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해진 여교사 16
"슬슬 된 것 같으니 그 쯤 하자"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끈비키니를 입은 사유리를 데리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서 여자 점원은 굳어진 웃는 얼굴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정산을 끝낸 남자는 사유리를 손을 잡아 당기며 판매장을 뒤로 향하려 했다.
"그.. 갈아입어야.."
사유리는 놀라 남자를 멈추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대로 척척 걸어간다.
이런 부끄러운 수영복인 채로 밖으로 나가다니. 사유리는 부끄러운 나머지 정신이 이상해 질 것만 같았다.
"부탁입니다. 갈아입게 해 주세요"
사유리가 간절히 부탁했지만 남자는 귀를 기울기는 기색도 없었다.
사유리는 어쩔 수 없이 남자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높은 하이힐 탓도 있어서 스피드가 비교가 되지 않는 남자와 사유리의 걸음 걸이에 사유리와 남자의 사이는 자꾸자꾸 멀어져 갔다.
"기다려 주세요. 부탁드려요. 기다려 주세요"
사유리는 이런 모습으로 번화가 한 가운데 혼자 떨어지는 불안과 공포로 머리가 패닉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불안은 자구 자꾸 현실로 되어 갔다.
어느새 인파속으로 남자의 등이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사유리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뭐야 저거 거의 알몸이잖아?"
"치년 가봐 치녀"
"AV 촬영 같은 거라도 하는건가?"
그런 쑥덕 거리는 소리가 사유리의 주위로 부터 들려왔다.
사유리는 말과 시선의 칼날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어 가면서도 남자를 계속 찾았다.
갈아 입을 옷도 돈이 들어 있는 가방도 모두 남자가 가지고 있다.
이대로는 집에 돌아갈 수 조차 없다.
사유리의 그 상태를 본 주위 남자 몇명이 남자를 물색하는 치녀라고 생각해 버린 건지 사유리에게 차례 차례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뻔뻔스레 엉덩이에 손을 대거나 신체를 접촉하려 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사유리는 알몸의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주물럭 거리는 치한 같은 남자들에게 조차 사죄를 하며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패션 빌딩에서 도망치듯 길가로 나왔지만 남자의 모습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에 전방에서 번화가 순찰이라도 돌고 있는 듯한 경찰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알몸이나 다름 없는 사유리의 모습을 누군가가 신고 했을지도 모른다.
사유리의 심장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 붙었따.
(이대로는 잡혀 갈 거야..)
사유리는 새로운 공포에 떨렸다. 높은 하이 힐로 생각대로 속도가 나오지 않는 다리로 작은 골목으로 도망쳤다. 숨을 죽여 가며 경찰관이 통과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의 고동의 한박자 한박자가 큰 소리로 사유리의 귓가에 울렸다.
심장 뛰는 소리에 경찰과에게 당장이라도 들킬 것만 같아 사유리는 이대로 심장이 멈추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까워 지는 경찰관의 발소리 골목 안에 있는 쓰레기통의 그림자에 필사적으로 숨기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알몸의 사유리.
그때 갑자기 어깨에 누군가 손을 가져왔다.
"악!"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러 버린 입을 큰 손이 다가와 덥썩 가렸다.
"입 다물어, 경찰에 발견되면 공연 외설로 끌려가 버린다"
그 소리는 귀에 익숙한 선글라스의 남자의 목소리였다.
사유리는 순간적으로 안심이 되어 정작 자신을 이런 심한 지경에 빠뜨린 남자에게 매달려 왈칵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괜찮아. 괜찮아. 진정해."
남자는 사유리의 등을 어루만지고 토닥거리며 달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