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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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래도 부담이 되는지 어색한 얼굴이었다.

진태는 자연의 뒤를 안아서 귓가에 숨을 불어 넣었다.

“후욱! 자연아! 너를 안고 싶어.”

진태의 말에 자연은 팔을 뒤로 돌려 안고 끈적끈적한 말투로 말했다.

“나, 나도 자기에게 빨리 안기고 싶어.”

자연이 진태의 말과 숨길에 달아오르는지 가쁜 숨을 내 쉬었다.

“아빠!”

하지만 그때, 영주의 목소리가 활기차게 들려 얼른 떨어졌다.

“여기 있다.”

진태의 목소리에 영주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빨갛게 상기된 영주가 나타났다.

“아빠! 이층 방, 햇볕이 드는 방, 나하고 싶은데 언니가 먼저 하겠데.”

자연과 진태가 마주보며 한 숨을 쉬었다.

“여름엔 거긴 더울 텐데?”

“그래요? 그럼 난 안쪽 방!”

진태의 말 한 마디에 간단하게 영주가 다시 뛰어갔다.

“어디 가 봐요.”

“그래.”

이층 방 중에 제일 작은 방이라지만 그래도 상당히 큰 방이었는데 침대 놓고 작은 소파까지 놓아도 남을 정도로 넓은 방이었다.

그 반대편 방은 마치 운동장 같이 넓은 방이었는데 작은 방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작게 느껴졌다.

영인이 작은 방에서 여기저기 문을 열어보며 살피고 있었다.

“여긴 공주방에 비해 시녀 방 같구나. 나중에 공주 침대 놓기엔 비좁지 않겠니?”

“정말 공주 침대 사 주실 거예요?”

“이 집에 모던한 침대를 놓기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음~! 방의 크기는 이 방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

“여긴 체광이 너무 잘 들어서 여름에 덥다고 하더구나. 부산의 여름이 더운 것은 잘 알고 있지? 여긴 따뜻한 나라 부산이란다.”

“에!? 하하하하하”

진태의 무심한 듯한, 아무렇지 않은 말 한 마디에 모두들 활짝 웃었다.

하긴 바람이 엄청 부는 허허벌판의 김해에서 겨울을 보냈던 이들이니 진태의 말에 웃음이 나올 만 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이들이 살 던 곳이 공장지대에 있어서 항상 소음에 시달렸었는데 지금 이 집은 조용해서 좋은 것 같았다.

“자, 이제 우리가 살 집은 다 보여 줬다. 이제는 정할 때다. 아까 본 아파트는 주변 편의 시설이 좋고 교통의 요지라서 상당히 편리한 반면에 대로변에 위치해 시끄러운 점은 있다. 그리고 주변에 상가가 인접해 있어서 번잡스럽다는 단점도 있어. 그리고 이 집은 크고 널찍해서 좋고 정원도 있고 주변에 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인접해 있어서 운동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공기가 보다시피 좋아. 단점은 교통이 불편하고 어디 다니기 안 좋다는 점은 있구나. 너희들은 어디로 정했으면 좋겠니?”

“응~, 학교 다니기 불편 할 것 같아요.”

“학교는 이 아빠가 태우고 갔다가 태우고 온다. 언니들도 다 그렇게 했다. 이 아빠는 너희들을 결혼식장에 도둑놈에게 너희들을 넘겨 줄 때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줄 단 하나의 아빠니까 그 정도는 할 거다. 나중에 언니들 만나면 물어 봐도 좋다.”

“아하하하하, 무슨 도둑놈이에요?”

“세상에 누구든지 딸 데려가는 놈은 다 도둑놈이다.”

일부러 딱딱한 말투를 쓰는 진태가 더욱 우스워 보였는지 영인과 영주가 크게 웃었다.

자연마저 크게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야. 큰 놈 보내고 나서 내가 얼마나 허탈했는지 알아?”

“그러면 끼고 사시던가요.”

“음~! 그건 또 아니다. 시집도 안 가고 골치를 썩이는 놈이 또 하나 있어서, 생각해 보니 그건 더욱 아닌 것 같아.”

그 소리를 하고는 진태도 우스운지 같이 웃었다.

그 이후 모두 모여 남산동 집으로 살기로 만장일치로 합의를 보고 가구를 보러 다니기도 하고 저녁엔 부산대 앞에서 고기 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진태가 자연과 영주 영인을 데려다 주었다.

데려다 주려다가 자연이 자고 가라고 해서 그날 저녁엔 영주와 영인이 승인 한 가운데 진태가 처음으로 자연의 집에서 잦다.

둘은 숨죽인 섹스를 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자연과 진태는 이사 가고 나서 새로운 아지트에서 ‘마음껏’ 섹스를 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일단 영인과 영주의 학교문제가 급해서 이사를 먼저 하기로 하고 먼저 이사부터 했다.

가구는 붙박이장과 침대, 응접세트, 인터넷, 식탁, 애들 쓸 책상, 컴퓨터 등은 이미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자연이 필요한 주방용품을 나중에 가지고 들어오기로 했다.

영인은 중간에 예고에 가서 교장 선생을 만나고 진태의 친구인 대학동기인 주임선생까지 만났는데 영인이 나중에 진태와 같이 나오면서 한참 웃었다.

진태의 친구인 학생주임선생은 진태와 달리 뚱뚱한 체격에 마치 복돼지 같이 생겼기 때문에 영인이 그렇게 웃었던 것이다.

그날 영인과 진태는 영인이 입을 교복도 사고 영인이 필요한 일식을 샀는데 영인은 진태에게 수줍은 모습으로 속옷도 사도되느냐고 물어와 진태를 완전히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태는 영인에게 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해 용돈을 주며 ‘니가 사고 싶은 속옷은 마음대로 사려무나. 나중에 아빠랑 같이 만나서 집에 가자, 알겠지?’라고 자유시간을 주어 영인은 같이 가서 차에 앉아 있었던 동생 영주와 편하게 옷을 사게 해 주었다.

그 이후로 영주와 영인은 진태를 완전히 편하게 아빠라고 부르며 진태에게 애교도 부리고 그랬다.

자연은 진태가 중고지만 깨끗한 흰색 경유차인 RV승용차를 한 대 사 주어 공장이 팔릴 때까지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이후에 진태는 영인과 영주를 진태의 호적에 올려 김영주와 김영인에서 윤영인과 윤영주로 성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고 진태의 원래 딸들인 경진에게 연락해 밥이나 같이 먹자는 소리를 했던 것이다.

그러니 전처가 아픈지 어떤지 몰랐던 것이니 바쁜 진태가 이미 남이 되어 버렸고 게다가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닌 전처의 몸 상태를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니 진태가 경진에게 말하는 것이 무심하고 차가운 말이 나왔던 것이다.

진태의 딸들이 된 영인이와 영주, 전처의 딸들인 상희와 경진이를 자연과 한께 자갈치의 뷔페집에서 만났다.

그냥 자리에 앉아 여직원의 서빙을 받아먹는 집은 어색한 순간에 자리를 피할 수도 없어서 고역일 것 같아서 장소를 정했는데 영주와 영인은 뷔페집을 좋아하는 것을 아니 좋겠지만 상희와 경진은 먹을 때 어수선한 것을 싫어하는 것이 지 엄마를 빼닮아서 싫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이제는 남이 된 여자까지 신경 쓰기도 그래서 그냥 뷔페집으로 정했다.

철없는 경진은 아무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큰 딸인 상희는 자연을 우리 엄마 밀어내고 아빠 빼앗은 여자 보듯이 해서 진태가 짜증이 좀 나기 시작했다.

처음 음식을 고르려 가는 중간에 진태가 상희의 옆을 가서 나직하게 타일렀다.

“니 엄마가 아빠를 배신한 거지 영인이 엄마가 아빠를 홀린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확실히 하자꾸나.”

상희가 차갑게 대꾸 하는 것을 한 숨을 쉬었다.

“제가 뭐라 그랬나요?”

“뭐라 그러는 것이 아니니까 이러는 말을하는 것 아니니? 그리고 아빠가 느꼈을 배신감은 전혀 생각지 않는 것 같구나?”

“......”

“니 엄마에게 물어 봐라. 니 엄마는 처음 그 남자와 만났을 때 첫 달에만 다섯 번을 그 남자와 지냈고 둘째 달에도 발각 될 그 당시만 해도 중순이었는데 다섯 번을 그 남자의 집에 자발적으로 찾아갔었다. 사실상 그 남자와 산 것이다. 아빠와 밤만 지내고 그 남자의 집에서 낮에는 산 것이란 말이다. 거기다가 아빠는 그렇게 거부하면서 그 남자에게는 아무런 제어장치도 하지 않고 그 남자를 받아 들였다고 하더구나. 그게 부부로서 할 일이니?”

“하지만 아빠는 엄마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저 여자를 알았잖아요?”

“그래서? 그게 어때서? 누구처럼 배후자가 있는데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저 여자가 나이가 적어서 그런 것이니? 그렇다면 잘 못 골랐다. 아빠가 나이가 많아 흠이 많다는 생각은 왜 안 하니? 그런데도 저 여자는 아빠를 선택했다. 아빠를 보는 눈은 니 엄마와 달리 따뜻한 여자다. 아빠는 나름 힘든 시간을 혼자 보냈다.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자괴감 역시도 아빠 혼자 감내한 것이고 말이다.”

말하는 진태의 눈은 싸늘했다.

상희는 젊은 여자를 고른 아빠에게서 잘 못했다는 말을 기대했지만 아빠의 눈은 어떤 때보다도 싸늘해 상희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물론 엄마가 전적으로 잘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그래도 딸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여자를 새엄마라고 부르게 된 딸의 심정으로 투정을 부려 본 것인데 상희는 그렇게 차가운 아빠의 눈은 처음 느껴 당혹감만 느꼈다.

아빠가 전처의 딸이라서 이렇게 차가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니 엄마의 딸이라서 아빠가 차갑게 구는 것은 더욱 아니다.”

역시 아빠는 딸의 얼굴만 봐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계셨다.

“그런데요?”

상희의 말에 진태가 인상을 구겼다.

“니가 가장 니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다. 너를 보면 니 엄마가 생각나 제일 먼저 짜증이 나는 구나, 그때의 일이 생각나서.”

“저는 엄마가 아니에요.”

“하지만 니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지. 그러니 새 엄마를 보면서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고.”

“........”

“니 엄마가 아빠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이 무엇인 줄 아니?”

“.....”

“27년이다. 니 엄마와 산 세월이. 그 세월이, 니 엄마가 한 순간의 실수도, 아니 그건 실수도 아니구나. 백번 양보해서 니 엄마 말대로 그 사람에게 약을 먹어 그 남자에게 당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아빠에게 말 할 수는 없었다니? 너도 알다시피 아빠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그 정도의 실수는 덮어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니 엄마는......알다시피 그러지 않았잖니? 그러고 그 남자의 집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엉켜 놀아났다는.......후우!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추해 질 뿐이니까. 이제 아빠는 새 출발 하려는 시점에 있다. 축복받지는 못할망정 재까지 뿌리려는 딸을 가만히 볼 심정은 아니구나. 전 처의 성격이나 얼굴을 닮은 딸에게서 그런 눈치를 볼 정도로 아빠의 성격이 너그롭지는 않다는 것만 알아 다오.”

진태의 말과 얼굴은 단호함이 있어서 딸인 상희는 더 이상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빠의 새 엄마를 박대 할 수 만은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아빠는 자기와의 인연을 끊고야 마실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의 아빠는 더 이상 자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상하시지만 일단 화나면 상당히 무서워지는 아빠란 것을 어릴 때의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빠 원래 성격이 맺고 끊는 것이 너무 무서워 어릴 때는 정말 한 순간 아빠가 무서워 밤에 잘 때 놀라서 깨기도 했을 정도이니 상희가 모를 수는 없었다.

그것은 경진이 어릴 때 일진으로 날릴 때 아빠의 경고 한 번으로 바로 마음잡고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갈 정도이니 자매 둘 다 몸으로 익힌 아빠의 매서움이었다.

상희가 알고 있는 아빠는 밖으로는 무르신 분이지만 안으로는 단단한 차돌 같은 분이셔서 일단 한 번 뱉은 말은 받듯이 지키고야 마는 분이라는 것을 잘 알아서 아빠가 이런 말을 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들어 주세요, 아빠. 엄마가 잘 못은 했지만 지금 엄마가 아프세요. 엄마가 더 이상 일하면 몸이 이상해져서 악화가 되신데요. 이서방 돈을 빌린 것을 갚느라고 평소 일 안 하던 엄마가 무리를 하셨대요. 같은 노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엄마 돌아가시는 꼴을 제 눈앞에서 보게 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뭐를 말하는 거냐? 나는 그동안 다니던 공기업의 퇴직금조차 내 놓았다. 그게 그 사람에게 간 것도 안다. 그러면 된 것 아니냐?”

“알아요, 하지만, 요즘 아빠 돈 잘 버시잖아요, 조금만 엄마 도와주시면 안 돼요?”

“아빠가 왜? 남인 사람을 도와야 하니?”

“그래도 아빠랑 27년을 산 사람이잖아요.”

“그 27년을 아무렇지 않게 그 믿음을 쓰레기통에 버린 사람이 니 엄마지.”

상희는 아빠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지자 안타까움을 느꼈다.

“제발요, 아빠. 엄마, 죽어가고 있어요. 이러다간 정말 초상 치를 것 같아 겁나요. 저희들이 엄마 없는 편부 슬하에 있게 하고 싶으세요?”

상희가 울듯핫 한 얼굴로 진태에게 하소연하자 진태도 더 이상 강하게 나갈 수만은 없었다.

“그건 아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문제다. 아빠가 마음대로 하기에는 니 새 엄마를 배반하는 문제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니 새엄마에게 달렸다. 니가 새 엄마에게 말해 봐라. 난 니 엄마랑 더 이상 얽히기 싫다.”

아빠의 목소리나 얼굴은 더 이상 차가울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이 정도 같으면 평소 같으면 더 이상 보지 않으려고 하는 아빠의 성격상 두 번 말하기는 곤란할 것 같았다.

아마 새 엄마라는 저 여자가 없었더라면 아빠는 상희조차 보지 않으려고 했으리라는 것을 짐작이 될 정도였다.

상희가 새 엄마가 있는 대로 가니 이미 생각 없는 경진은 새로운 동생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빠의 명품 캐어를 받을 수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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