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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해진 여교사 47 (45/49)

저속해진 여교사 47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사유리는 걱정스러운 듯 타니무라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물었다.

가까이서 보는 사유리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들여다 본 적 없는 타니무라는 허둥지둥 했다.

그러나 그런 사랑스러움과 대조적으로 그 차림새는 남자를 노리는 창녀 그 자체였다.

언제나 이웃이면서도 그 기품이 어린 아름다움 때문에 노다 사유리에게 접근 하기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타니무라에게 있어서도 지금의 사유리의 모습은 충분히 접근할만한 틈을 열어 주고 있었다.

"아니 괜찮아요. 사유리의 스타일이 너무 발군이라 정신없이 봐버렸네요. 아하하."

평상시라면 "노다씨" 라고 불렀겠지만 이런 차림새에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그대로 불러버렸다. 

이렇게 몸에 딱맞는 스커트를 자랑하듯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보디 라인에 자신이 있을 것이 뻔하고 

그것을 칭찬해 주면 기뻐할 것이 틀림 없다고 하는 계산도 어느정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 사유리는 기쁜 얼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표정이 흐려졌다.

(너무 노골적이었나...?)

"노다씨도 쓰레기 버리시나 보죠?"

타니무라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어쨌든 가까워지려면 지금의 틈을 보이는 사유리여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에... 네.. 그.. 오늘은 불타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니까요."

어색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사유리는 말했다.

여전히 쓰레기 봉투는 등뒤에 숨긴채였다.

(보면 안되는 거라도 들어있는 건가...?)

처음에는 보디 라인을 과시하기 위해 양손을 등뒤에 돌리고 있다고 마음대로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아무래도 쓰레기 봉투를 보이기 싫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쓰레기의 화제도 NG다)

"음.. 올해도 온난화 탓인가 상당히 더워져 버렸네요.도심부는 열섬현상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한층 더 더운것 같아요. 조심하지 않으면 더위라도 걸릴 것 같아요."

쓰레기의 분별조차 대충하고 있는 타니무라에게 있어서 더위 걸릴 것을 주의한다거나 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였지만

 어떻게든 회화를 연결해서 사유리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

"어. 아. 온난화. 큰일이네요."

사유리는 왠지 산만해 타니무라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야기를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타니무라가 바둥바둥 거리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제가 함께 버려드릴까요?"

"네?"

"그거 말이에요. 그거"

사유리가 등뒤로 돌린채 양손으로 움켜 잡고 있던 쓰레기 봉투를 가르킨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모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초반에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쓰레기 봉투의 화제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니에요 별로 무겁지 않아요. 괜찮아요."

사유리는 웃는 얼굴로 사양했지만 그 웃는 얼굴에는 평소의 자연스러움은 없고 부자연 스러운 면이 있었다.

"상당히 많이 있네요. 뭔가요?"

"아뇨. 별로 특별한건 아니에요."

사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빨리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에 걸음을 옮겼다. 타니무라는 따라 걸으면서 쓰레기 봉투로 시선을 향했다. 

아무래도 재봉인지 뭔지로 나온 것 같은 옷감 자투리가 대량으로 들어있었다.

(그런데 자투리로 나왔다고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데. 코스프레 의상같은 거라도 만들고 그 실패작을 분해하기라도 한 것 만 같은데. 

지금 입고 있는 모습도 혹시 일종의 코스프레...... 그러면 이 파렴치한 의상을 노다 사유리가 손수 만들었다던가....?)

타니무라는 있을리 없는 망상을 하면서 사유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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