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84 / 0198 (184/198)

0184 / 0198 ----------------------------------------------

양산형 능력자들

서우가 내려가자마자 인원수로 상대하기로 작정한 것인지 열 명이 넘는 능력자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양산형이라 그런지 공격 밖에 알지 못하고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 무작정 달려들다가 서우가 휘두르는 와이어에 그대로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 되었다. 

“와, 깔끔하네.”

-라고 말했으나, 상반신과 하반신이 깔끔하게 분리되는 것은 사람 형태를 가진 것 중에서는  레고나 마네킹뿐이니,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내장과 뜨끈뜨끈한 피를 밟으며 서우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얼마 가지 않아서 옷을 다 입은 호타루도 밖으로 나왔는데, 서우가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새끼는 뭐가 저리 좋아서 미친개처럼 싸우고 있는 거지...’

질색하면서 저에게 덤비는 양산형 능력자의 목을 돌려 꺾은 호타루는, 서우가 만들어낸 시체의 산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 구역은 저와 서우가 맡기로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간단한 상의라도 하길 바랐는데... 이 새끼는 그런 것도 없는지 그냥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캬아아아악!”

와이어를 두세 번 채찍처럼 휘두르더니 팔을 자르고, 그 다음엔 몸통을 자른 뒤 발로 차 떨어뜨린다. 그러다 보니 주변은 더럽고,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깊게 스며드는 피비린내에 호타루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하든 호타루의 스타일은 무척 깔끔해서, 좀비를 잡을 때도 한 순간에, 깔끔하게 숨통을 끊곤 했었는데... 저 새끼는.

“기분이 좋진 않은데.”

기분 안 좋은 것치고는 주변 상황이... 하지만 호타루가 그러거나 말거나, 서우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아까워 죽겠다.”

“뭐?”

“대체 중국 놈들은 정신이 없는 건지, 있는 건지, 저렇게 예쁜 여자를... 후, 화난다.”

“......”

화난 것치고는 얼굴 빼고 다 쥐어 팬 것 같은데...? 얼굴만 멀쩡한 것 같은데...? 서우의 옆에 쓰러져 있던 양산형 능력자를 보며 호타루는 질색을 했다.

“아무튼 부지런히 하자. 저기 또 몰려오는 것 같은-”

“미친.”

서우 나름대로 애도 중이었기 때문에 눈치를 못 채고 있던 사이, 호타루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이게 무슨...? 설마, 마리코와 같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공중에서 우두둑, 우두둑, 괴이한 소리가 났다. 

“크, 크아아악! 악!”

“하...?”

뒤로 물러선 서우는 호타루를 향해 와이어를 뻗었으나, 호타루의 아마도 염력인지, 그의 팔다리를 말 그대로 부수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마리코와 같다면 활용 범위가 정해져 있을 것이고... 움직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 새끼들이 진짜 별 거를 다 만들었네, 호타루를 끌어당겨 받은 서우는 졸지에 연체동물이 된 호타루를 안고서 몸을 뒤로 물렸다. 

“나 좀 붙잡고 있어봐. 떨어진다.”

“너 같으면 붙잡을 수 있겠냐...?!”

“그렇긴 하네.”

자기도 인간 주물럭이 되게 생긴 판에 호타루를 챙겨 줄 여력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여기서 호타루를 두고 간다면 소라가 저를 원망할 것 같아, 대충 챙기기는 하기로 한 서우였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길 잠시, 어디에 호타루를 적당히 떨어뜨려 놓을 작정이었는데

“......!”

뒤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에 서우는 재빨리 다리를 땅에 대고 앞으로 뛰쳐나가며 뒤를 살폈다. 뒤에 있던 철근들과 콘그리트 조각들이 공중에 두웅, 떠오르더니 서우와 호타루가 있는 곳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왔다. 서우는 그 짧은 순간, 그 사이에 있는 양산형 능력자를 하나 보았다. 

아마도 저게... 어쨌든 범위는 그렇게 넓지 않은 것 같았고, 또 이동속도가 그냥 사람이 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려울 것은 없었다. 호타루의 몸통을 옆에 끼고서 그 자리에서 신속하게 벗어난 서우는, 일단 건물 위에 호타루를 내려놓았다. 여기에 가만히 박혀 있기만 하면 들키진 않을 것 같은데... 저 놈들에게 추적하는 능력이 없다면.

“야, 좀 어때.”

“뒤, 뒤질 것 같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손짓하는 것 같다고... 아, 으윽. 크... 죽겠다. 진짜 아파... 미친, 이건 그냥 재생되지도 않을 것 같아. 허, 흐으...”

“...그래?”

“뭐, 뭐야.”

“흐음.”

“...?”

“......”

서우는 진지한 고민에 휩싸였다. 죽을 만큼 아프다니, 그렇다면...

“너 설마.”

“아니, 왜... 안락사라는 것도 있잖아.”

“미...!”

서우의 사고방식은 다른 평범한 인간들과는 완전하게 다르다는 것을 잠시 잊은 호타루였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이면 살려 주려고 하거나 걱정을 하지, 아프다고 하니까 안락사는 뭐야! 내가 이런 새끼랑 왜... 하지만 서우가 없이 혼자 왔다면 팔다리의 뼈가 전부 부서지다 못해, 온몸의 뼈까지 염력에 의해 부서져 압사 당했을 것이 뻔했으니 일단 호타루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튼 알았어. 죽기 싫은 만큼 아픈 모양이군.”

“난 무리야. 못 움직이겠어.”

“그러게. 아무래도 이 팔이랑 다리로는...”

“아악! 개애애새끼야아아아아!”

서우는 말랑말랑해진 호타루의 팔을 누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안에서 뼈가 깍둑썰기라도 되었나 보군? 이대로 고깃집에 팔려 주물럭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고기였다. 

“그만, 그만해! 악! 아악!”

“알았어. 알았어.”

어쨌든 장난은 여기서 그만, 서우는 호타루를 물탱크 근처에 두고는 그 위로 올라갔다. 자기 몸은 염력으로 이동시킬 수 없는 건가... 마리코 같은 능력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마리코는 싸우고 자시고를 떠나서, 능력자체가 사기에 가까웠으므로.

“-음... 좋아.”

서우는 가만히 그 능력자를 바라보다가 그쪽을 향해 와이어를 뻗었다. 빛으로 만든 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닿자마자 휘어 버리는데, 서우는 덕분에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대략 10M 이 정도면... 할 만 하려나. 

“......”

이쪽을 봤다. 서우는 옥상에서 뛰어내려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런 서우에게는 곧바로 다른 양산형 능력자들이 달라붙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을 발로 차서 밑에 있던 능력자에게로 떨어뜨리니, 피아식별이 안 되는지 호타루에게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움켜 쥐어 버렸다.

“저렇게 됐다간 좆 되겠는데 진짜...”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을 위해서도 허무하게 뒤질 수는 없지. 아파트 베란다에 착지한 서우는 거기서도 덤벼드는 능력자의 손을 붙잡고 한 바퀴 몸을 크게 돌려, 또 그쪽으로 날렸다. 그랬더니 우두둑, 몸이 빠르게 뒤틀렸고- 빨래처럼 몸이 돌아가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시익, 식...”

세탁기라도 돌리는 기분인데? 다가오는 족족 그쪽으로 날리니, 자기도 계속 능력을 발동하는 것이 무리인지 이쪽으로 오면서도 넘어지길 반복한다. 그러나 능력을 그만 사용하지도 못하고 또 오고, 걸어오는데... 오히려 서우에게 다른 능력자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키, 킥!”

“이번엔 두 개다!”

범위 안에 집어넣고, 또 집어넣기를 몇 번, 능력이 강한만큼 몸에도 심각한 부담이 되었던가. 양산형 능력자는 얼마가지 않아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완전히 주저앉았고, 계속 걸으려 할 때마다 얼굴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래서 중국산은!”

픽, 바닥으로 쓰러진 능력자의 목을 빠르게 끊은 서우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덕분에 순식간에 20명을 해치웠는데... 적을 쓰러뜨렸다는 쾌감보다는 안타까움이 더했다. 후, 얼굴에 묻은 끈적한 피를 닦아내던 서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명이나 벤 거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싶었을 때, 뒤쪽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서, 서우님... 도와 주십시오!”

지금까지 도와주고 있었는데 뭔 뻘소리야. 서우가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구역에서 대량으로 양산형 능력자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리를 했다. 그럼 가긴 가야겠는데-

“하네다 님과 츠부미 님이 고전하고 계십니다! 제발 부탁 드려요!”

...한쪽은 자기 목을 따려고 할 것 같고. 한쪽은 덮치려고 하는데, 어느 쪽이든 이런 상황에선 만나기 싫은 상대였다.

============================ 작품 후기 ============================

새싹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취를 하다 보니 야채를 먹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야채를 먹어보고자 새싹채소를 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분무기에 첫날 락스 섞은 물을 담아서 사용했는데, 아직 락스냄새가 안 빠졌더라구요.

새싹채소 밑에 깔아둔 키친타올을 보니까... 그게... 막... 녹색물이 빠져 있던데... 설마 락스 때문에 빠지고 그런 건 아니겠죠...? ㅎㅎ;;; 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락스냄새가 배여 있는 것뿐이지 물에는 큰 효과를 미치지 못하는 거겠죠? 새싹 채소에 무사히 싹이 트겠죠...?

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연재 쉬어서 벌 받았나 봅니다. 반성하겠습니다 께에에에에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