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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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이런 씹...!”

여자들로만 구성된 것도 아니고 웬 시커먼 놈들까지! 이런 놈들에게 압사당해 죽을 수는 없지, 서우가 그렇게 생각하며 와이어를 뻗은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작게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수를 치는 건 아닌 것 같고, 어딘지 살을 맞대는 것 같은 소리.

혹시...... 거기까지 서우가 느낀 찰나, 달라붙어 있던 양산형들이 뜨거워졌다. 어떤 새끼가 오줌이라도 싼 거 아냐?! 라기엔 지나치게 뜨거웠다. 아 씨발 설마, 아니야. 아니야. 서우가 짧은 순간 수십 번 부정하는 찰나, 몸에 달라붙은 양산형 능력자들이 폭발했다. 

“크아, 으아악!”

살이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펑- 

주변의 군인이나 서포터들은 뒤로 피해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 중심에 있었던 서우의 몸은, 서우가 입고 있던 옷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 난 일이었기에 아픈 것도 아픈 것이었지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서우는 자기 팔을 슥 들어 보았다. 옷이 너덜거리는 줄 알고 뜯으려 했더니 피부 껍질이었다.

“허, 허어...”

서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뗐다. 진짜 인생 한 방이라더니, 훅 갈 뻔했네... 부들부들 떨기를 몇 번, 겨우 몸을 일으킨 서우는 애초에 없었던 할아버지가 강 건너에서 손짓하는 것이 보이는 것만 같아 고개를 저었다. 미시가 손을 흔들어도 갈까 말까인데, 어딜-  

“...미친놈들이, 도쿄라고 도쿄핫... 을...”

“서우님! 괘, 괜찮으십니까...?!”

괜찮기는 무슨, 죽기 딱 일보직전이었다. 차라리 즉사했음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싶은 상황이었으나 좀비 사태로 이미 사라져 버린 av레이블을 그리워 한 서우는 죽기 전에 유언처럼 그렇게 남겼으나, 능력자의 목숨이란 게 참으로 질긴 것이었다. 

아까 호타루도 이런 기분이었겠군. 뜬금없이 호타루의 고통을 절실히 깨달은 서우는 흐릿해지는 시야를 다잡으며 헉헉 거렸다. 가장 큰 전력인 능력자가 갑자기 이 꼴이 됐으니, 놀란 서포터들이 어떻게 응급처치를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욕도 제대로 나올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졸지에 몇십 놈을 잡기는 했지만 피해는 몇백 놈에게 당한 것처럼 심각하니, 호타루가 주물럭이라면 서우는 껍질이 다 벗겨진 고구마였다. 뭐 이런...... 그나마 서포터들이 조치를 취하자 어느 정도 몸을 일으킬 힘이 생기긴 했지만, 전신에 박피를 당하니... 저, 적화가 되어 버려. 국정원에 잡혀가 버려...!

“가,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못 가겠다고 하면 대성통곡할 표정을 하고 물어보는 건 뭐야. 서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쏟아진 고기 조각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다시 몰려옵니다! 9시 방향! 24구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24구역이면.”

서우가 묻자마자 서포터가 대답했다. 그 모습이 서우는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는데, 그게 바로 ‘여기가...’ 였다. 후두둑! 서우의 옆에 있던 전봇대를 잡으며 양산형들이 빠르게 쏟아졌다. 그런데-

“뭐야, 저 새끼들 옷도 안 입고......”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나 마찬가지인 양산형이어서 그냥 옷도 안 입힌 건가? 그래도 너무 했네. 죽은 사람 장례 치를 때도 옷은 입히는데... 알몸으로 쏟아져 내리는 그들을 보며, 그들이 알몸이라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은 서우뿐이었다.

“흩어져!”

누군가 그리 말하면서 서우도 뒤로 물러섰으나, 그들은 빠르게 서우만을 향해서 돌진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양산형 능력자를 보았을 때도, 정확히 서우만을 습격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도... 이쯤 되면 저 놈들이 능력자를 추적해서, 그들만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좋았다.

능력자들이 서로를 감지하는 것처럼 양산형 능력자들도...

“나 혼자 개미굴에 들어온 꼴이잖아, 이건?!”

그렇게 말하다가도 서우는 달려드는 놈의 어깨를 잡고서 연달아 와이어를 손에 감은 주먹으로 배를 내리치다 떨어뜨리고, 몸에 붙어서는 다시 자폭할 요량으로 다가오는 녀석을 잡아서는 그대로 다른 양산형을 향해 던졌-

“꺄으아아악!”

“시바사키!”

......뭐, 가끔 실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닌가. 

홈런만 매일 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서우는 못 본 척 옆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능력자의 목을 잘라 던졌다. 내가 한 거 아니다. 무안함에 연달아 두 놈의 목을 베고, 옆에 있던 군인의 총까지 빼앗아 양산형 능력자의 머리를 후려친 서우는 눈앞을 가리는 피를 닦았다.

“후...”

다행히 호타루 만큼 당한 것은 아니어서 몸을 움직이니 서서히 자가치유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팔을 슬슬 돌리던 서우는 다시 밑으로 내려와 앞으로 전진 하려다가, 방금 들었던 무슨 구역 무슨 구역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에 대해 물어 보았다. 

생각해 보니 어디로 가는지도 듣지 않고 그냥 가고 있지 않았던가. 서우의 실수로 재정비가 잠시 필요하게 되었으므로, 서우는 서포터가 설명하는 기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기... 저희는 현재 24구역의 절반 정도 왔습니다. 여기 하얀색으로 움직이는 점이 지금 저희가 있는 위치고, 여기 보이는 노란색 화살표가 저희 위치를 보여 주고 있지요. 식속하게 32구역까지 가서 지원을 해야 합니다. 현재 고립 상태로 무선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초록색 칸이 수없이 그려져 있는 액정, 아마 빨간색으로 금을 그은 걸로 구역을 나누는 것 같은데... 서우는 잠시 쳐다보다가 대충 기기의 원리를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구역에 약 50m. 이 지역에 총 36 구역으로 나뉘면... 

“...저, 서우님...?”

서우가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길래,  빠르게 돌파할 곳이라도 찾고 있는 것인가 싶어 얌전히 서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하니까 머리 아프네. 그냥 갑시다.”

“아... 넵.”

다시 흘러내리는 피를 문질러 닦은 서우는 그게 누구한테 묻은 피가 아니라, 자기 이마가 벗겨져서 계속 흘러내리는 피라는 것을 알고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

서우가 목을 꺾었던 알몸의 양산형 능력자 하나가 발에 걸렸다. 살아 있는 줄 알고 다시 밟을 뻔했던 서우는 슬쩍 발을 떼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얼굴이 엉망이어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이 인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잠시 그리 생각했던 서우는 고개를 젓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

============================ 작품 후기 ============================

올리는 게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ㅇ>ㅡ< 새싹에 물 주고 지켜보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이 그만 만지라고 계속 그랬는데 어쨌든 싹이 텄습니다.

락스 냄새만 날뿐, 락스 성분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 새싹이 죽지 않고 싹이 자란 게 아닐까요! 제 새싹을 무시하지 마시죠. 으아아아아. 두근두근두근두근. 하얗게 싹이 올라왔는데 너무 예쁘네요.

내 입에 들어갈 때도 넌 그렇게 예쁘게 있어 주겠지... 크큭... 흑. 화. 한. 다.

그나저나 자꾸만 생각나네요.

서우 찌찌가 여섯 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양산형 찌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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