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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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저어 유우리 님, 아직 몸이 안 좋으신가요?”

“뭐, 뭐...?”

“아니, 걷는 게 조금 힘들어 보이셔서요. 혹시 다리라도 다치신 건-”

“벼,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아.”

“하지만... 혹시 불편하시면 휠체어라도 준비할까요?”

“별 거 아니라고 했잖아. 정말 괜찮으니까.”

“예... 옛.”

앞서 걸어가던 여자 서포터가 뒤를 돌아보며 유우리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눈치가 저 정도로 없구나... 아니, 오히려 아는 게 이상한 걸까. 유우리가 대답하고는 빠르게 걸어가는데... 

‘하여튼 재밌다니까.’

서우는 뒤에서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다가, 조금 먼 곳에서 상처를 치료받고 있던 하네다를 발견했다. 정신이 없는지 서우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는데, 아마 하네다였으면 냄새로 유우리와 서우가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알았겠지. 웃음을 참고 앞으로 걸어가던 서우는, 왜 이 병원이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지 깨달았다. 몇몇, 지나가는 의사들이 입고 있던 가운.

그건-

“......”

아, 이름이 뭐였더라... 그새 까먹었다. 내 이름이랑 좀 비슷했던 것 같은데 왜 기억이 안 나지? 고민하길 한참, 서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 사오리. 그녀가 입고 있던 가운이었다. 그러고 보니 의사였지... 그럼 여기서 일하는 건가? 이쪽으로 왔을 것 같기는 한데, 이 난리통에 살아는 있을까 모르겠다. 

양산형 능력자들이 거기에만 있었던 것도 아닐 것 같고... 실제로 호타루와 서우가 가는 길에도 습격을 받지 않았던가. 능력자들만을 찾아내고 온 것이긴 했지만. 다시 만나면 좋겠는데, 후... 

“서우 님,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예, 예.”

유우리는 여자 표시가 되어 있는 검사실로 들어가고, 서우는 그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의사가 남자인 건 아니었다. 안에 들어 있던 건-

“히이익!”

서우를 보자마자 눈에 띄게 놀라다 못해 자리에서 펄쩍 뛰기까지 하는 그 보이쉬한 얼굴,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함. 시오리의 착한 심성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서우는 저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생각했더니 바로 만나게 됐구만, 타이밍도 좋지.

“아, 안녕하십니까. 서우 님을 담당하게 될...”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이는 시오리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가득해, 서우는 그것을 즐기듯 부러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곧이어 다른 남자 의사도 한 명 와서 서우에게 인사를 건네며 준비 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달라고 말했고, 서우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의자 하나가 놓여진 하얀 방으로 들어갔다.

"이, 이쪽에 앉아 주십시오. 여기, 이 기계를 착용하셔야 하는데... 시오리?"

"네, 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거야? 이거 해 드려야지."

"네, 넵...!"

허둥지둥 다가 온 시오리가 서우의 겉옷을 걸어놓고는 라운드 티 하나 입은 서우의 몸 이곳저곳에 기계를 부착한 뒤 자리에 앉혔다. 그 손이 어찌나 벌벌 떨리고 있는지... 서우는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도 안 돼!'  

능력자들이 많이들 다쳤다더라, 그래서 가장 가깝고 시설이 좋은 이 병원으로 오고 있다 하더라... 는 말을 들을 때부터 혹시 서우와 바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설마 바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자연스레 기계를 부착하는 손은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시오리, 오늘따라 손이 왜 그렇게 더뎌?"

"아, 으... 죄송합니다."

"빨리 해야 돼, 서둘러."

"아뇨, 괜찮으니 천천히. 천천히 합시다."

"네... 뭐, 그러시다면-"

시오리는 겨우 서우의 팔과 어깨에 기계를 부착하고, 마지막으로 서우의 머리에 작은 관을 씌운 뒤에 뒤로 돌았다가, 들려오는 서우의 웃음 소리에 깜짝 놀라 얼굴을 붉히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곳에 갇혔던 적이 있었지. 뭐 검사 좀 한다고... 이것도 그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있으니, 벽에 부착 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위이이이잉- 긴 소음이 울려 퍼지고 주변에 노란 불빛이 번쩍 거리나 싶더니 몸에 붙인 기계에서 진동이 퍼져나갔다. 그러길 몇 차례, 이제 끝난 건가 싶었더니 스피커에서 바깥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어디 보자... 다 정상인데?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예. 수치는 전부 정상이네요."

...마이크 끄는 거 까먹었구만. 아이고 의미없다.

“다른 부분도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양산형 능력자들에게 당한 일반인들은 몸에 그들과 비슷한 문제가 생겼었는데, 아무래도 능력자들에겐 통하지 않는 걸까요?”

“그런 것 같은데, 다른 능력자 분들도 문제는 없었으니. 아무튼, 이걸로 검사를 종요하지. 다친 곳도 없고... 피로가 누적된 것 같으니 휴식이 먼저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서우 님, 검사가 끝났습니다. 밖으로 나와 주세요.”

밖에서 다 듣고 있었다. 서우는 짐짓 태연한 척 몸에서 기계를 떼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러다가 시오리와 또 마주쳤는데, 동료 의사의 뒤로 숨는 것이...... 

뭐 어디 있는지만 알았다면 나중이라도 괜찮겠지. 기지개를 피면서 밖으로 나오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서포터가 서우에게 스포츠 드링크를 내밀었다. 능력과 재생을 사용한 뒤에는 뭐라도 많이 먹고, 많이 자야 했던 서우였기에 받아들면서 자리에 앉자, 막 검사가 끝난 유우리가 밖으로 나왔다.

"끝나셨나요? 혹시 다른 문제는..."

"아니요. 난 별로. 유우리 씨는?"

"예, 저도 문제는 없다고... 저, 서우 님."

"...?"

"이제 어떡하실 건가요?"

어떻게 하다니? 서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유우리는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몸을 배배 꼬았다. 이미 할 거 다 하고, 볼 것도 다 봤으면서 새삼... 

"교단에 돌아 가야죠. 늦기는 했지만... 어쨌든 다들 걱정할 테고. 여기서 꽤 멀 텐데 차나 한 대 빌려서 가야 되나."

"아..."

"유우리 씨도 지금 갈래요?"

"저, 그게..."

"뭔데 그래요? 뜸들이지 말고 말해 봐요."

"저어어..."

어쨌든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서 서우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마치 같은 반 남자애를 학교 뒷편으로 불러서는 '서, 서우군! 괜찮다면 나랑 사귀어줘!' 라고 말할 것 같은 여고생 같은 모습으로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몸을 꼬다가 신고 있던 구두를 바닥에 문지르다가...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가지 않으실래요...?"

"...집?"

"예, 예... 오늘은 늦기도 했고, 아무래도 교단까지 갈려면... 게다가 시내가 아직 엉망인 곳이 많아서, 차로 운전해 가기는 좀 힘들 거예요."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집도 있었냐고 물어볼 뻔했는데, 집이 없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유우리의 위치도 있고, 뭐 이것저것. 집만 있는 게 아니겠지... 서우는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여자의 집이라.

"저희 집은 여기서 가깝거든요. 그래서... 괜찮으시면."

"뭐. 그럴까요."

재미는 있겠군. 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우리는 크게 기뻐했다.

서우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예전, 유우리를 납치했을 무렵 그 집 근처를 한 번 가봤다는 걸.

============================ 작품 후기 ============================

아침이네요.

아침입니다.

아침이라구요. 빼액;ㅇ;

자취방에서 자다가 오후에 집으로 갈지, 아니면 일찍 집으로 가서 집에서 잘지,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아빠가 그래도 제가 집에 없으니까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게 있을 때 잘해 주시지, 끄에엑!

아무튼 이걸로 짐승 1부가 끝났습니다. 찡...... ㅇ>ㅡ< 1부에서 쓸려다가 못 썼던 이야기 같은 것 좀 써보고 나서 2부 시작해야겠네요. 

봐 주시고 쿠폰도 주시고 추천도 주시고 덧글도 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ㅇ>ㅡ< ㅇ<ㅡ<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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