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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란기라고 난리난리 치더니 딴 놈한테는 아직 임신이 가능 하는가 보여 주려고 좃물 받았어? 아니면 그 새끼 애새끼, 임신하고 나한테 이혼 통보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어?”

좃물! 남편은 그동안 전혀 쓰지도 않는 비속어까지 쓴다.

이제는 나를 아예 아내취급은 하지도 않는구나! 정희는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남편을 보며 아연한 심정을 느꼈다.

“아,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그렇게 난리를 피웠으면 보란 듯이 잘 살아야지, 이번엔 어떤 새끼하고 붙어먹으려고 상희한테 돈 받아오라고 시켰어?”

“흑흑흑! 정말 아니에요. 당신한테는 정말 미안해요.”

정희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진태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진태는 그때의 일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진태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데 왜 여태까지 그 새끼한테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하지 않았어?”

“예?”

“정말 생각도 않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나중에 그새끼 나오면 이 쇼한거 다 털고 같이 합쳐서 이제는 아예 공개적으로 붙어먹기로 한 거야?”

“아, 아니에요! 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에게 그게 무슨....”

“아니면 결혼생활유지에 현격한 방해를 한 놈에게 손해배상도 청구하지 않고 뭐했어? 진짜 그렇게 잘 난 듯이 이건 싫다, 저건 저래서 싫다고 온갖 똑똑한 짓은 혼자 다 하더니 정작 중요한 손해배상은 안했다고? 그러면 당연히 나중에 그새끼 나오면 이제는 방해할 사람도 없고 아예 둘이 붙어먹으려는 계획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지. 딴게 뭐있어? 그리고 혹시 해서 말인데 그것만 달랑 신청하려는 거야? 나중에 그 소송 진행되는 중에 그 새끼가 딴 놈 시켜서 몽땅 처분하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처분금지 가처분신청까지 해야 할 거야. ‘진짜 똑똑한 당신’이라면 말이야.”

“........”

진태는 그 말을 하고 한 숨을 내 쉬었다.

정말 모르고 있었고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딱 보니 모르고 있는 눈치네. 하긴 그렇게 둘이서 흥분제까지 처먹고 붙어서 즐겼으니 그 새끼 나오면 같이 붙어먹을 생각이었군?”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이여자야! 당신 나이가 48살이야. 언제 폐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 폐경해서 생리도 안 나와서 섹스 할 때, 질에서 물도 안 나오면 젤 발라가며 그 새끼랑 섹스 할 거야?”

“그 새끼와는 다시는 안 만나!”

“.....잘 생각해. 당신 나이를 말이야. 폐경 할 나이대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어. 뭔가 바라는 것이 없지 않고서야 당신 나이대의 여자를 좋아할 남자는 정상적인 남자는 없다는 걸 말이야.”

“.....”

“하지만 난 당신 남편도 이제는 아니고.......돈을 주겠어. 이제까지 살아온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돈은 주겠어. 이건 상희나 경진이가 애미 없는 자식으로 만들기 싫고 아이들이 불쌍해서지 결코 당신이 좋아서 주는 거는 아니야!”

“........”

“단 주기는 주되 당신을 사겠어.”

“예? 무슨 말.....”

“사람 말 못 알아들어? 창녀 사듯이 당신을 사겠다는 이야기야!”

진태의 말에 정희는 하얗게 얼굴이 변했다.

창녀!

창녀 사듯이!

그래, 이제는 내가 창녀 취급을 받는구나 싶어서 정희는 속에서 복받이는 설움에 눈물이 펑펑 솟아나는 것 같았다.

정희는 한참 울고 나더니 결심을 굳혔다.

그래, 평생을 살 맞대고 살았는데 창녀면 어떤가 싶었던 것이다.

그때는 아내였으니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돈 받고 남편을 받아들이는 것만 달라진 것이다.

“한 달을 다 오면 삼백주겠어. 하지만 다 올 수는 없을 것이고 생활은 해야 하니 한 번 할 때마다 이십만 원 씩 주지. 단, 난 항상 안에 싸겠어. 임신해도 그 아이는 내 아이로 인정하지 않겠어. 그러니 조절을 잘 해야 할 거야.”

“!!!”

정희가 놀란 표정을 하든지 말든지 진태는 할 말만 했다.

“뭘 그렇게 놀라? 내가 당신이 어떤 놈이랑 붙어먹었는지 알게 뭐야? 그러니 임신해도 내 아이니 뭐니 들러붙을 생각은 하지 마. 내가 너무 한 것이 아니고 내 지금 아내도 항상 안에 싸! 그러니 당신만 유난 떨 생각은 버려! 지금 밖에 젊은 여자들과 자도 네 시간이면 십오만 원이면 떡을 치는데 그나마 잘 쳐주는 거야! 그 애들도 안에 다 싸게 해. 다 늙어서 유난 떨고 싶다면 딴 놈을 알아보던가. 난, 아쉬울 것도 없어. 그리고 그 새끼랑은 안에 잘만 싸게 하더니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해?”

정희는 더욱 서러워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전의 남편은 정희가 피임약을 먹으면 어지러움증을 호소해 남편이 콘돔을 써서 피임을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그 일을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입에서 그 일이 나왔다.

“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거부해도 좋아. 내가 다시 일주일 후에 올 테니 그때까지 잘 생각 해 봐. 이제는 내 마누라도 아닌 여자에게 뭐는 안 된다 어쩐다 하면 차라리 그만 두겠어. 내가 하게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짓은 무엇이든 할 거야. 그러니 당신이 평소에 말하던 여자가 수치스럽다니 어쩌니 내게 그따위 말 따위는 집어 치워. 그리고 당신 같은 더러운 년은 충분히 수치스러워도 돼. 싫다면 말고 말이야.”

남편과 관계 때 후배위는 수치스럽다고 못하게 한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 정도는 충분히 응할 생각이 있었다.

진태는 마음대로 말해 버리고 나와 버렸다.

이제는 진태의 애마가 된 링컨을 타고 가 버렸다.

진태는 얼마 전부터 조금씩 피우기 시작하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다가 신경질 적으로 비벼 껐다.

진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27년을 아내로 알고 지내왔다.

그런 그녀에게 세상에서 다시 들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말을 막 해댔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것도 전 남편에게 말이다.

전처는 평소에도 프라이드가 강해서 후배위 같은 것은 시도하려고 해도 마치 짐승 같은 자세가 돼서 싫다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했었다.

그런 여자인데 진태의 말에 승낙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처는 자기가 무슨 여성 해방 운동가(?)도 아니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대가 쌘 여자였다.

돈은 줄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돈은 사람이 아프다는데 남도 아니고 전처였다.

아이들의 엄마인데 돈은 주려고 했지만 그냥 주려고 하니 전처의 성격상 나중에 고마운 줄도 모르고 전처답게 당당하게 요구 할까 봐 그게 꼴 보기 싫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 모진 소리를 했다.

진태는 전처인 유정희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그런 말을 한 자신도 싫었고 그런 말을 했다고 지금의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진태는 골목길에 잠시 주차를 했다가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서 자괴감에 시달렸다.

한참 그러다가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나왔다.

다 늙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러니 더욱 서러웠다.

새로운 아내인 자연은 진태보다 젊은 여자였다.

진태보다 젊은 여자이니 만큼 진태와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다르고 생각하는 관점도, 보는 눈도 전처와는 달랐다.

진태 같은 나이가 되면 아내는 섹스로만 사는 사이는 아니었다.

앞으로 같이 늙어가고 살아갈 날에 누군가는 죽지만 남아서 아이들을 다독거리고 남은 인생을 남아서 정리 해 주는 친구, 동지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진태는 그런 노년의 생을 완전히 망쳐버린 전처가 죽이도록 미워지는 결과만 남았다.

진태는 그런 저런 일들이 자기를 괴롭히는 것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진태가 집으로 들어가자 딸들이 진태를 반겼다.

“엄마는?”

“엄마, 공장 인수인계 한다고 오늘 늦으신대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

“그럼, 제가 챙겨드릴게요. 앉아 계세요.”

“영인이 네가? 요리 할 줄 아니?”

“뭐, 엄마가 해 놓은 반찬에, 국에, 밥만 푸면 되는걸요.”

“그래, 그럼 다 같이 먹자. 둘째 언니는 어디 갔니?”

“아뇨, 방에 가구 새로 들어 온 것들 정리한다고요.”

“아빠가 집에 와도 안내려 올 정도로 급한 일이라냐?”

그때 뒤에서 경진이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내려왔어요. 영인아, 이리 나와 언니가 밥 차릴게.”

“아냐, 언니. 다 됐어. 식탁에 놓기만 해 줘.”

“그래, 동생이 생기니 이런 좋은 점도 있네? 항상 언니가 막네라서 큰 언니가 언니를 얼마나 부려먹었는데?”

“정말?”

“거짓말이다. 어디 가서 뭐 사오라는 것은 항상 상희 언니를 시켰지. 지능적으로 일찍 집에 와서 늦게 들어오는 언니 부려 먹는데는 귀신이었다.”

“아! 아빠! 그런 말 하시면 제가 뭐가 되요? 상희 언니 심부름 제가 엄청 했다구요!”

“그래, 그래. 말로만. 하여간 앉거라. 아빠가 할 말이 있다.”

“뭔데요.”

모두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며 진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본의 온천 여행 간다고 했던 것 말이다.”

그때 경진이 얼굴을 번쩍 들었다.

“일본온천여행? 언제?”

“모래, 주말을 이용해 일주일 정도 다녀 올거다.”

“나는?”

“오천만 원.”

경진의 카드 빛 비용이었다.

“아하앙! 나도 갈래!”

경진의 필살기, 자칭 살인 애교를 펼쳤지만 경진의 살아온 세월만큼 면역이 있는 아빠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럼, 카드 빛 니가 반땅 할래?”

“아! 정말 치사하다! 그런데 어디로 갈 건데?”

“도쿄근처 온천에.”

“에이! 그건 아니지! 아따미나 규슈로 가요.”

“온천만 할 거냐? 관광도 해야지.”

“관광을 무슨 대도시로 가요? 촌사람도 아니고.”

“관광 명소로 열 손가락 곱히는 데 중 하나가 대 도시는 항상 들어간다.”

“그래도 도시를 벗어나 힐링을 하려고 가는.......하항! 무슨 계획이 있네!”

“계획이야 있지. 온천 갔다가 나중에는 쇼핑도 하고.....그리고 새엄마 좋아하는 행사 같은 데도 구경하고....”

“아하! 새 엄마! 계획의 핵심이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아빠, 프로포즈 안 했어?”

역시 아빠 옆에서 26년을 같이 살아온 경진의 내공이 아빠의 계획을 단숨에 알아냈다.

진태가 밥 먹다 말고 행동이 움찔 하더니 어색한 움직임으로 바뀌니 경진의 입가가 휙 하고 호를 그렸다.

“딱 보니 안 했네!”

“아, 아니! 아빤.....”

“아니, 어떻게 남은 평생을 같이 살아갈 여자를 데리고 오면서 프러포즈를 안 할 수 있어? 아빠, 좀 실망이네!”

“정말? 안 했어요?”

“어머! 진짠 가 봐. 어떻게.....”

영주가 먼저, 영인이 아빠의 새로운 면모를 본 것처럼 입이 딱 벌어졌다.

그때 경진이 기회를 만난 것처럼 아빠를 몰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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