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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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능력자들

“어...?”

얼마나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을까, 서우는 오토바이의 소리에 다른 소리가 끼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리고 그것을 느꼈을 때, 오토바이는 바로 옆으로 휘어 버렸고, 손쓸 틈도 없이 바닥을 대굴대굴 굴러서 근처에 있던 나무에 처박혔다. 

“와...”

“뭐야, 저건? 어디서 저런 고물을 주워 와서는. 가기도 전에 뒤질 뻔했잖아.”

호타루가 빠르게 서우를 낚아채지만 않았다면 그대로 머리가 알맞게 갈릴 뻔한 일이었다. 서우는 자기 뒤통수를 슥슥 문지르다가 옷이 갈린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정말 큰일 날 뻔했네. 호타루가 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자 서우는 옷을 털고는 가만히 호타루를... 아니, 위아래로 스캔했다.

“뭐야.”

“으음.”

소라랑 남매라서 그런가, 기본적인 비쥬얼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일단은 어리고 말이지.

“뭘 그렇게 보는 건데? 아, 그나저나 어쩌지... 거기까지 아직 한참은 가야 하는데...”

그 불길한 눈길에 눈살을 찌푸리니 서우가 말하기를

“너 뭐냐. 그...”

“...?”

“그래, 그거. 남장여자. 그런 거면 안 되는 거냐? 까봤더니 의외의 혜자, 그런 것처럼 가슴이 달려 있다거나 그러면 안 돼?”

“미친 새끼가 무슨 헛소리야.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다가 머리 박았나? 그런 거면 시간 지나면 재생 될 테니까 가만히 좀 있어.”

“아 왜. 들어보라고.”

“들을 필요도 없겠다.”

뭔 소리를 하나 들어봤더니... 호타루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더니 서우는 끄으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뭐 굳이 오카마 같은 게 아니더라도... 그래, 그래, 그거 말야. 그거.”

“그게 뭔데.”

“오코노미야키...?”

“뭐라고?”

“아니, 아니, 오토코노코. 그래, 오토코노코. 와타라세 준처럼 오토코노코고 그러면 안 되는 거냐? 왠지 거기까지면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 아.”

“오, 역시 아는군. 하드를 망가로 가득 채운 녀석 다워.”

“미친놈아!”

“원래 시작은 평범할지라도 끝은 하드물로 달리는 법이지.”

“나, 난... 그...... 그, 그그, 그런 거. 안, 안 본다고!”

“어디서 외장하드 바꿔치기 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야, 저번에 하드를 보니까 케* 얀타로인지 야* 켄타로인지... 과외 수업 시리즈가 엄청 나더라. 옛날 거 좋아하는 취향인가 봐?”

“미친, 미친놈! 진짜 개...! 아, 떨어져! 가까이 오지 마, 절대 가까이 오지 마!”

“오토바이 망가진 거 안 보이냐? 나보고 어떻게 가라고?”

“...그, 그건 그렇지만.”

“네가 업어줘야 내가 좀 빨리 가볼 거 아냐. 거기까지 달려간다 치면 가다가 체력 다 동나서 싸우지도 못하고 죽겠구만.”

정말 이 새끼를 업어줘야 되나? 으, 으, 호타루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일본은 좀비 사태 이후에 겨우겨우 어느 정도 상황을 수습하며 안정기에 가까워지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선전포고... 는 많이 받긴 했지만, 설마 진짜 공격할 줄은... 어찌 되었든 뜬금없이 공격을 받게 되고 물량을 앞세운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 비록 외국인 능력자라고 하지만, 거기에 자기 누나까지 빼앗고... 무슨 수를 썼는지 유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데다가 하네다까지 그런 식으로 해 버렸지만... 아니 잠깐만, 거기에 츠부미랑 마리코까지 후려치지 않았던가. 이 새끼 뭐야?

‘...진짜 개새끼. 재앙이다. 재앙이야...’

한국에 데려가라고, 제발 데려가 달라고 사정사정을 했지만 서우는 자기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이 아니라고, 능력자 중에 그렇게 자기들 말을 안 들었던 건 서우가 처음이라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자세로 나오는데, 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마리코라면 서우를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겠지만, 그 마리코마저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오빠, 오빠, 하고 쫓아 다니게 만들었으니... 아, 아.

“......”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이번에야 말로 서우를 더 써먹어야 하는 게 아닐까. 보아 하니 이 자식도 싸우고 싶은 생각인 것 같으니 정말 이럴 때야 말로 서우를 잔뜩 써먹지 않으면....... 관리비 더럽게 많이 나오는 슈퍼카를 보는 기분이었다. 호타루는 주름지려는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등을 돌리고 무릎을 굽혔다.

“...업혀.”

빨리 해치우자, 그런 생각으로 업히라고 호타루가 자기 등을 팡팡, 두어 번 쳤더니-

“등짝.”

“...!”

“가슴이 있나 없나 등짝을 보자!”

“씹...!”

가슴이 있나 없나를 보려면 앞을 봐야지 뒤를 왜 보는 건데?! 호타루가 저도 모르게 반박하려 하다가 그 말을 도로 다 집어 넣었다. 무슨 생각인지 서우가 업히면서 제 목을 강하게 조르는 것이 아닌가. 장난인 것 같았는데 팔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평범한 여자 아이가 아니라서 미안해! 라고 해보란 말이다!”

“으아아아악! 놔, 놔아아아아아앗!” 

호타루는 그 와중에도 뿌리칠 수 없음을 알기에 그냥 서우를 업고 일단은 냅다 달렸다. 빨리 이 녀석에게서 해방되리라, 그런 생각으로 호타루는 이제까지의 그 어떤 때보다 빨리 달렸다. 그 움직임이 실로 초속과도 같은 움직임이니, 서우는 한 팔로는 호타루의 목을 조르고 다른 한 팔로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바람을 맞았다. 

“야아, 경치 좋네!”

“닥치고 있어!”

곳곳이 불타는 도쿄, 무너져 있는 건물들을 지나고 이글거리는 화염들을 지나며 그곳을 능력자의 등에 업혀 지나간다는 건 뭐, 나름대로 운치 있는 일 아닌가? 거기에 사이렌 소리들은 보너스!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되냐? 나 슬슬 멀미날 것 같은데.”

“멀미는 개뿔... 이제 반 정도 온 것 같아.”

“흐음, 그래?”

히야... 능력자가 빠르긴 하다. 시속으로 얼마나 나오는 건가? 서우는 고개를 빼고는 슥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뭔가가 번쩍! 하더니 이쪽이 지나가는 도로를 향해 빠르게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호타루보다 강한 서우는 그것을 일찍 눈치챘지만 호타루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달리고 있었다. 

“야, 멈춰!”

“뭐?”

“잔말말고 멈추라고!”

“억!”

서우는 발뒤꿈치로 인정사정없이, 어차피 보지도 못하는 2세니 상관없지 않나- 짧게 생각하며 호타루의 위험한 곳을 내리찍었다. 그곳을 맞은 호타루는 말 그대로 펄쩍 뛰면서 옆으로 고꾸라졌고, 서우는 유유히 그 등에서 탈출하며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향해 와이어를 휘둘렀다. 쾅! 두동강이 난 물체가 서우와 호타루 근처로 떨어졌다.

“씨, 씨이발... 놈아... 얌전히 말해 주면 덧나냐...?”

“어차피 쓸 곳도 없는데 좀 다치면 뭐가 어때서. 그보다 뭐 온다.”

“...?!”

호타루가 몸을 추스르자마자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하나 보였으니, 하나는 호타루 만큼은 아니었지만 고속이동을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손에 불로 만든 구를 들고 있었는데... 

“저거 지 팔 다 태우고 있는 거 아냐?”

“그러네.”

손에 든 불의 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손은 까맣게 되어 점차 타들어가는 듯한 흉한 모습이었다. 어차피 몇 시간 뒤에 자연적으로 죽는다니 상관은 없을 듯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그 모습이 추해서 호타루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능력자가 되어 볼 모습, 못볼 모습 다 봤다고 하지만 멀쩡히 사람 형태를 하고 있는 사람이- 그리고 아마도 무고한 사람이 저리 되는 것은 볼 장면이 못 되었다. 하지만-

“...삼겹살 구워먹고 싶네. 소 안심이나.”

“뭐어?”

“내가 또 고기는 엄청나게 잘 굽거든.”

입맛을 쩝, 다시는 서우를 보니 언젠가 누나를 강제로라도 집으로 끌고 와야겠다고 다짐하는 호타루였다.

============================ 작품 후기 ============================

저도 오늘 고기를 먹었습니다. 엊그제부터 삼겹살 노래를 불렀더니 친구들이 같이 먹으러 가 주었습니다. 나는 친구가 적다...

3.3일이 삼겹살 데이였다고 하네요. 마음 같아서는 두툼한 삼겹살을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학교 앞의 싸디 싼 고기뷔페에 갔습니다. 언제나 가난합니다. 갸아악. 이번 달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반 이상이 그대로 나가 버릴 것 같아요. 어떻게 살지...

하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마저 맛있는 고기고기고기고기.

안심이 먹고싶고기.

고기고기.

하지만 사실은 회를 제일 좋아합니다. 회. 회. 회. 회. 회. 회. 부르다 죽을 그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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