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50)

그리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용재는 의아한 표정으로 철승을 쳐다보았다. 

"저, 이형사님~! 우리 밥먹으러 가는거 아니었어요?"    "흐흐흐~! 밥은 무슨~! 더 좋은거 먹으러 간다~!"

뭐가 좋은지 싱글싱글 웃는 철승을 보다 용재는 앞을 보았다. 곧 차가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금방 신호등에 걸려 차가 섰다. "야~! 조용재~! 너 애인없지?"  같이 일하며 둘다 애인이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네~! 없어요. 이형사님은 생겼어요?"  "흐흐흐~! 아니~! 나도 없지?"  "근데 지금 만나는 사람은 누구에요~?"

"지금 만나는 여자가 누구냐? 내 콘돔~!" "....네~?"  용재는 이양반이 무슨 소릴하나하고 고갤 갸웃거렸다.

"흐흐흐~! 용재야 콘돔의 용도가 뭐냐?"   "그야~! 여자들 임신되지 말라고 정액담는 라텍스죠~!"

"오~우~! 역시 공부잘한 놈은 달라 라텍스도 알고~! 그 여자가 콘돔이라니까~! 내 정액담는 콘돔~!"

용재는 말뜻을 알기 위해 머릴 굴리고 있었다. 그때 신호가 바뀌었는지 차가 앞으로 나갔다.

"흐흐흐~! 용재야~! 우리 지금 여자 만나서 섹스할거야."  철승이 운전하면서 말했다. "네~에~?"

"짜식아~! 섹스하러 간다고 섹스 몰라?"  "아니 알죠. 그걸 모르겠어요~!" 

용재는 당직서느라 밤을 새 멍했던 머리가 번쩍함을 느꼈다. "이형사님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지금 만나는 애가 누구냐~? 룸싸롱 나가는 년이야. 이 년이 약쟁이거든. 전과 2범~!"   "근데요?"

"내가 두번째 구속될때 잡았거든...근데 졸라 이뻐~! 놔주고 싶었지...근데 그럼 안되잖아...구속시켰어~"

"그런데요?"  "너도 알다시피 약 한번 한 애들은 못끊잖아 왜?"   "그렇죠~!"

"출소해서도 약하는 것 잡았지...근데 어떻했냐 둘이 쇼부봤어~! 구속 안시키는 대신에 내 콘돔하기로 말야~! 흐흐흐~!"

"정말이요? 그래도 되나?"  "안될거 뭐있어? 그년은 감방 안가서 좋고 나는 좆물 싸서 좋고..."

이말을 하면서 앞을 보며 운전하던 철승이 잠시 고갤 돌려 용재와 시선을 맞췄다.  "근데 저는 왜 데리고 가시는지...?"

"글쎄 이 썅년이~! 내 폰 번호 차단하고 딴데로 도망을 갔지뭐야~! 잡아오는데 넉 달이나 걸렸다. 오늘 교육 좀 하려고~!"

"무슨 교육을요?"  "주인 말 잘듣는 암캐로 만들어야지~!" 용재는 놀라서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경찰이 이래도 되나?'

"용재, 너 무슨 생각하는줄 대충 알아~ 근데 걱정 안해도 돼, 나만 믿어. 내가 너 피해가게 하겠니?"

"죄송한데요. 이형사님~! 저는 빠지면 안될까요?"  "흐흐흐~! 짜식 겁은 많아가지고 그래 겁나는게 당연하지..."

어느덧 모텔 주차장에 도착해 차가 세워졌다.

"용재야~! 까놓고 너 애인 없으니까 딸딸이나 칠거 아냐? 아님 안마나 그런데 가냐?"  "아이~! 저 그런데 안가요~!"

"용재야~ 남자들 성욕 풀어줘야 돼. 자연스러운거야. 그런데 가면 어떠냐? 안걸리면 되지." 용재는 말이 없었다.

"나 들어갈거야. 너 생각없으면 가도 돼~! 근데 졸라 예쁘다. 난 만나면 두 번씩 싸~! 흐흐흐~!"

용재는 어찌해야하나 생각이 복잡했다. "못 믿겠지? 그럼 같이 방에 있다가 걔 보고 맘에 안들면 그때 가든가~?"

그러자 용재는 '그래 밑져야 본전이야. 맘에 안들면 나가지 뭐. 얼마나 예쁘길래 저러나 보자~!' 생각이 들었다.

"네~! 저도 갈께요~!"    "그래~! 잘 생각했어~! 오늘 부랄이 쪼그라들도록 싸라~! 용재야~! 흐흐흐~!"

그는 선배가 저질스런 말을 하자 생소했다. 저런 사람인줄 몰랐다. 둘은 차에서 내려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딸~랑~!- 용재는 가슴이 벌렁거렸다. 형사가 되어서 죄지으러 가는 기분이었다.

"양기태~! 잘 있었냐?"  "와~아~! 이형사님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근데 옆에는 누구냐는 눈빛으로 그가 용재를 보았다.

"~~어~! 이 친구는 내 후배, 같은 조, 형사야~!  인사해~! 양기태라고 소매치기 4범~!" "아~이~! 이형사님~! 옛날 얘기는~!"

"옛날은 새끼야~! 작년이 옛날이니? 너 출소한 지 얼마나 됐냐? 6개월도 안된 놈이..."

"아이~! 지금은 선량한 시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 짓 더 안하려고 이형사님한테 일자리도 부탁드린거 아닙니까?"

"그래~! 잘했다. 용재야~! 얘, 내가 여기서 일하게 해줬잖아 ~! 하하하~!" "근데 후배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왜~? 새끼야? 너보다 어리면 반말하게?"   "아니요~! 제가 어떻게 형사님께 반말하겠습니까, 그냥 어려보이셔서..."

"저 스물 아홉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아~유~! 무슨 말씀~! 제가 부탁드립니다..."  "기태야 빈방 있지?"

"그럼요~! 월요일 아침에 널널하죠~! 두분이 눈붙이고 가실려구하는구나 밤새고 피곤하셨나부다. 이리 오세요~!" 

모텔 입구 작은 반원 틈으로 대화하다 양기태란 사람이 나왔다. 손에는 일회용품들이 담긴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조용하게 꼭대기 층으로 가시죠 뭐~! 다른 층은 청소가 안 끝나서 아줌마들 돌아다녀 시끄러워요~!"

용재가 기태란 사람을 보니 키는 작은데 날씬한게 날렵해보였다. 소매치기를 했었다니 잘 도망다녔겠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5층을 양기태가 눌렀다. 셋은 복도를 걸어가 끝방 앞에 섰다

"여기가 크고 조용한 방이에요~!"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서 키를 꼽자 방에 불이 켜졌다. "용재는 쉬고 있어~! 난 잠깐 나갔다가 올께~!"

철승이 기태와 방을 나왔다. "506호구나~!"  "이형사님 계산은 어떻게? 지금 해주셔야 되는데..."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에 도착할때까지 철승은 말이 없었다. 양기태는 더이상 돈달란 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형사가 심각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양기태는 다시 카운터실로 들어갔다. 

"기태야~! 계산은 나갈때 할께~! 방으로 인터폰 하지마~! 12시 전에 갈꺼야~!" 그러더니 철승이 모텔밖으로 나갔다.

"저새끼는 내가 두살 더 많은데...계속 반말이야...씨발놈이...짭새면 다야~! 모텔에 후불이 어딨니? 선불이지~!"

양기태는 철승이 못듣는데서 욕을 했다. "이미정~! 설마 안오는건 아니겠지?" 철승은 모텔 안 주차장에서 담배불을 붙였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담배를 다 피우고 하자 생각하는데 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8746~! 이미정의 차였다.

 나는 남편이 출근한 집에 혼자있다 철승의 전화를 받고 생각했다. '이 인간이 또 뭘하려구 전화했지? 또 그걸텐데...'

지난 토요일 철승이 룸에 와서 혼자 날 데리고 놀았다. 그에겐 마약수사를 위한 잠복이 아니라 돈벌려고 한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그는 남편도 이일을 아느냐며 협박했다. 그를 떼어내기 위해 부서 막내인 승현이에게 주변 ATM CCTV를 확보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근데 그게 어제-일요일. CCTV확보는 절차를 거쳐야하고 여기저기 다니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철승에게서 벗어나는건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그가 요구하는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난 아침에 남편이 입혀준 옷을 입고 그가 오라는 애플모텔로 향했다. 월요일 출근시간 지나니 교통정체없이 도착했다.

차에서 보니 이철승이 담배를 피다 바닥에 버리고 다가왔다. 난 차에서 백을 들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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