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1화 -- >
「씨족장님의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드래곤 라이더라는 거 진짜야? 실은 비룡을 한 마리 기르고 있을 뿐인 건 아니겠지?」
글로리아 씨의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
「실은, 몇십 년 전에 그런 말을 하는 놈이 있었거든」
「뭐 개인이 비룡을 기르는 것 자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요」
나도 모르게 쓴웃음.
비룡은 말보다는 조금 크지만, 드래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또 형태에서도 팔이 있나 없나로 차이가 나는데, 드래곤은 네 다리와 날개가 따로 존재하지만, 비룡은 날개와 팔이 붙어 있고, 내려앉았을 때의 자세는 새와 비슷하다.
지능도 동물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아서, 말을 할 수 있는 개체는 성지 라이카의 성수 유포니카 정도밖에 모른다. 뭐 성수가 되면 대체로 기원이 어떤 생물이든 말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은 생기는 것 같지만.
그리고 개체수가 적다. 최소한 세레스타 국내에서 야생종은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현재 세레스타 특별 고속 여단, 통칭 「비룡편」으로서 전령이나 긴급 수송 수단으로서 날아다니는 비룡들은, 아피룸에서 알 상태로 수입한 것이라고 한다.
동방 산지에도 비룡이 있긴 하지만, 사람이 길들이기 어려운 종류이므로 탈 수 있도록 조련하는 건 매우 힘든 것 같다.
그러니까 개인인데 비룡을 기르고 타고 다니는 놈이라면, 이미 꽤나 유명한 사람이겠지.
「내 드래곤은 총 3마리이고, 모두 인간체로 변신시키고 있어. 거기 있는 라이라와 이쪽의 마이아와 에마」
「호, 정 믿기 어렵다면 용의 모습을 보여줘도 상관없다만」
「이, 이런 곳에서는 그만두라고! 큰 소동이 벌어진단 말이야」
「그렇다면 어중간한 의심은 품지 말도록. 때가 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을 테니」
「그게 아니라……내 여행 준비, 그러니까 뭘 가져가야 할 지 아직 정하질 못해서 그래」
「아……」
여행을 가면서 갖고 갈 짐은, 이동 수단을 생각해서 정리해야만 한다.
홀로 여행할 때에는 갈아입을 옷과 돈, 야영 도구 몇 개를 갖고 가는 게 보통이지만, 그 이상으로 얼마나 더 갖고 갈 수 있는지 궁금한 듯하다.
「무엇보다도 드래곤은 얼마나 많은 짐을 들고 갈 수 있는 지 잘 모르니까. 화룡전쟁 때조차도, 진짜 드래곤을 본 건 2, 3번 뿐이었거든」
「집 한 채 정도는 들고 갈 때 조금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이런 나무통 5개나 10개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갈 수 있다」
「……그만큼이나?」
「괜히 한 마리로도 나라 전체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란 말이지」
운반 능력과 전투력은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드래곤에게 이길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비행 능력과 브레스가 주요 원인이었으니까.
뭐, 나보다는 그녀들이 더 잘 설명해줄 테니 가만히 있자.
「뭐, 많이 갖고 갈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되는 거지?」
「맞아요. 지금 다 갖고 갈 수 없으면 나중에 들렀을 때 마저 챙기면 될 겁니다.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라도 1주일 안에 왕복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렇지? 라고 라이라들에게 묻자, 그녀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 알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렌 네스트다」
「……엣, 렌 네스트라면……렌 판가스의?」
「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가도 괜찮은 거야? 거기는 여러모로 뒤숭숭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곳에 드래곤을 타고 가면……관광 같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 같아……」
「일단 거기의 높은 분들과도 잘 아는 사이니까 괜찮아요. 그렇달까, 사실은 렌 판가스의 군인을 돌려보내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 뒤쪽에 있었던 테테스와 나리스의 분위기가 쿠-웅 가라앉으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아……벌써 돌아갈 때가 되어 버렸구나」
「마음 편한 생활도 이젠 끝……」
나리스 너 지금 호위차 파견나온 걸 「마음 편한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갑자기 드래곤과 싸우게 된다거나 이상한 상황에서 야한 짓을 하게 된다거나 등등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
……뭐, 이제는 딱히 무서운 사건이 벌어질 예정도 없는 데다가, 섹스가 「마음 편한 생활」의 안으로 들어올 만큼 친숙해진 걸지도 모르지만.
「잡무를 빨리 정리해 버리면 된다. 그 앤디•스마이슨이니,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범하러 와 주겠지」
「나는 슬슬 퇴역하고 싶은데. 골드 암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전력이 되어줬으니까, 버스터 대기사장은 반대할지도 모르지만……」
「기사장은 좀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알메이다와 샤론도 딱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듯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또 범하러 올 테니 기다리면 된다」같은 말이 나오고 그 말에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은 채로 대화가 계속되는 걸 보면서, 글로리아 씨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네 명이 그……렌 판가스의 군인이었구나」
「건틀렛이라고도 불리죠」
「아, 저게 소문으로만 들었던 건틀렛 나이트의 건틀렛……으-응, 저런 아가씨들 모두를 범하고 사이 좋게 음담패설을 나누게 하는 당신에게 놀라야 되는 건지, 저런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소문의 영웅 기사단이라는 것에서 놀라야 되는 건지 모르겠네」
글로리아 씨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놀라운 사건이 겹쳐 발생하는 바람에, 오히려 어디에서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게 된 것 같다.
저 넷이 비교적 놀랄 만한 직함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겠지만, 내 암컷 노예들 중에는 듣기만 해도 깜짝 놀랄 만한 개성을 가진 아이가 많다는 걸 알면 더 놀라겠지?
벡카 특무 백인장들은 이륙 준비를 위해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글로리아 씨의 여행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녀의 집으로 왔다.
「이 도시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오다보니 ……소중하다면 소중한 것 투성이지만, 필요없다면 필요없는 것 투성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
글로리아 씨의 집 안은, 확실히 수십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엄청난 양의 잡화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가 화실인가요―?」
「그래 맞아. 사실, 그렇게까지 세련된 건 아니지만」
어쩌면 아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여행을 준비하는데, 겨우 십여 분 정도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골라내는 건 불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물건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끌어내서 글로리아 씨에게 보여주고, 「그건 갖고 가고 싶어」「아니 그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 등을 판정시키는 작업은, 그것만으로도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건 그렇다쳐도……힘이 좋은 아이가, 꽤 많구나. 지금 꺼낸 것들, 내 힘으로는 원래대로 되돌릴 자신이 없어」
「안제로스는 오거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에이스 나이트니까요……」
에이스 나이트나 거기에 맞먹을 정도로 힘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보통이라면 오거나 드워프를 동원해야만 그나마 움직일 수 있을 듯한 무거운 물건들도 모조리 옮겨졌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옮겨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대청소할 때 부르면 대활약할 것 같은데」
「아, 확실히……그런 장사도 괜찮을지도」
「농담. 엄청난 미녀들을 이렇게나 모아놓고도, 시키는 게 고작 청소라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
「그렇다고 해도 에로한 장사는 절대로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지금까지야 거의 모두 군인이었으니까 별다른 걱정이 없었지만, 퇴역한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할지 다들 한창 고민하던 중이었거든요」
「……뭐랄까 여러 가지로 복잡하구나」
글로리아 씨에게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해줘야 했지만,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네 건틀렛이 왜 우리와 함께 있고, 왜 돌려보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
「붓을, 이렇게 많이 갖고 갈 필요가 있어? 너무 많은 아냐? 2, 3개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은데」
베아트리스가 엄청난 숫자의 붓이 든 나무 상자를 들고 와서는, 달그락달그락 흔들어댄다.
일단 본 느낌으로는 최소 2백개가 넘는다. 그렇다 해도, 예술가의 도구는 아마추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용 목적이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칼윈 출신인 베아트리스로서는, 예술가라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저기 말야 베아트리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글로리아 씨는 그 상자에서 붓을 2, 3개 적당히 골라냈다.
「맞아. 확실히 이만큼만 있으면 돼. 그 이상은 필요없어」
「엣」
「옛날에는 붓에도 신경을 꽤 많이 썼었지만……결국, 도구에만 신경쓰다 보면 많은 걸 잃는다는 걸 깨달았거든」
「그런가요?」
「그야, 이왕이면 좋은 물건을 쓰는 게 당연히 좋기는 하지. 하지만, 좋은 물건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만족하느냐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거든. 바꿔 말하자면 영감(インスピレ?ション-inspiration)이라고나 할까? 발상과 감동이 싱크로하는 순간을 놓쳐 버리면, 아무리 훌륭한 도구나 기술을 갖고 있어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아. 더 좋은 도구를 갖춘 다음에 작품을 만들자, 라면서 수집가처럼 도구만 모아댈수록, 그 순간을 놓쳐 버리게 된다는 걸 깨달은 거지」
……그런 거였구나.
아니, 예술가와 직공은 서로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먼저 「필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직공의 사고에서는, 도구나 재료를 너무 훌륭한 것으로만 갖출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글로리아 씨는 「도구를 지나치게 많이 갖추는 건 오히려 좋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 정도는 그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어. 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빛 안에서 감동이 태어나는 순간은, 그야말로 누구나 갖고 있는 감각의 밖에 있으니까. 일일히 곰곰히 생각하면서 분석하다가는 놓쳐 버리지. 그러니까 그걸 이해하고 표현하려면,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단계는 적을수록 좋아. 좋은 붓이나 비싼 물감은, 영감이 순간적으로 떠올라도 붓과 물감이 아까워서 그걸 표현하게 하는 걸 주저하게 만드니까, 영감이 떠오른 다음에 작품이 만들어지는 사잇단계를 늘려버려」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네요」
「아하하. 뭐, 이런 말로 간단하게 이해해 버리면, 오랫동안 화가로 살아온 내가 더 부끄러웠겠지」
글로리아 씨가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가 상쾌한 표정으로 도구를 주워서, 고르기 시작했다.
반 정도는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여행을 떠나는데 도구를 많이 갖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런 메리트를 소중히 여기자, 라듯이.
이윽고, 글로리아 씨가 갖고 갈 물건을 모두 골라냈다.
딱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기는 했지만 그것들을 나무통에다 담아보니, 모두 7개가 나왔다.
「으-응, 의외로 많아졌네」
「그런가요? 수십년 동안 모아온 물건을 생각하면 적은 것 같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좀 더 골라보고 싶기는 했지만……뭐, 일단은 이 정도로 부탁해」
글로리아 씨가 그렇게 말하자, 라이라, 마이아, 에마 셋이 그 나무통들을 각각 양쪽 어깨와 등에 짊어진다. 라이라는 하나를 환영 안에다 넣었다. 평소에 자주 쓰던 「공간에다 저장하는」 마법이겠지.
「자, 그럼 변두리로 가보세나. ……그건 그렇다 쳐도, 조금 피곤하군. 스마이슨 님, 업어 줬으면 하네만」
「아이리나, 너 말야……뭐 상관없지만」
「♪」
힐다 씨랑 페넬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별로 지쳐보이지 않았지만, 뭐 아이리나는 그 작은 몸으로 여기까지 걸어와서 이사를 도와줬으니 지치는 것도 어쩔 수 없으려나. 당연히 너무 무거운 걸 옮기게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리나를 등에 업자, 모두 부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글로리아 씨는 역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북방 엘프의 씨족장이……이렇게까지 인간에게 응석부릴 줄은 몰랐네」
「큭큭큭. 부럽나?」
「게다가 어째서 저렇게 의기양양한 거지……」
우리 애 때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이리나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하모니움을 떠나게 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드디어 렌 네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