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萬事通事1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긴지 벌써 일주일여 그 동안 집에서 나갈 때는 아파트 경로당에 놀러 간다고 하고 나와서는 서울에 있는 빌딩에 나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빌딩에
사무실을 하나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골서 올라오기 전부터 세 주었던 사무실 하나를 비게 만들고 자신의 사무실을 만들었지만, 그러나 자신이 올라와서야 모든게 자리가 잡히게 된 것이다.
★萬事通事★
사무실 이름이다.
사무실에는 경리 1명 사무실장 1명을 두었고 그 밑에 서너명의 행동대원격인 애들을 친구의 도움으로 두었는데 모두 다 그 방면에서는 한마디로 말해서 전문가들이었다.
그리고, 대전에 있던 경리보던 아가씨는 그만 두게하고 대전이나 여기나 인력관리는 여기서 총괄하게 하였다.
몇명 안되는 것 같아도 대전에 7명 여기에 4명해서 11명의 직원과 겉으로 드러나지않는 다른 직원을 거느린 자그마한 회사가 되었다.
그전에는 소개로 몇번 사채를 돌리기도 하며 돈을 불렸지만, 이제 서울로 온 이상 자신이 한번 해보려고 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는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전부터 불알친구는 아니어도 죽마고우는 될 정도로 아주 친한 친구가 그 방면에는 잘 아는 전문가였기 때문에 해 보라고
권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채권이나 증시에 상장되지 않는 증권을 주로 소개하거나 사고 파는 것이지만, 음성적으로는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확실한 신원 보증인이 소개하는 사람들만 대행해주는 흥신소업이었다.
사채업을 하면서도 조영감은 악질적인 사채업자는 아니었다.
돈을 빌려주고 갚을 날짜에 돈을 갚으러 와도 갚을 수 없게 피했다가 담보로 잡은 물건을 어거지로 빼앗는 그런 악질사채업자는 아닌것이다.
조영감이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는것은 젊었을 적 사귀어서 여태까지 이어온 둘도 없는 친구의 도움 때문이었다.
사무실장으로 온 녀석은 그 방면으로 잔뼈가 굵은 자여서 조영감에게는 안성마춤이었다.
그래서 조영감은 안심하고 그 자에게 거의 전권을 맡기다시피하며 아주 큰 거래건에만 신경을 쓰면 되었던 것이다.
그럼 그 사무실장이라는 녀석을 어떻게 믿고 큰 돈을 맡겨서 사채놀이를 하느냐 하면 그건 정말 신경꺼도 될 만큼 확실한 신원보증인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사무실장이라는 녀석도 자기 목숨을 맡겨놓은 조직에서 파견나와 조영감의 일을 맡아 하게 된것이 자기에게도 훨씬 이익이 되었기 때문에 조영감의 눈 밖에 날까봐
그것을 더 걱정 할 정도였다.
오늘도 조영감은 털털 거리는 1톤 봉고타를 끌고 빌딩 뒷편의 부속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자신의 빌딩이 노르자위 위치에 있어서 층 수는 높지 않았지만, 서로들 점포나 사무실 임대를 원했고, 또 한번 임대한 임차인들은 나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좋은 조건
의 빌딩이었다.
빌딩 뒷편의 지상 주차장은 1층을 임대한 은행과 2층을 임대한 이비인후과, 치과, 안과 병원등에서 주로 쓰고 있었고, 지하주차장은 3층이상 사무실을 임대한 사람들이
주로 쓰는 편이었다.
조영감이 5층 사무실로 들어서자 실장과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사장님 나오십니꺼?"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냐, 별일 없지?"
"네!"
"사장님이요, 오늘도 털털이 끌고 나오셨습니꺼?"
"털털이라니?"
"호호호...실장님은 사장님 차를 털털이라고 하세요?"
"허허허허.."
"사장님이요, 이제 차 쫌만 바꾸시면 안됩니꺼?"
"임마, 바꾸면 다 바꾸지 쫌만 어떻게 바꾸냐?"
"호호호호.."
"허허..그건 그럿네예..."
"그렇지 않아도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
"사장님이요. 그라모 지가 좋은 영업사원 한사람 소개 해 드릴까예?"
"관둬라. 봉실장 네 일이나 잘해..."
"쳇! 내가 잘 못한일이 머 있습니꺼"
"호호호호..."
"웃지 말그라...흐흐흐"
"실장님도 웃으시면서...호호호..."
"허허허허..."
봉실장이 말하듯이 조영감이 시골에서 몰고 다니던 차를 서울까지 몰고오니 그것도 십여년이 다 된차라 아들도 폐차하라고 난리다.
손녀들도 조영감 차는 안타겠다고 하는 편이다.
이런일도 있었다.
둘째손녀 미진이가 제 엄마가 깨워도 조금만 조금만 하며 늦잠을 자는 바람에 등교시간이 빠듯해져 버렸다.
나중에야 일어나 허둥지둥 거리며 제엄마를 원망까지하며 방방 뛰는 손녀가 안타까워 자신의 차로 데려다 준다고하니 학교에 늦었음 늦었지 할아버지 똥차는 안타겠다는
손녀에 거절에 머쓱 해지기도 했던 조영감이었다.
그래도 조영감은 차를 당장은 바꿀 마음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대충 일을 보고 조영감은 나서면서 말했다.
"특별히 별일 없으면 보고하지 말고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네."
"미스 꽝, 너도 실장님 말씀 잘 듣고......"
"칫...사장님! 제 성은 강이에요 강...."
"크크큭!..흐흐흐흐..."
"실장님!..웃지 마세욧!"
"허허허..그럼 난 간다."
"크큭!... 조심해서 가이소."
조영감은 집으로 일찍 들어와 할 일없이 무료해서 거실에서 TV를 틀었다.
아들이 집을 옮길 때 넓은 거실에는 좋은 TV가 있어야 한다며 조영감이 산 엑스캔버스 60인치 PDP TV에 이어진 홈 시어터의 웅장한 음향이 거실을 울린다.
체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조영감은 별로 볼만한 것이 없자 이내 TV를 끄고 거실창 밖으로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버님, 심심하세요?"
돌아보니 며느리가 파출부 아주머니에게 일을 시키다 조영감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경로당에 나오신 분들이 없나봐요?"
"...뭐 별루다..."
"그래도 거기서 친구도 사귀고 그러시지요. 아버님...."
"글쎄다......한번 그래 볼까?....."
"집에서 무료하게 계시지 마시고 다시 가 보셔요. 혹시 아세요? 좋은 여자친구분도 만나시련지......"
"여자친구?"
"네! 여자친구 사귀시면 나중에 같이...."
"같이 살림이라도 차라라구?....허허허...며늘아가...내가 있는게 힘드냐?"
"네? 아..아녜요...아버님! 전 그런뜻으로 말씀 드리지 않았는데....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허허허허...나두 장난 한번 해봤다."
"아이 아버님도...가슴이 철렁 했어요. 제가 아버님을 잘 모시지 못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나 해서....."
"허허허허...그럼 나 경로당에나 놀러 가봐야겠다."
"네, 안녕히 다녀 오세요."
서울로 이사와서 다음날이던가? 아들하고 인사차 한번 방문했던 경로당이었다.
아파트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관리사무소 이층에 경로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경로당은 이층를 명목상 두개로 나눠서 남자방 여자방으로 하였지만, 가운데 남녀방을 갈라놓은 미닫이를 모두 열어 젖히면 한방으로 통합이 되는 그런 구조였다.
조영감이 놀러 갔을 때에도 가운데 미닫이가 열려있어 한쪽에서는 남녀 노인들이 같이 어울려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느라 한창이었고, 또 다른쪽에서는 남자 노인들이 장
기를 두고 있는 노인들과 바둑을 두고 있는 노인들이 있었고, 구경꾼중에는 장기판과 바둑판을 둘러보며 훈수를 하는 노인들이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번 이사와서 인사드린 조원제입니다."
조영감은 문 밖에 서서 인사를 하였다.
"예, 안녕하시오?"
"어서 오시구랴..."
"반갑소. 안으로 들어 오시오."
"에~난 오늘 첨 보는데...인사 하십시다....나는 정정만이요."
"예, 조원제 올시다."
남자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첨 보는 노인들과는 다시 악수를 하며 인사를 텄다.
그러자 뒷쪽에서 한마디가 들린다.
"여기도 인사 합시다."
"아~네...안녕들 하십니까? 조원젭니다."
여자방 쪽에서는 또 그들끼리 재미로 화투를 치는 노인들이 있었지만, 그냥 가만히 누웠거나 일어나 앉아서 자기들만의 이야기에 열중하는 여자노인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남자와 섞여서 노는 여자들은 젊은 편에 속한 여자들이었고, 앉았거나 누워있는 여자들은 고령의 여자들이 많았다.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여기도 여자노인들의 수가 남자노인들 수보다 월등하게 많아 보였다.
조영감은 바둑 두는 옆에 앉아서 방안을 살펴보니 전부 여기에 있는 노인들의 나이가 자기보다 많아보였다.
잠시 앉아서 바둑 구경을 하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온다.
"성씨가 조씨라 하셨오?"
"예!"
"어디 조씨요?"
"00조가 입니다."
"그래요? 반갑소...내 처가가 00조씨라서...."
"아~그러십니까?"
그렇게 해서 시작된 이야기가 차츰 이어져 어느듯 점심 때가 지난 듯 했다.
방안에는 점심을 먹으러 간 노인들도 있고해서 수가 두어명은 줄어들었다.
그 때 마침 이야기 상대하던 김가라는 노인도 일어서며 말한다.
"노형, 노형도 점심 드시러 안가시려우?"
"점심이요?"
"암, 우리같은 노인네들이야 밥심으로 살지...집에 가서 점심먹고 다시 나와야지요."
"네, 그래야겠네요."
그렇게 대답을 하는데, 어린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여자가 보인다.
얼핏 봐서는 중년부인이라고 볼 정도로 젊게 보인다.
"아이구! 박여사 오랫만이네..."
"모돌이 할머니 오래간만입니다."
"어이구, 우리 모돌이 할멈 반가와!"
"네! 모두들 안녕 하세요?"
"아~그럼그럼..."
"오랫만에 만나서 반갑네...."
"저두 그러네요."
"같은 아파트단지 안에 살아도 만날 기회가 왜 그렇게 없어?"
"그러게요."
모두들 수선스럽게 모돌이라는 아이를 새로 들어오는 여자에게 인사들을 한다.
모돌이 할머니라는 여자는 언뜻 보았을 때는 중년부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젊게 보였다.
조영감은 그런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나이는 언듯보기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정도 될 것 같이보였다.
조영감은 마음에 딱 들었다.
요즘 쓰는 말로 필이 꽂힌것이다.
모두들 수선스럽게 인사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는 노인들은 일어선김에 나가야 겠다고 밖으로 나선다.
조영감은 내심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아들집인 여기서 오래 생활을 한다면 경로당에도 자주 올 것인데, 아들이 명색이 사업을 하는 사장이라고 인사를 하여 놨으니 모두에게 점심한턱을 내 놓는게
인사치레일 것 같고, 이런 기회로 모돌이 할머니란 여자와도 사귀어도 보고 싶어서 말했다.
"저기..여러분 제가 오늘 처음 여기 놀러온 것도 있고하니 오늘 점심은 제가 내겠습니다."
"엥?..노형이?"
제일 먼저 이야기 상대를 했던 김노인이 반문을 하더니 조영감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위를 둘러보며 대신 말한다.
"자자...여기 계신 우리 조사장 아버지 되시는 분께서 우리에게 점심 한턱 내신다고 하시니 우리가 박수로 환영을 하고 맛있게들 먹어 줍시다. 안그렇소 여러분?"
"옳소.."
"좋아요."
"자 그럼 박수....."
"짝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감사 합니다. 박수 그만 치시고 전부 나가지시요."
모두들 일어서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모돌이 할머니란 여자는 일어서지를 않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들 중 한사람이 말했다.
"아니 모돌이 할머니, 안가시려고 그러시우?"
"네! 저는 점심을 먹고 와서요...."
"아니 애가 있으면 어쩐다고 그러시우?..갑시다. 이런 날이 얼마나 있겠소..
"그래도....애를 데리고 와서...."
"걱정말구 갑시다. 애는 우리가 다 볼테니...."
이렇게 끌다시피 하니 그 모돌이 할머니란 여자도 마지못해 따라 나선다.
조영감은 모두들 데리고 아파트 입구에 큼직하게 차려진 청해진이란 횟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모두들 백반집으로나 데리고 갈 줄 알았다가 횟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니 다들 놀란다.
아무리 노인들이라 많이 먹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인원이 남자가 7명 여자가 16명이나되니 그 수가 먹는다면 어지간한 돈으로는 다 살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일 것이다.
조영감은 식사할 때 여러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척 하면서 일부러 모돌이 할머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권하자 모돌이 할머니가 술을 한잔 받아 마시고는 더 이상
마시지 못한다고 하자 조영감은 술대신 회를 연신 권했다.
"조사장!..이거 정말 고맙소..허허...우리가 대접을 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새로 왔으니 한번 대접해야지요."
모돌이 할머니도 말한다.
"조사장님, 고마워요.
"뭐를요....별거 아닌데요....허허허..."
"오늘 돈 많이 쓰셨겠네요."
"네, 조금 나오네요...허허허..."
어느새 조영감의 호칭이 조사장으로 통했다.
모두가 싫컷 회와 술과 밥과 매운탕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나오면서 조영감에게 공치사를 한다.
남자들은 거나해진 얼굴로 경로당으로 걸어가고 여자들도 그 뒤를 따라 걸어가는데 모돌이란 녀석이 제 할머니 치마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할머니...나 아스쿠림..."
"할머니..나..아수쿠림먹고시퍼..."
자꾸 보채는 녀석을 모돌이 할머니는 어르고 달래느라 일행보다 뒤쳐졌다.
조영감은 신발에 뭐가 들어있는 척 하며 신발을 벗어서 한번 털고나서 다시 신었다.
그동안 자꾸 칭얼 거리는 모돌이를 어르고 달래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자기 할머니 치마를 잡고 칭얼거리는 모돌이를 보고 조영감이 말했다.
"아가, 할아버지가 사 줄까?"
"정말?"
모돌이는 반색을 하며 할머니 치마꼬리를 놓더니 냉큼 조영감에게 달려들었다.
조영감은 모돌이의 조막손을 잡고 아파트 입구에 있는 상가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앞섰던 노인들은 전부 아파트 안으로 사라졌고 모돌이 할머니만 미적미적 하더니 결국 조영감과 모돌이를 따라서 상가 슈퍼로 들어왔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든 모돌이는 좋아라 하며 할머니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아유 죄송해요. 철없는것이라 막무가내 이네요. 지갑을 안가져와서 난감했었는데......"
"괜찮습니다. 똘똘하게 생겼네요. 손자세요?"
"네"
"그럼....아드님과 함께 사시는가 보군요?"
"네"
"손자가 정말 이쁘네요. 욕심이 납니다. 허허허..."
"손자가 없으세요?"
"예, 외손자는 있는데...어디 그런가요. 아들놈한테 낳은 손자여야지..."
"그러세요? 전 모르겠던데요."
"자녀가 몇이나.....?
두 사람은 아이스 크림을 빨아먹는 모돌이를 걸리며 아파트 안 인도를 서서히 걸어가다가 어린이 놀이터 옆 벤치에 누가 먼저랄것 없이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돌이 할머니는 애들을 몇이나 두셨나요?"
"전...둘 두었네요. 아들하나 딸하나....저 사장님께서는 몇분이나 두셨는데요?"
"허허허..저 사장 아닙니다...아들이 사장이지요...허허허... 저 조원제입니다. 그냥 조영감이라구 부르셔도 됩니다....허허허..."
"아이..어떻게 그렇게 부를 수 있나요...호호호..."
"저는 아들 둘 딸 하나 뒀습니다."
"아! 네...아드님이 돈을 잘 버시는 가 봐요?"
"예?...아! 예...큰 놈이 회사라는 걸 하기는 하는가 보는데...영 시원치 않아요...허허허..."
"아닌거 같은데요...회사가 잘 되니까 아버지 용돈도 풍족하게 주시는거 아니예요? 그러시니까 오늘 한턱 쓰시기도 하시구 그러시지요."
"용돈이요?...아~! 허허허...큰 놈이 머리는 괜찮은데 돈 버는 재주는 없는가 봅니다. 허허허...그냥 공무원으로 있었으면 재무부 국장정도는 됐을건데....먼 놈의 바람
이 불었는지....사업한다고 해서 돈도 많이 까먹었지요."
"그러세요? 큰 아드님이 공무원 하셨나 봐요?"
"예, 이제는 퇴직했지만...."
"그럼 둘째는 뭐 하세요?"
"둘째녀석도 공무원 시험봐서 지금 공무원하고 있지요."
"아~자녀들이 다 머리가 영민하였나 보네요....요즘은 공무원시험도 아주 어렵다고 하던데요."
"뭐 공무원시험 그 까짓거를요....옛날에는 하기싫어서 안하는 직업이 공무원이었는데..... 애 아빠는 뭐하십니까?"
그 사이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며 놀고있는 모돌이를 가리키며 조영감이 물었다.
그러자 모돌이 할머니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사업을 한다고 하더니 실패하고는 회사에 들어갔네요. 경험도 없이 무슨 사업을 하냐며 말렸어도 듣지를 않더니......휴~!..."
"맞아요. 요즘 애들은 경험도 없이 사업한다고 하는거 보면....사업하면 무슨 떼돈을 벌 수 있을것처럼 허황된 꿈만 꾸니.......쯧쯧쯧... 모돌이 할머니도 아들이 그랬
다면 짐작이 가네요.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셨는지를......"
"......."
"동병상련이라고 나도 아들놈이 사업한다고 들썩거리다가 엄청 손해 봤습니다....지금도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난 그놈을 못 믿어요...내가 시골에서 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뭐를 잘 모르지만......"
"아...시골에서 이사 오셨나보네요?"
"예, 아들놈은 여기서 살았지만, 난 시골에서 여태 있다가 아들놈 집에 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러셨구나......"
"예"
"그럼 가족이 모두 5명이신가 봅니다."
"네?"
"아들 내외에 손자 그리고 영감님이 계실테니 5명이 아니신가요?"
"...아니에요. 저하구 아들하고 며느리, 그리구 저녀석까지요."
"아니 그럼....안 계신가 보군요?"
"네"
"아..저런...죄송합니다...저는 잘 모르고....하긴 저두 5년전에 먼저 가버리데요...그 사람이..."
"아...안되셨네요."
"...뭐...할 수 없죠. 팔자라 생각하니까 모든게 잊어지네요....휴~~!....."
".........."
"....모돌이 할아버지는 안 계신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오래 됐네요....저 애 애비가 고등학생 때 가셨으니...."
"어이구...저런...그동안 혼자 고생하셨네요....남매를 돌보고 성취 시키시느라..."
"...그럭저럭 고생은 그렇게 안하구 애들 결혼까지 시켰는데...."
그런저런 얘기를 하는동안 잘 놀던 모돌이가 할머니에게 와서 치마를 붙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만 가봐야겠네요. 애가 잠이 오나봐요."
"예! 들어가 보십시요."
"네...오늘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예, 안녕히 가십시요."
그렇게 모돌이 할머니란 여자를 만났다.
경로당에서 그렇게 한번 인심을 썼더니 그 다음부터는 조영감이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들 껌벅 죽는 시늉이다.
몇차례 경로당에 놀러 다니면서 여러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주워들어보니 모돌이할머니란 여자는 아들 내외와 손자 모돌이 이렇게 세식구와 자기까지 네사람인데 그전에는
꽤 잘 살았었는데 아들이 사업을 실패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부터 남의 아이를 봐 주고 있기 때문에 경로당에 자주 못 나온다는거다.
또 다른 이야기는 며느리가 너무 허영심이 심해서 돈을 함부로 쓰기 때문에 남편하구 자주 다투기도 하며 그럴때는 모돌이 할머니가 손자를 업고 밤 늦은 시간까지 아파
트 벤치나 공원으로 다니다가 들어간다는 얘기까지 귀동냥을 하였다.
그렇게 한달여가 흘렀다.
"아야 봉실장아..."
"예"
"경매로 잡아들인 그 뭣이냐...오..오피..뭐라는거 어떻게 됐냐?"
"호호호...사장님 오피스텔이에요."
"맞다! 오피스텔!...그거 어떻게 됐냐?"
"예! 그거 다 끝나심더...아~주 깨깠하게 처리 했심더..."
"그래?"
"근데예...그거 다시 팔아 묵을라믄 쪼까 돈점 발라야 겠심더..."
"음~! 그럼 네가 잘 아는 놈들 있지? 좋은 자재로 깨끗하게 잘 만들어 놔라."
"예!..그건 염려 노으셔도 됨니더...그거 리모델링 해 갔꼬 얼마에 내 놀까예?"
"그거 내 놓지 말구 잘 해놓기만 해라....내가 써야겠다."
"그래예? 알겠심더...."
"그리고....미스 꽝! 너는 오..오피.. 끝나면 여기 빌딩 청소하는 아줌나 하나 보내서 청소 시켜라."
"큭큭...네! 그런데요 사장님!...저 미스 꽝 아니에요. 미스 강이라고 불러주세요."
"너는 꽝이나 강이나 그게 그거야...헐헐헐..."
"칫!
깨끗이 꾸며놓은 오피스텔을 구경하던 조영감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흘렀다.
아무리 아들내외가 잘 모신다고 해도 뭔가 혼자 있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와서 있고 싶은데로 있을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경매로 낙찰 받은 이 오피스텔을 꾸며서 팔지않겠다고 했던것은 아들이 사는 집과 빌딩을 관리하는 사무실과 중간사이에 오피스텔이 있어서 아들집에서나 사무실에서 가
는게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모돌이 할머니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돌이 할머니도 조영감이 그렇게 싫지는 않는 눈치다.
아들이 돈을 많이 못 버는 관계로 남의 아이를 시간제로 봐주느라 경로당에는 자주 못 나오지만, 조영감과는 모돌이만한 계집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동마다 있는 등나무
밑에 있는 의자나 어린이 놀이터 벤치에서 만나 이야기하며 시간보내기는 좋았기 때문에 모돌이 할머니도 시간제로 봐주는 아이를 데리고 자주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자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모돌이 할머니가 보기보다는 나이를 꽤 많이 먹었다는것을 조영감은 알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동갑이었는데도 젊어서 남편을 잘 만나 큰 고생없이 살아온 덕분에 모두들 자신의 나이를 열살정도는 아래로 보는 편이라고 모돌이 할머니는 말했다.
자세히 보면 눈가에 잔주름이라던지 약간은 보였지만, 나이보다는 훨씬 젊게 보이는건 사실이었다.
오늘도 사무실을 들러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 일찍 아파트로 들어가는 중이다.
대전에 내려가 볼까? 작은 아들집에 한번 가 볼까?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에 이럴까 저럴까 망서리면서도 털털거리는 봉고차를 주차시킨 주차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안녕 하세요?"
"아! 예! 안녕하십니까? 모돌이 할머니..."
"네"
모돌이 할머니를 볼 때마다 은근히 욕심이 난다.
서울로 올라 온 후 아직 한번도 여자 몸을 올라타지 않은 탓인지 요즘은 부쩍 여자생각이 나던 중이었다.
여자나이 쉰여덟이라면 몸이 비대해져서 가슴과 허리와 엉덩이가 일자형으로 될 몸매였지만, 모돌이 할머니는 원래 체형이 그렇게 생겼는지 아니면 몸 관리를 해서인지
아니면 브라자로 감싸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방도 그렇게 쳐지지 않게 보였고, 허리도 보통 삼심대 아줌마들처럼 잘룩한 편이다.
벤치에 같이 앉아서 얘기 하는데 아직은 젊은여자처럼 은근한 향수냄새가 조영감의 코 속으로 스믈스믈 밀려들어온다.
모돌이 할머니와 얘기하면서도 코를 흠흠 거리며 은근슬쩍 냄새를 맡아보았고 그에 더불어 바지속에 눌린 좆대가 서서히 일어나 바지가 불룩하게 되어 버렸다.
"저기 시골에서 오셨다 하셧죠?"
"예"
"어디서 사셧는데요?"
"충남 00군이었죠. 살기 좋은 데 였지요...."
"충남 00군?....요즘 행정수도 이전한다는 곳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럼...땅이 수용당해서 이사 오셨나봐요?"
"아니...뭐 그렇지요...땅이 수용당하기도 하고....남아 있기도 하고....들어간 것은 조금뿐입니다. 남은 것이 훨씬 더 많지요."
"그럼 보상비가 꽤 많이 나오겠네요?"
"아닙니다...내 땅은 얼마 안들어가서 땅 수용당하고 나오는 보상비는 아주 적어요."
".....?"
"수용안당한 땅이 많이 있지만 자식들이 하두 올라 오라고 그러고 또 이제는 농사 짓기도 힘들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아들네 집에 오게 됐습니다."
"그러셨구나!....아드님은 자녀가 몇분이나 되세요?"
"계집애만 둘입니다... 큰놈은 대학생 작은녀석은 고등학교 2학년...아무래도 손자가 없으니 허전하기도 합니다."
"아유..요즘은 남자 여자 안가리지요."
"허허허...그렇기는 한데...그래도 맘 한구석은 손자가 한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 둘이 그만 낳는다고 하니 뭐라고 말 못하겠습디다...허허허..."
"그래요.."
"그래도 손녀가 잔정은 있더라구요. 큰 녀석은 학교에서 오면 안마해준다 허리를 주물러 준다며 해 줄 때는 역시 내 핏줄이라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시겠네요."
"근데 역시 손자는 치사랑이 맞는가 봅니다.... 큰 녀석은 그렇게 잘 하는데 작은 녀석은 괜히 심통이나 부리고....허허허.....한번은 지가 학교시간에 늦어져서 안달을
하기에 내가 차로 태워다 준다고 하니...아 글세 할아버지 똥차는 안타요 하면서 지 엄마한테 난리치는 통에 내가 무안해 져 혼났습니다...허허허..."
"호호호...아니 차가 무슨 차 였는데 손녀가 그렇게 말을 했나요?"
"허허허...1톤 봉고트럭입니다... 한 10여년 됐나?...허허허..."
"호호호호...아이구...손녀가 그럴만도 하네요 뭐...호호호..."
"맞습니다..허허..애들은 차 바꾸라고 난립니다...허허허... 바꾸기는 바꿔야 할 때도 됐지요...그래서 이번에 한번 바꿔 볼까 어쩔까 생각중입니다."
그 말을 들은 모돌이 할머니인 명연선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한번 말을 해 볼까? 기왕지사 새차를 산다면 아들한테 사보라고?....
아냐 이제 몇번 봤다고...말을 꺼내서 안산다고 한다면 무슨 창피...
그래도...혹시 알아...요즘 아들 녀석이 영업이 안된다고 힘들어 하는데...한번 꺼내봐...?
말을 한번 꺼내볼까 어쩔까를 망설이고 있는 모돌이 할머니 연선이의 맘을 알리없는 조영감은 벤치에서 일어서며 인사를 한다.
"저는 이만 볼 일이 있어 가 보렵니다. 나중에 또 만나뵙죠!"
"...네"
"그럼...."
하며 목례를 하고 걸어가는 것을 보던 연선은 말을 못 꺼낸걸 후회하였다.
그렇게 십여미터를 걸어가던 조영감이 다시 되돌아 와 손에 든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이런...내 정신 좀 봐...모돌이 할머니 만나면 내 명함이라도 한장 드려야겠다고 해놓고...허허허...저 이런 사람입니다. 허허허..."
"아~네..."
연선이 받아든 명함에는 ★萬事通事★ 대표 조 원제란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만사통사...."
"예, 내가 심심해서 하나 만들어 본 사무실입니다...허허허...그럼 이만...."
"네..."
연선은 명함을 만지작 거리며 입안으로 읽어 보았다.
만사통사라...만사통사...뭐 하는곳이지?
그날로 부터 며칠 후 저녁 식사시간, 연선이의 네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밥 먹는 중에 아들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여보, 혹시 처가집 식구들 중 누가 차 바꾸려 하는 사람 없어?"
".....왜요?..."
"아니.....혹시나 있나해서...."
"...당신 이번달에도 목표 달성 못했어요?"
"...........음..."
"아범아, 이번달에 못 채운거니?"
"아닙니다...이번달 목표는 채웠지만, 이번달에 대리 진급 포상이 걸려 있어요. 두대정도만 더 팔면 대리가 되겠는데...."
"어머! 여보, 그래요?"
"응...어디 누구 차 바꿀사람 없겠어? 처갓집 형제들이나 당신 친구들 말이야...."
"안돼요. 친구들한테는...자존심 상해서 친구들한테는 말 못해요."
"그럼...처갓집은?"
"글쎄..요...누가 있을려나...알아나 봐야겠네요...그래도 있을련지....근데 여보, 대리되면 월급도 많아질까?"
"그러~엄..아무래도 직급이 있는데...직급수당도 있을테고...여러가지 수당도 대리되면 오르지...."
"얼마나 오를까요?"
"글쎄...."
"쯧쯧쯧...아직 대리되려면 차부터 팔아야 대리가 되지...."
"걱정 마세요. 어머니...좀 더 노력하면 되겠죠.....이번 찬스는 참 좋은데.....모두들 불경기라고 차들을 안사니까 회사에서도 당근을 걸었어요. 차 사는 고객들한테도
혜택을 많이 주고 우리 영업사원들한테는 목표량외에 조금만 더 추가하면 평사원은 대리로 대리는 과장으로....."
"참 좋은 기회는 기회구나.....참! 그 분이 차 바꿀 생각이 있다던데....."
"예? 누구인데요? 어머니 잘 아시는 분이세요?"
"아니...잘 아는 사람은 아니고 노인당에서 몇번 만나서 얘기 해 봤던 분인데...며칠전 요 앞동 벤치에서 만났는데... 차를 바꿀 생각이 있나 보더라."
"그래요? 혹시 전화번호나 연락처를 아세요?"
"전화번호?...그래 맞다...그 날 나한테 명함 한장 주더라...내가 그걸 어디다 두었지?...쓰래기 통에 버렸나?"
"어머니 그런 명함같은 것은 지갑속에 넣어 두셔야죠...."
"글쎄다....."
"어디다 두셨는가 잘 생각해 보세요."
"....글~~쎄~~~~ 아! 맞다... 겉 옷 주머니속에 넣어 둔것 같다."
"겉 옷 주머니속에요?...어떤 옷인데요?"
"어떤 옷이라니....애 볼때 항상 입는 옷 말이지..."
"어머!..어머니 그 옷은 빨아는데요...."
아들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며느리가 자신의 옷을 빨아다는 말에 연선은 그만 한 숨이 나오고 말았다.
"휴~!..그럼 명함이 다 뭉개져 버렸겠다."
"에이~쩝쩝..기회가 되나 했는데..."
입 맛을 다시는 아들을 바라보던 연선의 눈에 실망한 얼굴의 아들 모습이 잡히자 자신의 불찰로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연선은 거실에 앉아 TV 연속극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연속극 시작전의 광고화면을 보고 있었다.
낮동안에 뛰고 구르며 돌아다닌 모돌이는 저녁밥을 먹기가 무섭게 할머니인 연선의 치마폭에 싸여 벌써 잠이 들었고 아들은 담배를 태우러 집 밖으로 나갔는지 안보이고
며느리는 베란다 빨래줄에서 마른 옷을 걷어 와 TV를 보며 차곡차곡 개키고 있었다.
"어머! 어머!...어머니! 여기 명함이 있네요. 근데 깨끗하게 있어요."
"그러냐?..다행이다."
"뭐? 명함이 그대로 있어?...어디 줘봐"
밖에서 들어오다 며느리의 말을 들은 아들이 다가와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며느리는 명함을 아들에게 넘기면서 말한다.
"이게 무슨 종이일까?....세탁기 속에서 물에 젖어 빨아졌을텐데 하나도 찢어지거나 구겨지지 않았네."
며느리 말처럼 아들에게 건네지는 명함을 보니 조영감에게 받아들 때처럼 깨끗하다.
★萬事通事★
대표 조 원제 HP 000-000-0000
"만사통사라...뭐 하는 곳일까?.."
명함을 받아든 아들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물어온다.
"어머니, 이분이 뭐 하시는지 모르시죠?...여기 우리 아파트에서 사시는 건 맞아요?"
"응, 그런가 보더라...그전에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거기가 거 뭐라더라.....? 서울을 새로 만든다던가? 어쩐다던가... 그런통에 땅이 들어가서..."
"행정수도 말씀이죠?"
"맞아! 맞아!..그 행정수도!...그거 땜에 땅이 들어가서 이번에 아들집으로 살러 왔다더라."
"어머님..땅이 많이 있었데요?"
옆에서 듣고 있던 며느리의 참견
"아마 그런가 보더라...거기에 들어가는 땅도 많지만, 안들어가는 땅이 더 많다고 하더라."
"시골에 있는 땅부자였나 봐요, 어머님...그래봤자 서울 땅에 비하면 어림도 없지....."
"어허!..너는 거 모르는 소리 하지말아...새 행정수도 만든다는데에 땅이 많이 있다면 벼락부자야.......그건 그거고 어머니, 이 분이 차를 바꾸겠다고 했어요?"
"그러더라...손녀가 차 바꾸라고 난리라면서...."
"어머님, 우리 아파트라면 몇 동에 사시는지 모르세요?"
"음...몇 동이라더라.....105동이라던가?...."
"105동이에요?...집도 넓고 좋겠다...56평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거보다 세배나 넓으니....."
"넌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말아..."
"왜요?...오빠는..."
며느리의 속없는 말에 핀잔을 주던 아들이 다시 물어왔다.
"이 분이 사업하는가 봐요?"
"응..심심풀이로 한다 그러더라."
"그전 차가 뭐였는지 어머니는 아세요?"
"오래 된 차라그러더라...봉고차라고...."
"그래요?"
반문하는 아들의 소리가 밝아진다.
그러더니 휴대폰 전화를 꺼내어 숫자를 눌러가더니 중단을 하고만다.
"....."
"오빠! 왜 전화를 하다말아....?"
"또 또 그렇게 부른다. 내가 그렇게 말을 했건만 너는 왜 그렇게 말을 안듣냐? 남편이 오빠가 뭐냐? 오빠가....남들이 들으면 남매간에 상피 붙어 사는 줄 알겠다..."
"죄송해요..어머님....조심한다고 했는데...그만...."
"연애 할때는 오빠, 동생해도 결혼한 뒤에는 그런말 쓰지 말라고 했잖냐..."
"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연선은 아들에게 물었다.
"아범 너는 왜 전화를 하다 말았냐?"
"네...아무래도 시간이 늦은것 같아서요. 내 사정으로는 내일이 마감이라 한 건이라도 잡아야 하지만, 저녁시간에 생뚱맞게 모르는 사람이 전화걸어 차 사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이 당장 차 사겠다고 하겠어요?"
"하긴 그렇다."
"나중에라도 한번 연락이라도 해 보죠...뭐...."
야단맞은 며느리가 약이 오른 듯 비웃는 듯이 한마디 톡 쏜다.
"어머님, 어머님과 잘 아시는 사이이니까 어머님이 전화해서 한번 차 사라고 해보세요."
"......"
"어머님과 그런 사정까지 얘기 할 정도면 잘 아시는 사이잖아요?"
"너..너..어머니 한테 무슨 말 버릇이야?"
"애 애 놔둬라.."
개켜놓은 옷가지를 들고 일어나며 자신에게 다시 한마디 던지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며느리를 보고 아들이 일어서려는 것을 말린 연선은 여태까지는 아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을 먹고 아들에게 다시 말했다.
"그 명함 이리 줘봐라. 내가 한번 걸어보자."
"예?...예, 여기요."
아들에게 받아든 연선은 전화기를 당겨 번호를 눌러갔다.
잠시후 신호가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받는다.
"여보세요?"
"네...저...조 연제씨..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아! 네!..저 모돌이 할머니....."
"어이구...모돌이 할머니..어쩐일이십니까?...저에게 전화를 다 주시고...."
전화기를 통해 아주 반갑다는 듯한 조영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 말씀을요...저...그런데...."
"아 예!..말씀 하십시요."
"저..지난번 조사장님 차 바꾸신다고 하신거 같아서요."
"예! 그랬습니다."
"저...그거 때문에 전화 해 봤습니다...."
"아 예!"
"혹시 그 사이에 차 바꾸셨나 해서요..."
"아니 아직 안 바꿨습니다...모돌이 할머니 아시는 분 중에서 차 파시는 분 계십니까?"
"...네..."
"아! 그래요?...잘 아시는 분인가 봅니다. 모돌이 할머니께서 저한테 이렇게 직접 소개 시켜주시려는거 보니....."
"...네..제 아들이...."
"예?...아~예! 자제분이 차를 파십니까?"
"네...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차를 이번에 바꾸실 계획이 있으시다 해서요."
"아! 그럼 제가 사 드려야죠. 누구 부탁이신데요...허허허.."
"네, 감사해요. 내일 다시 전화드려도 되겠지요?"
"예, 그러십시요...아니..그럴것 없이 혹시 옆에 아드님 계신가요?"
"네"
"그럼 한번 바꿔 주시렵니까?"
"네...애야 여기 한번 받아보아라."
전화기를 바꿔든 아들이 조영감과 통화를 하더니 말했다.
"어머니, 그 분이 여기 오셔서 당장 계약을 해 주신다네요."
"그래? 잘 됐다. 근데...여기로 오신다고?...."
"네, 제가 가겠다고 해도 같은 아파트이니 운동삼아 오신다고 하네요."
"아이고 어쩌나...집이 어지러졌는데....."
그 때에 안방에서 며느리가 나오며 묻는다.
"여기와서 계약해 준대요?
"응, 참 넌 차나 준비해둬.."
"네! 알겠습니다~아..."
차를 계약해 준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소를 띠며 대답하는 며느리 목소리도 달라졌다.
조영감이 집으로 온다니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