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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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어느 순간부터 옆에 딱 붙어 있던 서포터가 울먹였으나 남자가 울먹인다고 말을 들어 줄 서우가 아니었으니, 싸울 맛이고 뭐고 일단 냄새가 저렇게 진동을 하는데다 보기에도 심히 좋지 않으니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서우였다. 

"흐그, 르르르륵... 쿠르르르르..."

벌어진 다리 사이로 알 같은 것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었는데, 그것이 제법 큰 덕에 다리 사이가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걸 자세히 보니 알이 아니라, 웅크려 있는 사람이었다. 

“...설마.”

“......”

그리고 그걸 느낀 건 서우뿐만이 아닌 듯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괴기한 것을 앞에 두고도 멍하니 서 있던 군인들은 홀린 듯 총을 들었다. 펄떡, 펄떡, 코끼리 다리보다 더 두꺼워 보이는 팔을 움직이던 ‘그것’의 살 사이, 사람이 파묻혀 있었다.

“호, 호시노? 세이이치까지!”

각자 아는 얼굴이 있는지 사색이 되는데, 서우는 오면서 보았던 것의 얼굴을 떠올렸다. 역시... 뭐 그런 거였군. 

그러더니 한 명씩 그 살더미에서 빼낸 다음 입에... 아니 입이라기보다는 마치 동굴 같은 곳에 사람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호로록, 호로록, 빠르게 입 안으로 삭제하는데... 그것이 들어가고 나니 배가 더 불룩해지고, 더욱 더 괴상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헤..."

서우가 멍하니 그 모습을 구경하는 사이, 일본 군인들은 바로 대열을 갖추고 사격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우는 메타몽마냥 꿈틀거리는 그것의 몸을 보며, 그 공격적인 셀룰라이트 덩어리를 보며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저거... 튕겨내는 거 아냐?”

역시나, 설마 했더니 설마가 사람을 잡네. 서우는 재빨리 전봇대 뒤로 숨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이들에게 고스란히 총알이 돌아가는 걸 보며 서우는 머리를 굴렸다. 본능적으로 저 녀석을 처리해야 이 난리가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류탄!”

"그/아/아/아/아/앗!"

2차로 신의 아이를 낳...... 그 녀석이 다시 포효를 시작하니 곳곳에서 양산형 능력자들이 몰려왔다. 아예 이쪽으로 다 오려는 건가, 게다가 그 놈들은 군인들보다 서우를 노리기 시작하니, 지들 공격하는 거 아니라고 신경도 쓰지 않고 그것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고 있었다. 

"좀 뒈져!"

물론 써 줄 필요는 없지만. 연달아 꼬치를 꿰어 버리고는, 빼 버린 서우는 와이어 끝에 딸려 온 장기를 털어 버리고는 다시 덤벼드는 능력자를 잡아 살펴 보았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많이 망가져 있는 게... 아무래도 저것도 영구적이지는 못한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약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머리를 비틀어 꺾으면서 저쪽을 살펴 보니, 군인들이 쉴새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뭔가 계속 내보내긴 하는데 바로 폭사해 버리고... 이렇게 되면 그닥 이쪽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콩나물 머리를 따듯 두 동강을 내 버린 뒤에 뒤로 물러 선 서우가 멀리서 방관을 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입 부분이 부풀어 오른다 싶어서 또 포효를 하려나 싶었더니, 터졌다. 

"아아악!"

"그으으으!"

하얀 액체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서우에게까지 묻는 것은 당연했다. 재빨리 털어내기는 했지만 화상을 입은 것 같은 고통이 스며들었고, 재생이고 뭐고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더 큰 고통이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 필사적으로 총을 붙들긴 했지만 다시 한 번 터지고 나니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게 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껍질이 몇 번 까지는 건지...!”

서우는 부득 이를 갈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일본에 온 이후로 내내 호강하고 있던 눈이었건만 어디서 이런 놈이 나타나서...! 귀가 좋다는 게 이렇게 타격으로 돌아 올 줄이야. 서우는 피가 후두둑 쏟아지는 귀를 붙잡다가 피를 털어내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독이 흐르는 와이어로 일단 잔타격이라도 줄 요량이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재빨리 자기 새끼들을 불러와서는 몸빵으로 막게 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젠장!"

서우가 연신 휘둘러도 맞지를 않았다. 이제 없다 생각하면 귀신 같이 다른 양산형이 나타나서 막고, 또 막고, 그 사이에 다리 사이에서는 희멀건한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와서는 또 서우에게 덤벼드는데, 휘두르다가 이제는 서우가 지칠 판이었다. 게다가 깔끔하게 잘리지도 않고, 한 번 잘리고 또 오고, 또 붙잡고 늘어지고 오는데...!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 돼지 새끼야!"

너덜거리고 있던 상의를 벗어던진 서우의 몸에는 아직 재생되지 않은 상처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보다 괴로운 것은 예민한 감각을 건드리는 것들이니- 싸움이 즐겁고 뭐고 쓰레기랑 싸우는 기분인데 쾌감을 느끼려야 느낄 수가 없었다. 이러다 숨 못 쉬어서 죽는 거 아냐? 뒤로 빠져나온 서우는 숨을 깊게 들이키고는 다시 앞으로 뛰쳐나가며 사정거리 안에 들어 온 양산형들을 사정없이 베고 또 베었다.

“크으으으으으윽!”

하지만 싸워야 했다. 여기서 싸우지 않으면 여자들과의 하렘 라이프가-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 데라기 보다는 어쩌다 보니 스스로도 가끔 놀랄 정도의 엄청난 운으로 어쩌다가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우는 최근에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와이어를 휘둘렀다.

파괴하고 싶은 마음은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이길 수 없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흔히 나오는 말이 이런 때도 해당이 되는 것이었는지 드디어 서우의 와이어 끝이 한 번, 그것의 몸에 스쳤다.

"갸르, 르르륵..... 크하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의 포효. 차라리 소리가 덜 들려서 괜찮은 기분이었다. 와이어를 길게 뻗은 서우는 그대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이 와이어가 너에게 닿기를! 손에 작게 떨림이 왔다. 뚫렸구나...! 

순간의 쾌감, 그리고 서우는 로켓처럼 제 몸을 향해 날아온 양산형 능력자에게 옆구리를 맞고 건물 벽위로 꽂혀 버렸다. 갈비뼈가 완전히 으스러지는 것만 같아 헉, 소리가 절로 

새어나왔다. 몸이 강화되는 종류의 능력자인지 몸이 쇳덩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미친!"

서우는 이를 악물고서 와이어로 사정없이 머리를 으깼다. 반이 날아가고 나서야 떨어졌는데, 그렇게 되었을 무렵에는 그 흰둥이가, 그 커다란 몸을 이끌고 서우에게 전진하고 있엇다.

============================ 작품 후기 ============================

저를 거지로 인식시킨 문제의 그 묘사.

산전 [아버지가 사업을 말아먹고 빚쟁이들에게 쫓겨서 외갓집으로 피신했는데, 외갓집까지 빚쟁이들이 쫓아 와서 뒷산으로 피신한 이야기.] 

수전 [빌라 지하에 살았는데 그 지역이 장마 때마다 물난리가 나는 곳이었고, 사는 3년 동안 매년 물 퍼나른 이야기.] 

공중전 [중학생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갔더니 사채업자들이 집으로 들이닥쳐서 이미 가족들이 다 도망친 상황. 그 상황에서 주머니에 있던 5천원을 뺏길까봐 무서워서 4층 집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로 뛰어내린 뒤, 맞은편에 있는 판잣집 지붕으로 뛰어내려 도망친 이야기.]

육탄전 [공중전에서 실패해서 그대로 사채업자들에게 인질로 붙잡힘. 그런데 오히려 사채업자들이랑 있을 때가 집에 있을 때보다 호의호식하게 되어서, 부모님이 늦게 데리러 오기를 내심 바랐던 이야기.]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헝헝.... 오늘 다 확인했네요. 빨간 달팽이님. kall9418님. 불타는 자두님 노쓰우드 아저씨 성장기님 ㅠㅠㅠ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왠지 이러니까 아프리카 방송 같은 느낌이 드네요.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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