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으...음"
이전에 느껴본적이 있었던 같은 익숙한 부드러운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몸이 자연스럽게 먼저 반응하게 된다.
난 팔을 뻗어 등을 감싸 주고는, 내 배위에 올려져 있는 무릎과 다리를 위 아래로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왼쪽 넙적다리에 전달되는 음모의 부드러운 터치와 촉촉한 꽃잎의 느낌을 받으면서, 몽정을 하듯 작은 신음을 쏟아내게 된다.
가슴을 베고 있는 그녀의 얼굴 주변은 긴머리카락이 흩어지며 턱과 입, 어깨와 팔까지도 간지럽힌다.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이마에서부터 쓸어 넘기는데,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감촉이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흐른다.
더구나 쌔근대며 내 뿜는 일정한 간격의 따뜻한 콧바람이 가슴 언저리를 스치며, 자장가 마냥 일정한 리듬을 전달한다.
'으음~~ 좋다...'
너무나도 편안했던 소영이와의 크리스마스 섹스가 오버랩 되며, 그날의 감촉 그대로를 느끼고 있었다.
왼손으로 등을 쓰다 듬으면서도 가끔씩 머리를 쓸어내리던 난,
생소하리만치 긴 머리였슴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아니 뭐!!!"
악몽에서 깨어나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이건 분명 꿈이라고 생각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채 고개만 살짝 든채로 눈만 멀뚱하게 뜨고는 주변을 살폈다.
'아니...이게...어떻게...아니 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자고 있어야 할 그녀가 ,지금 내 몸에 한쪽 다리와 상체를 얹은채로 나를 둘러 안고 있다.
그것도 내가 입혀 놓았던 옷을 다 벗어버리고,아무것도 입지 않은채로...
더더욱 황당한건 나 역시도 속옷과 츄리닝까지 입은채 잠들었었다.
그런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전라의 그녀에게 안긴채 있는 것이다.
별안간 호흡이 불규칙해 지듯 숨을 쉬기가 어려워 진다.
'아냐아냐! 이건 진짜 아냐...안돼...'
난 그녀의 몸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내가 그녀의 몸을 밀어내려 하자, 나를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며 더욱 강하게 조여대는 그녀였다.
'휴~우...'
술이 떡이 된 것도 아니고, 어째서 내가 이렇게 될 때까지 알지 못했는지가 궁금해 질 정도였다.
사실 난 깊은 잠을 자 보지 못했다.
오랫동안 훈련된 습관이기도 하지만, 최근 며칠을 제외하곤 매우 작은 소리에도 반응할 만큼,
깊은 잠은 나와는 거리가 먼 습관이었다.
그런데 입고 있는 옷을 벗겼는데도 몰랐다는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팔을 뻗어 휴대폰을 집으려 했지만 손이 닿지를 않는다.
아직도 겨울의 긴 어둠이 거실을 채우고 있다보니 도저히 시간을 알 길이 없었다.
난 몸에 힘을 빼고, 그녀가 좀 더 깊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잠은 다 달아났고, 머리가 맑아 지면서, 어둠속이지만 사물이 더 또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뜨게 되면, 뭐라고 해야 할지가 제일 걱정이었다.
지금 이 모습이라면 내가 무슨말도 해도 믿지 않을게 분명했다.
내가 다시 조심스레 그녀의 다리를 밀어내고, 나를 감고 있던 팔을 치우려고 할 때였다.
"부장님! 고마워요~"
"..."
"저 그냥 이대로 있게 해 주세요?"
그녀는 있던 자세 그대로 작게 속삭이고만 있었다.
내가 깨어있슴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다분히 그녀가 의도 했다는 얘기인데...
"난처하게 해드리지 않을께요...그냥 이대로만..."
"......"
그래도 이러면 안된다는 말은 단지 입안에서 맴돌고 있을 뿐, 난 아무말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식물인간 처럼 누워 천장만 바라본 채로 눈만 깜빡이고 있은지 얼마나 됐을까,
"그냥 가만히 계세요...부탁드려요!"
한참만에 속삭이듯 다시 입을 연 그녀는,서서히 몸을 일으키고는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내 두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 가려 한다.
난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기에, 반사적으로 그녀의 양 어깨를 잡았다.
"죄송해요! 오늘은 그냥 제가 하는대로..."
그녀는 어깨를 잡은 내 두손을 조용히 잡아서는, 바닥에 내려 놓는다.
그리곤 어느새 발기해 버린 내 물건을 조심스레 입에 넣고는 부드럽게 빨기 시작한다.
'으...으....'
난 여전히 소리를 낼 수 없었기에 이를 악물었다.
꼭 소리를 내서 그녀에게 들키면 안되는 것으로 약속이라도 한 양.
그녀가 하는대로 몸을 맡긴채, 난 두 팔을 내리고 다리를 벌린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녀는 지나치리 만큼 부드럽게 빨고 있었지만, 그녀라는 인식 때문인지 분명 뭔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흥분을 자제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왜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이러한 관계가 있은 후에 그녀와 서이사를 어찌 봐야 할 지가, 순간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이용해 귀두를 움켜쥔듯, 비틀듯 하며, 침으로 미끈거리는 내 물건을 입과 손을 이용해,
빠르지는 않지만, 강한 자극을 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의문 덩어리로 인해, 그녀의 노력만큼 내 머리까지는 도달이 안되고 있었다.
내가 여전히 골몰히 생각에 잠겨있은지 얼마나 흘렀을까, 덮고 있던 이불이 걷어지며 결국 그녀는 내 위로 올라왔다.
"아니...그건..."
몸과 머리가 따로 논다고 해야 할까?.
생각에 깊이 빠져 있느라, 사실 그녀가 내 몸위로 올라오는 것을 난 미쳐 알지 못했다.
내 말이 비소서 입밖으로 나갔을땐,
그녀 입속에 있던 내 물건은 이미 그녀의 뜨거워진 몸속으로 들어가 버린 다음이었다.
"어~~허"
"으...음"
새로운 환경에 대해 낯설어서 인지는 몰라도, 그녀 역시 신음을 삼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삼킨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움직임이 계속되면 될 수록, 미세하게 나마 숨소리를 내 뱉듯 조금씩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하...하아...음...하아....하아..."
두 손을 내 아랫배에 가지런히 모은채, 그녀의 움직임은 불규칙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에게 키스할 수도, 가슴을 만질 수도, 그렇다고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조차 없었다.
난 눈을 지끈 감았다.
"아하..아하..아...아하...아...하..하.하.하아"
그녀의 신음이 거칠어 지고,움직임이 빨라 진다.
그러던히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한 소리는 이내 커질대로 커져 버렸다.
"아아아...아..아..어...아하...호~ 호~ 아...하아"
소영이와 비교하자면 좀 더 가늘고, 고음이라고 할까...
그녀의 신음소리는 흡사 어린아이를 연상케 한다.
그녀가 앞뒤로 빠르게 움직일땐 그녀의 털과 내 털이 묘한 마찰음을 일으킨다.
"쓰윽! 쓱 ! 쓰슥! 쓱!"
그녀의 신음소리와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나 역시 더이상 생각에만 빠져 있을 수가 없게 됐다.
생각에 감춰졌던 흥분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흐음~ 후~~어~~아...아...으음...음"
신음을 참아내려 했지만, 가슴이 벌렁거리다 보니 자연스레 입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난 뻗은 손에 힘을 주고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뒤로 제껴가며 흥분을 참아내려 애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짚었던 팔을 뒤로 해서 내 넙적다리를 잡거나, 가슴에 두 손을 얹는 식으로 상체의 기울기를 이용하듯,
손을 옮겨 가며, 때론 빠르게, 때론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자신의 두 발을 내 넙적다리 위로 올려, 발 끝을 안쪽으로 하여 고정하듯 하곤,
위 아래로 말을 타듯 움직이는 것이다.
그녀의 무릎은 허공에 뜬채, 그녀가 다리에 힘을 줄 때마다,
그 압력이 고스란히 내 다리에 집중되고 있슴을 느끼는 순간,
그녀의 속도가 점점 빨라 지고 있다.
"아.아.하..아..하..하.아..아.어....아잉..."
그녀의 몸이 빠질듯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뿌리까지 삼킬듯 내려오는데,
엉덩이와 내 몸이 부딪히며 내는 일정한 소리도 신음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릴 지경이었다.
"철퍽"
"철퍽"
"철퍽"
나도 모르게 눈이 잠깐 떠져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저러다가 살짝 빠지기 라도 하면, 체중을 실어 내려오는 순간 부러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별안간 들어서인데,
그녀는 절정에 다다랐는지 고개를 젖힌채 신음을 쏟아내느라, 나를 보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아주 눈깜짝할 사이이긴 하지만 내 물건의 귀두끝이 그녀와 분리되어 보이는 듯 하다가는,
다시 삼켜버리듯 사라져 버리곤 하고 있는데,
정말 위태롭게만 보였다.
난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만큼 그녀의 몸이 들어졌을때 살짝 엉덩이를 받치듯 들어오려,
가능한 귀두끝이 그녀 몸속에서 벗어나지 않도롤 최대한 리듬을 맞춰야만 했다.
그런데 불규칙 하게 움직이다 보니, 좀 처럼 리듬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녀가 절정을 맞이하려는 모양이었다.
두 무릎을 간격을 조금씩 좁혀 가며 빠른 움직임을 재촉하던 그녀는...
"하아...하..아...아.저기..아...부장님..저..저...가요...하아...하잉...하아...아~~~~"
그녀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는 내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손톱을 세우는가 싶더니,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면서 몸을 떨어댄다.
난 비로서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는,고개를 살며시 들어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떨군 고개로 인해 긴 머리카락이 흐드러지듯 쏟아져 내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가슴골을 타고 흐르는 땀이 머리카락 사이로 반짝이듯 눈에 들어온다.
내 가슴에 두 손을 뻗어 지탱한 채로,어깨를 들썩이고, 마른침을 삼켜가며 뜨거운 입김을 내 배에 쏟아내고 있었다.
"후우...후...후우...꿀꺽...후우...후우...후~"
그리고 잠시후 내 턱에 정수리가 닿을듯 하게, 가슴 끝자락에 얼굴을 묻으며, 다리를 살며시 펴서 벌려,내 다리 바깥쪽으로 하고는, 내 위로 살며시 포개지는 그녀다.
"하아...하아...후우...후...음...하...하...후우...후"
땀으로 목욕을 하듯 온몸에 다 젖은채, 내 몸에 내려 앉아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난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절정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내 흥분은 다소 가라앉았다.
여전히 우린 아무말도 움직임도 없었고,
다만 내 몸위에 밀착하듯 올라와 있는 그녀의 미끈거리는 몸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의 뜨거운 몸속에 머물러 있던 나의 분신도 조금씩 힘을 잃어가며, 그녀의 몸속에서 자연스레 퇴장하였다.
예상치 못한 그녀와의 정사가 이렇게 끝날거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봉사하듯 가만히 누워 그녀에게 몸을 맡긴채 있었슴에도, 비록 사정까지 가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색다른 흥분을 느낀 나였다.
그런데 가만히 숨을 고른 그녀가,긴 머리로 내 몸을 훓듯 스치며, 다시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죽어가던 녀석을 한 입에 물어 버린다.
"억...으...음..."
그리곤 아까의 부드러움과는 달리, 거칠고 빠르게 빨기 시작하는 그녀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녀의 손과 입이 번갈아 가며 빨고, 흔들고, 문지르고를 반복하자,
순식간에 흥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아...음...후~~ 아...후~~ 아...으음..."
호흡까지 해보며 참아보려 애를 써보지만 헛수고였다. 아니 누구도 참아낼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만큼 엄청난 자극이었다.
"저기...아...아...저도...이제...아~"
그녀는 귀두를 입에 문채로 고개를 조금 까딱이고는, 혀와 손의 속도를 더욱 높인다.
"아아..이젠...못...참...윽...윽...으....윽....윽~~"
그녀의 머리를 잡을 양 상체가 들어 올려지며 뻗었던 손은, 그녀의 머리 근처에서 잠시 정지한채 멈춰 섰다가는,
그대로 내려 놓아지고, 들었던 상체는 머리를 뒤로 제껴 정수리로만 베게에 지탱한채, 그녀의 입속에 무차별로 정액을 쏟아낸 것이다.
짧았지만 엄청난 자극이었다.
별안간 어두워지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한순간에 휩쓸고 가듯...
난 온 몸에 힘을 잃은 채 풀썩 주저않듯 늘어져 버렸다.
"후~우...후...후....."
난 비로서 몸에 힘을 뺀채, 긴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다.
내 물건을 물고 있던 그녀가, 본연의 임무를 막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녀석을 다시 빨아대기 시작한다.
"아...아악...오...오호...아하...아...아"
미쳐 다 줄어들지 않은 물건을 빨아대는데, 이건 오줌이 마렵다고 해야 할지, 사정과는 또 다른 엄청난 자극이 귀두로 부터 전해진다.
아니 오줌이 나올거 같은 느낌이다.
나는 다시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사지를 비틀듯 꼬아 댈 수 밖에 없었다.
"으...윽...아...으...윽~~~!"
사정 순간 보다 더 커다란 신음을 뱉어 낸 거 같다.
처음 느껴보는 정말 묘한 쾌감이었다.
난 오늘 서이사의 아내로 부터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남자도 사정만이 절정의 끝이 아니라는걸...
난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녀석도 나도 축 늘어져 있었고, 그녀 역시 이미 휴식에 들어간 내 물건을 입에 문채로 아랫배를 베고 누워 있었다.
어제의 피로와 섹스로 인한 나른함 이었는지,
아니면 이 상황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이 사라지며 오는 무기력함 인지는 몰라도,
나 스스로도 모르게 다시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휴대폰의 알람음에 눈을 떴을때, 난 그대로 쇼파 옆 이부자리에 누운채였고, 역시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정말로 꿈이길 바랬다.
현실이라면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게되자 머리가 띵한것이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그녀가 원해서 한 일이라고 한들, 매일 같이 봐야할 직장 상사의 아내 아닌가.
어쨌든 그녀가 정말 돌아 갔는지가 궁금했다.
확인이 급했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안방 문을 조심스레 열었을때, 그곳에도 그녀는 없었다.
'아이고...이거 내가 무슨 짓을...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는데...'
이래서 여자일엔 왠만하면 나서는게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와 함께 종무식에서 볼 서이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이...이런 미친...'
쇼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막 붙이려는데, 출입문이 벌컥 열리며 돌아 갔을거라고 생각한 그녀가 들어서는게 아닌가!
"어멋!"
"아...아니...죄송합니...앗 뜨거..."
잠자리에서 일어나, 벌거벗은 그 상태로 담배에 불을 붙인건데,
뜻밖에 서이사 아내가 들어오는걸 보고는 서로 놀라게 된 것이다.
그녀는 신발을 벗으려다 말고 도로 돌아섰고, 난 놀란탓에 벌떡 일어나다가 내 넙적다리위로 불 붙은 담배를 떨어뜨린 것이다.
그녀는 돌아선채 괜찮냐고 물었고, 난 대답 대신 담배를 급히 주워서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제가 죄송하지!"
"근데 어디를 아침부터..."
"아...아침 국거리 때문에..."
"네? 아니 무슨..."
그러고 보니 그녀는 지난번 문이사 아내가 입었던 내옷에, 소영이 사준 내 점퍼를 입고는 찬거리를 사러 나간 모양이었다.
난 순간 왜 여자들이 남자옷을 입으면 저리도 귀여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이제서야 생각이 나는게,
어제 그녀가 입었던 옷은 나름 열심히 빨아서는 탈수도 하지 않은채 베란다에 널어 놓았었던 것이다.
한겨울이기도 하거니와 물기가 많아 말라 있을리가 만무였다.
그나저나 난 그녀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물론 더이상은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늘 종무식인데 씻고 준비하셔야죠?"
"아...네"
그녀는 태연하게 식사 준비를 했고, 난 씻으면서도 어제의 상황을 말해야 할지, 말지를 수도 없이 생각하게 된다.
"북어국이 아주 시원한데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별 말씀을요..."
그녀는 머리를 말아 올려서는 소면용 플라스틱 젖가락을 꽂은채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싱크대 아래 수납함에 있는걸 어찌 찾았나 모를 일이었다.
출근까지는 대략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기에,
손을 들었다 내렸다를 해대며, 입밖으로 말이 안나와 한참을 망설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얘기할 기회가 없을것 같았다.
"저기~ 잠깐 앉으시죠...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결국 그녀를 불러 앉히곤 어제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다시는 그런짓 못 할 겁니다!.가급적 만나시거나 연락도 자제하시는게..."
"그래야죠...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는데 여쭤봐도 될지...원..."
"말씀하세요!"
"진수와 은혁이...라고...아시나요?"
"네!"
이건 묻지 말까 하다가 왠지 사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하고 싶지 않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뇨...둘다 동창인데, 작년에...사실은 제가 유혹한거나 마찬가지예요!"
뜻밖의 이야기다. 그녀가 유혹했다니...난 잠시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보지는 말아주시구요. 사실 제가 몇 년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는데...동창회라도 나가면 좋을까 싶어 나간 거였어요"
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댄체.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은혁이는 동창이기도 하지만 정신과 의사거든요. 걔한테 진료를 받은건 아니고 전화로 몇 번 상의를 했었죠.
그랬더니 혼자 있지 말고, 가급적 사람을 많이 만나라구...
그런데 술은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날따라 왠일인지, 은혁이가 몇 잔은 괜찮을 거라면서 권하기에 마셨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글쎄...뭐...묘하다기 보다는 자꾸 흥분이 되는 거예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아마도 진수라는 녀석이 약을 탔을 거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옆에 앉아있던 진수의 손을 잡아서 내 몸을 만지게 한 거 같아요!
그렇게 시작이 돼서 진수와 은혁이까지 해서 셋이 모텔로 간거였죠"
'저런 것들을 친구라구...'
나도 모르게 부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럼 은혁이란 친구는 의사가 맞긴 맞아요?"
"네...지금 강남쪽에서 병원 운영하거든요"
"그야 뭐...의사도..."
난 욕이 나오려고 하는 걸 겨우 참았다.
"그래서 그 친구 둘과...?"
난 호기심보단 사실을 알기 위해서 이긴 한데, 자꾸만 기분이 나빠지는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질문을 하게 된다.
"후후...아뇨~. 아마 들어가자 마자 제가 먼저 키스를 해 댄거 같아요.
두 사람한테 모두...서로 만지고 키스하고 할 때는 사실 몰랐어요.
근데 조금더 하다 보니까,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게 도저히 못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더이상은 못하겠다고 하고 일어섰죠.
근데 진수가 막 화를 내며 막무가내로 덮쳐오려고 했어요.그걸 은혁이가 막아 주었던거 같아요.
어쨋든 챙피한 일이긴 한데...진수가 그런식으로 떠들고 다닐줄은 몰랐네요..."
"진수란 친구는...그럼?"
"그 친군 변호사거든요. 공부를 꽤 잘했나봐요. 지금은 꽤 유명한 로펌에서 일한다고 하더라구요"
녀석들이 얘기했던 대로 잘 나간다던 두 친구란 놈의 직업이 결국 의사와 변호사였다.
돈 꽤나 번다는 일명 '사'자의 대표 주자 격이랄까...
더 어이가 없어지긴 했지만,그나마 그들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자세히 모르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까 나하고 관계를 가질 때도, 이 얘기들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여자가 정말 발정난 암캐 마냥 몸을 마구 굴려대는 여자인지, 아닌지가 사실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 후론?"
"그날 이후 서로 못 보겠더라구요! 그래서 연락도 안하고...근데 은혁이가 한번 전화를 한 적은 있어요.
별일 없냐고 하면서...
그리고 이번 동문회는 남편 선배님이 회장님이 되신다기에 잠깐 인사만 하려고 간건데,
남편이 별안간 다른 약속이 있다며 가버리는 바람에..."
"서이사 선배가 은호예요?"
"맞아요! 회장님을 아세요?"
"참 내...은호는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국민학교 때부터"
"어머...그럼 저한테는 대선배님이시네...그이 하고 회장님은 대학 선 후배간 이예요!"
살면서 느낀 거지만 생각보다 세상이 좁긴 하다.
이래서 나쁜짓 하고는 못산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선후배라는 얘기에 다소 화색을 띠는가 싶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다시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온 건 남편 때문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사람이 참 좋긴 한데...
한번 일에 빠지면 일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사실 전 그냥 방치되다 시피 한거죠.
부부관계고 아이들이고 간에 그이는 공부하고 일에만 매달렸어요.
처음엔 친구들도 만나고 했었는데, 대부분이 남편이나 아이들 이야기 잖아요.
근데 저는 할 얘기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안 만나게 되고...훗"
그녀는 이야기 도중 얼굴로 흘러나온 머리를 가끔씩 쓸어 넘길 뿐, 시선은 아래를 고정한 그대로였다.
"그럼 치료는 지금도 받고 계시구요?"
"올 초까지는 약도 먹고 했는데, 지금은 좀 나아져서 끊은 상태예요"
"그럼 치료가 되긴 한건가요?"
"그게 쉽게 그냥 약먹고 낫는 그런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일상생활이나 주변사람 또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간혹 방송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주변의 도움없이 당사자 혼자 뭘 한다고 해서 해결된 병이 아니란 얘기다.
난 그저 허탈한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서이사는?"
"그이도 당연히 알고는 있어요...근데..."
아마 나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 우울증은 사치스러운병이라고 비아냉 대곤 했었다.
할 일없이 놀거나, 돈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지, 사느라 바쁜 사람은 안 걸린다고 하면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이니, 서이사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그럼 나름대로 무슨 해결 방법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혼자선 역부족인걸로 보이는데...?"
"이런 얘기 좀 그렇지만...성적인 흥분을 하고 나면 좋아지는 거 같더라구요. 뭐...의학적으로 증명된건 아니겠지만..."
"성적 흥분?"
"이것 저것 해봐도 별 소용이 없었어요.그런데 한번은 혼자 자위를 한 적이 있는데, 하고 나니까 개운한게 정신이 맑아 지더라구요~"
얼핏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연상시킬만큼 남에겐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들이었다.
더구나 너무도 태연하리 만큼 표정의 변화 조차 없이, 남편도 모르는 얘기를 하는 그녀를 보다 보니,
나 역시도 진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섹스 상대를 찾은 건가요?"
"아뇨아뇨...그건 정말 아니구요. 지난 동창회나 어제일은 전혀 의도적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흥분이 몰려오긴 했거든요"
"그런데 그 흥분이란게 어떤건지...?"
"글쎄요. 몸이 막 뜨거워지는게...가슴이 막 부풀어 오르는것 같기도 하고, 누가 막 만지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특히 아랫쪽에 자극이 막 느껴지면서, 당장이라도 누구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뭐...그런거...라고 해야되나? 하여간 평소엔 느낄 수 없는 그런거예요...표현이 어렵네요..."
"......"
약에 대한 이야기 만큼은 그녀에게 하지 않았지만, 약을 탄게 확실했다.
그럼 약을 공급한건 진수가 진원지라는 얘기인데, 변호사가 약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럼 은혁이?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진실을 밝혀서, 만약 사실이라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까지 하게 된다.
"어제도 기억이...자세히 나진 않는데, 중간 중간 기억이 좀 나더라구요."
"그...그래요?"
어제 그녀를 업고 오다 키스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걔들이 절 데리고 어디가서 뭐라고 하면서 옷을 벗기려고 했던 기억도 나구요"
"그리고요?"
"풋...부장님이 큰소리로 욕하시던 거랑요. 혼자 중얼거리던 얘기도 생각 나구요.
뭐라 그러셨더라? 이사들 아내들 때문에 뭐라고...그러시던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다 듣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입장 때문에 얘기를 안 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든것도 사실이지만,
표정으로 봐선 그런거 같지 만은 않았다.
어쨌든 다행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화끈 거리던 얼굴도 조금씩 나아지는듯 싶었는데...
"그리고 부장님한테... 그렇게 한건 죄송해요...부장님 품이 너무 편해서 처음엔 그냥 안고만 있으려고 했는데..."
"아뇨...뭐..."
다시 고개를 떨구며 얘기했지만, 그녀의 이마가 빨간걸 보니 꽤나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물론 나역시도 거울을 따로 보지 않아도 그녀가 거울임엔 틀림 없었다.
이마에서 식은땀까지 쏟아지는 것이, 얼굴만이 문제가 아니라 별안간 사우나에 들어온듯 온 몸이 화끈거린다.
"그렇게...나쁘진 않으...셨죠?"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 답을 기대라도 하듯,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간절함까지 담은체로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는데,
난 순간적으로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피할 생각도, 둘러 대지도 못한체로 부끄러움 조차 잊은채, 내 느낌을 그대로를 말해 버렸다.
"당연히...저도...좋았어요...아주 많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곤 상기된 얼굴로 멋적은 미소를 띠며 답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다행이다!...믿지 않으실지 몰라도, 결혼하고 나서 다른 사람하곤 처음이었어요...아마 부장님이 너무 편했나 봐요...죄송해요~"
"믿지 않다뇨? 무슨 그런말을...그리고 편하시다면... 뭐...언제든..."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가 의도를 했던 안했던 몸까지 섞어 버린 사이이긴 하지만,
그보다 나에게 있어선 그녀에 대한 엉뚱한 소문의 진상을 알게 되서 다행이었고,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못했던 마음 속 응어리를 편하게 풀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요즘 애들 얘기로 낚였다고 해야할까? 아님 낚은건가?
그러나 솔직했던 그녀와의 대화는 나의 소심함도, 그로인한 부끄러움도 없앨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된 계기가 된 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소영이와 이름이 같다보니까, 묘한 친근함 마저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를 집에 둔채로 출근을 서둘렀다.
어제 밤 동창회장을 떠나기 전에 이미 남편에겐 연락을 해 놓았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해 주는 그녀였다.
생각보다 서이사는 가정엔 충실치 못한 듯 보였지만, 나 역시도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스스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런지 모르지만, 정작 상대는 전혀 다르게 느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며, 잠깐 동안 이었지만 아내의 마음이 이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회사의 종무식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이 불참하게 되서 서이사가 종무식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듣게된다.
"그럼 못 나오셔?"
"네...저도 아침에 연락만..."
"어디 아프신가?"
"글쎄...그런거 같지는 않았는데...잘 모르겠어요...죄송합니다"
고개를 조아리던 임실장은, 깜빡 할 뻔 했다면서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준다.
"이거 사장님이 꼭! 전해 드리라고..."
"뭔데?"
"열어보지 말고 드리라고 해서요!"
"오케이"
임실장은 서류봉투를 건네주곤, 엘리베이터 쪽으로 급히 돌아간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서류봉투다.
안에 파일이나 서류를 넣은다음, 봉투에 달려 있는 끈으로 단추마냥 생긴것에 둘둘 감아서 사용하는 건데,
물론 보려고 맘만 먹으면야 열어 보고 다시 닫아 놓을 수는 있지만,
비서 업무에 워낙 충실한 그녀였기에,더구나 그런 점 때문에 사장 역시 그녀를 신임하고 있었다.
'뭐지?'
"어젠 잘 다녀오셨어요? 많이 드셨나 보네요. 얼굴이 핼쑥해 지셨는데요?"
"그래? 잘 먹었는데...잠을 못자서 그런가?"
사무실을 들어서자 마자 마주친 김과장이, 핼쑥해 졌다는 말에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지만, 이내 아닌척 했다.
"오늘은 나왔더라구요! 문이사...계속 안나왔으면 했는데...쳇!"
"그래? 출근했든?"
"근데 평소랑 달리 조용히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는 데요. 그야 뭐 그렇게 땡땡이를 치고 왔으니 지도 낯짝이 있지..."
"뭐...이따 종무식엔 참석 하겠지 뭐! 몇 시에 한다던?"
"10시요"
문이사가 돌아왔다.
그러면 그의 아내는 답을 찾았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날 이후 줄곧 문이사 아내가 신경 쓰인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왔으니까 알아서들 하겠지 뭐...부부일은 끼기 힘들어...'
종무식은 사장님이 불참해서 인지,서이사도 특별한 얘기없이 마무리해 버렸고, 더구나 문이사는 종무식 이전에 조퇴를 했다고 한다.
"부장님! 내년에도 많은 조언 부탁 드립니다. 올해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요? 이사님도 화이팅입니다!"
고개를 숙여가며 악수를 청하는 서이사의 손을 잡고는 만감이 교체한다.
옥상에 올라 담배를 꺼내 물고는 미안한 마음에 머리가 복잡해 진다.
내가 자기의 아내와 잤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자, 별안간 모든것이 잿빛으로 보이기 까기 한다.
"후~우"
예전에 일종의 막장 드라마를 보다가, 아내와 농담조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바람피우는 건 좋은데, 바람 피울려면 나 모르게 펴라? 알면 둘 다 죽는 수가 있다!"
"내가 할 소리네 이 양반아! 어디서 딴 년 구멍만 파봐 아주! 가만 안 둘 테니까!"
"말이라구...쯔쯔...구멍이 뭐냐? 나이 들더니 이젠 막 나가는 구만..."
"말이 그렇다구! 근데 뭐...말을 안해서 그렇지! 회식이다 뭐다 해서, 남자들은 할 짓 안 할 짓 다하면서..."
"여보세요! 난 그런거 안하거든? 돈 도 없고..."
"그렇다고 해야지 어쩌겠어?...그냥 믿고 사는거지...큭큭! 안그래?"
"후~우~"
'그야! 이 세상 어느남편이 다른놈과 굴러대는 마누라를 그냥 둘까? 혹 몰랐다면 모를까...'
이젠 아내와 연관됐던 일들은, 단지 과거시제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내 삶의 99.9%였던 아내와의 그 많은 일들, 허공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 만큼이나,
마음속에서 산산히 부서져 사라져만 가고 있는 것 같다.이젠 아내와 연관됐던 일들은, 단지 과거시제만 존재할 뿐이었다.
내 삶의 99.9%였던 아내와의 그 많은 일들, 허공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 만큼이나 마음속에서 산산히 부서져 사라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