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2화 -- >
단 할아버지는 대장간용 도구가 가득 들어있는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이거, 재키 씨에게 줄 건가요?」
「그래. 내가 준비할 수 있었던 것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것들이지. ……뭐, 동료들중에서는 이런 도구를 특히 잘 만들던 녀석도 있었지만, 하프 오거가 쓸 만한 대장간용 도구는 만든 적이 없어서, 그 오거 녀석이 쓸 물건은 내가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다」
단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장 큰 망치를 손등으로 툭툭 두드리다가, 그 망치와 함께 들어 있던, 훨씬 작은 망치를 내게 넘겨 준다.
「그리고 이건, 그 도구 잘 만든다는 놈이 만들어 준 거다. 분하지만 내가 만든 건 감히 비교하지도 못할 정도로 훌륭한 녀석이지」
「저를 위해서 일부러……」
「팔면 그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명품이니까, 감사히 쓰도록」
단 할아버지의 동료가 만들었다는 대장간용 망치.
확실히, 그 조형미와 중량 밸런스는 정말 훌륭하다. 귀족 저택의 현관에 장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단 할아버지가 몸소 만들었다는 재키 씨가 쓸 망치도, 평범한 공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듯한 오러가 감도는 물건이지만, 내가 받은 것과 비교하면 역시 실용성을 지나치게 중시했달까, 예술성에서는 조금 뒤쳐지는 느낌이 있다.
역시 드워프 사이에서도, 작풍이나 역량에는 각각의 개성이 있구나.
어느 쪽이든, 단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평생 잡아보는 건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난 명품이다.
「정말……고맙습니다」
「뭘 겨우 그 정도로 감격하는 거냐. 아직 많이 남았다만. 그럼, 그쪽을 들어라. 혼자서 드는 건 조금 힘드니까」
단 할아버지가 나무 상자 한쪽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나는 그 반대쪽에서 상자를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힘을 써도 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명분, 게다가 하프 오거용 대형 도구까지 들어 있는 상자는 무거운 게 당연했다.
「뭐야, 고작 이런 것도 못 드는 거냐. 이거 제대로 단련하지 않으면 대장장이는 무리겠군」
「으그극……흐읏!」
「주인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제가 들어 드리겠습니다」
결국 에아리가 대신 들어 줬다. 나, 내가 봐도 너무 꼴사납잖아.
……아니, 드워프의 완력을 기준으로 삼으면 인간은 덩치가 크든 작든 별 차이 없겠지만.
「오오, 도련님. ……그리고 단 씨!」
「약속한 물건이다. 자, 가져가도록」
그대로 재키 씨의 공방을 찾아가자, 방금 전의 나처럼, 재키 씨도 대단히 기뻐했다.
「이야 이거 정말 굉장하네요……처음 잡았는데도 손에 달라붙는 것 같습니다. 마치 몸의 일부 같아요」
「네녀석의 덩치나 손의 크기는 대충 기억해 뒀으니까. 뭐, 조금 써 보고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말하도록. 애송이긴 해도 대장장이인 네녀석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금 웃기지만 말이다」
「이건……제가 지금까지 써 왔던 건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물건입니다. 저것도 저래뵈도 금화를 2천닢이나 주고 산 것입니다만」
「흥. 시골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만, 최소한 자기가 쓸 도구는 무리해서라도 좋은 걸 구하는 게 대장장이의 올바른 마음가짐이다. 도구를 만드는 쪽이기도 한 네녀석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갖고 싶다, 같은 이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냐」
「손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좋든 나쁘든 별로 따지지 않고 그냥저냥 써 오긴 했습니다만. 드워프는 역시 철의 신이군요」
재키 씨는 도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대장장이는 아니지만, 폴카처럼 작은 마을의 대장장이는 의뢰를 받으면 뭐든지 만들 수 있고, 뭐든지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쓸 도구도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팔 물건보다 더 좋은 걸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서 쓰는 건 조금 꺼려진다.
설령 스스로 만들 수 있다 해도, 그 분야의 선배 전문가가 만든 걸 신뢰하게 되어 버린다.
그건, 자기 따위가 만든 물건이 전문가가 만든 것보다 좋을 리가 없다……같은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량품」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게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불편없이 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의뢰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나날들에서,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더 좋은 도구는 뭐가 어떻게 다른 걸까……라는 발상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쓰던 도구가 망가지면 스스로 대체할 물건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쓰던 도구의 모조품일 뿐, 역시 같거나 더 높은 수준의 물건을 만들지는 못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게 창조자로서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드워프가 만든 이 도구들에는 그만큼의 임펙트가 있다.
「하, 하지만 이런 훌륭한 도구들은 대단히 비싸지 않나요? 지금 저희의 저금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재키 씨가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런 걸 갑자기 넘겨받으면 보통 저렇게 반응하겠지.
그렇달까, 난 처음부터 완전히 공짜로 받을 생각이었다. 내가 봐도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뻔뻔스럽구만.
하지만 제대로 값을 매긴다면,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금액이 되어 버릴 것 같다…….
「필요 없으니까 신경쓰지 마라. 내 자존심의 문제다. 손녀 사위와 그 스승이 대장장이치고는 한심한 도구를 쓰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뿐이다. 이전에 한 번 말하지 않았나?」
「그, 그래도 이런 걸 공짜로 받을 수는」
「끈질기구만. 나는 네녀석을 빈털터리로 만들고 싶어서 이걸 가져온 게 아니란 말이다. 성실하게 일해서, 이 도구들을 만들어 준 내 얼굴에 먹칠하지만 않으면 된다」
「……정말, 뭐라 말씀 드려야 할지……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겨우 도구 한 세트 정도로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값싼 인생 아닌가? 그보다는 「이 도구에 걸맞는 물건을 만들어 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이 도구를 만들어준 쪽에서도 보답받을 것 같군」
「……네」
재키 씨의 눈가가 축축해진다.
지금까지 거의 고생만 해오던 재키 씨의 삶을 새각해보면, 너무나 행복해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사일 테니까.
그리고 단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애송이 너도다. 모처럼 좋은 도구를 구해다 줬으니까, 헛되이 하지 말도록」
「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요」
「뭐, 애송이는 진짜 대장장이가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배워야 할 게 산더미처럼 많지 않나?」
귀가 따갑다. 확실히, 제대로 배워야할 게 너무나도 많다.
「단 님을 위한 집도 준비하는 게 어떤가?」
아이리나가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뒤로 젖히면서 그렇게 제안해 왔다.
「토지는 그대의 명의로 이미 충분하게 확보되어 있으니 말일세. 그리고 드워프들의 기호에 맞는 집을, 폴카의 건축가에게 짓게 하는 게 어떨까 하네만」
「아니 잠깐 기다려 아이리나. 땅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고?」
난, 조금도 몰랐는데.
「마을 하나 정도는 충분히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말일세. 물론 폴카의 중심인 여기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긴 하네만」
「그렇게나 많이!?」
「왜 그렇게 놀라나? 그대, 암컷 노예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지금이야 군인으로서 여기저기에 날아다니고 있으니만큼 적당히 그대의 집이나 근처의 여관에서 묵게 할 수 있었네만, 이미 수십명이나 되는 인원을 이후로도 계속 다른 사람의 집에서 살게 할 생각이었나?」
「……으, 으음……」
「뭐, 그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봐도 괜찮겠지. 단 님의 집은 나무로 짓는 게 어떨까 하네만. 마리 님처럼 완전히 정착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제3자가 방문해서 청소하기 쉽도록 위치도 고려해야만 하네」
「집이라기보다는……별장일 것 같은데」
「별장이라도 괜찮지 않나. 여기는 원래부터 휴양지였으니까 말일세」
「뭐, 그것도 그렇지만」
암컷 노예들이 모여 살고, 또 그녀들의 가족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뭔가 이런 이유로 폴카를 바꿔 버려도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으니 괜찮으려나.
그리고.
「디아네 씨는 없지만, 슬슬 남쪽으로 드래곤을 한 번 보내려고 생각해」
술집에서 모두와 마시면서 그렇게 선언한다.
「에, 단 군을 벌써 돌려보내 버리려고요?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리스가 놀란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아냐 그게 아니라고. 단 할아버지가 아니라 보이드라거나 벡카 특무백인장이라거나 등등. 그리고 너희들도」
「우리들도요!?」
나리스가 다시 깜짝 놀란다.
「네 건틀렛은 일단, 렌 네스트로 돌아가서 임무를 마무리짓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리 폴카와 렌 네스트가 도보로는 2개월 가까이 걸릴 정도로 멀다 해도, 슬슬 뭔가 보고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에―……그냥 이대로 여기서 느긋하게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요―?. 모처럼 책임자가 없으니만큼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우겨도 될 것 같은데요」
「나리스. 그건 그것대로 월급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알메이다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테테스와 샤론도 조금 복잡해보이는 얼굴.
「확실히 언젠가 한 번쯤은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한 번 저쪽으로 돌아가면, 여기로 다시 오는 건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직업으로 기사를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머지않아 여기에 정착하게 된다 해도,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무책임하게 내팽개쳐 버리는 건 좋지 않아」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조금 갑작스러워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저는 이제, 고향으로 편지를 한 통 보내서 지금 이대로 있는 게 좋다고 전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으음……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가드너 공작가와의 계약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일들을, 언제까지나 계속 미루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어차피 드래곤을 타고 가면 한 달이면 갔다 올 수 있으니, 슬슬 렌 네스트로 가서 정리해야 될 일들을 마무리짓는 게 어때?」
「……그것도 그러네요. 오라버니의 모습도 봐 두고 싶었으니까」
「페리오스 대기사장인가요―. 과연 이제는 다 나았겠죠―?」
「그 사람, 지금의 샤론 기사장이 섣불리 얼굴을 보여 주면 죽을 지도 모르지만 만나러 가지 않아도 죽을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네 건틀렛이 그럴 마음이 들어서 다행이다.
「스마이슨. 우리도 슬슬 붉은 고래로 돌아가고 싶다만」
「바우즈. ……그리고 유파도」
「마침 좋은 기회니까. 유파의 사회복귀를 겸해서, 함께 가도 괜찮겠나?」
「그래, 좋아. 마지막에는 라팔에도 갈 생각이었으니까」
바우즈와 바우즈의 등 뒤에 숨은 유파에게 웃어 주었지만, 유파는 곧바로 시선을 피해 버렸다.
……조금 충격 먹었지만 저런 반응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언제 출발할 건가?」
「다른 모두에게도 이야기해둬야 되니까, 3일 뒤려나……라팔로 가기 전까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걸 생각하면, 시간이 꽤 걸려 버릴 것 같긴 하지만」
「알았다. 준비하도록 하지. 다른 마약 환자들 중에서도,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 두겠다」
「아―, 그러고 보니 그녀들도 있었구나. 알았어」
바우즈의 지적을 가슴에 새겨 둔다.
설령 라팔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세레스타 각지나 렌 판가스에 들르게 될 테니까. 불행한 그녀들도, 좋은 짝이나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