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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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능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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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키를 어렵지 않게 구한 서우는 밀매단이 두고 간 차 중에 마음에 드는 차를 하나 잡았다. 기름도 충분하고, 다행히 네비게이션도 달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도쿄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번 시동을 걸던 서우는 문에서 나오는 사오리와 쓰러져 있던 의자를 보며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어... 어...? 이게 어떻게 된...”

기절했었다가 사오리의 손에 끌려 나온 남자는 상황파악을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냥 얹혀가듯 자리에 앉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멍한 눈으로 차에 타는데 서우는 굳이 말해 줄 이유가 없었으므로 앞에 앉은 사오리의 허벅지나 은근하게 쓰다듬었다.

“아, 응... 그, 그게. 이 분이 능력자셔서... 아마도 정부에서 나오신... 그래서 우릴 도와 주셨어.”

“그런...! 가, 감사합니다!”

“......”

뭐 아무렇게 생각해도 좋겠지. 서우는 어깨를 들썩이다가 네비게이션에 적힌 대로 차를 몰았다. 다행히 원래 떨어져 있던 곳에서 먼 것 같지는 않은데... 서우가 기절해 있던 시간은 무려 3일이었다. 그 동안 해체 되거나 좀비에게 뜯기지 않은 게 어찌나 다행인지, 서우는 왠지 목이 아직까지 뻐근한 것 같다고 느끼며 원래 집결지로 가 보았으나 이미 철수한 모양이어서, 서우는 다시 도쿄쪽으로 차를 몰았다.

올 때는 빠르게 왔었지만 갈 때는 어쩌려나... 서우는 이리저리 운전을 하다가 문득, 눈앞에 보이는 까만 점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왜 저기 몰려 있지?”

“서우님. 저, 저건-”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저 운전면허가 있습니다.”

“그럼 좀 몰아봐요. 귀찮아 죽겠네...”

“네, 넷!”

남자가 서우 대신 운전석에 앉자, 서우는 차 위에 올라갔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항상 봐오던 좀비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뭐야, 저거.”

좀비라면 한두 곳 정도, 물리거나 뜯어 먹힌 곳에서 곰팡이 같은 것이 자란다. 그것이 환부를 가득 덮고, 더 가서는 그 부근을 아예 까맣게 태워버리고는 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 게다가 시체다 보니 몸은 회색빛에 가까우며, 움직임 또한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기 전까진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저건... 뭐지? 서우가 조금 더 자세히 보려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이었다.

“...?!”

날카로운 무언가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재빨리 손으로 그것을 쥐어 보니 얇은 가시 같은 것이었는데, 만약 그게 눈에 맞았다면 큰일이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순간 다시 뭔가가 날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차 멈추고 엎드려!”

끼이이이익! 차가 그대로 멈춰서며 서우는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 순간 앞에서 방금 뺨을 스치고 지나갔던 것들이 수십, 수백 개가 날아왔고, 서우는 재빨리 몸을 날려 근처에 있던 바위 뒤로 숨었다. 기껏해야 좀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능력자? 하지만 제가 아는 일본의 능력자 중에서 이런 힘을 가지고 있던 놈들이 있던가? 게다가 위력은 강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저 거리에서- 

“뭔데 저렇게 날려대는 거야...?”

어디선가 피냄새가 난다. 차 안에 있는 둘이 찔린 것 같지는 않은데... 서우가 숨어 있는 바위를 향해 사정없이 가시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대체 어느 타이밍에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다소의 데미지를 감수하고 밖으로 나갈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 무엇인가가 머리 위로 날아왔다. 서우는 그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몸을 날렸고, 동시에 있던 자리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미친-”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서우는 양손에서 와이어를 쭉 뽑고는 가시가 날아오는 곳을 향해 달리며 자기 몸을 방어했다.

“큭!”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능력이었기에 방어는 좋지 않았다. 서우는 말하자면 탱커와 딜러를 동시에 합친 타입이어서, 뭘 하든 맞으면서 공격을 하는 편이었으나 이번 건 제법 아팠다. 좀비는 아닐 테고, 대체 어떤 능력자기에... 

이를 부득 갈면서도 서우는 강한 상대와 싸우게 됐다는 기쁨에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도 여자려나? 여자였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확인할 틈은 없는 것 같았다. 나중에 두동강이 난 시체를 보면서 좀 예쁜 여자였으면 살살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겠지! 표적이 보이자마자 서우는 확인도 하지 않고 와이어로 푹, 찔러 버렸다. 동시에 몸을 무수한 가시가 스치고 지나가는데, 입고 있는 옷이 빠르게 찢겨 나갔으나 와이어를 그대로 위로 올리자 쏟아지던 가시가 멈췄다. 

“...아, 아깝다. 여자네.”

예쁘지는 않지만 어쨌든 여자는 여자.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몽롱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다가 피를 토하는 여자를 보며 서우는 굉장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냥 능력자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니, 능력자였다면 자기가 위에서 덮쳤을 때 분명 뒤로 도망쳤을 텐데, 어째서...? 

게다가 이렇게 제 몸에 가까이 맞붙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그대로 죽어 버린 것도 이상했다. 서우는 재빨리 와이어를 빼고서 뒤로 빠졌으나, 뒤에서 묵직한 무엇인가가 날아와 그대로 허리가 다른 의미로 활처럼 휘었다. 

“씨발!”

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에 서우는 그대로 근처에 있던 바위산에 몸이 박혔다. 그랬더니 1+1 행사라도 하는 것인가?! 하나가 더, 다행히 서우의 옆에 박혔고, 서우는 신속하게 몸을 움

직였다. 멀리서 보았던 까만 점은 저것이었던가?! 뭔가 알 수 없는 구를 날려대는데, 자세히 보니 저것도 사람이었다. 물론 당연한 것이긴 했지만-

없었다. 사람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체취라든가 하는 것들이.

저것은 마치 좀비 같지 않은가? 서우는 바위에 갈려 찢겨진 입술의 피를 닦다가 코에서 흘러나오는 피도 문질러 닦았다. 코뼈가 제대로 나간 것 같았지만 몇 번 흔드니까 다시 재생이 된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내쉬던 서우는 그대로 높게 뛰어들었다. 

적이 몇 명이나 있나, 살펴 볼 요령이었는데 그런 수고로움을 덜어 주겠다는 듯 다른 쪽에 있던 나머지 한 명의 능력자도 빠른 속도로 서우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그쪽은 근접전이 특기인 듯, 손에서 괴이한 불꽃을 내뿜고 있었는데 그것이 서우의 턱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갈 때마다 피부가 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근접전인 녀석이 덤벼 들었으니 밑에 녀석도 아마-

“뭐야?!”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제 편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것인지 연속적으로 구를 날려대는데, 서우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싸우는 녀석은 저도 구를 맞아가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에너자이저처럼 서우에게 덤벼드는데, 간신히 공격을 피하는 것도 벅찼다. 진퇴양난의 상황, 그러나 그때- 서우의 머릿속에 짧게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서우는 생각을 하게 되자마자 주먹을 날리는 남자의 손을 잡고, 손에 낀 장갑이 타들어감에도 그 손을 놓지 않고 버텼다. 구를 날리는 쪽은 역시나 근접 공격을 하는 남자를 생각하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고, 서우는 그 공격이 오는 것에 맞추어 몸을 한 바퀴 돌려, 구를 향해 던졌다. 역시나 피하지 않았고, 그것에 맞은 남자는 우습게도 그대로 몸이 접혀 바닥에 꽂혀 버리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확인사살을 위해 서우가 그리로 향하니, 눈이 뒤집혀 있었다.

능력자가 맞기에 그렇게 큰 데미지는 아니었는데...? 서우가 잇새 사이로 씩, 숨을 내쉬었다. 2명이나 죽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능력을 남발했기 때문인가. 멀리 있는 녀석도 쉽사리 공격을 하지 않아 서우도 다시 숨을 돌리다가 

“......”

이미 죽어 있는 놈이 입고 있는 제복, 거기에 달려 있던 국기를 발견했다. 틀림없는 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기였다.

============================ 작품 후기 ============================

갸아아아악

여러분 갸아아아악! 갸아아악! 빨리 이번 달 조아라 정산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이랑 자취하고 그러다 보니까 같이 공동으로 살 물건들도 많고, 풀옵션 되어 있는 원룸에 들어간 게 아니다 보니 책상도 사야되고 행거도 사야 되고 막... 거지거지하네요. 싸게 살려다 보니 다 조립식이고 막... 

근데 막 책상이랑 행거랑 제가 조립하고 나서, 캬... 내가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네 ㅎㅎ 하고 뿌듯해 했는데 오늘 친구네 아버지가 집에 오시더니 책상이 흔들린다며 나사 다시 조여주고 가셨다고 하네요. 시무룩... 난 내가 잘한 줄 알았는데... 아뭇흔 17일이여 와라아아아 오라고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아 빨리 와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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