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42)

갈등-하 

“그렇게 좋냐?” 

“네? 뭐가요?” 

“...아니다. 그냥 고맙다고.” 

“뭐가요?” 

설거지를 다 끝내고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간 틈을 타 성주에게 말을 한다. 

설거지를 하는 아내의 모습을 내 눈치를 살피며 연신 훔쳐보는 성주의 모습을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며 성주처럼 아내를 쳐다보게 된다. 

나 몰래 구의원이라는 놈을 만나면서 성주와 이런 짓까지 하고 있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차라리 성주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다니.. 유독 성주를 친동생처럼 챙기는 아내의 모습에 처음 느꼈던 어린애를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는 생각이 의식속에서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고 차라리 구의원 놈을 제대로 엿 먹이고 아내의 과거를 모른척하며 처음 생각처럼 ‘제대로 한 번 즐겨보자.’ 라고 결심도 해보지만... 우선 그 문제의 증거부터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날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런 내 고민도 모른 체 아내를 빤히 바라보는 성주의 모습에 지금은 나도 모르게 ‘좋냐?’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저번에 전화로 부탁한대로 짱구놈을 감시해줘서 고맙다고... 너도 위험할지 모르는데 말이야.”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그 새끼가 또 사고 칠 줄 알았어요.” 

“그러게.. 구의원 그 새끼가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 새끼는 말하기 무섭게 사고부터 치네..” 

“그 새끼가 원래 쓰레기라서 그래요. 예전부터 지 꼴리는 대로 행동하고,, 선생님들도 다 알면서 모른 척 해주니까 진짜로 학교에서 지가 우두머리인 줄 알아요.” 

“후~.. 조금만 참아라. 내가 해결할게. 맞은 덴 정말 괜찮냐?” 

“...네? 괜..괜찮아요.” 

“어떻게 맞으면 그렇게 붓냐. 반항이라도 좀 하지.. 잘생긴 얼굴이.. 오른쪽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네.” 

“정말 괜찮아요. 그런데 아저씨가 어떻게 해결을 해요?” 

“그건 몰라도 되고.. 어떻게 할까? 누나가 저렇게 말하는데.. 집에 갈래?” 

“...”“참나~.” 

황급히 주제를 돌리는 성주의 모습을 뒤로하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날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게 되자 무심결에 기가 찬 웃음을 짓게 된다. 

만약 아내의 과거를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이렇게 열렬히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를 만났다면 내 심정은 어땠을까? 

비록 나이가 어려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고, 또 겪은 일로 인해 또래보다는 성숙한 여성을 취향으로 느끼는 경험부족으로 인해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아내에게만 집착하는 성주학생을 지금처럼 만났다면... 

과연 지금처럼 난 아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모른 척 할 수 있었을까? 성주학생에게 느끼고 있는 아내의 감정이 애정인지 사랑인지 지금처럼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아내의 목소리가 멍을 때리고 있던 내 시선을 돌렸다. 

“그럼 넌 거실에서 자.” 

“....네? 거실..에서요?” 

“응. 작은 방도 안 치웠고.. 이불도 없어.” 

“그냥 쓰든 거 써도 되는데..” 

“없다니까. 오늘만 소파에서 자라고.” 

“...” 

원망스럽게 아내를 쳐다보는 성주학생의 속내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작은 방이 아닌 거실에서 자라는 아내의 말은 오늘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정말 잠이나 자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방문을 거의 닫지 않고 생활하는 우리 부부의 스타일에 안방과 바로 보이는 소파의 위치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는 명령과도 같은 얘기였다. 

그리고 머리 좋은 성주학생이 그런 아내의 말뜻을 모를 리 없어보였다. 그렇기에 저런 표정을 지으며 원망스럽게 아내를 쳐다보고 있는 게 확실했다. 나도 모르게 또 피식하고 웃으며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성주학생에게 아예 철벽방어를 치듯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 따라와 문을 닫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아내였다. 

“그냥 작은 방에서 자라고 하지 왜?” 

“이불도 안 빨았어.” 

“하룻밤인데 뭘..” 

“됐어요. 거실도 따뜻하니까 괜찮아.” 

“....” 

“왜?” 

“아니.. 그냥. 자기는 안 씻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눕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주제를 돌려 얘길 하게 된다. 

“수영장에서 씻고 왔어, 피곤해.” 

혹시 구의원이랑 만난 후 아내의 심경이 변한 것일까? 

경찰서에서 그렇게 성주학생을 돌려보낸 후 아내가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잠들기 전 마지막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아직도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성주학생의 얼굴엔 불만이 잔뜩 담겨 있었다. 

“빨리 자라.” 

“...네.” 

소변을 보러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급하게 좌변기에 앉아 갑자기 신호가 온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요즘 스트레스처럼 너무 많은 신경을 썼더니.... 거의 삼일 만에 오는 신호에 서둘러 변기에 앉은 난 불연 듯 거실에 앉아 있는 성주학생이 또 아내에게 몹쓸(?)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에 힘을 주며 거실의 인기척을 살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느껴지질 않았다. 

‘흠.. 아내가 진짜 결심을 굳혔나...’ 

느낌대로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성주는 여전히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고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안방으로 들어가는데.. 침대에 누워있던 아내가 핸드폰을 쥐고 앉아 있었다. 

“뭐해?” 

“.....” 

“자기야?” 

“응?..아..아무것도..” 

“전화 왔었어?” 

“....응? 아.. 응.” 

“매너 없게 이 시간에 누구야?” 

“.......금자.” 

“금자?” 

“말해도 모른다니까.. 그저께 만났던 동창.” 

“그런데 왜 전화 했데?” 

“내일 좀 만나자고..” 

“갑자기 왜?” 

“그냥 할 얘.. 갑자기 뭐가 그렇게 궁금해?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나 하자는 건데.” 

“....” 

아내의 무성의한 대답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지만 아내는 그런 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리고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는 구의원이라는 놈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 건지.. 

그런 생각들 속에 이렇게 내게 거짓말까지 하며 구의원이라는 인간을 만나는 아내의 정신상태까지 의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번에 만났던 충식이라는 놈이 했던 얘기대로 정말 아내는 서브라는 성향으로 너무나 쉽게 구의원에게 굴복을 했고 고등학교 때처럼 노예로서 구의원이 시키는 대로 모든 걸 허락하고 있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것만 벌써 두.. 세 번이나 구의원을 만난 아내는 첫날부터 구의원의 단 한 마디에 팬티를 벗고 보지부터 벌린 건 아닐까??..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아내가.. 여자로 믿기지 않는 호탕함에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인데 그렇게 쉽게 팬티를 내렸을 리가 없어.. 성격도 그렇게 불같은데... 아니지.. 동영상에서는 구의원이 시키는 대로 전부 다 했잖아.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한 번 머리에 각인이 된 게 그렇게 쉽게 잊힐 리가 없잖아. 거기다가 그게 트라우마처럼 세뇌 된 거라면.. 그래도 그렇지 내게 모든 걸 얘기하는 아내가 이렇게까지 비밀로 할 리가 없..’ 

“뭐해?” 

“.....” 

“오빠?” 

“응?.. 목..목이 마르네.. 냉장고에 맥주 있지?” 

“...갑자기 무슨 맥주야?” 

“자기도 한 잔 할래?” 

“피곤해.. 그냥 자.” 

“...한 캔만 하고 잘게. 먼저 자.” 

“에휴..” 

“정말 안 마실래?” 

“....난 됐어.” 

아내는 끝까지 돌아누운 채로 귀찮다는 듯 얘기만 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정말 갈증이 목까지 차올랐기에 아내를 침대에 홀로 남겨두고 거실로 나간다. 

어차피 이렇게는 잠을 못 잘게 확실했기에 이젠 소파에 누운 성주학생을 지나 냉장고로 직행했고 뚜껑을 따자마자 그 자리에 서서 한 캔을 다 비워버렸다. 

그래도 쉽게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다시 냉장고 문을 여는 내 모습을 성주가 빤히 쳐다본다. 

“왜?” 

“...아뇨.” 

“너도 마실래?” 

“마셔도 돼요?” 

“미친.. 아무리 내가 막나가도 너한테 술을 주겠냐!? 빨리 잠이나 자.” 

“....치.” 

맥주를 마시며 식탁 의자에 앉아 TV를 멍하니 쳐다보며 목에 털어 넣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갈증은 더 심해졌고 생각도 점점 더 깊어졌다. 나 혼자 모든 걸 끌어안고 모른 척을 한다고.. 이 모든 걸 해결하고 예전처럼 행동을 한다고 해도 아내가 과연 예전과 같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날 더 휘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난 냉장고에 남은 4개의 맥주를 다 마신 후 화장실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 혼자 이렇게 끙끙거리는 게 과연 잘 하는 짓인지를 생각하다 안방으로 돌아왔는데.. 

세근거리며 자고 있는 아내를 보게 되자 갑자기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갈증이 아닌 갑자기 밀려온 짜증과 분노로 인한 큰 목소리가 목 바로 밑까지 올라온 걸 겨우 참으며 두 눈을 질끈 감고는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쉰 후 조금은 거칠게 침대에 누워 아내처럼 등을 돌려 누워 눈을 감아보지만 역시나 쉽사리 잠이 오질 않는다. 

‘스윽~..부스럭...’ 

“으음....” 

뒤통수에서 들린 아주 작은 신음소리가 겨우 감겼던 내 눈을 다시 뜨게 한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스스로 골기 시작한 코골이에 자다 깨길 한 두 번이었으니 분명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을 텐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던 내 귀에 아내의 작은 신음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려왔다. 

“하아~...으음... 성주?” 

그리고 들린 아내의 목소리엔 분명 당혹스럽고 당황함이 가득했다. 

귓속말처럼 소곤거리는 아내의 목소리엔 분노까지 담겨 있었지만 아내의 목소리가 향하고 있는 상대방은 그런 아내의 감정은 전혀 상관없는 듯 계속해서 이불을 들쑤시고 있었다. 

“그만해. 지금 뭐하는 짓이야!” 

“누나..” 

“너 진짜 혼 나 볼..흐읍!”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더 심해졌고 젖지 않아 탁한 질겅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미 아내의 반바지와 팬티는 허벅지 아래로 내려갔는지 구멍에 손가락이 들어가는 소리인 게 분명한 소리가 바로 내 등 뒤에서 들려왔다. 

“윽..그..그만.. 해.” 

“쯥~..훕.흐웁~” 

“흐읍..” 

아내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는지 탁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이 미친.. 이 새끼가 이젠 대놓고 안방에 들어온 거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등을 돌린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분위기는 파악할 수 있어야지.. 바로 앞에서 내가 맥주를 그렇게나 많이 마시는 걸 봤으면서.. 너무 오냐오냐 해줬더니 이젠 아주.. 이 새끼가 진..’ 

“누나.. 어디 아파요?” 

“.....” 

몸을 돌려 아내와 성주를 노려보며 크게 놀라게 만들려던 난 순간 성주가 한 얘기에 반쯤 돌다 멈추게 된다. 내 뒤척임에 순간 둘의 목소리가 멈추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살이 많이 빠졌어요. 누나.” 

“요즘 피..곤해서 그래... 괜찮으니까 진짜 그만 해.” 

“...” 

“윽.. 진짜 미쳤니? 오빠 깬..다고..” 

“아저씨 5개나 마셨어요.” 

“뭐? 5캔이나?” 

“..네.” 

“갑자기 왜?..윽..”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는 뭐가 그러니까야! 빨리 안 나갈래! 너 진짜 이 누나한테 혼나봐야 정신을 차..흑!! 하..하지 말라고.” 

“누나..정말 보고 싶었어요. 흡~..쪼옵~..쩝쩝~” 

“하..하지....마.. 으읍..” 

더 대범하게 손과 입을 움직이는 성주와는 달리 아내는 내 눈치를 살피며 허벅지에 힘을 더 꽉 줘 손가락이 들어온 사타구니를 막으려 애를 썼고 티셔츠와 함께 끌려 올라간 브래지어 아래로 머리를 처박고 있는 성주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내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를 줄이며 저항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으흡..훕~..흑흑...그..그만... 흡~” 

“누나.. 사랑해요. 진짜 제 마음이 이렇게까지 쏠릴 줄은 몰랐어요. 공부를 하려고 해도 머릿속엔 누나 생각만 나고..” 

“흑~..성..주야..” 

‘이 새끼가 아주.. 하~.. 진짜 확..’ 

몇 번이나 고민하던 난 이 순간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면 겨우 참고 있는 구의원에 대한 폭탄까지 터트릴 것만 같아 두 눈만 더 질끈 감게 된다. 아니.. 내 아내를 바로 내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성주놈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너무 기가차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누나.. 누나도 저 좋아.. 사랑하잖아요.” 

만약.. 

구의원의 일만 아니었다면.. 아니 아내의 과거에 대한 고민만 없었다면 지금 순간에도 난 자지를 빨딱거리며 이 흥분되는 순간을 몰래 즐기고 있었겠지만.. 아니었다. 도저히 밀려오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눈을 뜨며 소리를 지르려 막 입을 열게 되는데... 

‘딱!!’ 

“윽..누..누나.” 

“......” 

“그만하라고 했다.” 

“누나....” 

“사랑...같은 소리하네. 죽을래!”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 톤으로 아내는 위압적으로 성주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굳어진 건 나만이 아니었다. 머리를 후려갈긴 건지.. 이마를 쥐고 앉아 있는 성주를 똑바로 쳐다보며 바로 앉은 아내는 옷을 추슬러 입고는 더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고 급변한 분위기에 성주도 쉽사리 덤벼들지 못 한 채 이마만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당장 나가. 안 그러면.. 진짜...” 

“.....누나.” 

“나가라. 마지막 경고다.” 

“...”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실눈을 뜨고 바로 옆을 훔쳐본다.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커다랗게 발기한 자지를 주체 못하고 꿀렁거리고 있는 성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잠시 동안 아내를 애처롭게 쳐다보다 결국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역시나 성주학생의 자지는 감탄이 자아날정도로 훌륭한 크기에 발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어나서도 잠시 동안 옷을 추스르고 있는 아내를 안타까운 듯 쳐다보던 성주가 조심스럽게 안방에서 나가자 깊은 한 숨을 내쉰 아내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여전히 곯아떨어진 듯 연기하는 날 한참이나 쳐다보던 아내가 손을 올려 내게 이불을 덮어주더니 다시 한 번 깊은 한 숨을 내쉬곤 또 한참동안 날 내려다보고 있다. 

의미 없는 긴장감을 혼자 느끼던 난 안도의 한숨조차 아내가 눕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내쉬며 숨을 고르게 되는데.. 

‘탁..탁탁탁..탁탁..’ 

작은 타격음이 거실에서 들려왔다.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챈 난 기가 차 헛웃음을 지을 뻔 했는데.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의 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려 왔다. 

“에휴~.. 진짜..” 

상체를 일으킨 아내가 날 한 번 쳐다보더니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발소리 죽여 거실로 나간다. 

“뭐하냐?” 

아내의 작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지금 시위 하냐? 너 지금 일부러... 에휴~.” 

“누나..” 

“잠이나 자라고..” 

“...누나~~.” 

“휴~....” 

‘저 새끼는 진짜.. 분위기 파악을 이렇게 못 하냐. 근데.. 저 여편네는 또 왜 나가는 거야. 좋게 내보냈으면 그냥 놔둘 것이지....’ 

“쯥~~.‘ 

“아~~..누..누나..” 

숨죽인 난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붙어 안방 문 바로 옆으로 걸어가 불 꺼진 거실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소파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성주학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성주학생의 허벅지 사이에 두 팔을 얹은 채 천천히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는 아내의 뒤통수가 보였고 점점 고개를 젖히기 시작하는 성주학생의 얼굴이 다음으로 내 시선에 들어왔다. 

“아...으~..누..누나.. 흐윽~” 

“쯥...호흡..흡~~훕~” 

까치발로 다리를 세운 성주는 연신 아내의 머리채를 잡으며 허벅지를 더 크게 벌리며 입술까지 깨물기 시작했고 아내는 허벅지위에 올렸던 팔을 내려 자지를 잡고 흔들어 대며 머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허리를 움찔거리던 성주가 갑자기 아내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더니 힘으로 끌어올렸고 갑작스러운 행동에 미처 대처를 못 한 아내는 그대로 소파에 등을 기대며 눕게 되었다. 

“헉!..무..뭐야.” 

“누나.. 나도 빨고 싶어요.” 

“미. 미쳤어! 오빠 깬다고! 헉!” 

아내의 저항에도 성주는 막무가내였다. 

소파에 앉은 아내의 반바지와 팬티를 잡고는 단 번에 잡아당겨 벗긴 성주학생의 행동은 정말 번개같이 빨랐고 아내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 한 행동에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 한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하반신을 노출하게 되었다. 

  

“너 진짜 미쳤..악..아파!!” 

허벅지에 힘을 주며 모으는 아내를 두 팔을 내려 억지로 벌린 성주는 계획이라도 한 듯 손가락부터 먼저 아내의 사타구니 깊숙이 쑤셔 넣었다. 아내의 미간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손을 뻗어 자신의 허벅지사이를 파고드는 성주학생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죽을래! 진짜 다시는 안 볼.. 윽.. 아..아파 성주야.. 그만 해.. 아윽!” 

“....” 

“흑..진짜 그...만 해.” 

밀어내려는 아내의 완강한 저항에도 성주는 거친 숨소리를 뱉으며 힘으로 머리를 허벅지사이에 밀어대며 결국엔 클리토리스를 핥기 시작했다. 

‘빡!!’ 

아내가 밀어내던 손을 올려 성주학생의 뒤통수를 내려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더 강한 힘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아내의 허벅지를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저항은 오히려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결국엔 포기한 듯 밀어대던 손을 올려 자신의 입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쯥~업..쩝쩝~~.후룩..흡..쓰읍~” 

“으.읍읍..흑..그..그만.. 아읍..” 

“누나.. 많이 젖었어요. 누나도 좋죠? 누나도 박히고 싶죠..” 

“그만..해.. 흑~..성주야.. 그만..” 

“누나도 절 기다렸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젖었잖아요.” 

“젖..긴 누가 젖었다고.. 그만하라고. 나 진짜 화.. 윽!” 

“훕~~쯔읍..후룩훕~씁씁~” 

“아읍...” 

아내의 잘록한 발목이 성주의 어깨와 팔에 걸친 채 흔들리며 지금 참고 있는 쾌감의 크기를 말해주는 듯 보였다. 

성주의 어깨가 더 크게 들썩거리기 시작하자 아내는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숙인 채 거칠고 뜨거운 입김을 내뱉다 튀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막기 위해 다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아내가 헐떡거리자 성주가 한 손을 내려 자신의 자지를 잡고는 흔들어대더니.. 

아내가 입을 틀어막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짧은 틈을 타 성주가 아내의 무릎 아래로 두 팔을 넣더니 손으로 허리를 잡고 소파모서리까지 끌어내리자 아내의 상체가 크게 내려왔다. 

“헉!” 

“누나.. 사랑해요. 저..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진짜 한 번만.. 네!?” 

“하..하지 마! 진짜 죽을래!” 

“누나~~.” 

성주가 몸을 세우자 팔에 걸친 아내의 두 다리가 더 크게 벌려졌다. 

무릎을 세워 앉은 성주가 바둥거리며 밀어대려는 아내의 사타구니사이로 골반을 맞춰 전진하며 힘으로 움직이려 하자 아내는 모서리에 걸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의 보지에 들어오려는 굵고 커다란 자지를 피하기 시작했다. 

“헉..헉.. 누나.. 한 번만.. 정말 한 번만요.. 딱 한 번만 넣을게요.” 

“....” 

“헉! 누..누나..” 

입술을 꽉 깨물기 시작한 아내가 어깨를 움츠리더니 갑자기 팔을 흔들기 시작했다. 

“으..윽..” 

헉헉거리며 몇 번이나 자지를 삽입하려던 성주가 갑자기 상체를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아내의 몸 위에 온 체중을 싣고는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보이진 않았지만 아내가 손을 뻗어 보지에 들어오려던 성주의 자지를 잡고는 흔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시작도 제대로 못 한 채 성주는 아내의 배에 사정을 해버린 게 분명했다. 

“누나..진짜 너무해요.” 

“후~. 한 번만 더 이렇게 해 봐! 그땐 너 다시는 안 볼 거야.” 

“누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렇게 강제로 하는거야! 아직도 모르겠니!” 

“........” 

“솔직히 실망이다. 분명히 삽입은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 했는데..” 

“..누..누나.” 

“됐어.. 이제 그만 자라.” 

“.....” 

‘참나.. 차라리 한 번 대 줄 것이지.. 구의원 새끼한테는 그렇게 대줬으면서...’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어처구니없었지만.. 소파에서 일어나 매섭게 노려보며 반바지와 팬티를 챙겨 든 아내를 정말 애처롭게 쳐다보는 성주학생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막말로 구의원 새끼보다는 차라리 성주가 훨씬 거부감이 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 나였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저렇게 거부하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나였었다. 

물론 아내가 성주학생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있다는 걸 진작 눈치 채고 있었던 나였고 그것이 이런 모순적인 결과로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걸 다 떠나서 차라리 성주라면 괜찮을지 모른다는 느낌에 아내처럼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침대로 돌아오게 된다. 

“어디가?” 

“응? 일어났어?”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제 침대로 내가 돌아온 후 화장실에 들렀던 아내가 곧바로 돌아와 누운 것까진 생각이 나는데.. 뒤늦게 올라온 맥주의 알코올기운이 세상모르고 지금까지 자게 만들었나보다. 

“성주는?” 

“아침먹이고 보냈어.” 

“깨우지..” 

“많이 피곤했나보던데.. 코까지 곯아서 그냥 보냈어.” 

말을 하며 아내가 화장대에 앉아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있다. 

목이 긴 회색 스웨터에 스타킹을 신은 아내는 그 위에 무릎 위까지 오는 청치마를 입고는 옷장을 열어 거위 털 파카를 꺼낸다. 

“어디가게?” 

“어제 말 했잖아. 동창 만나기로 했다고.” 

“지금?” 

“응.. 점심 먹기로 해서..” 

“....” 

“왜?” 

“아니.. 토요일인데 이렇게 일찍 나가나 해서.. 보통은 저녁에 만나잖아.” 

“오늘 오후에 나 수업 있어. 저번에 빵꾸 낸 거 대타로.” 

“....” 

“오늘 점심은 혼자 먹어. 미안해 오빠.” 

“...아니야. 조심히 다녀오고.” 

“조심히는.. 오늘 어디 안 갈 거지?” 

“...응.” 

파카를 입은 아내가 정말 미안한 듯 희미한 웃음을 짓고는 안방에서 나간다. 

멍하니 앉아 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구의원 사무실로 일찍 가 어제 녹화한 금고의 비밀번호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어차피 늦은 거 계획을 바꾸기로 마음을 고쳐 잡는다. 

사실 구의원과 아내가 만나는 장면을 볼 계획은 전혀 없었다. 

아내가 전화를 받고 약속을 처음 잡았을 때도 난 왠지 모르게 미행조차 생각하지 않았었고 행동조차 하지 않았었다. 꼭 동영상의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만 같다는 불안감에 일부러 그 장면만은 피한 것처럼 행동했던 나였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점퍼를 챙겨 아내의 뒤를 미행하기 위해 황급히 집밖으로 뛰어나가다 예전에 썼던 모자를 집어 들었다. 

아내가 큰 도로가로 걸어가는 모습에 뛰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들키지 않기 위해 100여 미터 뒤에서 아내를 쫓기 시작했고 버스정류장 앞에서 서 있는 아내를 훔쳐보며 마침 도착한 택시를 세워 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잠시 만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저 2000번 버스 좀 따라가 주세요.” 

“버스요?” 

“..네.” 

날 의아하게 쳐다보는 기사를 무시한 채 버스에 타는 아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대충 상태를 알겠다는 듯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고 버스 뒤를 쫓기 시작한 기사였다. 

정차 할 때마다 아내가 내리는 질 확인하며 출발하길 반복하던 내 시야에 망우리 근처에서 멈춘 버스에서 내리는 아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여기서 내려주세요.” 

“넵. 주제넘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실망하..” 

“여기요. 잔돈은 가지세요.” 

기사의 말을 무시하며 서둘러 택시에서 내린 난 다시 아내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잘 신지 않는 하이힐까지 신은 아내의 모습에 괜한 자괴감을 느끼며 뒤쫓던 난 아내가 한 건물의 커피숍으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우선 커피숍 앞에서 창문으로 안을 살피며 아내를 찾기 시작했다. 커피숍에 들어간 아내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누군가에게 손을 올려 인사를 하곤 안쪽으로 걸어갔다. 

들고 있던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난 아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 빙 둘러 아내가 앉은 자리 옆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오늘도 섹시하십니까?” 

“...네?” 

“오후~ 은희씨는 오늘도 뷰티플 합니다. 라고 줄리앙이 말합니다.”“풋~.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섹시하다고 표연? 포현?” 

“표현이요?” 

“오케이! 그겁니다.” 

“....참나.” 

양키. 

양놈.. 

서양놈.. 

아내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앉은 자리엔 난생처음 보는 백인의 남자가 어처구니없는 말로 아내를 반갑게 맞이했다. 

  

‘무..뭐야? 저 새끼는 갑자기 뭐야!?’ 

“역시... 내가 만난 한쿡 여자 중에 은희씨가 제일 뷰티하고 섹쉬합니다. 진짜 꼴립니다.” 

“네? 뭐라고요?” 

“전 꼴립니다!” 

“....” 

“이게 최고의 칭찬입니다.” 

“에휴.. 진짜..” 

“하하하하하~” 

내가 예상했던 장면이 전혀 아니었다. 

아니 생각지도 못 한 이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조차 못 잡겠다. 도대체 저 새끼는 뭐지? 

왜 저 서양 놈이 아내를 만나.. 그럼 저 여편네가 지금까지 전화를 받고 나가서 저 서양 놈을 만난건가? 아니.. 확실히 구의원관 관련된 놈인 게 분명한데.. 그럼 저 새끼도 구의원이란 놈의 하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은희씨는 유부녀가 아닙니다.” 

“참나~.”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아내였지만 기분이 결코 나쁜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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