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
티셔츠와 타이즈를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성주학생의 모습인데도 아내는 자신의 알몸이라도 다 까발려진 듯 느껴지는지 양반다리로 앉은 자세에서 무릎을 세워 몸을 움츠리더니 허벅지로 가슴을 가리기 시작했다.
부담스럽다는 듯 빤히 쳐다보는 성주학생의 시선에 아내가 움츠리는 동안 난 하던 얘기를 계속 이어가는데.. 아내가 도저히 못 앉아있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걸음을 옮기는 아내가 내게 애한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라는 듯 눈을 흘겼고 주먹을 쥔 손을 들어 보여준다.
‘참나.. 일은 지가 다 벌려놓고..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되냐....’
“음.. 오늘 정말 고맙네.. 난 또...”
“네?”
“아니.. 갑자기 네가 버스 타는 걸 보고 괜히 오해를 해가지고.. 어쨌든 너 때문에 험한 꼴 안 당했다고..”
“아니에요.. 제가 더 일찍만 왔어도... 근데.. 정말 쓰리섬이 뭐에요?”
“배..배 안 고프니?... 밥 더 먹을래?”
“....”
“....”
어색한 침묵 속에서 성주학생은 날 똑바로 쳐다보며 꼭 질문의 답을 듣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력 하는 얼굴표정까지 짓기 시작했는데.. 정말 난감했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실대로 얘길 하자니 순진한 성주학생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됐고 그렇다고 얼버무리기엔 이놈도 단어에서 나타나는 뜻을 짐작하고 있는 듯 보였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몇 번이나 화제를 돌리려 해봤지만..
“그게 혹시.. 세 명이서 하는 거예요?”
“케.켁... 무.뭐라고?”
“저도 다 알아요. 야..동도 봤어요.”
“.....”
“그럼.. 누나도.....”
“상황극만 했지 저 사람은 아직 아니야!”
“...네? 상황극이라뇨?”
“아니.. 내 말은...”
생각지도 못 한 성주학생의 생각지도 못 한 돌 직구 같은 공세에 말실수를 하게 된다.
“왜요?”
“...왜..라니?”
“두 분은.. 사랑해서 결혼 한 거 아니에요?”
“당..연하지...”
“그런데 왜.. 쓰리섬이란 걸 왜 해요? 쓰리섬이란 게 세 명이서 같이.. 하는 거 맞죠?”
“야.. 쓰리섬이 꼭 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아니거든!”
“그럼 아저씨는 그런 걸 왜 해요?”
“왜..하다니?”
“누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
“그런데 왜 다른 여자랑.. 그것도 누나 앞에서 그런 걸 해요?”
“그..그거야...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데.. 아니.. 내 말은...”
“...”
“떽!!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우려고.. 그런 건 나중에.. 아니! 넌 알 필요 없는 거야!”
제일 한심하게 여기는 꼰대 짓을 내가 하고 있다.
평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린아이한테도 배울 점이 있고 가르치려고만 들 지마라! 라는 말을 부하직원들에게 했던 나였는데.. 정작 성주학생에게 어린놈이라는 말을 하며 자리를 모면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정말 해 줄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았고 억압적인 말투로 화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가는데..
“그래! 괜히 어른들 일에 상관하지 말고.. 짱구새끼 제대로 처분 받으면 곱게 집에 돌아가서 공부나 열심히 해!”
“전 안 돼요?”
“.....뭘?”
“저도... 알 건 다 알아요.”
“무..뭘 안다고 헛소리야!?”
“저번에 노래방에서도 그렇고.. 어제도... 누나하고 아저씨가 하는 일.. 저도 껴주세요.”
“무..뭘 껴주긴 껴줘! 참나... 야! 너 은희랑 나랑 뭔 짓을 하는 지... 알고서나 하는 말이냐?”
“네!”
“참나.. 이 새끼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뭘 안다고..”
“머리에 피 마르면 사람 죽어요.”
“뭐?”
당돌하기까지 한 성주학생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너무 순진한 순둥이로만 알았던 성주학생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도 당혹스러웠지만.. 날 똑바로 쳐다보는 성주의 눈빛이 날 더 당황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하~.. 성주야..”
“...네.”
“이런 건 말이야.. 네가 커서..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랑.. 아니.. 사랑하는 여자하고 색다른 게 하고 싶을 때.. 그때 허락을 받고 하는 거야.”
“저 누나 좋아해요.”
“....뭐?”
“.....”
자신도 자기가 내뱉은 말이 쑥스러운지 말을 하곤 처음으로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것보다.. 남편인 내 앞에서 내 아내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성주학생의 모습이 더 당돌하게 보이며 ‘어라~.. 이 놈 봐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점점 오기란 감정이 단전 밑에서 서서히 몰아차기 시작한다.
“좋아하긴 뭘 좋아해! 네가 여자 보지를 처음 봐서.. 아니.. 내 말은 여자 몸을 처음으로 실제로 봐서 격한 감정을 느끼는 거 같은데.. 그게 한순간의 취기고 착각이라고.. 저 다 늙어빠진 아줌마가 좋긴 뭐가 좋냐?”
“누나가 왜 아줌마에요?”
“그럼 아줌마지! 그러고 보니까 너 자꾸 나는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왜 내 마누라는 누나냐!?”
“......”
“성주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름답지도.. 환상적이지도 않은 게.. 그리고 처음부터 그런 걸 접하면 네 성정체성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생각해 봐라.. 네 말대로 저 아줌마를 네가 좋아한다고 치자..”
“정말 좋아해요.”
“하!! 이 새... 그래.. 좋아해!! 네가 내 마누라를 좋아해도.. 어쩔 건데? 벌써부터 야한 행위와 사정에만 익숙해지면... 너 진짜 쓰리섬이 뭔지 아냐? 그거 여자 하나에 남자 둘이 붙어서 앞뒤로.. 아니.. 번갈아가면서 막.. 막!! 그러니까.. 한 구멍에 번갈아가면서.. 막!! 내 말이 뭔.. 악!!”
‘빡!!!!’
갑자기 별이 보일정도로 강한 충격이 내 뒤통수에 전해졌다.
그리고 너무나 듣기 좋은 경쾌한 소리가 내 뒤통수를 통해 귀에 전해졌고,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앞으로 고꾸라지듯 상체가 크게 기울게 되는데.. 하마터면 상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구멍에 뭘 번갈아가면서 하냐! 마..막이 뭔데!”
“아..프잖아!”
“애 알아듣게 말하라니까.. 뭔 헛소리를.... 성주야.. 나 같은 아줌마한테 느끼는 감정은 이 인간이 말했듯이 순간적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런 거 알아서 정말 인생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거든... 지금 성주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뭐니.. 공부잖아. 지금 3년이 평생을 결정짓는 가장 소중한 시간인데.. 성적이라도 떨어지면 이 누나가 성주한테 얼마나 더 미안해하겠니.. 응?”
“저 공부 잘해요.”
“...뭐?”
“반에서 3등 안에 들고.. 내신 1등급 항상 유지해요. 그럼 성적 안 떨어지면...”
“떽!!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그렇지.. 자만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한 순간이라는 거 모르니?! 그리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네 나이 때가 얼마나 순수하고 좋은 시절인데, 나 같은 여자 좋아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처음은 정말 사랑하는.. 아씨..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여튼 공부해! 아니.. 공부도 하고 지금처럼 순진하게 자라라고!”
“.....”
“뭔 헛소리냐.. 횡설수설도 아니.. 악!!”
‘빡!!’
“아씨!! 진짜!! 자꾸 머리 때릴래!?”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오빠처럼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 또 어디에 있냐.”
“참나... 지 남편한테...”
“아 몰라! 확!! 중고거래장터에 팔아버릴까 보다.”
“......”
“하여튼 난 내일부터 클럽에 갈 거니까. 당분간 아침은 알아서들 챙겨 먹어.”
“내일부터?”
“아! 얘기 안했구나.. 클럽 사람들이 직원 없다고 나보고 얼마동안만 나와 달라고 사정사정을 해서.. 내일부터 다시 나갈 거야.”
“피~ 뚱뚱해졌다는 말에 또 욱한 건 아닌가?”
“뭐!!?”
“아..아니야.. 알았어.. 알았다고.”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네가 왜? 넌 학교 안 가냐?”
“내일은 개교기념일인데요. 아저씨!”
“하.. 이놈이 끝까지.. 개교기념일이라도 니가 왜 은희네 클럽에 가는데!?”
“저도 수영 잘 해요.. 수영이 심장에 좋다고 해서 1년 넘게 다녔고요. 오랜만에 운동 좀 하려고요.”
“이게 한 마디도 안지고.....”
“누나 저도 같이 가도 되죠!?”
“으..응?.. 그래.. 같이 가자. 그 놈이 또 찾아올지 모르는데.. 같이 다니면 좋지.”
“......”
“아싸!!!”
파이팅까지 외치는 성주학생의 모습에 기가차서 말이 안 나왔다.
그런 모습에 피식하고 웃던 아내가 성주학생이 귀엽다는 듯 머리까지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줬고 난 더 어이가 없어서 아내를 노려보게 되는데.. 저 사람은 내 속도 모르고 혀를 삐죽 내밀며 날 골려주는 표정까지 짓는다.
마음 같아선 오늘도 회사를 재끼고 아내를 따라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부장 놈이 아침부터 전화를 해대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출근을 했고 내 사정 같은 건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얘길 하는 부장 놈의 말투에 몇 번이나 쥐었던 주먹을 풀길 반복하며 업물ㄹ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해 집에 들어왔는데 다 꺼져 어둑한 거실 안에서 괜한 짜증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느끼며 핸드폰을 들고 단축 번호 1번을 꽉 누른다.
“어딘데 아직도 안 들어왔어!?”
[다 왔거든! 왜 전화 걸어서 짜증부터 내냐!?]
“......지금이 몇 신데..”
[이제 겨우 8시고만! 다 왔어!]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풀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지곤 온 체중을 실어 그 소파에 앉은 난 깊게 한숨을 내쉰다.
‘이 여편네가 진짜 성주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혹시... 그 새끼 자지에 혹 해서... 설마... 오늘도 나가서 뻘짓거리라도 한 거... 아니..’
[삐삐삐삐~삐삑~ 삐리링~]
“크크큭..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거기서 그러면 어떻게 하니!”
“제가 뭘요.. 그 아줌마가 이상한거지..”
“야! 누가 봐도 네가 너무 노골적이었어!”
“제가요!? 아닌데요!”
“아니긴.. 크크큭크큭~”
“아주.. 깨가 쏟아지네.. 참나.. 누가 보면 연상연하 커플인 줄 알겠다.. 자~~알 한다!”
“깜짝이야. 오빤 불도 안 켜고 뭐하냐!?”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혼자서 뭘 하냐..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아!! 아니다.. 크큭큭~ 배고프지 얼른 밥 할게.”
들어오자마자 아내는 주방으로 향했고 가는 동안에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연신 키득거리며 웃음을 참질 못 했다. 그 모습에 또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걸 겨우 참고는 작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성주학생을 이유 없이 노려보기 시작하게 된다.
“재밌었냐?”
“....네. 영화도 재밌었고.”
“영화?”
“...”
“무슨 영화? 영화도 봤냐?”
“네..... 누나 밥 아직 멀었어요?”
내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성주학생이 자릴 피하며 아내가 있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예정에 없던 영화까지 보고 왔다는 성주학생의 말에 그럴 리가 없었지만 저 여편네가 진짜 저놈하고 데이트를 즐기고 온 건 아닌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며 또 다시 시시덕거리는 둘의 모습을 영혼 없는 시선으로 쳐다보게 된다.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 내는 거 아니야?’
말이 고등학교 1학년이지 병으로 인해 1년 넘게 쉬었고 거기다가 빠른 생년이라면 애가 애가 아니잖아.. 라는 생각을 하며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아내와 짱구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고 ‘진짜 미쳤냐!’ 라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안자고 뭐해..”
“응? 잠이 안 와서..”
“빨리 자.”
“이것만 보고.”
“내일 출근 할 사람이.. 지금 몇 시야?”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미드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핀잔을 준다.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며 아내에게 대답한다.
“1시 20분.”
“빨리 자.”
“어디가?”
“화장실.”
“....”
아내가 눈도 뜨지 않고 일어나 안방을 나간다.
핸드폰 불빛에 괜히 잠을 깨운 건 아닌지 미안해진 난 핸드폰을 머리위에 놔두고 똑바로 누워 눈을 감는데.. 금세 방으로 들어올 줄 알았던 아내가 돌아오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볼일을 봤으면 물을 내렸을 텐데 변기 물소리도 못 들은 거 같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안방 문을 열고 소리 없이 거실을 살핀다.
아내가 화장실이 아닌 작은방 문에 머리를 바짝 대곤 뭔가를 훔쳐듣는 모습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어두운 거실 속에서 아내의 모습을 더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는데, 아내가 조용히 작은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더니 흠칫 놀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린 성주학생의 당황스런 목소리와 얼어붙은 아내의 몸짓에 당장이라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아내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내 몸은 바짝 문에 기댄 채 둘의 대화만을 엿듣기 위해 귀에 정신을 집중한다.
“누. 누나..”
“아..안자고 뭐하니..”
“.....”
“빠..빨리 자.”
“....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는 문을 닫은 아내가 소리 없이 깊은 심호흡을 하며 손을 가슴에 얹고는 잠시 동안 작은방 문 앞에 서 있었고 몇 번이나 닫은 문을 쳐다보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듯 입을 모으고 나서야 화장실로 향하는데, 갑자기 열린 작은방문소리에 아내가 깜짝 놀라 뒤로 돌아 방에서 나온 성주학생을 쳐다보며 뒷걸음질을 치는데... 아내의 시선이 분명 성주학생의 얼굴을 거처 하반신으로 이어졌다 황급히 다시 성주학생의 얼굴을 쳐다본다.
“오..왜?”
“네? 물.. 마시러...”
“아.. 그..그래...”
정수기로 걸어가 물을 다 마신 후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성주학생의 행동에 아내는 화장실도 잊은 듯 멀뚱히 쳐다보며 서 있었다. 순간이지만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어색함만으로도 방금 전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질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 저 새끼 또 딸 잡았나?.. 근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서 있...냐.... 참나..’
“안..녕히 주무세요.”
“그..그래..”
인사를 나눈 아내는 화장실이 아닌 내가 훔쳐보고 있는 안방으로 향했기에 서둘러 침대로 점프를 했고 자는 척을 하게 된다.
“화장실에 뭐 이렇게 오래있다 와?”
“...으..응!!?? 아!! 자..장실..”
“....”
“하..하하.. 볼일 보러 갔다가.. 물만 먹고 왔네.. 다녀올게.”
침대에 누우려던 아내가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더니 정말 어색한 웃음을 보여주곤 다시 안방에서 나간다.
아무리 어색한 장면을 목격했던 아내였지만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아내라면 오히려 큰 소리로 뭐하는 짓이냐고 놀려댔을지 모르는데.. 아.. 그건 나한테 적용된 상황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아내의 행동이란 생각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 한다.
“오빠...자?”
“...왜?”
화장실에서 돌아온 지 약 10여분이 지났을 때 아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경찰서에서 연락 아직 안 왔어?”
“아직.. 왜?”
“아..아니야.”
“왜 그래?”
“아니.. 성주도 마냥 이렇게 우리 집에서 있을 순 없잖아.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야지..”
“불법침입에 강도죄까지 씌워서 입건한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 조만간 연락 오겠지. 아무리 빽이 좋아도 이번엔 빼도 박도 못 할걸..”
“그렇지? 그렇게 돼서 성주도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연락은 주말이 되도 오질 않았다...
오라는 경찰서의 전화는 오지 않고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부장놈이 오랜만에 침목도모 좀 하자는 말로 회식을 예고했기에 짜증이 밀려오는 걸 겨우 참고 있던 난 아내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게 된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하여튼.. 전화 받는 꼬락서니하고는.. ]
“왜?”
[오늘 환영회한다고 해서. 좀 늦을 듯.]
“얼마나?”
[글쎄. 가봐야 알지. 이 뇬들이 워낙 술을 좋아해야 말이지...]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아!! 나도 오늘 회식인데.. 성주학생은 어떻게 하지?”
[애도 아닌데 알아서 차려먹으라고 하지 뭐.]
“언제는 애라면서..”
[그랬나. 하하하.. 아! 나 부른다. 나중에 전화 할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똥 같은 망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였지만 그래도 고딩과 나뒹구는 아내의 모습은... 아무리 초대남이나 마사지란 색다른 섹스에 잔뜩 기대감을 품고 있던 나였고 그 상상만으로도 짜릿해하던 나였지만 동시에 느끼는 거부감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업무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는 이상야릿한 상상과 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현실로서 내 핸드폰을 통해 보이고 있다.
설마..하는 생각에 며칠 전, 자다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던 아내의 모습에 바로 다음날 인터넷에서 구입한 와이파이전용 CCTV를 집에 몰래 설치해놓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렇게 빨리 써먹을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한 난 대리기사를 보낸 시동 꺼진 차 안에서 이어폰을 통해 전해지는 아내의 목소리와 핸드폰 화면에 더 정신을 집중한다.
[오빠는?]
[아직 안 오셨는데요. 아후~..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드셨어요?]
[떽! 어른이 술을 마실 수도 있징! 푸~~ 기분 좋네..크크극~]
‘와~ 진짜 많이 발전했네.. 이 가격에 음성도 빵빵하고.. 사는 김에 여러 대 살 걸 그랬네..’
바로 옆에서 부축하는 성주학생의 팔을 뿌리치길 반복하던 아내는 차안에서 거실을 훔쳐보고 있는 날 집안에서 찾으려는 지 안방부터 화장실까지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이끌고 왔다 갔다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 역시 내 예상대로 오랜만에 일을 다시 시작한 아내는 자신의 환영회라는 핑계로 술에 엄청 퍼마신 게 분명했다.
그런데 난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뭘 보려고 CCTV까지 설치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홀로 앉아 아무도 보지 않는 차안에서 애써 태연한 척 똥 폼을 잡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애 낳으면 집에 CCTV설치할 생각이었잖아.. 그리고 뭐.. 은희가 설마 저 놈을 진짜 좋아하겠어? 그냥 친 동생처럼.. 그래.. 그냥 확인만 하는..거지.. 뭐. 다른 뜻이 있겠냐.... 어.. 저 여편네가 또..”
[아씨!! 이 인간이 아직도 안 들어오고 지롤이야~~]
[누나 들어가..서.. 윽!]
[이거 안 놔! 씨!!]
부축하는 성주학생의 팔을 또 뿌리치며 아내가 거실 소파로 걸어가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코트를 벗더니 아이보리색 목폴라 긴팔티까지 벗기 시작하는데.. 커다란 가슴을 노출시킨 채 덜렁거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곤 목에 걸린 티셔츠를 낑낑대며 벗으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결국엔 얼굴을 옷으로 다 가린 그대로 소파에 발라당 누워버린 아내였고 흰색 브래지어 아래로 배꼽까지 다 드러낸 아내의 모습은 타이트한 스포츠 타이즈조차도 뇌쇄적으로 보였다.
[누..누나.. 누나 일어나요.]
[으음..]
[누나..]
[아씨!! 이거 이 회앟ㅇ..우으힝..]
[네?]
[귀찬..다고.. 으~]
머리를 감싼 티셔츠를 조심스럽게 손가락만을 올려 내리기 시작한 성주학생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된다. 역시나.. 저런 순진한 놈한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라는 안도의 웃음을 짓기 시작한 그때 성주학생의 예상치 못 한 행동에 두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리며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게 된다.
고개까지 돌려 아내의 옷을 내리던 성주학생이 뭔가를 결심이라도 했는지 내리던 옷을 가슴에 걸친 그대로 두곤 한참동안이나 아내를 내려다보고 서 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분명 성주학생이 아내를 내려 보며 침까지 꼴깍거리며 삼키는 모습을 본 듯 했다.
[누..누나... 답답하죠..]
[우으은...응..]
[오..옷 갈아입으세요.]
[...]
잘 알아듣지 모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한 성주학생이 심한 갈증이라도 느끼는지 마른 입술을 혀를 날름거리며 침을 묻히다 그것도 모자란 듯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그리고 그 컵에 남은 물을 아내에게 먹이는데... 빈 컵을 싱크대로 가져다놓진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다.
투명한 유리컵에 묻은 아내의 립스틱자국을 빤히 보더니... 그 자국을 입맞춤하듯 남은 물을 마신.. 아니 할짝거리기 시작했다.
“이 변..태 새끼가... 참나 어린놈의 새끼가 못 된 것만 배워서.. 어..어라.. 아주 컵이 닳겠다, 닳아... 어.. 저 새끼가..진짜...”
갑자기 성주학생이 컵을 내려놓고는 작게 입을 벌리고 거친 숨결을 내뱉고 있는 아내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술을 포개기 시작한다. 도둑키스.. 성주학생이 지금 하고 있는 건 도둑키스였다.
“아.. 이 새끼.. 뭐냐.. 순진한 거야, 용감한 거야.. 아니면 순진해서 용감한 건가? 그래도 그렇지 뽀뽀가..뭐냐.. 참나 나 같았으면... 아니..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에이씨... 안 되겠다.. 그냥 들어가야지...”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던 난 황급히 다시 귀에 이어폰을 꽂게 된다.
뽀뽀를 하던 성주학생이 갑자기 돌변해 아내의 타이즈 하의를 벗기기 시작한 것이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뽀뽀를 하던 놈이 갑자기 이런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는데.. 성주학생이 어렵게 타이즈를 벗기자 아내의 하얀 허벅지와 검은색 팬티가 드러났다.
분명 항상 봤던 섹시하고 농익은 아내의 하반신이었지만 그만큼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핸드폰 속을 통해 보이고 있는 아내의 반나체는 내가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니 똑같지만 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마사지사가 지 와이프 주무르는 모습에 환..장을 하는 건가... 꿀꺽~~.”
[누..누나.. 가..감기 걸려요..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응..응...으으..음.. 무..물...물 줘!!]
[네..네? 아..네!!]
성주학생이 서둘러 물을 떠와 아내에게 먹인다.
그 와중에도 발목에 걸쳐진 타이즈가 불편한지 휘적거리다 다 벗어버린 아내의 모습에 혀를 차며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핸드폰을 더 가까이 놓고 다시 한 번 마른침을 삼키며 쳐다본다. 아니 노려본다..
다시 발라당 소파에 드러누운 아내는 말 그대로 술에 만취한 평소 버릇처럼 흐느적거리다 한 다리를 소파 등받이에 기대듯 세우곤 가랑이를 크게 벌린 채 또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자만의 중얼거림을 보여주고 있는데.. 성주학생이 다리를 움칠거리며 사타구니의 자세를 바로 잡았다.
저번부터 느꼈지만 성주학생의 자지는 흡사 야동의 흑형처럼 비현실적인 크기로 내 입에서 감탄사부터 자아내게 만들었는데.. 옷 속으로 선명히 드러나는 놈의 자지 크기에 역시나 대단함부터 느끼게 된다.
“어린놈..의.... 새끼라고 말도 못..하겠네.... 와.. 이 새끼 진짜.. 아니지 내가 지금 감탄을 왜 처하고 있냐. 순진한 줄만 알았는데.. 저 새끼가... 아..쓰블.. 당장..들어가? 아니.. 조금 더.. 지켜..봐? 설마...꽂진.. 않겠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저 놈이 그럴 놈..은 아닌데...”
[누..누나 방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으은..웅? 오빠?]
[저에요.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씨.. 이거 놔.. 으씨......으흥..]
아내를 어렵게 일으켜 세운 성주학생이 아내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은 형태로 부축하며 안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는데.. 분명 저 자세라면 아내의 엉덩이에 자지를 짓이기고 있.. 그것보다 성주학생은 지금 아내의 가슴을 부축을 핑계로 움켜쥐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안방.. 이거 어떻게 옮기는 거지.. 안방 CCTV.. 아!! 안방엔 CCTV가 없지...”
CCTV를 하나만 사서 거실에 숨겨 놓은 내 자신을 후회하게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온통사방에 다 설치해둘걸.. 이라는 생각을 하며 거실만을 비추고 있는 핸드폰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소리라도 듣기 위해 볼륨을 최대로 올려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지만..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차에서 내린 난 금방이라도 집으로 뛰어올라가려던 생각과는 달리 순간 망설이게 된다.
초조한 마음에 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고민에 빠졌다. 담배 연기를 빨아드리는 것도 잊은 채 차 옆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순간의 객기로 자지까지 꺼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술에 취한 아내에게 험한 짓을 할 놈이 아닌데.. 그래도.. 이놈도 남잔데.. 아무리 어려.. 아니..지... 나이는 차고 넘치잖아.. 아씨.. 뭘 망설이고 있어.. 더 큰 일 벌어지기 전에 올라가자.. 아.. 괜히 이러다가 또 엄한 놈 잡는 건 아닌가..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최대한 자연스럽게..”
서둘러 집으로 올라간 난 생각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고 인기척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나 왔소~~ 자기야~? 성주야?”
“오..오셨어요.”
성주학생이 안방에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도 못한 채 서둘러 나온다.
“넌 왜... 거기서 나오냐?”
“예..네?? 누..누나가 취해서.. 안방에 눕혔어요.”
“......그래?”
“네.. 수..술을 많이 드셔서.. 드..들어 오시자마자.. 막 벗기.. 시작하셔서... 그래서 우선 안방으로 모..아니 옮겼..모셨어요.”
“....”
“진..짜에요.”
“누가 뭐래? 왜 이렇게 당황하냐?”
“네?...그냥.. 누나가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옷을. 벗어서..”
“고생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지?”
“..네..네?.. 그럼요. 오늘은 누나 토하지도 않았어요.”
“그래...”
도망치듯 작은방으로 들어간 성주학생을 잠시 쳐다보던 난 안방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안방 불을 켜고 아내를 살피는데.. 아내는 평소에 입는 하얀색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뭔 놈의 술을 또 이렇게 많이 마셨냐..”
“으음~....”
“..어?”
“왔어.. 늦었엉..”
분명 혀가 꼬인 상태로 발음이 정확하진 않았지만 인사불성으로 정신조차 없는 줄 알았던 아내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말을 했다.
“당신.... 괜찮아?”
“응? 그럼.. 후~~ 넘.. 많이 마셨나 봐.”
“....”
“고 기집들은 어캐 변한 게 하나 없냐..후~~딸꾹~”
비틀거리며 일어난 아내가 화장실로 또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뭐야... 정신이 있었어? 언제부터? 분명히 처음엔 맨 정신이 아니었는데.. 언제 정신이 돌아온 거지? 그런데 언제 옷은 다 갈아입힌 거지? 내가 그렇게 오래 밖에서 머물렀나??? 아씨...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