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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능력자들
“이게 대체...”
서우는 무심코 손을 뻗어, 가슴에 달려 있던 국기를 떼었다. 이리봐도 중국 국기, 저리 봐도 중국 국기...... 메이드 인 차이나......
“...!”
몸이 뒤에서 꽉 잡히더니, 하늘이 눈앞을 뒤덮었다. 그리고는 쾅! 머리가 으깨지는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렸다. 능력자라고는 하나 머리를 공격당하면 속수무책이기에, 눈앞이 핑그르르 돌았다. 거기에 다시 한 번 쾅! 서우가 재빨리 와이어를 뒤에서 뻗어, 저를 잡고 있는 놈을 찌르지 않았다면 목이 꺾여 버렸을 일이었다.
“...으, 씨발 머리야... 누구 대가리 깨부술 일 있나.”
자기 머리를 떼어 준 호빵맨이 된 것 같았다. 부딪친 부분이 말랑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부딪쳤는데 코피까지 난다. 코피가 가치 있게 흐르는 것은 오직, 저기 있는 사오리 같은 여자의 몸매를 보고 코피를 흘리는 것뿐이니, 서우는 불쾌한 기분으로 손등을 문지르며 와이어에 꽂힌 채 꿈틀거리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윽, 극...”
“......”
목이나 볼을 꿰뚫은 것도 아닌데 말도 하지 못하고 별로 아파 보이는 것 같지도 않다. 보통 이렇게 되었을 때, 깡이 좋은 놈이라면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악하다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고 벗어나거나, 겁 많은 놈이라면 덜덜 떠는 것... 두 가지인데, 이 놈은 그런 것도 없고 무표정으로 버둥거리기만 한다. 그러면서 서우를 똑바로 보고 있는데, 그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야.”
“크, 그으...”
...아, 이 새끼 중국 놈이지. 하지만 욕은 어딜 가나 통한다고, 서우는 배가 뚫린 뒤, 와이어에 붙잡혀 벽에 붙어 있는 녀석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런데도 남자는 인형처럼 얼굴이 몇 번 돌아갈 뿐,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뭐지 이 새끼는...?”
분명히 사람이다. 서우는 사내놈의 옷을 벗긴다는 상황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으나, 저를 물려고 이를 딱딱 맞부딪치는 놈의 머리를 잡고 옷을 그대로 뜯었다. 와이어로 뚫린 곳 외에는 멀쩡하다. 바지까지 벗겨볼... 아, 아무래도 그건 싫다. 어쨌든 물린 곳도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이런 제복까지 입고 있으니... 좀비는 아닌 것 같은데.
“야, 말 좀 해봐라. 무시하냐, 새끼야? 응?”
주먹에 힘을 실은 서우가 다시 얼굴을 강타했으나 멀쩡해 보인다. 아니, 조금 얼굴이 빨개진 것 같기도...?
“말 좀 해보라고. 중국에서 보냈냐? 중국? 차이나? 여긴 왜 왔는데? 그리고 멀쩡히 지나가던 사람을 건드리긴 왜 건드려. 중국산은 이래서 안 돼. 야, 야, 새끼야.”
와이어를 더 넓혀서, 상처가 난 곳을 더 확장시켜도 말이 없다. 이대로 가슴부터 배까지 8차선 도로가 생겨야 뭐라도 말하려나? 아니, 그렇게 되면 그 전에 죽을 텐데...? 하지만 녀석은 그저 얼굴이 좀 더 새빨개진 상태로 발버둥만 칠 따름이었다.
“...?”
뭔가 이상하다. 이거... 이건 비정상적으로 빨간 거 아닌가? 사람의 피부색에서 붉어진다고 해도 이렇게 완벽한 빨간색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마치 빨간 풍선...! 서우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놈의 얼굴에서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살을 찢고 나오는 것만 같은 피, 그를 보며 서우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다가 재빨리 몸을 피했다.
콰직! 팍! 살이 찢어지고 동시에 터졌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녀석의 피가 터져 묻은 곳, 피가 염산이라도 되는 양 닿은 부분이 지글거리며 녹아 내리는데... 그대로 앞에 있었다면-
“허... 누가 중국산 아니랄까봐.”
어이가 없어서 머리를 쓸어 넘기던 서우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른 놈들의 기척이 있나 없나 살피기 위해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더는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이놈들은... 게다가 방금 있던 일 때문에 주변에 있던 시체들은 천천히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
중국에서 온 놈들이다. 좀비가 아니라 능력자다. 하지만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좀비처럼, 마치 저와 싸울 생각만 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일단 다른 부분은 넘겨 두고,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놈들이란 것만 생각하자. 중국 능력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능력자들을 이런 식으로 막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서포터들도 여럿 붙을 테고, 혹시 귀중한 능력자가 다칠 때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의 일반 병력도 보내기 마련일 텐데... 중국은 인구수가 많으니 능력자도 많아서 상관없... 을 리가 없지.
중국 같은 경우에는 부익부 빈익빈이 특히나 심한데, 처음 좀비 바이러스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을 때는 부유한 계층만을 보호한 탓에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민들은 빠르게 좀비에 감염 되었다. 거기에 통계에 포함되지 않던 숨은 인구들까지 합치면 더더욱...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도 더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는데, 가성비가 MSI 노트북 못지않은 능력자를 이렇게 막 굴릴 리가 없지 않은가. 부대들이 온갖 자원을 사용하며 좀비들을 잡을 때, 능력자는 말 그대로 밥만 잘 먹여 주면 죽어라 싸울 수 있는데... 그새 좀비들을 다 퇴치해서 능력자들을 밖으로 굴릴 리는 없고 말이지.
“쯧, 일단 돌아갈까.”
뭐, 무슨 일이 있든 일단은 돌아가야겠지. 돌아가서 해결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츠부미... 츠부미 그 요망한 계집... 다 자라지도 못한 계집애가 말이지. 서우는 이마를 꾹꾹 누르며 이마에 깊게 패이는 주름을 눌렀다. 그 계집애 평생 쓸 인상을 다 쓸지도 모르겠다.
“서, 서우님...”
“갑시다.”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피는 머리 두 개를 보던 서우는, 앞자리에 앉아 있던 사오리를 뒷좌석으로 잡아끌고는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다친 곳도 꽤 되고 회복하려다 보니까 아무래도 피곤함이 무겁게 온몸을 누르고 있었다.
“그,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출발하라고. 생각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서우는 잠에 들었다가 한참 뒤에야 일어났는데...... 아무래도 봉쇄된 길이 많다 보니, 네비게이션의 길대로 갈 수 없다며 차를 계속 돌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쯤이면 도착해 있을 줄 알았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여, 여기도 막혀 있네요. 돌아가야... 힉!”
철조망을 와이어로 간단하게 잘라버렸다. 좀비가 나중에 여기로 들어오든 어쩌든, 일단 자기 편한 게 먼저요. 고생하는 건 일본 군인들이니 서우에게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봉쇄된 곳을 다섯 곳 정도 뚫고 지나갈 무렵이었다. 서우는 깊은 위화감을 느꼈다.
막혀 있는 곳을 뚫고 지나가면 경보가 울릴 법도 한데... 경보기가 뻔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리지 않는다. 물론 일본군들이 나온다 해도 제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능력자인 것을 알 테니 문제는 없겠지만, 왜...? 서우의 그런 생각은 중심가에 들어서자마자 깨끗하게 사라졌다.
[실제 상황입니다. 시민 여러분,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해 주십시오. 지금 도쿄는 집중 공격을 받고 있습... 지직, 지지지직-]
바닥에 떨어진 스피커가 마지막 소리를 내다가 망가진다. 꺄아악-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을씨년스럽게 흩어졌다.
============================ 작품 후기 ============================
이거슨 예약 등록입니다.
저는 내일 개강입니다 흑흑... 혹시 개강이신 분들이 있으시면 같이 힘내요. 우리 존재 화이팅. 갸아아악 교수님 갸아아악 A+ 주세요 갸아아아악.... 근데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양심없는 소원이네요.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후우어어어... 제발 B 이상만...
저는 오늘부터 자취를 시작하게 되네요. 친구들이랑 안 싸우고 1년 잘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같이 사는 애들이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겠죠. 갸르르르르르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