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은 젖은 옷을 내려 들었다. 분명히 선우네 집에 있던 옷이다. 또 과거가 떠올랐다.
선우가 이 아파트단지로 이사온 날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이삿짐을 같이 날라 주었다. 남자 혼자 사는 살림이다보니 이삿짐센터가
필요없었다. "야~! 넌 침대도 없고 냉장고도 없냐?" "그동안 풀옵션 원룸 살았잖아? 내께 필요없었어~!"
"그랬구나~! 그럼 여기선 어떻하려고?" "걱정마라 다 새거로 샀다. 배달올거야~! 식탁이랑 탁자는 이케아에서 사올거고"
"아~! 그 조립식~! 그거 의외로 힘들다던데..." "뭐~ 재밌지...안되면 또 니들 부르고 같이 조립하자~!" "됐네요~!혼자 하셔~!"
"야~! 근데, 이 박스엔 뭐 들었냐?" 친구가 테이프를 뜯으려 하자 "안돼~! 김준영! 건들지마~! 그거~!" 선우가 정색하곤 소리쳤다.
갑자기 분위기가 쎄~해졌었다. "미안~!! 보여주기 싫은 개인용품이야~! 나 혼자 있을때 정리할께~" "알았어. 그리해라~~"
이삿날 멀리사는 두친구가 가고 나랑 대충 정리가 된 집에 선우와 둘만 남았었다.
"저기~ 미안한데... 우리사이에 못 보여 줄것도 있냐? 아까 준영이한테 왜그랬어? 그새끼 얼마나 무안했는지 얼굴이 시뻘개졌었어~"
"그러게 바로 사과했잖아. 내가 준영이한테 전화로 또 사과할께..." "야~! 나도 못보여주냐? 12년 된 친군데?"
아~하~! 선우가 날보고 한숨쉬더니 말했다. "너 새끼야~! 웃지마~! 놀리면 너, 다신 안봐~!" 정색하고 선우가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못했었는데..." "뭔데...이렇게 뜸을 들여...말해봐~안 웃을께..." "진짜지? 믿는다...말할께~! 봐라~!"
치~이~익~! 소리와 함께 선우가 박스의 테이프를 뜯어냈다. 그리곤 날보더니 망설이다 열어서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여자옷이 나왔다. 원피스, 치마, 속옷, 구두까지 전부 있었다. 난 놀랐지만 최대한 티를 안내고 말했다 "이거 여자 옷 아냐?"
"그래~ 여자 옷이지..." 경찰인 나는 이거 입고 다니는 변태인가? 생각이 들었다가 여자 혼자사는 집 빨래를 훔친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 이거 훔친거니?" 난 여자팬티하나를 들고 물었다. "아니야~! 내가 도둑놈이냐? 다 산거야~!" "니가 입을라고?"
"아니~! 어떻게 입냐? 사이즈가 맞니?" "그럼 여자들 옷을 왜샀니?" "그게...그냥 보고 있으면 좋아~! 그래서...샀어~!"
"흐~흥~! 뭐라구?" 참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터졌다. "흐흐흐흥~! 변태같지...나같어도 웃었을거야...친구새끼가 이런다면~!"
"하하하하~! 뭐 이런 새끼가 있냐? 난 몰랐다. 니가 이런 놈인줄~!" "말 안하면 모르지 어떻게 아냐?"
"웃긴 새끼네...전부다 산거라 이거지...훔친건 없고" "아이~! 새끼가 누가 경찰 아니랄까봐? 안 훔쳤어~! 훔쳤으면 고자된다"
"너, 그럼 이 옷들 어떻하냐?" "그냥 방에 걸어놓구 봐~! 그림처럼~!" "이게 모나리자니? 수련이니? 흐흐흐~!"
"아이~! 새끼 자꾸 웃네...이래서 말 안하려구 했는데...너 계속 웃으면 안본다고 했다" 말은 그러면서도 선우는 웃고 있었다.
"너 새끼야 조심해~! 이러다가 여자옷 입고 싶고, 입고 나가고 싶고 사람들 앞에서 자지 보여주고 싶고 그러다 강간범 되는거야~!"
"그렇게 일반화하지마~! 홍선아~! 난 안그래~! 여자옷 입고싶지 않고 남들에게 혐오감 주는 것도 절대 안해 그냥 보기만 한다고~!"
"와~! 난 이해가 안되네... 그래 세상에 여러사람이 있다니까...너 같은 사람도 있는거겠지. 니 취향 인정할께~!"
"니가 인정 안하면 어쩔껀데? 흐흐흐~! 쪽팔리기도 한데 너한테 털어놓으니 시원한 것도 있네..."
"아~이~! 변태새끼~ 여자들한테는 말하지 마라~!" "미쳤냐? 말하게...내 비밀 너한테 처음 털어논거야. 너도 비밀 지켜줘~!"
"당연하지 새꺄~! 이걸 누구한테 말하니...친구 변태에요 말하면 나도 변태되는거야"
"아~이~! 새끼가 자꾸 변태, 변태 그러네...난 아무에게도 피해준거 없어. 혼자 즐길뿐이야." "그래 알았다."
선우는 침실 벽에 계절에 맞춰 여자옷을 걸어둔다고 했다. 그 옷들이란게 쭉쭉빵빵한 미녀들에게나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우리 미정이같은 여자들 말이다. 선우는 집에 다른 친구들이 온다고 하면 옷을 치우는데 나는 비밀을 알고 있으니 그냥 걸어두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내가 가장 출입이 잦았다. 작년 봄인가 샀다면서 내게 보여주고 걸어놨던 옷을 왜 미정이가 빨아서 우리집
빨래걸이에 걸어놨을까? 선우가 미정이랑 어제 섹스를 한건가? 조개젓 얘기에 의하면 보지도 빨았단건데...옷을 빨아야 될 정도로
지저분하게 놀았나? 홍선은 저 옷을 입고 선우의 정액을 여기저기 묻힌 미정을 상상했다.
분리수거할 것들을 챙겨 내려갔다. 빈캔들을 "깡~깡~!"소리나게 던져넣으며 홍선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플라스틱류를
톤백마대에 쏟고 종이류를 상자들 모으는 곳에 던지곤 손을 털었다. 좋아서 짝짝짝~ 박수도 쳤다.
"이미정~! 넌 이제서야 완전히 내께 되는거야...그동안 재미없었는데...앞으론 나만의 환타지 걸이 되는거지...흐흐흐흥~!"
유홍선은 살면서 이렇게 기분좋은 날이 없었다. 머릿속에 세운 계획대로만 된다면 흐흐흐~! 웃음이 계속 나왔다.
집에 들어갔다. "어~! 자기 잘버리고 왔어?" "음~!" "뭐야~? 뭐 좋은 일 있어?" 아내가 홍선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좋은 일 앞으로 생길것 같애~!" "뭐야~? 싱겁긴~!" "미정아~! 나 선우랑 배드민턴 치고 올께~!" ".....어~! 그렇게 해~!"
난 남편 입에서 선우의 이름이 나와 깜짝 놀랐으나 티안나게 답했다. 남편이 진짜 운동가는지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나왔다.
"자기 아직 추운거 같은데..." "춥긴~! 운동하면 더워~! 갔다올께 늦지 않을거야" 남편이 운동화 신고 나갔다.
'위이잉~위이잉~! 위이잉~위이잉~!'식탁에 올린 내 폰 진동소리였다. 들어보니 -시아버지-라고 떠있었다.
"에~휴~!"하고 폰을 받았다. "네~! 아버님 안녕하세요?" "그래 잘있었니? 오늘도 룸에 잠입중이냐?"
"아니요~! 오늘은 일요일이라 가게 문 닫는대요. 그래서 쉬어요." "그래 쉬엄쉬엄해야지...지금 어디냐?"
"홍선씨랑 같이 있는데요. 서울집이에요" "그래? 홍선이도 잘있지?" "그럼요~! 아버님 어제는 등산 다녀왔다던데요."
"그래~운동도 해야지 명세기 경찰인데...그건 그렇고...미정아~! 교복은 샀니?" "네~! 아버님~! 그날 가면서 샀어요~!"
"어~흠~! 그래~! 잘했구나~! 그럼 언제 입은거 보여줄래?" "내일 어떠세요?" "좋지~! 내일 니가 여기로 올래?"
"아버님 죄송한데 제가 가긴 그렇구요. 그간 보고서를 써야해서 서에도 들어가봐야 되고, 저희집으로 오실래요? 오후에요."
"그래~ 그러마~ 월요일이라 차도 안막히겠다...드라이브 삼아서 가마~! 고맙다 미정아~! 내일보자~!"
"저 근데요 아버님~! 설마 내일 친구분들이랑 오시는건 아니죠?" "예~끼~! 어디 그놈들이 내 아들집에...쯧쯧~! 혼자갈거다"
"네~! 그러세요 전 또 같이오시는줄 알고..." "그건 너좀 익숙해진 다음에 차차하려던거지 바로 하려던건 아니다."
"왜~? 넌 하고싶니?"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허허허허~! 그래 내일보자 전화하고 가마~"
시아버지는 금요일날 나랑 놀았으면서 또 보자고 전화를 한 것이다. 정확힌 또 보자가 아니라 또 섹스하자지...
한편 유홍선은 201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가서 순식간에 친구집 문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선우는 인터폰 화면에 뜬 홍선을 보곤 흠칫~! 놀랐다. "저 새끼가 왜왔지?" 일단 문을 열어주었다.
"어~! 홍선아 왠일이야~? 미정씨랑 안놀고?" 신발을 벗고 들어선 홍선이 선우를 보고 말했다.
"뭔소리 하는거야 미정이 교육갔다고 했잖아~!" ".....아~~~~! 맞다...그랬지...깜빡했다."
홍선은 제집처럼 거실쇼파에 앉았다. "뭐하고 있었냐? 어머니는 가셨어?" "....응~~~가셨지..."
"조개젓은 맛있었냐?" "......어~~~! 아~~~ 맛있었어.." "그랬을거야. 그거 아무나 못먹는 명품 조개젓이니까~!"
선우는 불안했다. 홍선이 자길 쳐다보는 시선도 그렇고 이 얘긴 또 뭔가? 조개젓이 명품이라니....
"그 옷 있잖아~! 잘 어울리디? 실제로 사람이 입으니 어떻든?" 선우는 친구에게 캔맥주를 가져다 주다가 깜짝 놀랐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이~! 새끼가~~~오리발은~~~~다 알고 왔어~! 빽보지 미정이랑 노니까 좋디?"
선우는 홍선이 옆 쇼파에 앉으려다 놀라서 앉지도 못하고 서있었다. 홍선이 싱글싱글 웃으며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모습이 더 무서웠다. 학창시절 홍선은 불량학생은 아닌데 체격이 크고 싸움을 잘해 아무도 건드리는 애들이 없었다.
대학가서도 운동 열심히하고 경찰이 되어 정말 잘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홍선에 비하면 선우는 왜소했다.
"정선우~! 너...아는대로 말해~! 경고가 아니라 명령이야~!" -치~이~익! 딱~!- 소리를 내며 홍선이 맥주캔을 땄다.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해~!" 정색하고 친구지만 무서운 톤으로 말하는 홍선이 선우는 정말 두려웠다.
어쩜 자길 죽일지도 모른다..."저~ 그게....어떻게 된거냐면..." "아~이~! 새끼가 뜸들이지 말고 대리기사 건부터~!"
선우는 홍선이 대리기사란 말을 꺼내자 자포자기했다. 진짜 다알고 왔나보다...
홍선은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선우의 얘기를 들었다. 기가 막혔다. 잠입수사를 하는데 왜 말을 안했지?
남편한테도 숨기다니...하긴 말하면 허락하지 않았을테니까...선우가 아는건 미정이 겪은 일중 일부만인데도 홍선은
너무나 자극적이라 자지가 불끈거렸다. "그래서 너도 미정이한테...그랬구나" "홍선아~! 진짜 미안하다~!"
얘기를 끝내자마자 선우가 쇼파에서 내려와 홍선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술도 취했고...그래서 미쳤었나봐~
진짜 할말이 없다...때릴려면 때려라~! 친구와이프 그랬으니 맞아도 싸다." "아~이~! 됐어 선우야~! 일어나~!"
선우는 미안함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고갤들어 홍선을 보았다. 홍선은 그리 기분나쁜 표정이 아니었다. 이상했다.
"정선우~! 솔직하게 다 얘기한거 맞지?" "그럼, 아는대로 미정씨한테 들은거 다 얘기한거야~"
"아~이~! 새끼야~! 무릎까지 꿇고 뭐하냐? 일어나 사람 민망하게...인나~!" "홍선아~! 용서해주는거야?"
"그래 새끼야~! 우리사이에... 정선우 어제 좋았겠네...흐흐흐 자지도 빨려보고 보지도 만지고 쑤시고 엉~?"
선우는 홍선이 왜이러는지 도무지 감이 안왔다. 혹시 놀리다가 때릴려고 그러나? 일반적인 아내농락당한 남편이 아니었다.
"어~이~! 선우~! 어땠냐고~? 이미정이 자지 빨아줄때?" 홍선이 선우를 쇼파에 앉히고 툭툭치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