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0 / 0198 ----------------------------------------------
실체
...그런데 츠부미는 없겠지? 에이 설마 이 근처에 있다든가.
“......”
뒤늦게 츠부미의 존재를 떠올린 서우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을 감고 주변에 집중해 보았으나, 츠부미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이군.
막 이런데서 뒤나 주변을 돌아 봤더니 츠부미가 이쪽을 보고 있고, 그때에 맞춰서 심각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따라다라따라다라다라다라단! 다단! 하고 츠부미가 이쪽을 보며 경악한다거나...
'어떻게... 두, 두 사람이 그럴 수가!'
'츠, 츠부미!'
'츠부미 그런 게 아니야!'
그리고 그런 츠부미를 보는 서우와 하네다가 어맛! 하면서 츠부미를 돌아보고 그 밑에 카페 베네가 뜨는 그런 흔한 전개는 아니어서...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던 서우의 앞에, 아까 밀쳐졌었던 서포터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서, 서우님. 저...”
“아. 알겠어요.”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인지 서포터가 다시 재촉하자 서우는 다시 그들과 함께 이동을 했다. 습격을 받으면서 벌써 인원은 반이 줄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제대로 훈련을 받고 실전경험을 쌓고 나온 인원은 별로 없는 듯하였다.
“그런데 저쪽은 어디로...?”
“부상자들과 고립된 쪽을 지원하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서우는 대답을 들으며 서포터가 들고 있는 기계를 살펴보았다. 가는 게 32구역이고, 여기가 30구역이니... 곧인가. 그런데 무전으로 떠들던 걸 떠올려 보면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말이지.
“으앗?!”
“어...?”
푸드드드드드득! 전방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물고기 수십 마리가 펄떡이는 것과 비슷했으나, 그것은 어떤 괴기한 생물체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피해!”
인면어처럼 생긴 얼굴, 그리고 몸에 달라붙은 수십 개의 팔과 다리. 끊임없이 점액이 흘러나오는 미끈미끈하고 흰 몸통. 그것은 곧장 서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별 생각 없이 있던 서우는 모세의 물결처럼 옆으로 갈라지는 군인들을 쳐다보다가 아슬아슬하게 그것이 달려드는 것을 피했다.
“저건 뭐......”
서우가 본 것은 지네 같은 물체의 하얀 엉덩이 같은 것. 분명 저건 사람의 다리였는데...? 그런데 왜 저런 게 여기에- 어쨌든 그것이 다시 달려 들어오자 서우는 자리를 그대로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이미 신체 능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지 오래, 훌쩍 뛰어오른 서우가 양손에서 와이어를 뻗어, 한 번에 갈라 버렸다.
"크아아아아!"
깨끗하게 둘로 갈라졌는데도 그 희멀건한 몸에서는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았다. 움직임은 멈췄으나 팔다리를 연신 떨고 있는데... 대체 이건 뭐지?
"...돌연변이는 아닌 것 같은데. 이거 뭔지 알 것 같아요?"
"아, 아뇨... 잘... 돌연변이 종류나 형태는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것은 처음이어서."
"흐음."
서우는 흰 덩어리를 발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게 나오는 것이... 다 벗고 있는 양산형 능력자가 나오지를 않나.
"중국 쪽에서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그, 실패작이라든가?"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됩니까?"
"예, 옛... 이제 곧입니다. 저기 골목길로만 들어가면..."
그 말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 보니, 예전에 사람이 살았겠다 싶은 거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면서 라멘집이라든가, 카페 같은 것도 몇 개 보였고...
"...?"
이게 뭐지? 서우는 우뚝 자리에서 멈춰섰다.
"서우님?"
"잠깐만."
"...왜, 왜 그러십니까? 자, 잠깐만. 모두 멈춰!"
"......"
"서우님, 뭔가... 이, 이상한 것이라도...?"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다. 설마 츠부미가 또 미쳐서 날뛰는 건... 아닌 것 같고. 서우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쿵쿵, 쿵쿵,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뱀처럼 온몸을 휘감고 올라와, 손끝으로 천천히 퍼진다.
싸움 전의 긴장과 비슷한 그 감각, 서우는 저도 모르게 군인들을 헤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제 도착하는 구역, 저기에 무엇인가가...
"-!"
시소, 그네, 미끄럼틀, 아이들이 놀 법한 평범한 놀이터.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어린아이가 아닌...
“저, 저게 뭐야?!”
"우웨엑...!"
"말도 안, 말도 안 돼. 맙소사!"
만약 수천 킬로가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저런 것이리라고 서우는 생각했다. 모든 마디가 살로 터질 것 같았고, 그를 반증하듯 피부는 이미 결을 따라 터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디가 얼굴이고 어디가 배인지 모를 지경...
팔과 다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몸을 구기고 있는데, 대체 저게 무엇인지... 얼굴인 줄 알았던 게 가슴이고, 얼굴은... 설마 저게 얼굴인가? 살이 끔찍하게 터져 있는 터라, 온몸이 자글자글했다.
"우-"
"응...?"
서우는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녀석은 길게 울부짖었다.
"흐어, 허... 후우우우... 우우우!"
"크악!"
귀를 막아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소리, 고막이 찢어져 버린 것만 같아 서우는 발작하며 뒤로 물러섰다. 특히나 이중에 청력이 제일 좋은 서우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때였다. 녀석이 다리를 넓게 벌리는데-
"...여자였어?"
졸지에 청각 테러에 이어 시각 테러까지 당한 서우가 적이 앞에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눈부터 지키려 고개를 돌리는 찰나였다. 어디에선가 양산형 능력자들이 대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는 36구역!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났다! 지원 바란다!"
아무래도 저 괴물의 울음소리가 양산형 능력자들을 불러 일으키는 모양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중국 놈들은...?! 서우는 귀에서 흘러나와 뚝뚝 떨어지는 피의 뜨끈뜨끈함을 느끼며 역한 공기 속에서 숨을 내쉬었다.
약한 놈들은 오는 도중에 다 죽고 정예부대만 남아 있는 터라, 양산형 능력자들은 빠르게 정리 되었지만 문제는 저것이었다. 서우는 마음 같아서는 한 사발 욕이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리를 벌리긴 왜 벌려?! 다시 오므리라고! 그리고 본드로 붙여! 영원히 봉인 시켜! 지금 누구 눈을 상하게 하려...
“그/아/아/앗/!”
“......!”
왠지 저 녀석이 신의 아이를 낳아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서우는 갑자기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을 느꼈다.
“히이이익...!”
“흐, 흐어, 아... 저게, 저게 뭐야아아아!”
뭐긴 뭐야, 크레타의 암소... 아니, 그게 아니라 일본의 암... 아니, 저거 중국에서 온 거지 참. 서우는 그 끔찍한 장면을 보며 코를 막을까 고개를 돌릴까 고민하다가 일단 코를 막았다. 생긴 것도 봐줄만 하지 않지만 냄새가 아주 그냥......
"...아, 그냥 튈까."
"서, 서우님...!"
============================ 작품 후기 ============================
근데 이랬는데 막 자정에 업데이트 못하고 막.
전 비축분 같은 게 없습니다. 커다란 틀은 있는데 다음 화 내용은 항상 없죠.
돈도 없고. 집도 없고. 개념도 없고. 미래도 없...!
으아아아아!
쓰고 있는 다른 소설 주인공이 되게 가난한 집 애라는 설정인데 다들 제 실제 경험담인 줄 아셔서 슬픕니다. 흐규흐규. 전 그렇게 가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옆집이 다 먹고 밖에 내놓은 군만두를 주워먹은 적은 있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치즈 한 장을 몰래 가져온 적도 있었...
빼애애액ㅠㅠㅠ
그렇지만 이젠 괜찮아요. 요즘은 사정이 좋아져서 예쁜 베이비돌이나 하나 사려 합니다. 라푼젤 라푼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