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42)

고리-중 

“무슨 얘기?” 

“..응?” 

“아까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했잖아..” 

“아~.. 우선 밥 먹고..” 

아내와 난 동네 파스타 집으로 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음식점 중 아내가 대충 때우자는 말로 향한 이곳에서 아내는 크림파스타를 그리고 난 햄버거스테이크를 시켰었고 식사가 나오기 전에도 그리고 식사가 나온 후에도 별다른 대화 없이 서로의 속내를 숨기고 있다 느낄 수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복장으로 아내는 내 앞에 앉아 있다. 

수영장에서 퇴근 한 아내는 평소처럼 즐겨 입는 타이트한 스포츠 쫄 바지에 긴 흰색 목폴라 긴팔 티셔츠에 11월 중순의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오리털 파커를 입고 있었는데.. 아내가 먹고 있는 파스타의 크림이 묻어나는 입술을 보게 되자 나도 모르게 낮에 봤던 동영상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앳된 얼굴과 지금처럼 농염하지 않는.. 지금보다 훨씬 슬림한 몸매에 군더더기 없는 살집의 아내가 정말 맛깔스럽게 빨아대던 남자의 자지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손바닥을 모아 담은 정액들을 할짝거리며 핥아먹던 얼굴이 잔상처럼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내 아내가 분명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아무리 내가 아내를 남에게 돌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었고 사진까지 찍어 다른 놈들에게 보여줬던 행동을 할 정도로 성에 개방적이고 어쩌면 이미 변태의 범주를 넘은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지 몰라도 낮에 봤던 동영상은 차원이 다른 충격으로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어지럽히고 있었다. 

여자의 과거를 왈가왈부하는 놈만큼 찌질 한 놈이 없다고 했지만.. 머릿속으로는 나도 아내와 저렇게 했었고 동영상으로도 충분히 남길 수 있을 거라고, 사귄 사이가 아니더라도 섹스 동영상만큼 짜릿한 자기위로의 증거가 없을 것 이고 그 동영상을 유출시키거나 그 동영상으로 협박하는 놈이 나쁜 놈이지 아내는.. 피해자인 여자는 결코 잘 못이 없다고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며 스스로를 세뇌시켜보려 몇 번이나 노력해보지만.. 그럴수록 영상속의 아내와 현재의 아내가 겹쳐 보이며 날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혀가 꿈틀거리며 목젖까지 올라 온 얘기를 안간힘을 쓰며 억누르길 반복하며 겨우 식사를 끝냈다. 그런데 아내가 디저트도 나오기 전에 나가자고 한다. 혹시나 내 얼굴에 무슨 티라도 난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되지만 그건 아닌 듯 아내는 갑자기 술이 당긴다며 자리를 옮기자고 말을 했다. 

우리는 파스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호프집으로 향했고 당연히 시킬 줄 알았던 맥주가 아닌 소주에 오뎅탕을 안주로 삼아 또 침묵으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오빠.” 

“..?” 

“나 머리 자를까?” 

“머리? 갑자기 왜?” 

단순하게 끝만 다듬는 정도를 이렇게 물어볼 아내가 아니었다. 아내가 말하는 커트는 어깨를 넘어 브래지어라인까지 기른 긴 장발을 짧게 자른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수영강사로 일하면서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해서.. 좀 짧게 자를까 해서..” 

“그래도 2년 넘게 기른 건데 아깝지 않아?” 

“아깝긴... 놔두면 자라는 게 머리카락인데.. 그냥 자를게.” 

“.....” 

“긴 머리가 좋아?” 

“특별히 그런 건 아닌데.... 근데 할 말이란 게 이거야?” 

“응?.......그냥.” 

순간이지만 아내의 낯빛이 어둡게 변했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만약 아내가 과거를 숨긴다고 하면.. 

내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아내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내가 동영상을 기억 속에 담기 이전처럼 ‘서로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 믿으며 평범하지만 색다른 섹스로 유희를 즐기려던 예전의 모습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내고 싶어 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러나 고민을 할수록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내 아내는 이 여자였다. 아무리 지저분한 과거를 갖고 있는 여자라고 해도 이혼이나 헤어짐 같은 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난 역시나 용서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빠.”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그냥.. 자기가 갑자기 머리를 자른다고 하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 

“아!. 그때도 나 단발머리였나?” 

“응..그랬을 걸...” 

“수영 모자를 써야 돼서 어쩔 수 없어. 강사랍시고 모자 안 쓰면.. 아줌마들이 차별한다고 안 좋아하거든.. 한 두 번이야 수영모에 그냥 우겨넣으면 되지만 만날 쓰려니까 얼마나 거추장스러운데.. 오선생은 어떻게 만날 그 긴 머리를 정리하는지 모르겠어.. 역시 젊은 게 좋긴 한 가봐...” 

“.....” 

정작 듣고 싶은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 아내의 행동을 접할수록 어렵게 결심했던 다짐과는 다르게 내 입은 방정맞게 아내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말을 듣기위해 몰아세우려 한다. 

“당신 첫 남자가 김민우였던가?” 

“....왜?” 

“그 남자가 아니지? 그 남자랑은 나랑 만나기 얼마 전에 헤어졌다고 했잖아.” 

“..” 

“그럼 그 전에 아다를 땠을 텐데.. 나랑 만나고 결혼한 기간이 4년 정도니까.. 음~. 그 남자랑 만나고 헤어진 게 2년 정도전인가? 그래봐야 20대 중반인데. 설마 그때까지 처녀였던 건 아니잖아.” 

“아..니지.” 

“누구였어?” 

“갑자기 그건 왜?” 

“아니~ 전 남친 자지 크기까지 다 얘기했고 그 남친 친구들이랑도 복수로 질퍽하게 쓰리섬까지 했다면서.. 생각해보니까 요즘 성주놈 때문에 제대로 자기랑 즐기지도 못 했잖아. 어찌됐든 이제 성주도 집으로 돌아갔고... 계획대로 제대로 즐겨야지.” 

“내가 언제.. 그런 계획을 짰냐!?” 

“에이~~ 또 왜 이러실까..” 

“오빤 아직도 그러고 싶냐!? 그런 일까지 당하고...” 

“이럴 때일수록!! 더 화끈하게 놀아야지.. 이러다가 트라우마 생겨서 시작도 못 해보고 흐지부지 에요! 안 그래?” 

“참나.. 아주 대놓고 초대남을 부를 기세다..” 

“그럼! 당연하지!” 

가슴이 떨렸고 멎을 듯 울적했지만 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더 오버스럽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혹시.. 그 전 남친보다 더 대물에 나보다 더 변태는 아니었어?” 

“허.. 이젠 대놓고 변태라는 걸 인정하시네...” 

“어쩔 수 있겠냐.. 타고난 성품이 변탠데. 그래서 누구야? 응!? 대학교 때 만났던 CC는 아니.. 아!.. 자기 대학은 안 나왔지. 그럼.. 설마...” 

“무..뭐?” 

“수영장에서 일하던 놈 중에 있었던 거 아니야? 자기 한창 수영장에서 일할 때 몸매 끝내주는.. 아줌마들이 하트 뿅뿅 눈빛으로 뒤꽁무니 쫓아다니던 그 몸 좋고 잘생긴 놈 아니야?!” 

“아... 김선생님? 됐거든! 그 선생은 이미 결혼도 했고.. 무엇보다 내 취향이 아니거든요!” 

“그럼 누구야?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고모 집에서 나오려고 취직부터 했다고 했잖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영선생 중 한 명이 분명한 거 같은데....” 

“피~. 누가 직장에서 연예를 하냐.. 내가 공과사도 구분 못하는 칠푼인 줄 아나.” 

“그럼 뭐야.. 혹시 고딩때!?” 

“......” 

아내의 얼굴이 순간 흙빛으로 변했다. 

나도 속으로 ‘아차!’라며 입을 벌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어 담을 수 없었기에 더 능청스럽게 이빨을 놀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발랑 까진 줄은 진작 알아봤지만.. 너 고딩때부터 남자한테 꼬리치고 다녔냐? 아니지... 그 탐스런 엉덩이를 흔들었다고 해야 되나?” 

“점..점.... 누굴 날라리로 보나.. 내..내가 고등학교 때 얼마나 힘들게 학교 다녔는데! 연애질 할 시간이 어딨냐!” 

당황한 표정을 숨기며 아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솔.직히.. 전 남친 친구 얘기도 오빠가 자꾸 놀리니까.. 홧김에 한 얘기지.. 나도.. 순진했거든!” 

“.......” 

“진짜거든!!” 

“하하...하... 그건 아니지! 자기가 어딜 봐서 순진이란 단어가 어울리냐. 음~~.. 그래 백번 양보해서 얼굴이 순진하다고 치자..그래도 몸매는 아니지!” 

“내.. 몸매가 어때서!?” 

“자기도 자기 몸매 하나는 좋다고 뻔뻔하게 나한테 대놓고 얘기했잖아. 아니야!?” 

“참나.... 확 그냥!!” 

“헐.. 또 폭력 쓰려고..” 

“알면 좀 조용히 얘기해라!” 

“폭력 반대!! 하하하하하..하.” 

웃음 뒤끝이 씁쓸해진다... 

대놓고 고등학교 때 찍은 이 영상은 뭐냐!, 너 그런 짓까지 대놓고 했으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뻔뻔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할 수 있냐! 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겨우 억누르며 웃고만 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체 어떻게 하면 아내를 딴 놈한테 한 번 안겨 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을 때가 행복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궁금해?” 

“응?.. 그럼~! 당연한 거 아니냐?” 

“....” 

생각에 잠긴 내 표정에 아내가 잘못 해석을 한 듯 첫 남자에 대해 말을 하는데.. 

“그 남친 전에.. 몇 명이랑 더 사귀긴 했는데..” 

“.....그런데?” 

“.....” 

“얼마나 대단 한 놈이었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냐? 혹시.. 진짜 대물에..” 

“그 놈의 대물타령은..” 

“어떤 놈이었는데?” 

“그냥...” 

“...” 

“나중에 얘기 해 줄게... 이번 일 다 끝나면..” 

“이번 일?” 

“짱구사건 말이야..” 

“아~.... 그게 뭐 해결 되고 자시고가 있나. 어차피 형사가 제대로 조사한다고 했는데.. 법대로 하면 다 풀리겠지. 아무리 그 새끼 권력이 대단해도 법이 바뀔 거도 아니고...” 

“아직 미성년자라잖아.” 

“....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아내의 말에 애써 참고 있던 표정이 순간 드러났고 두 눈이 커다랗게 떠져 아내를 똑바로 쳐다보게 된다. 내가 잘 못 들었는지 알았다. 

“아니.. 그 형사 말 하는 것도 그렇고.. 이정도면 뉴스에라도 한 번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뉴스엔 짱구라는 이름조차 안 나오고...” 

“아무리 그 형사새끼가 그 새끼 편을 들어도 아닌 건 아니지! 왜? 내가 있는데 무서워? 그 새끼가 해코지라도 할까 봐? 내가 그 새끼 멱이라도 따올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무슨 멱을 따냐.. 참나....” 

“....” 

“크~~~. 말.. 나온 김에.. 사실 아까 오빠한테 할 말이란 게..” 

“응?” 

아내가 목이 마른지 소주잔을 단번에 비워버리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부정했던 자신의 과거를 설마 이 순간에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아내는 빈 잔을 다시 채우더니 또 단번에 들이키고는 쓴 소주의 정도를 보여주듯 더 인상을 찡그리며 오뎅국물을 안주로 세 숟가락 퍼 먹고는 말을 이어갔다. 

“오빠..” 

“왜?” 

“우리.. 그냥 고소한 거 취소할까?” 

“.......” 

“아..니... 쥐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몰라고 했잖아..” 

“그렇다고 고소를 취하해? 그리고.. 이거 민사가 아니고 형사건거든.. 고소를 한 적도 없지만.. 했다고 해도 취소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구나.” 

“왜? 그 짱구 새끼 아빠라는 작자가 옛 스승이라서 그러는 거야?” 

“으..응? 오빠가 어떻게..” 

“어떻게 알긴.. 그때 그 구의원이라는 새끼가 다 얘기 했잖아.” 

“아....” 

아내의 얼굴이 알코올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순간 순백의 드레스처럼 새하얘졌다. 

크게 놀란 두 눈으로 마른 침까지 삼킨 아내는 내 대답에 아주 작게 떨리는 입술사이로 다시 채워진 술잔을 대고 단 번에 비워버렸다. 

“취하겠다.. 뭘 그렇게 급하게 마셔..” 

“응.. 조금 그래서..” 

“뭐가? 진짜 옛날 선생이라서 그런 거야?” 

“....응. 계속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괜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도 들고.” 

“계란 같은 소리한다. 이렇게 단단한 계란 봤냐!? 네가 그렇게 약해 보여?” 

“아니.. 그러니까 더 걱정돼서...” 

날 걱정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를 걱정한다는 것인지 모를 말꼬리를 흐리는 아내의 모습에 내 심경이 더 복잡해진다. 그건 아내의 읽을 수 없는 무표정에서 더 그렇게 느껴질지 몰랐다. 지금 아내의 얼굴은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표정으로 고민이라고 확정짓기엔 부족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건 확실한데 그 이상의 읽을 수 없는 표정이 담긴 얼굴로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아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우리 오랜만에 야노나 할까?” 

“.......” 

“자기가 요즘 너무 성주한테만 몰빵 해서 마음이 약해진 거야.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하고 자극적인 걸로 잡생각을 떨쳐버려야 된다고....” 

“피~.. 그런 게 어딨냐.” 

“여깄지!! 응~!? 우리 오랜만에 야사도 좀 찍고.. 사이트에도 좀 올리자.. 자기 팬들이 무슨 사고라도 난 건 아닌지 걱정하겠다. 진짜 뜸했잖아.” 

“....참나. 지금 그러고 싶어!?” 

“고럼!”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다시 자문을 해 봐도 이 상황에서 야노라니.. 야사라니.. 바로 전 오후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음란한 아내의 과거가 담긴 영상을 보고도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나도 놀랍고 당황스러웠지만.. 끝내 고백이란 걸 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과 생각지도 못 한 고소까지 취소하자는 아내의 말에 하마터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막고 주제를 돌리기 위해 유일하게 생각해 낸 말이었다. 

“그래.. 까짓것 오빠가 원한다면.. 내가 옷 하나 못 벗겠냐..” 

“응? 진짜??” 

“어캐 할까!? 여기서 확 다 벗어버려!?” 

“....허~. 여보세요. 그러다가 잡혀가요.” 

“헐.. 오빠가 벗으라며! 나만 잡혀가면 억울하지!” 

“누가 대놓고 다 벗으랬냐? 우선... 그 타이즈하고 속옷 정도?” 

“......이거 벗으면 거기 다 보일 텐데.” 

“목폴라 때문에 안 보일걸.” 

“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 여기.. 울 동네잖아.” 

“그러니까.. 더 스릴 있지.” 

“.....하~. 진짜 변태네.” 

“알면서~ 크큭크큭~” 

“.......” 

“..어. 여..기서 벗게?” 

“벗으라며!” 

“아니.. 난 장실에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평일이라 한적한 실내를 확인한 아내가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고 테이블 아래로 옷을 벗는 아내의 해동에 놀란 난 아내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됐지?” 

“.....” 

“이건.. 어떻게 하지?” 

“응?” 

아내가 테이블 위로 스포츠 쫄바지와 함께 같은 검은색의 팬티까지 커다랗게 뭉쳐 쥔 손을 내밀었다. 

아내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옆으로 숙여 테이블 아래를 훔쳐보게 되었고 하얀색 목폴라 아래로 아내의 탐스럽고 단단한 허벅지가 살색을 그대로 드러난 채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확인하게 된다. 

“으~.. 근데 오빠.. 좀 춥다.” 

“...” 

“휴.. 술 한 잔 따라 봐.. 술로라도 몸 좀 덥여야지...” 

아내가 내가 따라준 술을 또 단번에 들이키더니 이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히쭉거리기까지 했다. 급하게 마시더니 분명 취기가 올라오는 게 분명했다. 

“아!!.. 이것도 벗으라고 했지..” 

“응?” 

아내가 갑자기 목폴라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등 뒤에서 손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한 팔씩 빼내어 옷 안쪽에서 브래지어를 풀어 이젠 남들의 시선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대놓고 브래지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브래지어의 색깔은 분홍색의 단조로운 패턴이 있는 모양이었고 난 잠시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아내의 브래지어를 빤히 쳐다보다 뒤늦게 황급히 우겨 잡고는 품에 숨긴 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미..쳤냐?” 

“피~.. 자기가 다 벗으라고 했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을 하면서도 내 시선은 아내의 젖꼭지를 향하게 된다. 

하얀 목폴라 티셔츠에 브래지어를 벗어 중력으로 약간 아래로 내려간 아내의 가슴의 굴곡과 함께 또렷하게 드러난 젖꼭지는.. 유심히 보지 않더라도 유난히 눈에 띨 정도로 아내의 작은 젖꼭지가 하얀색 티셔츠에 유난히 그림자를 그리며 솟아 있었다. 

“으~.. 브라 하나 벗었는데 더 추운 거 같아..” 

“......” 

“왜? 사진 안 찍어?” 

“으.응?? 찍..어야지.” 

“크큭큭.. 오빠가 더 떠니까.. 좀 이상하다.” 

팔짱을 끼며 가슴까지 모아주는 아내의 서비스에 망각의 동물인 냥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모드로 바꾼다. 

분명 머릿속에선 아직도 아내의 음란한 고딩때의 생생한 모습이 어지러이 휘젓고 돌아다녔는데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대범한 아내의 야한 모습에 더 아찔함을 느끼며 사진에 그 모습을 좋다고 담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내의 지금 행동에서 어릴 적 모습을 찾고 있는 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며 사진 속에 아내의 가슴과 드러난 허벅지까지 테이블 아래로 핸드폰을 내려찍기 시작했는데.. 

“오빠 만약에... 지금 초대남 부르자면 어떻게 할 거야?” 

“초대남? 지금?” 

“...응.” 

“갑자기 왜?” 

“예전부터 초대남 부르자고 노래를 불렀잖아... 싫어?” 

지금 아내가 정말 취한 걸까? 아니면... 

“근데.. 내가 정말 예뻐?” 

“....당연하지. 사람들이 댓글 남긴 거 못 봤어? 쪽지도 봤잖아.” 

“그거야.. 내 몸을 본거지 얼굴을 본 건 아니잖아..” 

“예뻐! 그건 내가 장담한다.” 

“치~... 다 늙어빠진 아줌마가 예뻐 봤자지.. 솔직히 예쁜 애들이 널렸는데 나 같은 아줌마를 누가 좋다고 부른다고 초대남으로 오냐.” 

“자기가 왜 아줌마냐? 결혼만 했지... 솔직히 얘기 안하면 누가 자길 유부녀로 보겠냐.” 

“피~~~ 벗어줬다고 립서비스 하긴..” 

“허.. 서비스도 정도가 있지.. 내 고추를 봐라.. 당장이라도 하늘로 승천할라고 난리가 아니에요!” 

“풋~.. 크큭큭.. 됐네요. 후~.. 근데 왜 이렇게 덥냐..” 

“그러게 적당히 마시지..” 

“오빠..” 

“헛...” 

아내가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얼굴을 연신 부치더니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티셔츠의 아래 단 가운데를 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목 부위까지 끌어 올려 봉긋 솟은 가슴골과 젖꼭지의 절반가량을 가리며 역V자로 알몸을 드러냈다. 시선은 아내의 드러난 가슴아래 부위와 복부를 향한 채 고개만 돌려 주위를 살피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두리번거리게 된다. 

“풋~큭큭.. 하여튼 변태야.” 

“참나..” 

“진짜.. 꼴렸어?” 

“....왜?” 

“보여줘.” 

“무..뭐?” 

“나도 다 벗었잖아. 오빠도 벗어야지. 나만 벗으면 억울하잖아.” 

“....” 

“으응~! 응!?”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너야.. 여기 있는 남자들이 보게 되면 환장하겠지만 내 비루한 자지를 보면... 윽..” 

갑자기 묵직한 무엇인가가 내 자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내의 발이었다. 테이블 아래로 놀라 시선을 돌렸을 때 아내의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이 내 바지의 중심을 짓누르며 밟고 있었다. 

“진짜.. 꼴렸네..” 

“그렇다니까.. 내가 안 꼴렸으면서 꼴렸다고 말을 하겠냐..” 

“음..하고 싶어?” 

“응.. 당장이라도 자기 보지에 박고 싶어.” 

“대 줄까?” 

“여..기서?” 

“왜? 싫어?” 

“....” 

“오빠는.. 정말로 내가 다른 남자한테 안겨서 헐떡거리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거야... 응.” 

“그럼.. 내가 과거에.. 그 전 남친하고 하는 걸 봤어도 좋았을까?” 

“...글쎄. 그땐.. 이런 성향을 몰랐으니까.. 화부터 나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 와중에 흥분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응. 아마 그럴걸.” 

“그럼....” 

아내의 발가락이 옷 위로 내 귀두를 지그시 누르다 위아래로 쓰다듬듯 문지르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허리를 빼게 되는데 더 집요하게 내 자지를 쫓아 아내의 발이 따라왔다. 엉덩이를 앞으로 뺀 아내의 자세로 인해 테이블 위에서도 드러난 아내의 허벅지와 엉덩이라인이 내 시야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정말로 내가 민호씨랑.. 막.. 지저분하게 놀았어도.. 흥분했을까?” 

“민호?” 

“응.. 옛날에 사귄 남자친구..” 

“지저분하게 놀다니? 어떻게?” 

“응?.. 그야.. 남녀가 할 수 있는 거..” 

“지저분하게 놀아봤자지.. 어떻게 놀았는데?” 

“그 있잖아.. 막.. 자지도 빨아주고.. 내 것도 그 사람이 빨아주면서.. 손가락으로...” 

“그게 뭐가 지저분하냐.. 나랑도 수시로 그러는데 지극히 정상적이지..” 

“그럼 어떻게 놀아야 지저분한거야?” 

“응? 글쎄....” 

말끝을 흐리게 된다. 

예상도 못 한 아내의 얘기를 듣고 있던 난 아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일종의 날 시험하기 위한 얘기는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고 고민하게 되었다. 많이 취한 아내임에는 분명했는데 아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을 들을수록 완전히 취한 것인지 아니면 취한 척을 하는 것인지도 살피며 대답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섹스에.. 지저분 한게 있을까? 어차피 소변보는 구멍이 달린 성기로 쑤시고.. 박히고 하는 건데.. 소변이 더럽다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물론 딴 놈이나 다른 여자 소변이면 더럽다고 느끼겠지만.. 자기 애가 싼 똥오줌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닦아주잖아. 손에 묻어도 뭐... 그런 게 아닐까?” 

“그거랑 이거랑 같아? 참나.. 오빠도 취했구나!” 

“그런가??” 

“피~.. 그래도.. 오빠가 상상할 수 있는 것 보다 1.5배 더 음탕하게.. 지저분하게 놀았으면.. 그래도 괜찮아?” 

“응. 지금은 괜찮을 거 같아.” 

“....왜?” 

“지금이야 자기를 딴 놈하고 같이 따먹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그것보다 지저분한 거? 그런 게 어디 있겠어.” 

“진짜.. 이러다가 크게 사고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사고?” 

아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내게 한 번 날리곤 다시 소주잔을 채워 목을 축였다. 

그 미소는 방금 전과는 달리 웃음기가 빠진, 진지함보다 조금 더 걱정을 담고 있는 듯 느껴진 미소였다. 그 걱정이 어디에서 온 건진 확실치 않았지만 아내는 이내 그 미소를 걷고는 다시 장난스럽게 내 자지를 발가락으로 꼼지락거리며 입 꼬리를 음란하게 올린다. 

“그래.. 어차피 사고 칠 거 오빠 말대로 제대로 놀기라도 해야지.. 기분이당! 불러!” 

“...뭘?” 

“뭐긴 뭐야.. 그 초대남이라는 거 부르라고!” 

“...지금?” 

“싫으면 말고! 마음 바뀌기 전에 부르는 게 좋을 걸!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허락한다!” 

“기분이 좋아?” 

“응!” 

“...왜?” 

“왜라니? 내가 기분 좋은 게 싫어?” 

“아니.. 진짜 불러?” 

“부르라니까! 언제 마음 바꿀지 모르니까 빨리 부르는 게 좋을걸!” 

“아..알았어...” 

이 와중에 갑자기 초대남이라니.. 

그리고 난 이 와중에.. 무엇을 확인하려는 놈처럼 핸드폰을 황급히 꺼내 저번에 주고받았던 텔레그램부터 확인하기 시작했을까?... 그 체대를 다닌 다던 놈과 나눈 대화가 눈에 들어와 잠깐 인상을 쓰곤 재빨리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중년의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상기시키듯 그 남자는 뭐가 급한지 내 문자도 읽지 않았고 답장조차도 없었다. 다음으로 눈을 돌려 사람을 찾던 난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라인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된다. 

아내에게 된통 혼이 난.. 그 라인의 주인공을 떠올린 난 그 집념만은 칭찬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기억 속에 떠올리며 라인으로 문자를 보내게 된다. 

“크큭.. 갑자기 구할 라니까 없지!?” 

“아닌데! 있는데!” 

“진짜? 뭐야.. 평소에 내 사진가지고 장난친 거 아니야!?” 

“장난은.. 어.. 문자왔다. 잠깐만..” 

“누..군데?” 

“있어..” 

“그러니까 누구냐고..” 

“허.. 당장 온다는데..” 

“당장?” 

“.....응. 진짜 부른다!” 

“...자..잠깐만. 조금 더 생각..” 

“벌써 여기 주소 보냈다.” 

“여..기!? 여기로 부르면 어떡해! 정신이 있냐!? 동네로 막 부르면..” 

“동네라고 해도 여기랑 집이랑 거리가 얼만데.. 걱정을 마라.” 

“바지.. 줘 봐.” 

“왜?” 

“....” 

“어차피 벗을 건데.. 이왕이면 첫 만남부터 임팩트 쩔게 만나면 좋잖아~..” 

“진짜 미..쳤어.” 

“훌러덩 다 벗던 게 누군데.. 누구보고 미쳤데? 크크크크~” 

“아씨.. 진자 부르냐..” 

“낙장불입!! 첫초대부터 어디서 장난질을 치려고..” 

“아.. 몰라.. 나 술 좀 더 줘.. 아씨.. 목 말라...” 

“크크크크..” 

“안녕하세요 형님!” 

“네? 아.. 안..녕하세요.” 

10분? 20분? 하여튼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한 180정도의 키에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대뜸 내게 형님이란 호칭으로 인사부터 했다. 

“와.. 형수님.. 진짜 펜입니다! 와~~.. 진짜 와~~...” 

바지와 속옷을 안 주자 아내는 파카로 몸을 가렸고 생각보다 큰 덩치에 이중 턱의 얼굴로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는 남자의 행동에 놀란 듯 입고 있는 파카를 더 여미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출된 하반신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고 하얀 살결에 탄탄한 허벅지를 얼굴과 함께 번갈아 훑어보기 시작한 남자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나 매너하고는 거리가 먼 남자의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주 잠깐 이 남자를 부른 걸 후회하게 된다. 

“캬~.. 형수님 진짜 쥑이네요. 사진보다 훨씬 섹시하고 예쁘세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제가 더 고맙죠! 하하하하하..” 

초대남이라 부른 이 남자와 얘기를 나눌수록 머릿속엔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이 남자를 부른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우선 남자의 잔에 술을 채워주는데.. 남자는 내가 따라준 술을 사이다 잔에 옮겨 따르곤 남은 공간을 다 채우고 나서야 벌컥거리며 다 마셔버렸다. 

“크~~.. 형수님 몸매만 보고 있어도 안주가 필요 없겠는데요. 쓰룹~” 

입술에 묻은 소주를 혀로 날름거린 남자가 다시 입맛을 다시며 아내를 노골적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아내는 파카의 옷깃을 더 여미며 자신의 몸을 숨기기 시작했는데.. 아내도 나와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대화를 나누며 통화까지 했고 그리고 지금 만나 얘기를 나눌수록.. 이 남자가 구의원이랑 닮았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쓴 소주를 단번에 입에 털어 넣으며 아내의 표정을 다시 한 번 살피게 된다. 

“크~.. 형님. 저 자리 옮겨도 됩니까?” 

“...네? 옮기 다뇨?” 

“형수님 보고 있을라니까.. 벌써 불끈불끈 하네요. 와~ 이거 진짜 월척.. 아니.. 형수님이 너무 예쁘신데요, 제 상상 이상입니다. 하하하하.. 정말 부럽습니다 형님!” 

“....” 

아내가 남자의 말을 듣고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좌우로 작게 가로젓기 시작했지만.. 난 이미 각오한 듯 아내의 표정을 계속해서 살피며 아내와 반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캬캬~. 감사합니다 형님!” 

“갑자기 남편분이 연락해서 놀랐습니다.” 

“....네. 바쁘신데 시간 뺏어서 죄송하네요.” 

“하하하.. 사과하시는데 사과로 안 들리는 건 제 착각이겠죠? 하하하.. 그런데 어쩐 일로 친히 전화를 주셨습니까? 왜요?” 

“저희가 합의를 바란다면.. 의원님 부탁대로 선처를 원하고 합의를 한다면..” 

“허.. 갑자기 왜요? 당장이라도 날 씹어 먹을 듯 노려보던 분이 이렇게 나오니까 좀 당황스럽네.” 

“......싫으세요?” 

“하하하하~. 제가 왜 싫겠습니까. 가뜩이나 이미지 관리 때문에 부위원장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는데.. 그런데 생각이 바뀐 이유라도 좀 알 수 있을까요?” 

“그 전에.. 합의금은...” 

“남편분이 만족하실 만큼 준비할 테니 그건 걱정 마십쇼. 그것보다 왜 생각이 바뀌셨는지.. 이 자리가 사실 사람들 눈칫밥으로 올라온 자리라서 사람을 잘 못 믿는 버릇이 생겨서 그런 겁니다. 이해해주세요, 원래 나랏일 보는 사람들이 도둑놈 아니면 사기꾼이라는 말을 듣잖습니까. 그런데 그 도둑놈이나 사기꾼들이 당할 땐 또 된통 당하다보니.. 하하하하~” 

“..대신 합의금 말고..다른 조건도 있습니다.” 

“조건이요?” 

“.... 동영상하고.. 사진이요.” 

“아~~~.” 

“원본을 넘겨주십쇼.” 

“하하하하하하하.. 왜요? 은희랑 그거 같이 보셨습니까? 하긴.. 그건 빙상의 일각이니 합의부터 보자고 했을 텐데.. 왜 연락이 안 오나 궁금했는데 말이죠.” 

“아내는 모릅니다.” 

“...네? 모르다뇨?” 

“당신.. 의원님하고 만나는 것 자체를 모른다고요.” 

“......허~. 그럼 은희는 이 영상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아예 모르겠네요?” 

“....” 

“대단하시네요. 저 같으면 제 마누라의 이런 영상을 봤으면 그냥 안 넘어갈 텐데...” 

‘이 개 같은 새끼야! 니가 찍었잖아! 니가 찍어서 동영상까지 남겨 놨으면서 뭔 헛소리야!’ 

“남편분?” 

“.....” 

“무슨 생각을..” 

“아닙니다. 저한테 그 영상 원본하고.. 남은 것들 다 주신다면 합의든.. 선처든 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처를 요한다고 해서 판사가 가만히 있을지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네요.” 

“에이~ 그건 판사한테까지 갔을 때 얘기고요.” 

“....네? 그럼요?” 

“하하하하하.. 거기까진 알 필요 없으시고.. 설마 녹음이라도 하고 계신가요? 뭘 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신지..” 

“그런 거 안 합니다.” 

“세상이 워낙 험해야 말이죠. 여기저기서 뒤통수치려는 놈들이 하두 많아서 그런 거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십쇼. 그것보다.. 그럼 본격적으로 합의금 얘기나 해 보실까요?” 

“합의금 얘기요?” 

“당연히 금액.. 아니지.. 지금 한 달에 얼마 받으세요?” 

“월급이요?” 

“네. 얼마 받으십니까? 아니다.. 그냥 한 달에 500에 차까지 얹어 드리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침 제 사무장이 그만 뒀지 뭡니까.. 저번에 보니까 배짱도 두둑하시고.. 계산도 빠르신 거 같은데.. 저랑 한 번 손잡고 일해 볼 생각 없으세요?” 

“갑자기.. 그게 무슨.. 그리고 월 500이란 게.. 저 같은 놈한테 너무 과한....거 아닙니까? 구의원님이야 말로.. 무슨 꿍꿍이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꿍꿍이라뇨. 하하하하하하.. 저희 집이 대대로 장사꾼인데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죠. 그리고.. 처음에 악연으로 만난 사람일수록 뒤탈이 없게 가까이에 두고 돌봐줘야! 끝이 좋다는 거 모르시는구나. 한 달에 200백? 300백 받으십니까? 제 제안이 결코 손해 보는 건 아니실 텐데.. 그리고 제가 구의원으로 남을 제몫으로 보신 건 아니시죠? 이제 겨우 오십 줄인데.. 하하하하하~.”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십쇼.” 

“오래는 못 드립니다.” 

“그래도.. 첫 월급이 500이란 건....” 

“제 돈입니까!? 나랏돈이지. 쪽팔리게 자기 돈 쓰면서 나랏일 하는 정치인이 어딨습니까!? 수억.. 아니.. 수십억씩 들여서 겨우 당선 됐는데.. 아무리 돌려받아도 밑으로 쓴 돈 채우려면 함부로 돈 못쓰죠.. 하하하하하~” 

“.....네. 그렇겠네요.” 

“역시~. 셈이 빠르시다니까. 하하하.” 

더러운 돼지새끼란 말을 입속으로 수십번 곱씹으며 얼굴엔 바로 앞에 앉은 돼지처럼 미소를 띤다. 당장이라도 저 놈의 면상을 일그러트리고 싶다는 엄청난 충동을 느끼지만... 꾹 억누르며 병신처럼 같이 웃어줬다. 

그날.. 

며칠 전 만난 라인의 초대남을 통해 봤던 아내의 모습에 난 결국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대로.. 그날.. 그 남자는 아내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아내의 허벅지위에 손을 올리며 번들거리는 입술을 침으로 닦아내기 바빴는데.. 아내의 맨 다리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짓기 시작한 그 놈의 얼굴이 아직도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내 눈치를 살피면서도 아내의 다리와 얼굴을 훔쳐보기에 바빴던 그 놈은.. 도저히 찾아보려고 해도 매너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 무뢰한이었다. 

“헉!.. 형수님.. 팬티는 어따 팔아묵으셨데요.” 

“...자..잠깐만요.” 

“아따.. 오늘 안주 지대로네! 형님.. 우리 곧바로 모텔로 가지 말고.. 좀 즐기면 안 될까요?” 

“즐..기다뇨?”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데.. 곧바로 입성하면 말이 안 되죠!” 

“오..오빠... 잠깐 얘기 좀..” 

“아따~~! 뭔 얘기를 하신다고.. 형수님 마음 변하기전에 우리 노래방 갈까요? 아님 당구장!? 아! 차라리 멀티방 갈까요?” 

“오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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