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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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흐흥, 흥, 내 노예야. 잘 기다리고 있었니?”

......꼭 탈출해야 할 필요가 있나? 탈출은 무슨. 서우는 재빠르게 끈을 끊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좀 풀었다. 기절해 있던 시간이 꽤 길긴 했나보다. 몸 여기저기가 뻐근하고,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세상모르고 기절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해체 안 당해서 다행이군. 서우는 주머니에서 제 담배를 찾으려다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 짜증을 내며 발을 땅에 대었다.

“...응?”

그리고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저를 바라보는 여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간 서우는, 그녀의 손에 야무지게 쥐어져 있었던 채찍을 빼앗았다. 힉, 비명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빼는데, 그걸 놓칠 서우가 아니었으니. 도망치려는 여자의 양팔을 뒤에서 붙잡고는 간단하게 제압했다. 

“이게...!”

나름대로 싸우는 법을 알고 있기는 한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긴 하는데 그런 게 서우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양팔을 가만히 잡고 짓누르니 몸을 이리저리 펄떡이는데, 그것도 어렵지는 않았기에 서우는 유유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여자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남자한테 쓸 법한 물건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가볍게 스킵하고 여자한테 쓸 만한 물건들이 없나 쳐다보니, 맛만 좋으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는지 여자한테 쓸만한 것들도 많았다.  빨간색 로프를 비롯해서, 그 옆에 수갑, 그리고 죄인들한테나 채울 법한 온갖 결박 도구들, 서우도 몇 번 써본 적이 있긴 했으나 저렇게 온몸을 결박하는 의상은 보질 못했다. 저걸 다른 여자들이 입는다면-

“...챙겨 갈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서우는 백팩 같은 것이 제게 없는 관계로 패스했

“흐음. 이렇게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인데...”

“너, 너어. 어떻게. 그걸 끊었-”

“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이제까지 서우가 주워들은 지식 같은 것으로 어설프게 그 흉내를 내고 있었다면, 여기 있는 것들은... 그래. 제법 본격적이라고 할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던 서우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런 기질도 충분하고 다쳐도 금방 낫는 하네다와 유우리를...... 하고 생각하며 채찍을 가볍게 휘둘렀다.

“흐꺄악!”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우의 기준. 무섭게 바닥에 꽂히는 채찍을 보며 서우의 품에 잡혀 있었던 여자는 크게 몸을 떨었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서우는 팽팽하게 채찍을 쥐고는 여자를 가볍게 밀쳐, 제가 묶여 있던 곳에 두었다.

“뭐, 뭘 하려고...”

“뭐긴, 네가 하려고 했던 짓을 해봐야지.”

“...?!”

“자, 일단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이름도 모르는 장기 밀매 조직의 여자, 서우는 그녀가 하려고 했던 짓을 그대로 되갚아주었다. 여자가 미리 말을 해둔 탓인지 방 안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서우는 그 동안 수많은 방법으로, 자기가 해보지 못했던 영역까지 개척하며 여자에게 정보를 얻어냈다. 여긴 어디고, 또 어떻게 데려왔는지.

“내, 내가 그걸 말할 줄 알고...?”

아직도 이런 소리를 한다. 조금 얌전하게 변한 줄 알았더니. 의리라도 지켜야하는 것인지 조직에 대해 말하라니 입을 꾹 다무는데, 서우는 나름대로 급박한 이런 순간마저 조금 즐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옆에 있던 양초에 불을 붙였다.

“어, 어차피 내가 나가지 않으면- 다른 녀석들이 이쪽으로 올 거라구! 그 녀석들이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 흐아, 꺅!”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널 가만히 놔두지 않겠지. 그러나 시간을 들이면 가능했겠지만 여자가 입이 제법 무거운 관계로, 서우는 위치 정도의 정보만 알아낼 수 있었다. 원래 필요했던 건 그 정도였기에, 서우는 마지막 남은 양초를 여자의 몸에 적당히 떨어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아...”

“좋아. 그 정도면... 다음에 만나면 그땐 조금 더 제대로 해보자고.”

여왕이 되려다가 졸지에 노예로 전락하셨군? 서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이제 위치는 알았으니 나가 볼까...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열어젖힌 서우는, 총을 들고 있는 남자 세 명과 복도 끝에서 딱 마주쳐 버렸다.

“하하. 이것 참.”

“뭐야, 저 새끼... 저거, 해체하려고 데려온 놈 아니었어?”

“어, 그런데... 설마-”

총을 겨누는 것을 보며 서우는 재빨리 벽 뒤로 숨었다. 이걸 어쩔까, 인질놀이를 하면서 빠져나가는 건 성미에 안 맞고... 서우가 한숨을 쉬었더니 여자가 빽,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을 잡아! 남자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건물이 쿵쾅쿵쾅 울린다. 

“...아직도 안 되나.”

손을 쥐었다 피니 손이 번쩍거리긴 하는데 아직은 무리인 것 같다. 그래도 돌아오기는 하는 거군... 서우는 츠부미를 생각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 분노를 아무나 잡고 풀어주지 않으면 정신건강에 심히 해로울 것 같아서, 서우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얼마 가지 않아, 서우의 발밑에는 곤죽이 된 남자 셋이 굴러다니게 되었으니.

“미, 미친 새끼... 너 대체...”

“끄흑, 끅.”

“총이나 써볼까.”

역시 손맛이 좋아야 한다고, 총을 거의 써보지 않았던 서우였으나 묵직한 총을 잡았더니 제법 쏘는 맛이 있을 것 같아 자세를 잡아 보았다가, 한 놈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인정사정없이 머리를 후려쳐 버렸다.

“...난 총 쏘기는 글렀나.”

“빠, 빨리-”

“응?”

총으로 쏘기보다는 총으로 때리는 게 앞서는군. 서우가 그리 생각하던 때였다. 여자 쪽은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그새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사람을 보내, 빨리! 해체하려던 새끼가 지금...!”

피 묻은 손을 바지에 슥 문질러 닦고는 여자 쪽을 보았더니 눈이 딱 마주쳤다. 힉! 괴이한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리는데 다른 녀석들이 오든 말든, 서우는 크게 상관이 없었기에 유유히 밖으로 빠져나가며, 마주치는 한 놈 한 놈마다 패대기를 치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처음에 눈을 떴었던 곳에-

“...담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 보니, 하얀 곽이 있었던 것 같기는 했다. 잠깐 담배 좀 가지러 가볼까, 그럼?

“저기다! 저 새끼야!”

“당장 잡아!”

...잡으러 가면서 저렇게 소리를 치는 건 대체 무슨 영문인가. 서우는 제 위에서 무섭게 달려오는 녀석들을 보며 아래쪽 계단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아까 갔던 길을 기억하며, 원래 묶여 있던 곳으로 향했는데- 

“어, 엇?!”

“...음?”

“아까... 아, 아까 끌려갔던 분 아니세요?”

“그쪽은.”

잡혀 있던 여자의사였다. 하얀 가운을 입고서 발이 로프에 묶여 있는데... 호, 이게 제법... 서우는 저도 모르게 빨려가듯 그 앞으로 다가갔다가, 딱히 관심 있어서 온 건 아닌 것처럼 말을 돌렸다.

“뭡니까.”

“어, 어떻게 풀려나오셨어요? 밖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무, 무슨 일이 있나요?”

“지금 탈출 중이라서...”

“저,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이, 이것 좀 풀어 주세요. 전 원래 도쿄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 이렇게 끌려와서...”

“어렵지는 않지만.”

인간을 도살하는 곳이기 때문에 칼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서우가 뚝, 뚝, 하고 두어 번 로프를 잘라내니 여자는 금방 자유가 되었다. 

“저...”

남자도 풀어달라는 거군? 빤히 쳐다보는 눈길을 이기지 못한 서우는 성의없게 로프를 잘라 주었다.

============================ 작품 후기 ============================

138편에서

하네찡 공략은 그닥 길지 않습니다. 백탁조교 편이 겁나 길었던 거지... 

라고 썼었네요. 후기에...

개소리였다.

ㅠㅠ

그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예약 걸어놓은 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끄흑 죗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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