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3화 -- >
「여기 정말 좋네. 크고 훌륭한 저택. 엘프식도 다크 엘프식도 아니지만, 오거가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큼직큼직하면서도, 격조 있는 건축 양식. 상상력이 자극되는구만」
글로리아 씨는 「세레스타 저택」이 매우 마음에 든 듯하다.
충분히 넓고, 수도 많은 응접실에, 전 마약 환자들을 포함한 모두가 각자 짐을 옮겨들이고 있지만, 혼자서 저택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있다.
「단순한 건물일 뿐입니다만?」
정정. 혼자가 아니다.
일단 여기에 처음 왔으니만큼 뭐가 뭔지 모……를 테니, 안내 겸 감시역으로서 테테스, 그리고 내가 함께 돌아다니고 있다.
「창작자는 나뭇가지 하나, 돌멩이 하나에서, 그걸 물들이는 스토리와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해. 이렇게나 품격이 넘치는 건물을 보니, 지금까지 어떤 인간이 여기서 살아왔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나……를 상상하고 싶어졌어」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정이 있는 건 아니랍니다. 렌 네스트에서는 매우 평범한 구조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까지는 지방 귀족인 샤르망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고, 여왕님께 새해 인사를 올리기 위해 렌 네스트로 올라왔을 때 잠깐 머무르는 용도로만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스톱 스톱. 그런 것 따위는 어떻든 상관없어. 창작 센스란 현실의 역사나 실존하는 인물 같은 걸, 사물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서 밝히……는 점술 같은 게 아니라, 여기에 어울리는 캐릭터와 적당한 장면, 그것을 직관(直觀)하는 것이니까」
「……하아」
테테스는 이해한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글로리아 씨가 한숨을 쉰다.
「……뭐, 당신 같은 아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나 보네」
「?」
「일단, 이렇게」
글로리아 씨가 테테스를 억지로 끌어안고는, 그 등뒤에서 손을 앞으로 뻗은 다음, 눈앞의 공간을 손으로 천천히 좁혀 간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직각으로 펴서는, 각 변이 20cm 정도인 네모진 테두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걸 테테스의 눈앞으로 가져온다.
「이 공간을 그림 속의 풍경이라고 가정할까?」
「……ㄴ, 네」
「그리고 여기에서, 스커트를 걷어올린 여자가 엉덩이를 내밀고 있다」
자, 잠깐.
「그야말로 화려한 야회복. 그 엉덩이에는 이미 몇 번 즐긴 듯한 정사(情事)의 흔적. ……상상이 돼?」
「……이, 일단은요」
「가능한 한 상세하게. ……그리고 그 옆에서 거만하게 떠드는 귀족. <이런이런, 너무 음란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더럽혀 버렸군. 오늘 밤의 파티에는 그 옷을 입고 나올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에로 그림책 공간을 전개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만.
그렇달까 글로리아 씨, 마음에 다는 풍경을 발견하면 에로 그림책에 쓸 아이디어부터 만들었나요……?
경악하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테테스가 손을 슥 들어올린다.
「거기서 알몸으로 벗긴 다음 <오늘 밤 네가 입을 드레스는 정액으로 충분하다. 그 모습으로 나오도록>이라고 말을 잇겠죠」
「갑자기 하드한 전개네……그리고 윤간?」
「보여지면서 수치심와 황홀함을 동시에 느끼는 거죠」
「과연……사전 설명 따위는 제껴 버리고 뜨겁게 시작한 만큼, 일단 초조하게 만드는 계열의 장면에서 완급을 조절」
글로리아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달까.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안합니다만, 여자 둘이서 아무것도 없는 창가를 보면서, 진지하게 토론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나는 이런 게 전문인걸」
「꽤나 재미있는 상상 아닌가요?」
「아니 일단은 에로에서 조금 멀어지자고요. 그렇달까 글로리아 씨, 모든 사고 방식이 그렇게까지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에, 아,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이 아이도 에로에 꽤나 적극적이니까, 예시로도 역시 에로한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테테스는 머리 좋으니까 평범한 예시로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달까 이녀석에게 에로한 얘기를 꺼내들면 정말로 끝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는 삼가달라고요. 젊어서 그런지 에로 방면에서 폭주해 버리면 도저히 막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흑흑흑, 주인님, 너무해요」
정당한 평가라고 생각하는데.
「아하하핫, 그야 확실히 젊기는 하지. 아이리나 님이나 그 하프인 검사 꼬마나 등등, 더 어려보이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아이는 인간이니까 겉모습만큼 젊겠지」
「엘프들 사이에 있으면 제 젊음을 주목받지 못해서 슬퍼요―……어라, 그러고보니 저, 디아네 특무대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해도 너무 어린 거 아니냐고 다들 놀랐답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몇 년 전부터 무슨 일을 해왔는지는 몰라도, 테테스 정도의 나이에 정식 기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나름대로의 형식이 있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트롯이나 세레스타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게다가 그 성별이 여자라면 더욱 줄어들고.
너무나 어른스러워서 쉽게 잊어 버리지만, 오로라도 아직 깜짝 놀랄 만큼 "어린" 편이다.
또한 마법도 엘프와 같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대단한 천재다.
「그렇게나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 어째서 이런 초 변태 캐릭터가 되어 버린 걸까……」
「그야 주인님이 너무나도 음란한 분이니까요……♪」
「에, 그게 왜 내 탓인데!?」
「적어도 주인님께 몸으로 배우기 전까지는 보지도 항문도 그런 용도로 쓴 적이 없었으니까요~」
「술을 동원하면서까지 억지로 섹스하려고 한 건 너였잖아!」
나와 테테스가 입씨름을 벌이자, 글로리아 씨가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 사람의 이런 표정, 몇번째일까.
「어떤 계기로 이런 관계가 된 건지 상상이 안 되는데……」
「주인님이 제 어리고 맛있는 몸에 빠진 나머지, 야한 것에 면역이 없어서 저항할 수 없는 제 엉덩이를 어느 날 밤 갑자기 와악……장난감처럼 실컷 희롱하셨답니다」
「글로리아 씨 진짜 정신없으니까 적당히 하자고요?!」
테테스 녀석의 머리를 주먹 사이에 끼우고 꾸욱꾸욱 조인다. 이 녀석이 정말.
짐 옮기기를 포함해서 어수선한 일이 끝나자, 드디어 샤론들 건틀렛 나이트들에게 귀환 명령이 내려왔다.
「디아네 특무대에 나와 있었을 때가 정말 좋았는데, 당분간은 또 재미없는 마물 사냥만 주구장창하게 되는 생활이려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리스가 가장 아쉬워 하네」
「이 부대에 있으면 제가 딱히 활약하지 않아도 일이 알아서 마무리되니까요. 건틀렛 나이트가 렌 네스트에서 느긋하게 사는 건 불가능하단 말입니다. 여기서는 좀 쉴만 하다 싶으면 일이 끊임없이 들어온단 말이에요」
「역시 나리스 쨩은 암컷 노예 생활이 가장 잘 맞을지도―」
「싸우기만 하는 일상이 이상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딱히 암컷 노예를 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곧바로 사람을 말려들게 하잖아요, 이 음란 노예들!」
「그래도 나리스.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으면서, 앤디가 섹스하자고 불러 모으면 약삭빠르게 참가하는 지금의 생활이, 암컷 노예 생활과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그, 그건, 일단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을까나」
「마음가짐 이외에 다른 점이 있나?」
「그건……그게, 당당하게 타락해 버리는 스타일이라거나……목걸이라거나……」
「그건 마음가짐의 범주인 것 같다만」
알메이다의 말에 궁지로 몰리는 나리스.
「아니, 나는 딱히 암컷 노예를 더 늘리고 싶은 것도 아니고, 너희들에게도 목걸이는 가능한 한 벗고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말했잖아? 그 목걸이를 걸고 있다고 해서 내가 이득을 보는 일은 거의 없는 거 같은데?」
내 필사적인 주장은 「네네 그렇겠죠」같은 느낌으로 무시당했다.
최근 이런 흐름을 자주 보는 것 같은데요. 적어도 이거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호소하고 싶다. 내 암컷 노예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건 이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외부인들을 도발하는 듯한 결과는 피하고 싶은데.
……그때 글로리아 씨가 「그럼 앞으로는 보기 어려워지겠구나」라고 유감스럽다는듯이 한숨을 쉬자, 모두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까지 깊은 인연을 맺은 상대도 아니니까, 글로리아 씨도 딱히 아쉬워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뭐, 모두 대단한 미녀들인 데다가, 모처럼이니까 스케치를 한 장 해 둘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스케치? 그림의 모델 같은 건가」
샤론이 중얼거리자, 글로리아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최상급품만 모인 집단을 상대로 붓을 들 기회는 거의 없어서 나름대로 노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바로 그거에요!」
손가락으로 글로리아 씨를 척, 가리킨 것은 다름아닌 나리스였다.
「제가, 모델이 되어 드릴게요. 응, 그렇게 합시다. 그게 좋아. 오랫동안 함께 해왔는데 이 정도면 좋은 기념이잖아요? 2, 3일 정도는 모델이 되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 나리스 쨩?」
「그거야 당연……이 아니라, 무엇보다 지금까지 초상화 같은 걸 그릴 기회가 거의 없었잖아. 뭐 테테스 쨩이나 기사장 같은 그야말로 귀족님이신 분들은 다를 지도 모르지만」
「으-응……하지만, 쉽게 포기를 못하는 것 같네, 나리스 쨩도」
「흠, 듣고 보니 그렇군. 나리스처럼, 그림의 모델이 되어주는 것에는 나도 다소 흥미가 있다」
「그러네. 고향에서 초상화의 모델이 되었을 때는 너무 지루해서 전혀 즐겁지 않았지만……떨어져 있는 동안 그림으로 주인님을 위로해 드릴 수 있다면, 굳이 사양할 이유도 없지」
왠지 흥미가 생긴 듯한 세 엘프에게 둘러싸이자 테테스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
「하아 ……뭐, 나도 무리하면서까지 전 부대에 빨리 복귀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 상관없지만」
그렇게 동의해 놓고는, 조금 늦게 돌아가도 괜찮겠죠? 라고 내게 묻는다. 뭐 나도 글로리아 씨가 그리는 그림에는 흥미가 있으니까 물론 동의했고.
그리고.
「실례한다, 벨가에게서 보고를 받고 왔……우오옷!?」
「꺄아아아앗!?」
「오라버닛!?」
「갑자기 들어오지 말아 주세요!」
글로리아 씨가 그리는 것이니만큼, 그림의 조건은 당연히 「나부화(裸婦畵)」이며, 나리스가 다소 주저하기는 했지만, 결국 네 건틀렛은 저택의 한 방에서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옆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을 때, 버스터 경이 아무런 예고없이 직접 찾아와서는……평소의 상냥한 말투로 문을 열자, 샤론과 테테스와 나리스가 비명을 지른다.
덧붙여서 알메이다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아피룸에서의 기나긴 군대 생활로, 남자에게 피부를 보여지는 것에는 익숙해진 것 같다.
「대기사장, 보신 대로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저희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끝난 다음에 부탁드립니다……」
「너,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설마 스마이슨의 이름으로 에로 그림책 같은 걸 팔려는 건 아니지!?」
버스터 경이 곧바로 등을 돌리면서 외친다.
「아깝네. 거의 맞았는데」
지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에로 그림책 작가다. 나야 팔 생각은 없지만, 폴카의 집에다 장식할 예정이니까.
「맞다, 이거 팔아도 되지?」
「당연히 안 됩니다」
팔 생각이라면 본인이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다르게 그려야지.
하지만 가족을 모델로 삼은 에로 그림책은 과연 어떨지, 흥미가 조금 생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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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