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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47화 (47/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47화 -- >

이상한 느낌의 엘프 여성 뒤를 따라, 어둡고 쇠퇴한 길을 나아가자, 갑자기 눈앞에 마치 「세레스타」가 나타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와……」

「활기가 넘치네……!」

그야말로 세레스타다운 난잡한 분위기. 노천 테이블에 모여든 오거와 수인, 드워프에 리자드맨, 그리고 몇몇 다크 엘프.

그건 확실히 세레스타 특유의, 인종의 도가니 같은 떠들썩함이었다.

아니, 이 도시 자체도 세레스타의 영토임에는 틀림없지만, 방금 지나쳐 온 구역은 어느 쪽이냐면 조용하고 단정해서, 마치 트롯의 고급 주택가 같았다. 술집조차도 왁자지껄하기는커녕 조용해서 어색했으니까.

「종족 구분 없이, 누구든지 OK인 여관은 이 도시에서 여기밖에 없지. ……밤이 된 다음에 10여 명을 받아줄 만한 곳이라면……볼튼의 호텔 정도밖에 없겠군. 그 할아범, 밝은 건 질색이라면서 낮에는 문을 닫아두니까, 지금 가면 바로 체크인할 수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은 건가……」

「글쎄, 하지만 골라서 갈 수 있을만큼 여관이 많지도 않다고? 그리고 거기의 식사 서비스는 정말 별로니까 기대 안 하는 게 좋아. 배가 고프면 이 근처에 나와서 사 먹는 게 좋을 거야. 엘프 입맛에 맞는 담백한 음식은 없지만」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근처에서 한창 마시고 있던 테이블 위에 있던 닭다리를 마음대로 집어든 다음 한입 물어뜯는다.

졸지에 닭다리를 빼앗긴 손님이 곧바로 반응했다.

「아앙? 너 임마……뭘 멋대로 먹는 거냐!」

「이런 닭다리 한두 개 갖고 쩨쩨한 소리하지 마, 데니스」

「……뭐야, 글로리아 누님이었나. 일은 다 끝났어?」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 같다.

「오늘은. 정말이지, 한 잔 걸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상한 녀석들에게 얽혀 버려서 말이야. ……엘프를 이만큼이나 데려 왔는데 묵을 만한 곳을 못 찾겠다더군」

「오―……이거 진짜 미녀들만 모여있구만, 대단해. 당신들, 어디서 왔어?」

「어디서라……여기에서는 좀 껄끄러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트롯의 시골……일까나 」

「트롯? 트롯에서 엘프들을 데리고 여기로?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중년 여우 수인의 이름은 데니스인 것 같다.

뭐, 이 근처의 세레스타인들이야, 트롯이 아직 엘프와 적대하고 있을 거라고 알고 있을 테니까.

이전에는 실제로도 그랬지만 2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한 지금, 실제로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트롯 안쪽에 엘프의 숲이 있다는 건 알고 있나?」

아이리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데니스 씨의 접시에서 갑자기 닭다리를 집어들고는 물어뜯는다.

데니스 씨는 벌떡 일어나면서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따지려다가, 불쾌한듯이 자리에 앉았다.

「그게 어쨌다는 건데」

「지금은 거기도 문호를 개방했다네. 이미 적지 않은 엘프들이 숲 밖을 왕래하고 있지」

「호오, 진짜? 왜 갑자기 문을 열어젖혔대? 엘프 녀석들은 자기들 잘난 맛에 취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말이지」

「지금 그거 나 말하는 거야?」

「그야 당연히 글로리아 누님 빼고」

테이블 구석 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채로 닭다리를 뜯어먹는 글로리아 누님. 고기를 다 물어뜯은 다음, 그 뼈로 아이리나를 척 가리킨다.

「뭐, 그건 나도 신경 쓰이는구만. 북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당신은 어느 씨족의 누구야?」

「알려줘도 상관없네만, 그대가 먼저 아는 게 순리에 맞지 않겠나?」

「……나는 글로리아. 한때 하늘색 씨족 소속이었지만 파문당했지. 그럼, 당신 차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소개하는 글로리아 씨. ……잠깐, 파문?

갑자기 나온 무거운 느낌의 말에, 나는 주위의 암컷 노예들과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한편, 아이리나는 그 말을 태연하게 들어넘긴 다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흰색의 얀의 딸인, 아이리나라고 하네」

「………………」

글로리아 씨가 말을 잃고는,

손에 든 닭다리를 툭 떨어뜨린다.

「누님? 왜 그래?」

데니스 씨가 그 닭다리(다행히도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를 주워든 다음, 조금 남은 고기를 물어뜯으면서 글로리아 씨를 올려다본다.

왜 말을 잃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보통은 모르겠지. 응.

「이몸의 얼굴을 모른다고 해도, 아버님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던 듯 하군」

「흰색의 얀……얀은 확실히……잠깐 기다려, 어째서 북방 아홉 씨족의 족장 딸내미가 이런 곳에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거야?」

「아무래도 소식이 늦은 것 같아서 아버님의 이름부터 말했네만. 지금은 이몸이 흰색 씨족의 족장이라네. 아버님은 은거 중이시지」

조금 자랑스러운 듯한 아이리나. 이렇게나 반응이 좋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알 것 같다.

하지만 글로리아 씨는 반대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 어째서 씨족장이 이런 곳에……에, 잠깐……거, 거기 눈에 띄는 붉은 머리칼! 너도 혹시 ……」

「하늘색 씨족의 족장인 디올의 딸, 오로라. 소개가 늦었네요」

「!!!」

글로리아 씨가 경악으로 눈을 부릅뜬다.

「허나, 한때 같은 씨족이었다고해도, 저는 당신이 파문당한 이유를 모릅니다. 혹시 괜찮다면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쳇. ……그런가, 그 도련님에게 여동생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군」

글로리아 씨는 한숨을 쉬고, 데니스 씨의 옆에 앉는다.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여행으로 지친 녀석들은 볼튼의 호텔로 데려가는 게 어때」

「……아, 그렇지」

나는 암컷 노예들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해산. 이후는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것, 이라는 의미다. 호텔에 짐을 풀고 쉬든, 식사를 먹으러 가든.

세레스타군에서 쓰이는 수신호라서, 세레스타군과 관계없는 네이아들이나 렌 판가스의 건틀렛, 그리고 페넬 등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지만, 안제로스와 루나, 힐다 씨가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그녀들을 데려간다.

그리고, '푸른 하늘'이라는 이름의 술집(푸른 하늘이라고 해도 지금은 밤이지만)에 남아서, 마주 보고 앉은 건 아이리나, 오로라, 그리고 라이라와 나.

파티용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넓은 테이블이므로, 글로리아 씨와 데니스 씨 이외에도 취객이 몇 명 있다. 이미 밤도 상당히 깊어졌는데, 미녀들이 갑자기 늘어난 게 이상하면서도 기뻤는지, 이쪽을 보고 휘파람을 부는 남자도 있었다.

「……그렇게까지 주목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 마침 기회가 생겼으니 말일세. 궁금증을 남김없이 풀도록 하지. 이 거리의 정세도, 그대 개인에 대한 것도 말이야」

「……흥미 위주로 물어볼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파문당한 경위는」

「어떻게든 말하고 싶지 않다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네. 그저 서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을 뿐이니까. 허나 서로가 신경 쓰이는 사이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넘기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네만」

「……쳇. 뭐, 확실히 북방 숲의 씨족장과 쿠라베스의 공주님이 함께 이 도시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꽤 이상한 사태이기는 하지. 그쪽의 의도대로 그냥 넘어가는 것도 왠지 기분이 더럽군」

글로리아 씨는 메이드 아가씨가 가져온 술잔을 받아들고는, 거기에 가득 채워진 독한 술을 한 모금 마신다음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대체 어떤 이유로 그런 중요 인물들이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거지? 일단 그쪽부터 가르쳐줘」

「그대, 화룡전쟁에 대해 알고 있나?」

「응? 물론, 직접 봤지. 그 무렵에는 아직 쿠라베스 근처에 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드래곤 라이더에 대한 전설도 잘 알고 있겠군. ……사막에 남은 마지막 흑룡, 그리고 북방 숲 청룡의 막내딸. 그뿐만이 아니라 마물령 저 너머의 땅에서 온 은룡, 그것들을 모두 거느린 드래곤 라이더가 나타났다네」

「……무슨 뒤숭숭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글로리아 씨가 독한 술을 또 가볍게 홀짝거린다.

그리고 옆의 데니스 씨가 침을 꿀꺽 삼킨다.

「저기……드래곤 라이더라니 그게 뭐야?」

「사람이면서, 드래곤에게 명령할 수 있는 자. 그 녀석의 기분에 따라서 도시고 숲이고 불타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인류는 그걸 멈출 수 없어. 왜냐하면 지금, 놈들에게 유일하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는 금지되어 있잖아?」

「……읏, 그, 그런가」

「그러니까, 그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어, 잠깐. 뭐야 그 추리는. 마치 내가 나쁜 놈 같잖아.

……아니 하지만, 뭐랄까, 조금 전의 아이리나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확실히 드래곤 라이더가 위협적인 존재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라이라를 살짝 보자, 라이라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듯이 얼굴을 이상하게 일그러뜨리고 있다.

「뭐, 솔직히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이몸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뿐이라네. 그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정치와 관련되어 있어서 말이야」

「…………」

글로리아 씨와 데니스 씨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나는 대화에 끼어들어서 아이리나의 빈틈투성이 설명을 보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한편 라이라와 오로라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으려고 얼굴을 이상하게 일그러뜨리고 있다.

……그리고 섣불리 끼어들었다가는 증명 등등 여러 가지로 성가셔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겨우 알아차리고, 일단 말을 삼킨다.

「그럼,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어째서 파문되었고 이런 도시로 온 건가?」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하기에는 어중간한 건데. 그렇게까지 기대하면 이쪽이 곤란하다만」

글로리아 씨가 아이리나에게서 시선을 피하고는, 위축된 것처럼 중얼거린다.

그리고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한숨을 내쉰다.

「……장로회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문제 삼았어」

「?」

「나도 엘프이니만큼, 사물에 열중하면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수명은 있는 몸이니까. 다양한 걸 그렸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의 몸만큼 호소력이 강한 모티프도 없었지. ……그리고, 이 나라에는 알몸의 여자를 그리는 서적이, 있잖아. 그거에 영감을 받아서 그린 걸 장로회가 문제삼았고……이후에는 품위를 더럽혔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괘씸죄로 파문당했다는 거지」

「…………」

여자의 알몸을 그리는 서적?

……에로 그림책?

설마, 그걸 흉내냈다고 해서 파문……?

「어, 어이 오로라, 장로회라니? 네 아버지가 하늘색 씨족에서 가장 높은 분 아냐?」

「모든 사안을 씨족장이 몸소 처결하기에는, 하늘색 씨족의 규모가 너무 크기에……씨족장이 직접 판단할 만한 정도까지는 아닌 작은 사안에 대해서는, 각지에 있는 장로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서로 의논한 다음 처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버님을 억누를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언권은 상당히 강한 것 같아요」

「권한을 그렇게 나누면 폐해가 심해질 것 같네만」

「……말씀하신 대로, 권한의 경계가 애매해짐에 따라 서로 사양과 책모의 여지가 생겨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리나와 오로라의 설명을 듣고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리고 진절머리가 났다.

노인들이 적당적당하게 운영하는, 권한은 강한 주제에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는 재정(裁定) 기관을……상대해야만 한다는 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폴카에서는 남작이 유일한 귀족 당주로서 모든 사안을 직접 처리했지만, 왕도에는 그런 전통적인 권력 구조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행정 기관으로서가 아닌, 관습적인 「거스르면 안 되는 의견 집단」같은 게 각 직업 조합, 각 지구마다 있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박처럼 새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활력을 빼앗아 갔다.

사실은 누가 했는지도 잘 모르는 말이, 메아리처럼 닫힌 세계의 안쪽에 울려퍼져서, 이유도 불명확한 채로 「도의적으로 용서되지 않는다」 「괘씸하다」라는 무가치에 가까운 말의 소용돌이로, 상대를 감싸서 질식시켜 버린다.

실제로 반영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다수'의 의사가, 겹겹이 쳐진 거미줄처럼 계속 조여든다. 그걸 상대로는 그 어떤 반발도 통하지 않는다. 싫어도 알 수밖에 없다.

글로리아 씨는 그런 거미줄에 통째로 휩쓸린 끝에, 씨족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자의 알몸을 그리다니. 여자이면서도 말일세」

「하, 장로회도 그걸 꼬치꼬치 캐물어 오더군. ……남자의 알몸이라면 괜찮았다는 걸까」

「본인의 성욕과 연관시킬 수 있는 남자의 알몸쪽이, 아마 다른 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하네만」

「그야 남자의 알몸이 싫은 건 아니지만, 딱히 땡기지는 않아서 말이야. 게다가 표현한다는 건 독자들에 대한 도전이야. 그건 반드시 자신의 욕구에 연결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여자로서 가지는 이해와 미의식, 이상과 발상……그것들로 구성한 작품을 남자의 본능에 들이대서, 인정하게 하는 것도 내 숙원이었으니까. 자신의 본능을 상대하지 않는 표현자도 뭔가 구도적(求道的)이라서 멋있지만, 별로 흉내내고 싶지는 않아」

「……그런 건 그대 같은 전문가들끼리만 알 수 있을 것 같군」

「그것도 그러네. 너무 떠들었으려나」

글로리아 씨가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감동했다.

그 말에는 표현자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무언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말을 대장장이에 대입해도 이치에 들어맞는다.

검을 두드리는 대장장이라고 해서 딱히 뛰어난 검사만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실감만으로는 좋은 검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검사도 대장장이는 아니다. 체감으로서 알고 있는 이상(理想)이 공학적으로 정답이 아니고, 기능적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표현자와 사용자로서 그 감성의 격차를 상상력으로 줄이거나 혹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상대의 이상을 능가했다고 인정받는 것……그것 또한 하나의 지복(至福)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의 알몸을 진지하게 마주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 영혼의 고상함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낀다.

「그래서, 숲을 박차고 나와서는……여기로 흘러들어왔지」

「여기는 엘프가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네만」

「그게 좋은 거야」

글로리아 씨가 조금 쓸쓸한 듯이 웃는다.

「파문당한 엘프가, 그렇지 않은 엘프와 가까이서 사이 좋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엘프에게는 차가운 도시가, 결과적으로 나처럼 쫓겨난 자에게는 따뜻하게 다가왔으니 말이지. 게다가 여기는 엘프에 친절하지 않기는 해도, 세레스타의 다른 도시처럼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어오는 곳도 아냐. 엘프가 있어도 그냥 엘프가 있구나 못 본 척 넘긴다는 말이지. 살아 있다는 실감이 느껴진달까나」

「그건 그럴지도 모르네만……허나, 세레스타에도 이렇게나 차별을 심하게 하는 도시가 있을 줄은 몰랐다네」

「과거 수백 년 동안, 이 근처는 트롯의 영토였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세레스타에 포함되기 이전에는 이 초원 지대가 독립국이었던 적도 있어. 인간의 거주성 따위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이라는 이종족 콜로니도, 얼마든지 있잖아. 쿠라베스도 그렇지? 인간도 여러 종족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런 도시를 가질 권리는 그 어떤 종족에게도 있고, 이 도시는 인간이 만들었으니까」

「……흠」

「뭐, 좀 더 편하게 살게 해 줘도 괜찮지 않겠냐고는 생각하지만. ……사실,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는 변변히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일도 없고, 그런 변변찮은 돈벌이도 그렇게 많지는 않아. 매춘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밤도 있었지. 그래도 말야, 숲에서 나와 여기 살면서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어」

글로리아 씨가 취기가 조금 감도는 눈으로 술잔을 잠시 바라보다가 내게 가볍게 눈짓한다.

「아, 그래. 당신도 괜찮을 것 같네. 어때, 50닢이면 지금부터 하룻밤 즐길 수 있는데. 탈크의 창녀보다는 뒤쳐지지만, 이래뵈도 이 도시에 단골이 생길 정도로 나름 솜씨 있거든」

「호. 어떻게 하겠나 주인님」

「뭐, 뭐가」

「나도 함께 하고 싶다. 지금 여기에는 시끄러운 셀렌도 디아네도 없지.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만」

「함께 하다니……」

「잠깐, 함께 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혹시 이 중에도 조금 전의 여자들 중에도 애인이 있는 거야? 꽤 하네, 전혀 인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얼굴인 주제에 말이지. 뭐, 나야 여럿이 함께 한다고 해도 전혀 상관 없어. 그쪽도 사치스러운 기분을 맛볼 수 있으니 만세고, 나는 부담이 적어져서 만세일 테니까」

킥킥킥 웃으면서 말하는 글로리아 씨에게, 옆의 데니스 씨가 화난듯이 소리친다.

「어, 어이 누님, 지금부터 저런 놈이랑 잘 생각이면, 이제 내 상대도 좀 해 줘야 되는 거 아냐? 하루에 2번이 한계라고 해서 모두 차례를 기다려서 했잖아」

「당신은 지난 주에 상대해 줬잖아. 그리고 가끔씩은 내가 직접 상대를 고르게 해 주지 않을래? 익숙한 사람이랑 몸을 계속 겹치다 보면 싫증이 나버리니까 말이야」

「그 저씨……」

「킥킥킥킥. 뭐, 3배를 낸다면 차례를 앞당겨 줄 수도 있겠지만」

「5, 50의 3배!?」

「그건 이 청년에게만의 특별 할인이야. 평상시 요금은 백 닢이잖아?」

「3백은 무리라고……」

주위의 취객이 데니스 씨를 보고 껄껄껄 웃는다.

하지만……정말 이상한 공간이다.

모두가 이용하는 창녀를 둘러싸고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 수 있다니.

역시 흰색 엘프 창녀는 드무니까 소중히 여기는 거겠지. 게다가 대부분의 다른 종족 입장에서는 수명상 인생의 대선배이니만큼 더욱 더, 모두 굴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란 동물은 동정을 떼 준 여자에게는 좀처럼 거역할 수 없다고 하니까. 나도 셀렌에게는 좀처럼 거역할 수 없다.

「아―……그리고 몹시 흥미가 있습니다만」

「뭐가? 설마 50닢도 없는 건 아니지?」

「아니, 그건 아니고……그게, 글로리아 씨가 그렸다는 그 여체의 그림을 보고 싶어서, 말이죠. 만약 지금도 계속 그리고 있으시다면」

「헤에」

글로리아 씨가 히죽 웃는다.

「에로 그림책 좋아해?」

「물론입니다」

「여체 그림」이라는 말을 집어던지고 「에로 그림책」이라는 속어로 바뀐 순간, 나는 이 여성과 마음이 연결된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내 최신 작품. 「음마의 무도」야」

글로리아 씨가 안내해 준 자택에서 나는 넘겨받은 그림책을 펼치고, 크게 감동했다.

「……오오……오오오오……!」

「뭐, 자랑은 아니지만 이래뵈도 꽤 잘 팔리고 있지……」

「이거 전부 살게요」

나는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책들을 전부 들어올리면서 말하자, 글로리아 씨가 입을 벌린 채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에, 아니, 그게」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 그래요」

「에, 그게―……기, 기쁘긴 하지만……」

아니, 실제로 확실히 정가(定價)로 사는 놈도 있습니다. 저도 부탁받았고요.

일단 대금은 폴카에서 드래곤들의 비보를 처리하고 얻은 돈 덕분에 어떻게든 치를 수 있었다.

「……알았어, 팔게. ……팔기는 할 건데」

「좋았어!」

「……팔기는 할 거지만 잠깐만 기다려줘. 그게……저기, 조금 전에 다른 놈을 상대하고 와서……조금 더러우니까」

「에」

「그러니까……그렇게나 많이 사 줬는데 네 고맙습니다 라고 그냥 보내기에는 양심이 찔린다고 할까……뭐랄까, 미안해서……」

글로리아 씨가 얼굴을 붉히고는, 시선을 피한다.

「아, 어쨌든……볼튼의 호텔에 묵는 거지? 그럼 볼튼에게, 나중에 글로리아가 온다는 이야기를 해 두면 미리 알아서 해 줄 거야……알겠지?」

「……아, 아니, 뭐……상대해 주신다면야 저야 당연히 기쁩니다지만」

……음.

뭐랄까. 단순한 서비스 정신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다행이야. ……그, 그럼 기대해도 좋아요」

왠지 갑자기 말투도 어려졌다고 할까……귀도 기쁜듯이 쫑긋쫑긋 움직이고 있고……이 사람,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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