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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마리코?”
“서우 오빠!”
그새 능력이 돌아왔나, 서우를 보며 달려오는 마리코에게서 예의 느껴지는 묵직함이 서우의 몸을 누르고, 그 다음에는 마리코 자체가 서우의 몸을 눌렀다. 하늘에서 날아오다니, 그래도 적당히 무게를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그냥 또 날아왔으면 연속으로 허리뼈가 나갈 뻔했다.
“오랜만이네, 마리코.”
“오빠, 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그런 고통도 품에 안기는 마리고가 예뻐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커다란 고양이 같기도 한 게... 정말 장래가 기대 되는구나. 제 목과 어깨에 사정없이 얼굴과 뺨을 문지르는데 예뻐 죽겠다. 허리의 고통도 잊고서 마리코를 토닥이니까 헤헤,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서우의 뺨에 입을 맞추는데.
“안 돼.”
“왜요!”
...얘도 위험하네. 이미 닳을 대로 닳아 바스라져 흔적도 남지 않은 서우의 정조였기에 새삼 아낀다거나 뺄 일 따위는 없었으나 마리코는 진짜 위험했다. 정말 마리코가 츠부미처럼 그랬다가는, 도망치기도 전에 몸이 붙잡혀 그대로...
'후훗, 오빠 가만히 있어요. 마리코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그건 좀 좋은 것 같기도? 어차피 거의 다 컸잖아. 이제 곧 성인인... 아니, 아니, 참자. 진정해.
“그나저나 너, 능력 사용이 아직 안 된다더니.”
“응, 아직 안 돼요.”
“...아직 안 돼?”
“네. 으응, 빨리 쓰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좀만 더 있으면 될 것 같기는 한데에.”
“근데 그냥 뛰어 내렸...”
위를 올려다보았더니 이게 웬 걸, 저 위에 있던 사람들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이쪽을, 마리코와 서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헤헤, 오빠가 받아줄 줄 알았어요!”
“너 그러다가 잘못 되면 어쩌려고-”
"잘못 돼요?"
"그래. 재생도 힘들게 다친다든가."
"으으응. 그렇게 되면."
제법 골 때리는 짓 좀 하며 살아 온 서우였으나 마리코는 아는 게 제대로 없어서 그런가. 정말 앞뒤 생각도 하지 않는구나. 이렇게 잘못 받아지다가 애꾸 된 궁예를 모르니 할 수 있는 짓이겠군. 저 높이에서 그냥 뛰어내리다니...
"그렇게 되면 어떡해요?"
능력도 잘 발현이 안 되는데 뛰어내렸다가 다쳤으면 어쩌려고, 하마터면 그대로 찌부러져 빈대떡이 될 뻔했는데도 마리코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위협적인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뭐 본인 말로는 곧 될 것 같다고 하긴 하지만. 앞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마리코는 어떻게 되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사용 못하게 된다면-
"...그러게 어떡하나, 나한테 시집이라도 오든가."
마리코를 내려놓으면서 서우는 그냥 나오는 대로 말했다. 서우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본 마리코가 반가워서 그냥 해본 말 같은 것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마리코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시집이요?"
"그래, 그래. 아, 여기 물 좀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오빠, 그럼 계약서 따로 보내도 돼요?"
"...으응?"
이게 무슨 말이지. 서우가 마시던 물을 뿜을 뻔하던 걸 도로 삼키고서 고개를 돌렸더니, 마리코의 커다랗고 예쁜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계집애 보소...?!
"그럼 마리코는 어른 되자마자 오빠한테 시집 갈래요."
"...!"
"마마마, 마리코 님!"
거기에 놀라는 건 서우뿐이 아니었고, 그 주변에 있는 서포터, 군인. 마리코를 항상 따라다니는 보모 역할들의 사람들이었다. 결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서우는 순식간에 제 몸에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들을 느끼고 식겁했으나, 마리코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 오빠를 위해서면 국적도 바꿀 수 있어요. 한국인이 될래요."
"아니, 마리코. 내가 한 말은."
"오빠, 거짓말 하기 있기 없기?"
있기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결혼이라니. 장난치는 거겠지?
"마리코 님, 마리코 님, 결혼은 그렇게 쉽게 정하는 게 아니라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쉽게 정한 거 아닌데요?"
"자, 일단 진정하시고... 진정하시고 본부로 돌아갈까요? 아직 마리코 님 몸도 많이 안 좋으시고... 네? 약속하셨잖아요."
"으응, 알았어요."
"저기, 마리코. 나는."
"오빠, 저 안 잊을 거예요!"
"...마리코 그런데 나는, 그러니까-"
반쯤은 잊고 살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전여친에게서 생긴 애가 있어. 그리고 너 말고도 수많은- 농염한 언니부터 빈약한 언니까지 종류별로 옆에 끼고 있단다. 거기까지 말하면 마리코가 떨어지려나 싶었더니, 마리코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돌아섰다.
"그럼 서우 오빠, 안녀엉!
쟤 진짜 머리 나쁜 거 맞아...? 다시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고 있는데 당황스러워서 서우는 말도 안 나왔다. 그런 서우의 옆으로 슥 지나간 것은 마침 치료를 다 받은 호타루였는데, 그 광경을 다 보고 있었는지 서우를 빤히 쳐다보며
"로리콘 새끼."
"내가 로리콘이면 넌 시스콘."
"뭐?"
지가 시비 걸어놓고 화내는 건 또 뭐야. 서우는 후, 한숨을 쉬곤
"이게 누나도 나한테 뺏긴 게 까불어?"
"뭐? 우리 누나는, 우리 누나는 잠깐 가 있는 거 뿐이야! 나중에 다시 돌아 올 거라고!"
"잠깐 가긴 어딜 가? 소라는 여기 와서 살기로 했는데. 그것도 모르냐?"
"아, 으아... 이건 또 뭔 개소리야?!"
호타루는 서우에게 반박하기도 전에 소라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는지 반대편으로 고속이동을 해 사라져 버리고, 서우는 가만히 손을 흔들고는 약을 받아 적당히 몸을 치료했다. 이제 빨리 교단으로 돌아 가서 상황을 살펴 보아야겠군, 큰 문제는 없다고 전해 들었으니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 난리에 혹시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모르니 나름 걱정이 되었다. 그때-
"...저 오빠."
"어, 음. 왜 츠부미?"
마리코랑 있던 건 못 본 모양이군. 츠부미의 초롱초롱한 눈이 서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저... 이거 드시라구요. 방금 받았는데, 오빠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라고 말하며 츠부미가 준 것은 검은색 포장지로 쌓여진 소시지가 들어 간 빵이었다. 일본에서 능력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예의 그것인 것 같았다. 능력을 사용하면 몸의 피로가 심해지다 보니, 자거나 먹는 걸로 힘을 보충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입이 짧거나 많이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때를 위해 만든 에너지 푸드라나 뭐라나. 맛은 크게 없을 것 같지만.
"......"
빨리 뭐라도 안 먹으면 위험하겠군.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재생되는 것에 제한이 있었으므로 서우는 일단 츠부미가 건네는 것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뭘 쳐바른 것인지 소시지빵의, 소시지 부분이 아주 위험한 붉은색으로 번쩍 거리는데...
"음, 츠부미."
"네, 네?"
"혹시 이거 뭐..."
서우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유우리는 저 멀리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뭔가 이야기 하고 있고, 하네다는 안 보이는데... 아, 저기 있구나. 마리코는 아까 가 버렸고...
"아냐, 잘 먹을게. 고맙다."
"네, 네에!"
이게 막 다른 여자들 내장으로 만든 소시지 같은 건 아니겠지. 왜, 그런 거 자주 나오잖아... 서우는 소시지빵을 입에 넣고 의무적으로 음식을 씹고서 뒤로 몸을 기댔다. 아직 전장이긴 했지만 어차피 큰 일도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피곤해서 더는 눈을 뜨고 있을 힘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12시 기상-> 먹을 걸 먹는다.
사랑니를 뽑으러 간다. [약 한 시] -> 학교에 가서 교수님과 상담을 한다.
정말 제가 사랑니를 뽑고 오겠습니다. 사랑니 발치 후기 기대해 주세요 ㅇ>ㅡ<....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 저번에 자느라 사랑니 못뽑 ㅠㅠㅠㅠㅠㅠㅠㅠㅠ끄아아앙! 벌써 다섯 시네요! 아침이나 오후에 보시는 분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끼요옷
+)그나저나 선작 7천 정말 안 되네요. 왔다갔다 하고 있어.... 끄아앙 그렇게 7천이 넘기 싫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