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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그웨에엣!”
나는 것만으로 이어지지 않고 산 같은 걸 내뿜을 때마다 악취가 엄청 나서 그것마저도 엄청난 데미지였다. 츠부미는 헉, 헉,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만들어낸 구를 연신 던졌다. 서우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빠...!”
츠부미가 서우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괴물이 츠부미를 그대로 덮치려 들었고, 그 예상치 못한 상황에 헬기가 재빨리 방향을 틀기는 했지만 끈에 매달린 츠부미가 헬기와 함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꺅!”
능력자라고는 하나 아직 1년도 채 되지 못하였으며 실전 경험도 턱없이 적다. 대부분 약한 돌연변이나 좀비들을 소탕하는 임무에만 투입 되었던 츠부미였기에 눈앞에 펼쳐지는 참상을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마치 시뻘건 꽃처럼 입을 쩍 벌리고 츠부미를 잡아 먹으려 덤벼드는데, 그 사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머리들마저-
“아아아아아아-!”
“크아, 카아아아악!”
적 앞에서 눈을 감지 않게 들였던 버릇이 오히려 츠부미에게 독이 되었다. 새빨간 입안에서 제각각 비명을 지르는 입들을 보던 츠부미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고, 고스란히 괴물의 공격을 바을 수밖에 없었다.
[츠부미님!]
무전으로 츠부미가 공격당한 소리를 들으며 서우는 반대편 건물의 벽을 타고 재빠르게 올라가, 그 자리에서 벽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이 순간에서 츠부미를 구하는 것은 공격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게 옳은 방법이기도 하였다.
서우의 양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와이어가 뻗어져 나갔다.
“햐, 아악! 크, 기이익!”
그 상태로 날카롭게 떨어진 그것이 머리 뒤부터 등까지를 일직선으로 가르며 하나의 깊은 선을 그었다. 서우의 손에 전해진 느낌은 살아 있는 오징어의 껍질을 쭉 까는 느낌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모습도 그 느낌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벌름벌름, 하얗게 갈라진 등짝이 회색 속살을 보이며 펄럭거리는데...
“으, 으응?”
서우는 제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숨을 고르고 있던 유우리나 츠부미도 마찬가지였으니, 서우의 일격에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나 싶었던 그것이... 그 등에 잘린 부분이 날개처럼 퍼덕이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날개를 달아줬군.”
내가 레드불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원래도 날긴 했지만 졸지에 날개까지 달아 준 서우가 어처구니가 없어 멍하니 그걸 보고 있다가 아슬아슬한 각도로 날아오는 점액을 피했다. 이쪽에서 얼굴에 하는 건 좋지만 당하는 것은 사절이었다. 게다가 미인 것도 아니고 저런 놈 걸- 쓸데없이 소중하게 지켜왔던 처음[?]인데 앞으로도 잘 지켜야겠다고 거듭 생각하며 서우는 뒤로 물러섰다.
“잘하고 있어, 츠부미! 그냥 그대로 해!”
다시 정신을 차린 츠부미도 매섭게 공격을 퍼붓는데, 날개가 달린 저 괴물은 보스방 가기 전에 좀 고생하다 잡을 몬스터 비주얼이면서 무적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했다. 등을 가르니 날개가 생기고 상처는 다 나아 버리고... 이러다가 어디의 프리저처럼 3단 변신 같은 걸 하는 건 아니겠지?
“아, 좀 닥쳐!”
궤엑, 궥, 실로 듣기 끔찍한 소리를 내며 서우에게 덤비는 괴물을 열심히 와이어로 도륙 내며 뒤로 도망쳤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제 곧-
“유우리 씨!”
“네!”
촉수가 옆을 스치며 지나갈 때, 그 날카로운 바람이 뺨을 가르는 게 느껴졌다. 그래, 이대로-! 촉수가 괴물을 단단히 고정했다. 유우리의 능력 중 하나로 마리코와 무척 흡사한 것이었는데, 그 상대를 촉수 안에 일정 시간 동안 가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준비 시간이 제법 걸리는 기술이었기에 서우는 적당히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그녀가 괴물을 단단히 잡았다.
“자 그럼, 믹서기 타임이다.”
흘긋 유우리를 돌아보니 이놈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어지간히 힘든 모양이었다. 그래도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침대에서 참으라는 명령은 제법 잘 참는 유우리였기에 서우는 대충 그녀를 믿기로 하고 양손에 와이어를 펼치고 사정없이 긁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이 어찌나 잔인했는지, 주변의 군인이나 서포터들이 다 볼 지경이 아니었으나 본능적으로 서우가 지금 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끝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겁도 없이 괴물에게 달려들어 녀석의 몸을 꿰뚫어 붙잡았다.
...어차피 유우리 하나면 되는데.
하지만 말하기 귀찮아서 말하지 않기로 한 서우는 그냥 자기 할 일을 하며 놈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 모든 일의 근원이 되는 핵이, 핵이 있을 터였다. 그것만 찾아내면...!
“께에에엑! 그에, 에, 아아아아아아!”
자기 몸을 생으로 갉아내는데 거기에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 비명이 고막을 찢고 몸을 진동하게 만들었으나 서우는 찢고, 또 찢었다. 유우리 또한 필사적으로 괴물을 붙들고 있었고 어느 샌가 내려 온 츠부미는 다른 양산형들을 상대로 겨우 싸우고 있었다.
모두의 마음은 같았다. 서우가 제발 어떻게든 해 주기를- 특히 서포터나 군인들의 경우에는 서우가 처음으로 구원자처럼 보였다. 만약 유우리나 츠부미만 있었다면 이미 진즉에 전멸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자기들이 붙잡고 있는 괴물을 놓칠 수가 없었다.
“이건가?!”
그리고 드디어, 서우는 새빨간 핵을 붙잡아 뽑아냈다. 그것이 터지는 것도 한 순간이었지만 찰나, 괴물의 배가 알 수백 개가 들어 있는 것마냥 일렁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무엇인가가 뿜어져 나올 것처럼!
"이건 또 뭔데?!"
......서우는 괴물의 배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내가 자신 있는 건 사실 주먹질이지, 그리 말하든 배를 콰득콰득 밟는데, 그 안에서 수없이 알 같은 것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우는 싹 같은 건 애초에 잘라 버리는, 용사가 덤볐다가 지면 혹시라도 나중에 잘 자라서 죽이겠다고 올까봐 미리미리 죽여 놓는- 변신 시간 따위는 기다려 주지 않는 아주 현실적인 파이터였다.
"힉, 피해!"
"이... 이게 뭐야아아?!"
벌어진 두 다리 사이에서 와르르, 양수 같은 것이 쏟아져 내렸으나 그 안에서 나온 건 희끄무레한 덩어리뿐이었다.
"...서우님, 저 이제...!"
더 참으라고 말할 수도 없이 유우리가 코피를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고, 동시에 능력이 풀려, 공중에 매달려 있던 괴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오늘 사랑니를 뽑으러 갑니다.
사랑니 얘가 원래 나쁜 애가 아니었는데ㅠㅠ
대체 그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 볼살을 막 씹고 그러더라고요ㅠㅠ
하지만 정말 나쁜 애가 아니었습니다. 노블 독자라는 나쁜 친구들을 사겨서 그래요. 흑흑...
;3 제 볼살을 사랑니가 다 파개했습니다. 흑.
사랑니 잘 뽑고 무사히 돌아오면 연참하러 오겠습니다.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사랑니 뽑다가 기절해 자리에 누운 것이니 연어캔을 들고 병문안을 들고 와 주세요.
그럼!
ㅇ>ㅡ<
그런데 사랑니 발치 비용이 얼만지 모르겠네요. 지식인에 물어봐도 다 다르고... 얼마 꺼내가야 될까, ㅇ>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