리고 있었니?”

......꼭 탈출해야 할 필요가 있나? 탈출은 무슨. 서우는 재빠르게 끈을 끊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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