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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의 내기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쁘네. 짧게 머리를 친 보이쉬한 여의사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서우의 안에 있는 깃털 같은 부성이 제 딸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걔도 커서 이런 느낌이면 참 좋을 텐데.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바였다.
“스즈키, 스즈키! 좀 일어나봐! 빨리 일어나라고!”
“으, 으... 뭐야, 어떻게 된 거...”
“빨리 일어나, 도망쳐야...”
“도망치긴 어딜?”
안으로 들어선 이들의 손에는 사시미 칼 하나씩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순식간에 서우와 의사들을 포위하고 섰다. 기세 좋게 들어오기는 했지만 오면서 서우가 다른 녀석들을 작살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쉽사리 접근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 아...”
하지만 그 기세가 어찌나 흉흉한지, 뒤에 있던 두 사람은 이를 딱딱 맞부딪치며 떨고 있었다. 쉭, 쉭, 눈앞에서 사시미 칼이 왔다갔다 거리고 있는데, 그 중에 패기 넘치는 한 놈이 서우에게 먼저 접근했다. 하지만 탁, 탁, 두어 번의 말끔한 소리가 난 뒤에는 팔이 부러져 그대로 바닥에서 뒹굴게 되었으니-
“흐아, 악! 아악! 내 팔!”
서우는 발로 세게 걷어차 녀석을 밀고 뒤로 슬슬 물러나, 뒤를 살폈다. 저쪽에 좁은 복도가 하나 보이긴 하는데... 어디로 통하는지는 모른다. 저쪽으로 가서 좁은 곳에서 한 명씩 처리하는 편이 빠르고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은 지금 있는 자리가 워낙 좁은지라 뒤에 있는 두 사람이 거슬렸다.
“뒤로 가요.”
“예, 예?”
“뒤에 있는 문, 그쪽 복도 따라 쭉 가라고요.”
“네, 네에...! 감사합니다!”
도와준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둘이 재빨리 그쪽으로 뛰어 나가는데, 그와 동시에 사내들이 덤비기 시작했다.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체인까지 휘둘러대는데, 서우는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몸을 움직였다. 유우리의 촉수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큭! 이 개...!”
“개 뭐, 새끼야.”
“컥!”
그대로 스트레이트를 먹이자,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 버리는데 서우도 이런 식으로 직접 몸을 맞부딪치는 것은 꽤 오랜만인지라 손목이 뻐근했다. 능력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지 그마저도 금방 괜찮아졌지만... 서우는 손을 쥐었다 피길 반복했다. 그때, 한 뼘 크기의 와이어가 솟아올랐다.
“좋아, 이거면 충분하겠군.”
제 손에서 올라온 것을 보며 사내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으나, 이미 서우는 그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간 직후였다. 와이어가 한 바퀴 크게 휘둘러지자 두 토막이 난 사내들이 그대로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이런 시대에 장애를 얻으면 죽는 것보다 못한 법, 나름 친절하게 한 번에 죽여준 뒤에 다시금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은 서우는 뒤쪽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허, 인질?”
“가만히 있어라!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이년 목부터 따 버릴 테다!”
“으, 꺄악!”
서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래도 뒤에도 쫙 깔려 있었던 것인지, 남자는 또 기절해서 바닥에 쓰러져 있고 여자는 제 몸집의 세 배는 될 것 같은 두꺼비 같은 사내에게 뒤에서 붙잡혀, 머리에 총까지 겨눠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자기가 이들을 구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한 것인가... 미쳤다고 누가 단신으로 이런 곳을 쳐들어올까. 능력자가 아닌 이상에야... 바쁜 능력자들이 이런 곳에 올 리도 없겠지마는. 아무튼 서우는 여자를 구해 줄 이유가 없었다. ‘
“가만히 안 있어? 정말 이 년 머리에 구멍 나는 게 보고 싶은 거냐?!”
“상관은 없는데...”
“뭐, 뭐라고?!”
어차피 자기네들도 의사가 필요해서 저 둘을 납치해왔을 텐데, 이제 겁도 잔뜩 먹었겠다 말을 안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장기 밀매단에서 일하는 의사로 윤택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그럼, 이런 시대에 어떻게 제대로 된 직장 하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다가 밀매단 보스랑 눈이라도 맞으면 이제 그때부터 흔한 로맨스 소설 하나 탄생하고 나름대로 신데렐라가 되는 거 아닌가? 서우가 저쪽에서 집어 왔던 담배까지 피면서 슬슬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하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사내들 쪽이었다. 적어도 당황할 줄은 알았더니 저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담배까지 피면서 이쪽을 안타깝다는 듯이 보고 있는데... 마치 부자 앞에서 아등바등 사는 서민이 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그, 그래!”
“싫은데. 싫은데.”
“...?!”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서우는 스탭까지 밟으며 이리저리 움직여 그들을 능욕했다. 그러면서 창가 쪽으로 뛰어내릴 생각으로 슬쩍 문을 열고 내려다보았다. 저기 착지할 수 있는 곳도 있고, 두 번 정도만 뛰어내리면 금방이겠다 싶어, 서우가 창틀에 발을 대는 찰나-
“잠시만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음...?”
여자가 부르는데 안 돌아볼 수가 없는 노릇. 유언이라도 남길 생각인가? 서우가 시큰둥하게 여자를 돌아보자, 그녀가 자기의 하얀 가운을 손으로 잡고 그대로 뜯었다. 뭐야, 너 뭘 하려고? 서우와 사내들의 시선이 그리로 쏠린다.
“흑...!”
그 다음 눈을 꽉 감은 여자가 뜯어내는 것은 안에 받쳐 입고 있던 옷이었으니, 그걸 뜯어내자마자 모세의 기적이 열리듯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내들은 자신들의 앞에 펼쳐지는 놀라움에 침묵하고 말았다. 여신이었다. 가슴의, 거유의 여신.
“느, 능력자님이시죠?!”
“......”
서우는 창렬하리라 생각하고 아무런 기대도 없이 열었던 과자 봉지에 질소는 온데간데없고, 내용물이 혜자스러웠던 흔치 않은 추억이 떠올랐다. 아, 그래 저것도...
“나... 나, 남자 능력자분들은, 성욕... 성욕 때문에 많이 고생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나,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일반인의 두 배 가량 돼, 돼서...”
“지, 지금 저년이 뭐라고 말하는 거야? 능력자?”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 여자가 말을 잇지 못하자 서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도와주면, 뭘 줄 건데요? 뭘 줄지 확실히 말을 해줘야 도와주든가 말든가 하지... ”
“해, 해... 해달라고 하시는 거, 다다... 다할게요! 정말 다할게요!”
“다? 어디까지?”
여자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져, 이제 익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붉어졌다. 아무래도 엄청난 쑥맥인데도 일단 어떻게든 살려고 되는 대로 말하는 것 같은데... 서우가 장난스럽게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자 아, 아, 하는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다가 눈을 세게 감고 소리쳤다.
“그냥 시켜만 주세요...! 여, 여여... 열심히 할게요!”
“좋아.”
서우는 조용히 양손에서 와이어를 뽑아냈고, 그것에 사내들이 놀라는 아주 짧은 순간, 정확하게 여자를 뒤에서 붙잡고 있던 남자의 이마를 꿰뚫었다.
“힉...!”
“구석에서 조용히 옷 벗고 기다려요.”
따, 딱히 거유가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니까. 여자가 옷을 추스르고 구석으로 몸을 피하자 서우는 씩, 무섭게 숨을 내뿜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인원을 도륙내는 것에는 1분도 필요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이마트를 갔는데 마침 피자를 다 만들어놓고 팔길래 피자를 사려고 했더니 6천원 밖에 안 가져 왔더라고요. 그래서 집어서 계산대로 가다가 다시 놓고 오는데 부끄러웠습니다... 흑... 흑.......
이따 연참하러 오겠습니다. 지금부터 써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