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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능력자들
“저, 저기... 저기!”
뒤에 있던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서우는 처음엔 그게 유우리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 넘실거리는 촉수가... 하지만 자세히 보니 여자이긴 했으나 유우리는 아니었다. 또 이미 본 적이 입던 제복을 입고 있으니, 그 다음에 그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국기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했다.
“정말 중국이 쳐들어오기라도 한 건가...?”
애애애애애애앵----- 길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그 순간 서우의 옆에 있던 건물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고, 멀리 있던 여자가 서우를 노려보며 다가왔다. 그 기운이 유우리에 비견할 바는 못 되었으나 제법 위험해 보여, 서우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서, 서우님...!”
“어디로든 재주껏 튀어요. 여기 있다가 괜히 썰리지 말고.”
사오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제발 죽지 마라, 죽지 말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이 와중에도 전장의 꽃처럼 피어난 사오리. 사오리의 가슴을 보며 서우는 몸속의 HP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게 내 가장 큰 장점이지.”
손에서 와이어를 쭉 뽑아낸 서우는 잇새로 낮게 숨을 내쉬다가 빈틈을 살폈다. 저런 촉수를 보니 유우리가 생각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데... 역시 짝퉁이라 그런가, 전의 녀석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빈틈이 보이는데도 마치 자폭하러 오는 녀석들처럼 무작정 달려들어서 서우에게 촉수를 향하는데, 서우는 능숙하게 그것을 자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크훕!”
그리고는 한 순간에 눈썹 윗부분을 깨끗하게 도려내자, 덤벼드는 것도 무엇도 없이 바닥에 엎어져 꿈틀거리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서우는 손을 탁탁 털어내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데...
일단 교단으로 가봐야 한다. 교단은 그 자체가 요새이고, 밖에서 보여지는 건물과 실제 내용물이 있는 곳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폭격이라도 쏟아지게 되면... 거기도 안전할지 어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오토바이 하나를 주운 서우는 타고 있던 시체를 발로 밀어내고는 시동을 걸었다.
주변은 완전히 폐허, 도로의 표지판들도 다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고 주변의 건물들도 몇 개씩 무너져 있었지만 감으로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단과 먼 곳은 아닌 듯한데...... 어두운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내린 서우는, 눈앞으로 뭔가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저건-
“처남!”
“씨발?!”
오토바이를 멈추자 빠르게 지나가던 것이 다시 되돌아왔다. 고속이동이 가능한 호타루였다.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아무튼 미친, 이 새끼 어딜 갔다가 이제 돌아와? 한국으로 튄 줄 알았잖아!”
“개소리하고 있네. 너 같으면-”
“너 같으면 뭐?”
...마땅히 비유할 것이 없다. 비유하면 호타루는 어딜 가던 것도 잊고 되지도 않으면서 저에게 덤벼들려 할 것이 분명하니... 비유할 것이라면 역시 끊임없이 금이 쏟아져 나오는 [사오리 같은] 광산이라든가, 어쩌다 보니 만든 지상의 낙원, 하렘인데... 미쳤다고 그걸 버리고 한국으로 가나. 다 데려가지도 못할 텐데.
“아무튼 안 가. 가라고 등 떠밀어도 안 간다고.”
“.......”
호타루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자기를 위아래로 스캔하니, 서우는 한숨을 쉬며.
“날 믿게 처남.”
“또 처남 소리 하면 진짜 여기서...”
“알았어, 그럼 처제.”
“야!”
“그만 닥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설명 좀 해봐. 너도 급한 것 같은데 이럴 때 나라도 나서서 도와줘야 빨리 일이 끝나지 않겠어? 대충 알 것 같기는 한데.”
“으윽...”
이런 놈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표정으로 말하던 호타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금 폭발음이 들릴 때가 되어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중국이랑 외교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사실 그것 말고도 안으로는 문제가 더 있었나봐. 외부에 알리기 좀 그런 문제들 말야. 그것 때문에 지속적으로 중국이 협박을 했었는데... 정부에선 설마설마 했던 거지. 집권세력 지지율도 엉망인데다가 자기나라 문제도 해결하기 바쁜 놈들이 대체 뭘 하겠나 싶어서.”
“그래서.”
“얼마 전에 일이 하나 있긴 했는데, 그건 뭐 구실이고...... 안에 있는 문제를 밖에 돌릴 생각인가봐. 자기 나라에서 대대적으로 선전도 했다더라고, 우리가 이렇게 힘든 건 다 일본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뒤통수를 쳐서 지금 이렇게 힘든 거다. 전쟁을 해야 한다.”
“...흐음...”
“지지율 떨어졌을 때 지지율 올리기 좋은 방법이지. 아무튼 그래서 지원자를 받아 뭔가 꾸미고 있다는 말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그게 1년이 넘어가니까 다들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넘어가게 되는 수준에 이르러서...... 이번에도 또 도발하고 그러기에, 또 뻥치나 싶어서 다들 크게 대비를 안한 거지. 그리고 지금 만들어서 일본에 넘어온 게 바로, 양산형 능력자야.”
“...양산형 능력자?”
아주 조금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제법 놀라웠다. 양산형 능력자라.
“난 능력자가 중국산이라서 고장 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그래서?”
“사실 예전부터 능력자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고, 관련 실험을 한 적이 있어. 예로 능력자의 피를 일반인이 마시면 신체 능력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막 그랬단 말이지.”
뭐야 그건, 뱀파이어도 아니고. 어쨌든 제법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서 폭사해서 죽든가, 아니면 심장마비로 죽든가 둘 중 하나더라고. 그 다음에는 그 혈액의 성분을 분석해서 거기서 추출한 성분을 토대로 약을 만들었는데, 최고 1분을 버티지 못하더라. 이 실험은 일본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했을 텐데... 계속 시험해 봐도 성과도 마땅히 나오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다들 포기한 거지. 능력자 자체가 초자연적이니까... 그런데 중국은 그걸 계속 하고 있었나봐.”
“......”
“그래서 지금 들어온 게 양산형 능력자들이야. 물론 능력자들에 비하면 무지하게 약하긴 한데 떼거지로 들어오는데 답이 있냐... 게다가 마리코는 갑자기 능력이 안 나온다고 그러지.”
“마리코가?”
“그래, 며칠 째 안 된대. 게다가 유우리 씨도 심하게 다쳐서... 난리라고, 난리.”
...유우리도 능력자였지, 참. 이상한 부분에서 놀란 서우였다.
“양산형 능력자는 그대로 생포했더니 두 시간도 안 돼서 그냥 자연사하더라고. 근데 지금 그게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으니까 감당이 안 된다는 거야.”
“누가 중국 아니랄까봐 물량으로 승부하는군.”
“아무튼 너도 뭔가 좀 해봐!”
“해야지. 교단은 무사한가?”
“어, 거기는 멀쩡해. 내가 지금 갔다 오는 길이니까... 난 지금 그 놈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가는 길이고.”
“좋아, 그럼 같이 가지.”
“나만 얌전히 따라와.”
“내키지는 않지만.”
서우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자 호타루도 달릴 자세를 취했고, 서우는 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양산형 능력자라니... 그래도 좀비들을 잡는 것보다는 훨씬 즐거울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기가 막혀서;;;;;;;;;;;;;;;;;;;;;;;;;
3시 반인가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누웠습니다. 기껏해야 저녁 일곱 시쯤 일어나겠거니 했는데 눈 떠 보니까 4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 네 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취하더니 잠만 늘은 것 같아요. 일해라, 자베트으으으 꿰에에에엑
일은 커녕 친구들이 중간에 저녁먹으라고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냥 꿀잠만 잤네요. 너무 잤더니 배가 고파서 점심에 사둔 밥버거를 왁왁 먹었습니다. 제 방은 온통 하얀색인데... 이곳은 시간과 정신의 방. 이곳에서의 10분은 바깥 세상의 한 시간이라 합니다.
갸르르르르륵! 그럼 저는 슬슬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