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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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서우님, 저 이제...!"

더 참으라고 말할 수도 없이 유우리가 코피를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고, 동시에 능력이 풀려, 공중에 매달려 있던 괴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래도 당분간 유우리는 무리겠군.’

피를 한 움큼 쏟아내는데, 아마 그녀로서도 이렇게 장시간 저런 커다란 것을 완전히 붙잡았던 적은 없었으리라,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덜덜 떠는데 이제까지 실컷 유우리를 괴롭혀 온 서우였으나 저 모습이 기묘하게도 가여워 보이는 것이... 

이런 걸 두고 뱀이 황소개구리한테 괴롭힘 당하는 개구리 걱정한다고 하는 것일지도? 일단 저 괴물부터 처치하고는 뭘 하든 해 보자고 생각한 서우는 괴물이 쏟아낸 액체들과 희멀건한 시체들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땅에서 타는 소리와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산 성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일본에서 만든 신소재의 군화는 제법 튼튼하여 별 다른 타격이 없었다. 

“후......”

그런데 역시 냄새가- 군인들이 유우리를 일으키는 것을 보며 서우가 꿈틀거리는 괴물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이었다. 괴물의 다리에서 쏟아진 것들, 그냥 죽어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들이 꿈틀 거리며 서우를, 아니-

“유우리, 피해!”

본능적으로 그것들이 유우리를 향해 돌진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서우가 자리에서 멈춰섰다. 지금 유우리는 공격을 할 수가 없다. 

“끄아아악!”

탕탕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군인들이 수없이 총을 쏘아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유우리를 지키려 막아서던 군인들이 질주하는 괴물에게 당해 차례차례, 황소에게 치인 것처럼 흐트러져 나갔다. 제 아무리 여기서 빨리 달려나간다 해도 유우리가 있는 곳까지 가기에는! 설상가상으로-

“그아, 아아아아아---”

“미친!”

괴물이 서우를 향해 달려들어, 비어 있는 뒤를 노렸다. 쾅! 척추가 고이 뒤로 접히다 못해 등가죽과 뱃가죽이 순간 만나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 서우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필사적으로 몸을 돌려, 괴물을 걷어차긴 했으니 오히려 다리가 더 아플 지경이었다. 

"씹새끼들이 누구 허리 작살내려고 작정을 했나...!"

내 허리가 고장나면 슬퍼할 여자들이 한 트럭이라고! 

서우는 이를 악물고 자세를 잡았다. 이제 입인지 다리 사이인지, 여기저기 찢어져 너덜거리는 몸으로 서우에게 덤벼드는데, 저런 비줄어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을, 불사신 같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핵을 떼어냈는데도 어째서? 하지만 자세히 보니 괴물의 몸이 뭉그러지고 있기는 했다. 

“질긴 새끼!”

아픈 허리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연달아 와이어로 후려치는데, 마지막 발악인지 끊임없이 서우를 향해 달려왔다. 유우리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 적을 앞에 두고 서우가 고개를 돌리는 찰나, 무엇인가 빠르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막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온 호타루였다.

“괜찮으세요?!”

“호, 호타루...!”

유우리의 허리를 붙잡아 가까스로 낚아채고는 건물 위로 뛰어오르는데, 다행히 유우리는 다친 곳이 없어 보였다. 오늘 하루 정도는 꼬박 누워 있어야 할 것처럼 힘들어 보였는데, 그 사이에 제법 강해졌나 보지? 서우는 둘을 보며 씩 웃다가-

“다진 고기 주제에 어디 손을 대? 떨어져, 새끼야!”

“뭐래, 미친놈이?”

“...?”

한국말로 오간 말이었기에 알아듣지 못한 유우리였으나 호타루의 거친 억양과 표정으로 봐서 욕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서우는 빙글빙글 웃고 있으니 대체 무슨 이야기를...... 둘을 보던 유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서우님, 조심하세요!"

"알고 있어요!"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서우가 빠르게 공중제비를 돌자, 괴물이 그대로 서우를 따라왔다. 그 전에는 공격이 나름대로 지능적이었다면 이제는 완벽히 본능대로 서우를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걸렸군!"

서우는 벽을 박찬 뒤 다시 위로 올라가 와이어를 뻗어 반대쪽 건물로 몸을 날렸다. 쿵! 괴물이 그대로 건물에 몸을 박았고, 이미 몇 차례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 괴물 위로 쏟아져 내렸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격을 피하다 보니 낡은 건물에 큰 손실을 입혔고, 조금만 충격이 있어도 무너지겠다 싶던 참이었다.

그리고 서우의 예상대로. 와르르르르- 엄청난 소리와 먼지가 공중으로 퍼져나갔다. 한 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진 건물을 보며 군인들은 입을 쩍 벌렸다. 아마 저 정도의 공격이라면...... 그리고 그 예상대로, 괴물은 얼굴을 제외한 부분이 완전히 납작해져 있었다.

"진짜 질기네. 이 놈이 역대급으로 질겼어."

그래도 아직 살아는 있는지 숨은 꺽꺽 거리면서 쉬기는 했지만 몸이 완전히 부서졌고 심장에 해당하는 부분도 빠졌으니 오래 살지는 못하리라.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고 숨통을 완전히 끊기 위해 서우가 다가간 참이었다.

“어차피, 어... 우, 어차. 피.”

“......”

“그르, 그. 이, 이렇게 해봤자.”

말할 때마다 순도 100%의 깊은 악취가 쏟아져 나오는데 뱀은 머리가 잘려도 산다고 하지만 얘는 대체 뭐냐, 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 같은 것이 말은 또 하고... 이게 바로 그 인간지네라는 것인가. 

"흐음."

사실 저건 살이 접힌 게 아니라 다리라든지. 서우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흉흉한 바람 소리에 섞여서도 유독 선명하게 들리는 두 글자가 귓가를 날카롭게 스쳤다.

“다, 죽. 죽어. 소용없어. 다...... 죽을......”

“죽긴 뭘 죽어. 너만 죽지.”

말하는 입을 콰득 밟아버린 서우의 발밑에서 오돌뼈를 씹는 듯한 소리가 났다. 서우는 연달아 괴물의 머리를 짓밟고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는 것까지 확인하고서 발을 뗐다. 어찌나 밟았는지 신발이 온통 질척질척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런 식으로, 돌연변이 같은 놈이 죽기 전에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

하지만 그런 걸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서우였기에 이미 마음에서 깨끗하게 지워 버린지 오래였다. 기지개를 쭉 핀 뒤, 엉망이 된 다른 보호구를 바닥에 던진 서우는 유우리와 호타루, 다른 군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다른 곳도 상황이 정리된 것인지 츠부미도 다른 서포터들과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ㅋㅋㅋㅋㅋㅋ엌ㅋㅋ

자느라 사랑니 못 빼러 갔어요.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더니...

"저, 몇 시까지 진료하나요?"

"두 시까지 진료하는데 오늘은 이미 끝났음여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니가 제 볼살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거 월요일에 이를 뽑으러 간다...! 

오후에 교수님이랑 상담하는 게 있기는 한데, 막 이를 뽑고 교수님과 상담하는 것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그럼 연참으로 뵙겠습니다. 지금부터 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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