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상
20분이 지났다.
커피숍에 들어온 지 20분 동안 서양 놈은 쉴 새 없이 거의 성희롱 수준의 음담패설을 어색한 한국어를 핑계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걸 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처구니없게 받아내고 있는 아내였다. 엿듣는 동안 백인의 이름이 마이클이라는 것과 대략 30대 후반정도로 미국인이 아닌 호주에서 넘어온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말을 들을수록 한국여자를 너무 쉽게 본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마이클이란 남자는 간간히 영어를 섞어 쓰며 노골적으로 아내의 미모를 칭찬했고 그것이 결코 듣기 좋은 칭찬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들 끼리나 주고받을 법한 얘기를 아내에게 서슴없이 하는 마이클의 말투는 매너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마이클이 살았던 지역의 특성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한국 여자를 대하는 매너나 태도, 그리고 말하는 방법도 정말 잘 못 배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아니면 아내에게 일부러 더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모르겠다.
“유부녀가 아닙니다.”
“...네?”
“다시 함 번 말하지만 은희씨는 유부녀 같지 않습니다.”
“고맙긴 한데요. 오바에요.”
“오버 아닙니다. 은희씨 바스트도 그렇고 힙도 진짜루 예술입니다. 내한테 기회만 한 번 주면 영광입니다.”
“그만하세요. 이런 대화 솔직히 거북해요.”
“노노!~ 자연스러운 겁니다. 절대 거북이 아닙니다. 줄리엣은 이런 얘기 좋아합니다.”
“그나저나 얘는 왜 이렇게 늦.. 어! 금자야!”
아내로부터 등을 돌리고 앉아 엿듣고 있던 난 갑자기 반갑게 손을 흔들며 등장한 낯선 여자의 모습에 커피 빨대에 입을 대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순간 눈이 마주쳐 혹시나 내가 아는 여자가 아닌지 걱정을 했지만 역시나 처음 보는 여자가 확실했다.
그것보다 아내가 반갑게 반기며 부른 이름을 머릿속에서 맴돌 듯 곱씹기 시작하는데...
금자라는 낯선 이름은 분명 아내가 어제 내게 얘기했던 동창의 이름이 확실했다.
‘뭐야.. 그럼 진짜로 동창을 만나고 있었던 거야? 금자? 한 번도 못 들어본 이름인데..’
“넌 만날 이렇게 늦냐!”
“쏴리~ 마이클 아직 안 갔어? 그리고! 내가 금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줄리엣! 줄리엣이라고 부르라고!”
“이제 갈 겁니다. 줄리엣이 안 와서 나 기다렸다. 은희씨가 심심할까봐 나 기다렸다. 이게 매너다.”
“매너는.. 마이클 너 아무리 은희한테 치근대도 소용없다니까. 얘는 지 남편밖에 없다고.”
“100번 찍어서 넘어갈 나무 없다고 했다. 나 끈질기다.”
“그러시던 지요! 빨리 가!”
“크크~ 은희씨 담에 꼭 다시 봐.”
“네.. 들어가세요.”
“저 인간이 또 귀찮게 굴었지?”
마이클이라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에서 나가기도 전에 금자란 여자가 수군거리듯 아내에게 얘기를 시작했다.
“저 인간은 다 좋은데.. 너한테 너무 찝쩍대는 게 문제야. 지 말로는 저번에 널 보고 한눈에 뿅 갔다나 뭐라나..”
“넌 왜 저런 사람을 만나냐? 성격도 이상한데..”
“아무리 그래도 한남보다 낫지.”
“....”
“쟤네들이 얼마나 쿨 한지 모르지? 그리고 한남처럼 구리지도 않아. 너도 한 번 만나보라니까! 한남하고 비교도 안 된다니까!”
‘한남? 한남이 뭐지?’
“오죽하면 한남충이라고 하겠냐?”
“됐어.. 사람한테 무슨 충자를 붙이냐.”
“하~~.. 이래서 사람은 시야를 넓혀야 된다고 하더니.. 넌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니? 내가 마이클 친구 한 명 붙여줘?”
“됐어.. 난 지금도 울 오빠한테 만족하고 살고 있거든요!”
핸드폰을 들어 한남충이라는 걸 검색해 본다.
‘한남충.. 한국 남자를 벌레로.. 뭐? 벌레? 잘못된 이상과 사고의 페미니스트들이 한국남자를 부르는 말로 자신의 아버지까지도 빗대어 부르.. 이런 미친.. 페미니스트라면 성적 평등 어쩌고 하는 집단 아니었나? 그런데 왜 한남충이라는 말을.. 허~. 뭐야 이거.. 한국남자들은 잠재적 범죄자의 기질을 소유하고 있는 동물보다 못 한... 미친...’
검색을 할수록 속으로 혀를 차게 된 난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려 내 바로 뒤에서 말을 하고 있는 금자라는 여자를 쳐다볼 뻔 했다.
“만족은.. 네가 진짜 남자를 못 만나봐서 그런 소릴 한다니까. 눈 딱 한 번 감고 마이클 친구 좀 만나보라니까. 요즘 애인 하나 없는 여자가 어딨니?”
“넌 결혼 안 해? 마이클이랑 결혼 얘기는 했어?”
“아니.”
“안 했어? 만난 지 1년도 넘었다며.”
“누가 요즘 결혼 하냐! 이렇게 프리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결혼 따위를 해? 그리고 이 나라에서 애를 키우라고? 딸 나아서 키우면.. 한남들이 내 딸을 어떻게 쳐다볼지 뻔히 아는데.. 아으~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까지 내 딸한테 물려 줄 생각은 절대 없거든!”
“아들을 낳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남자들이 다 그렇게 보는 건 아니잖아. 아니.. 거의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보질 않잖아.”
“너 미쳤니? 요즘 뉴스 안 봤어? 걔 이름 뭐야.. 화장실로 끌고 가서 그 어린 것을 강간했던 쳐 죽일 놈!”
“그 사람이 잘 못 된 거지.. 한국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잖아.”
“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한국남자니까 그런 짓을 하고도 쉽게 풀려나는 거야! 미국이나 호주, 외국만 나가 봐! 그런 놈들은 거세시키고 무기징역이야! 그리고 뭐? 나보고 아들을 낳으라고? 한남을 내 몸에서 뽑아내라고?? 으~ 소름끼쳐.. 혹시나.. 내가 임신을 해도 남자 아이면 당장 지울 거야! 그런 건 뿌리부터 뽑아야지..”
“말 함부로 하지 마.. 어떻게 소중한 생명을..”
“또또.. 선녀 나셨네~.. 쯧쯧~~. 그러니까 지금 삶이 만족스럽다는 말이나 하지..”
“에휴~.”
“그리고..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네가 나한테 이렇게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니?”
“.....”
“그런 일을 당하고도 네가 어떻게..”
“그만해.”
“그러니까! 한남들이 얼마나 징그러운지 알잖아. 얘네 들은 진짜 답도 없어. 뭐? 여자도 군대를 보내야 된다고? 참나.. 자격지심이 얼마나 심하면.. 아니지. 보상심리라고 해야 되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고..”
“나도 뉴스에서 봤는데.. 그건 일종의 시위성 청원 같은 거 아닐까? 요즘 너무 남자들을 몰아세우니까. 어찌됐든 한창 혈기왕성할 때 2년이란 시간동안 남자들은 강제적으로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거잖아. 그렇다고 누구나 다 간다고 특별히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하~.. 너 남자니?”
“뭐?”
“아니면 남자들 대변인이야?”
“....”
“그나마 2년도 안 되는 시간이라도 군대라는 곳에 한남들을 가둬두니까 사회가 유지가 되는 거지.. 벌거숭이망나니 같은 한남들이 한창 미쳐 날뛸 때 사회에 풀어놔봐라. 강간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올걸!”
“........”
‘뭐? 와.. 이건 또 뭔 소똥에 된장 찍어먹는 소리야.. 강간뉴스? 수십 개? 하.. 이 여편네는 뭐 이딴 년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거야!’
말만 들어도 암이 걸릴 것 같다는 얘길 들었지만.. 그 암이 걸릴 말을 직접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또 한 편으로 내가 이렇게 멘탈이 약한 남자인질 오늘 처음 알게 된다. 아내를 미행까지 해서 찾아와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내의 동창을 만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훔쳐듣고 있어야 되는 건지.. 아내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아내가 화났거나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을 때 특유의 버릇처럼 말수가 적어지는 모습에 분명 이 자리가 편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왜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막상 결혼해보면 생각만큼 나쁘진 않더라...”
“얘가~.. 자신을 너무 하대하는 거 아니야? 너 인기 많았잖아. 아무리 그 새끼가 그런 짓을..”
“금자야!”
“...깜짝이야.”
“.....”
“참나.. 놀랐잖아. 스피커를 삶아 먹었나. 뭔 목소리가.... 알았어! 알았다고!! 누가 보면 미친년인 줄 알겠네..”
“나가자.”
“어딜?”
“여긴 사람이 너무 많잖아. 조용한대로 가자.”
“그래. 점심 먹으러 가자.”
다시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날 금자란 여자와 아내가 스쳐지나 커피숍에서 나간다.
그동안 쌓였던 오해로 괜한 미안함을 느끼며 멀어져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복잡한 머릿속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만난 줄 알았던 구의원은 확실히 내 오해에서 생긴 착각이었다는 걸 확신하게 된 난 갑자기 등장한 금자란 여자동창에 대해 더 깊숙이 생각하게 된다. 아내와 나눈 대화로 최소한 고등학교 동창이 확실했고 아내의 비밀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150중반정도의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로 봐서는 같은 수영선수는 아닌 걸로 보였고, 그나마 봐줄만한 얼굴에 반해 말하는 투로 봐서 심각한 자기성애? 뭐 그딴 이상한 정신세계에 빠져있는 건 확실해 보였는데.. 그렇다면 왜 지금에 와서 아내가 저런 여자를 만나는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구의원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좀처럼 갈피를 못 잡고 생각에 생각만을 더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내에 과거를 거의 알지 못 했던 난 갑자기 넘쳐 들어온 정보에 혼란스럽기까지 했기에 정리 자체를 수습할 수 있는 용량을 초월했다고 할까? 요 근래 정말 많은 정보를.. 그것도 아내에 대한 생각할 수도 없었던 과거를 받아들이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비록 그것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과거일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보가 너무나 미력했기에 그 충동이 배가 되어 느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며 뒤늦게 시간을 확인하며 서둘러 커피숍에서 일어나는데.. 아직도 커피숍 앞에 서 있는 두 여자의 모습에 빠르게 옮기던 발걸음을 멈췄다.
핸드폰을 들고 서 있는 아내와 금자라는 여자의 모습에 근처 맛집이라도 검색을 하는 듯 느낀 난 잠시 머뭇거리다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분리수거함에 정리하며 밖에 있는 두 여자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멈췄던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둘은 커피숍에서 멀지 않은 건물 2층에 위치한 돌판 스테이크 집으로 들어갔다.
혼밥 환영이라는 간판을 보며 그나마 안도를 한 난 잠시 기다렸다가 스테이크 집 문을 열었다. 큰 홀에 즐비한 테이블을 확인하며 아내의 위치부터 파악했고 창문 쪽에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확인하며 대범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테이블 2개 정도 떨어진 벽 쪽에 혼밥객 들이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기에 그 자리를 찾아 앉아 주문부터 했다.
아직 12시가 되지 않은 시간이라 음식점엔 아내와 금자. 나 이외에 한 커플의 손님이 전부였다.
지글거리는 스테이크를 주문한 난 음식은 안중에도 없이 둘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최대한 온 정신을 귀에 집중하게 된다. 커피숍에서도 느꼈지만 역시 금자라는 여자의 목소리는 톤 자체가 컸다.
“그러지 말고 만나보라니까! 마이클 친구 중에 빅죠라는 친구가 있는데 진짜 물건이야.”
“...”
“나이가 32살이라 좀 그런데. 겉보기엔 20대 초반 같다니까. 한남하고.. 아니! 니 남편하고는 비교도 안 될걸!”
“헛소리 그만하고.. 내가 부탁한 건?”
“부탁한 거? 아!! 아직..”
“왜? 아직이야?”
“못 찾았으니까 아직이지! 뭐가 급하다고 갑자기 급해?”
“급하니까 부탁했지..”
“걱정 말라고.. 내가 확실하게 찾아 낼 테니까! 그것보다 진짜 빅죠 한 번 소개 받아볼래?”
“........”
“흑인이라서 피부도 얼마나 좋은데.”
“풋..켁켁.. 흐..흑인?”
“그래! 얘! 내가 미쳤다고 헐렁이를 너한테 소개하겠니? 저번에 만났을 때 찍은 사진 보여줬더니 빅죠가 아주 난리도 아니라고.”
“난 됐다니까.. 울 오빠도 벅차요.”
“아직 네가 제대로 된 남자를 못 만나봐서 그런 소리를 하지! 한남하고 누굴 비교하냐!”
“한남.. 한남.. 지겹다 얘... 그만 해.”
“네가 딱해서 그런다! 그리고 니 남편이 만약에 알기라도 하면.. 결혼이 지금처럼 유지 될 거 같아? 한남주제에.. 백퍼 이혼이야!”
“....”
“아니지.. 한남충이면 아마 고소까지 할 걸! 이 결혼 무효네! 라고 헛소리 지껄이면서 오히려 너한테 덤탱이 씌워서 위자료까지 왕창 뜯어 낼 거라고! 정신 차려! 얘!”
“울 오빠 안 그래..”
“안 그러긴. 얘! 한남이 어디 가냐!? 근본부터가 틀려먹은 게 한남충이야! 머릿속에 똥만 가득해서 발정 난 개새끼모냥 치마속이나 훔쳐보려고 몰카나 찍어대고.. 고추 하나 달렸다고 뭐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고 있는 게 한남이라고... 달리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라고! 순진하긴..”
“나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뭐?”
“금자야.. 네 아빠한테도 한남이라고 부르니?”
“그럼! 한남이지! 지가 나한테 뭘 해줬다고..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다 따지고 보면 그 새끼하고 오빠라고 꼴깝떠는 새끼 때문이야.”
“금자야..”
“차라리 너처럼 고아로 살았으면 이렇게까지 내가 극단적이진 않았을 걸. 세상에 득이 될 게 하나 없다니까!”
“금자야!”
아내가 소리를 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가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년의 주둥이를 틀어막았을 거다.
도대체 뇌라는 게 있는 건지. 생각이란 걸 하는 건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금자란 여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밀려오는 짜증을 주체할 수 없어 정말 폭발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아~.. 쏘리.. 히히~. 내가 말이 좀 과했다. 그리고 줄리엣..이라니까..”
“그런데 정말 결혼 안 할 거야? 지금 직장에서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도 있다며...”
“그래봐야 한남충이지.. 그게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거겠니? 내 몸 좋다고 쫓아다니는 거지.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데.. 치가 떨려서..으~~”
“편견이나.. 오해 아닐까? 널 정말로 좋아해서 그럴 수 있잖아. 처음이야 네가 예쁘니까 호감이 갔을지 모르지만 겪을수록 괜찮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한테 그렇게 대시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한 미모 하는 건 맞는데.. 그걸 알면 지주제에 날 쫓아다니면 안 돼지.. 연봉 3000으로 어딜 들이대?”
“돈이야 같이 살면서 모으면 되잖아.”
“그게 말이 돼? 참나.. 나보고 결혼하고서도 일하라고?”
“.......”
“하긴.. 가치관이 다른데 백날 설명해도 네가 이해할 순 없겠지.. 그러니까 아직도 수영강사나 하면.. 호호호호~ 내가 또 말이 좀 심했지?”
“알면 그만 해라.. 나.. 조금만 더 하면 너한테 주먹 날아갈 거 같아.”
“어머! 그놈의 성격은 변한 게 하나도 없어.. 알았다고!”
“아니면.. 진짜 마이클하고 결혼을 하던가.”
“사실.. 마이클도 반쪽이야.”
“....뭐가?”
“생긴 건 번듯한데.. 그게 반쪽이라고.”
“그거라니?”
“.......”
갑자기 톤을 죽여 얘기하는 금자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등을 더 의자에 기대며 고개를 돌릴 뻔 했다.
그러나 놀란 아내의 반쯤 튀어나온 목소리에 황급히 자세를 바로 잡게 된다.
“자!..그게..반쪽이라고?”
“그러니까.. 에휴~ 난 양키들은 죄다 대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어떻게 한남하고 비슷할 수가 있냐.”
“말을 해도..크큭큭~.”
“왜 웃어?”
“크큭..으..응? 아..아니.. 앞으로 마이클씨를 어떻게 보냐..”
“안 보여줄 건데. 마이클 이 새끼가 요즘 너한테 꼬리치는 거 보면 솔직히 마음에 안 들어!”
“참나.. 결혼도 안 할 거라면서..”
“그래도 커버는 쓸 만하잖아. 남 주긴 아깝지! 그것도 친구한테 넘기긴 더더군다나 아깝고.”
“넌 성격이 왜 그 모양이냐..”
“내가 뭐? 와~~. 냄새 좋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자 겨우 조용해진 금자였다.
잠시 후 나온 스테이크를 빠르게 먹기 시작해 아내와 금자가 다 먹기 전에 먼저 해치워버렸다. 아내의 과거를 듣기 위해 여기까지 쫓아왔지만 더 이상 금자라는 저 여자의 듣게 된다면 내 귀가..아니 내 뇌가 사고정지 될 것만 같아 서둘러 음식을 입속으로 우겨넣게 된다.
사실 더 이상 들어봐야 나올 게 없을 거라는 직감이 점점 더 확신으로 굳혀갔기에 서둘러 스테이크를 먹고 음식점을 먼저 빠져나왔다. 맛도 음미하지 못한 난 괜한 억울함과 아내가 구의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찾게 된 작은 믿음에 배가 부르다 느낀 채 다시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런데 왜 머릿속에 남은 찝찝함이란 단어가 계속 맴돌까..
그리고 문득 떠오른 성주와 아내가 나눴던 대화를.. 대화 내용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데 뭔가 중요한 걸 놓친 듯 잔상처럼 CCTV로 성주와 아내를 훔쳐봤던 장면이 맴돌기 시작했다.
‘뭐지.. 뭘? 에잇.. 모르겠다. 무슨 생각이냐.. 지금 중요한 게 비밀번혼데... 빨리 가서 금고비밀번호나 확인하자..’
‘덜컹~. 끼이익~’
‘후다닥~..’
구의원 개인 방문을 열려던 난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현관문 여는 소리에 몸이 굳어졌다.
“어라.. 사무장이 토요일에 웬일인가?”
“구..구의원님.”
“이렇게 열성적으로 일 할 필요 없는데 말이야. 하하하하~”
“....”
구의원이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올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아니.. 분명 김실장이란 여자에게 확인을 한 바로는 금요일조차 잘 나오질 않는다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골프니 수영이니 엄청 바빠서 사무실엔 코빼기도 비취지 않는다고 들었었는데.. 머릿속에선 수만 가지 대처방법을 떠올려 보지만.. 정작 몸은 얼음처럼 굳어졌고 등줄기엔 식은땀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섭섭하게 뭘 그렇게 놀라나?”
“아..아닙니다. 그런데 의원님이야 말로 토요일에 어쩐 일로..”
“뭐? 내 사무실에 내가 찾아오는데 무슨 문제 있나?”
“네?.. 아..니죠.”
“왜? 설마 나 없는 동안 사무실이라도 뒤져보려고?”
“네!??”
“하하하하하하~ 너무 정색하고 놀라면 정말인 줄 알잖나. 김실장이 일은 잘하는데 꼭 붕어 먹이를 안 줘요. 이게 얼마짜린데.. 그러니 내가 이렇게라도 와서 우리 붕어 먹이를 줘야 이놈 때깔이 좋아지지.”
구의원 방에 있는 커다란 어항으로 걸어간 구의원은 무방비상태로 등을 보이며 커다란 물고기에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항에 비췬 구의원의 눈빛은 연신 날 주시했고 입 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크크크~ 정치를 하려면 말이야.. 얼굴에 철판을 한 세 개? 다섯 개는 깔아놔야 된다고 하더군..”
“.......”
“크큭큭~. 농은 그만 두고. 그렇지 않아도 좀 부르려고 했는데 마침 나와 줘서 고맙구먼. 따라 들어오게.”
식은땀은 쥐고 있는 주먹 속까지 차올랐다.
‘다 포기하고 그냥 주먹으로 승부를 볼까? 어떻게든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증거를 확보해서 계획대로.. 아니지.. 그랬다가 아무것도 없으면.. 우선 숙이고 들어가?’
또 고민에 빠지게 된 날 우습다는 듯 한 번 쳐다보던 구의원이 어항에서 의자가 아닌 족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데.. 아니 보여주려는 듯 족자를 젖히곤 금고문을 열기 시작했다.
‘삐삐삑~~삐삑~’
구의원은 금고를 열고는 여섯 뭉치의 종이를 꺼내 테이블에 던져놓고는 금고를 닫지도 않고 의자에 앉았다.
오만원권 여섯 뭉치.. 저게 100장이라면 삼천 만원이었다.
“뭐하나 앉으라고.”
“네...”
“우선 그걸로 차 좀 새로 뽑아.”
“...네? 차라뇨?”
“계약금으로 삼천 넣고 좋은 거 하나 뽑으라고. 그래도 내 직속 아랫사람인데 구형 아반떼가 뭔가 아반떼가..”
“아직 쓸 만합니다. 그리고 이건 너무 과한..”
“그냥 이래저래 고마워서 주는 위로금이라고 생각하고.. 아니지. 합의금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때 얘기했잖나. 차 바꾸려고 꾸준히 적금까지 들었다면서.”
“그건 어떻게... 그런 의미라면 더더군다나 받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하하하하~~ 이 친구 자존심하고는.. 사람이 말이야 자존심을 걷을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네. 그리고 그 때를 잘 알아야 돈을 쥘 수 있는 거고.. 내가 그 두 가지를 남들보다 잘 해서 이렇게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거라고.”
“그래도.. 이런 현금은 아닌 거 같습니다. 차라리 회사 명의로..”
“하하하. 여기가 아직도 회사로 보이나? 여긴 구의원 개인 사무실이라고.. 나라에서 오만 원 권을 왜 만들었는데. 이럴 때 쓰라고 만들었다고..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받으라고. 아니면 내가 자넬 어떻게 믿겠나? 설마 정말로 저 금고 속을 확인하려고 오늘 일부러 출근 한 건가?”
“.....”
“크큭~ 사람이 그렇게 표정을 숨길 수 없어서 어따 써먹을 수 있겠나.”
“아닙니다. 어제 의회 건의서라는 게 있길래 그걸 확인하러 왔습니다.”
“하하하하.. 그렇겠지.. 그러니까 그건 받으라고.”
“정말 괜찮..”
“그런데 말이야. 저 금고엔 돈밖에 없다고.”
“...네?”
“확인해 봐.”
“.....”
“뭐.. 비자금이라고 신고해도 어쩔 수 없지만.. 저 금고는 말 그대로 금고란 말이지. 자네가 원하는 은희에 대한 자료는 아무것도 없단 말이네. 그리고 저번에 넘겨준 게 정말 전부라고 말 했잖나.”
“....”
“하긴 기껏해야 2억? 3억 정도밖에 없는 금고를 자네가 신고해도 그게 비자금인지 계약금인지 확인할 수 없으니 크게 상관은 없겠구먼. 그러니까 이 사무실에서는, 아니 어디서든 헛수고 할 필요 없다는 말일세.”
“정말로 제게 넘겨준 자료가 전부란 말입니까?”
“왜? 못 믿겠어?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고. 만약에 그 영상 속에 찍힌 남자가 치밀하고 야비한 남자라면 말이야.. 스타킹까지 뒤집어쓰고 영상을 찍을 정도의 남자가 굳이 자신의 신원이 밝혀질 증거들을 아직까지도 남겨 놨을까? 어쩌면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을 취미라는 명분하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남겨 놓겠냔 말이야. 그것도 그냥 그렇고 그런 년 때문에?”
“년??”
“하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게 아니고 그 야비한 놈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걸세.”
“...”
“나 같으면 내 자신한테 약점 하나 될 수 없는.. 그 여자아이한테만 타격이 갈 정도의 자료만 남겨 놨을 거란 말일세. 그리고 이제 와서 그걸 숨길 이유가 하나 없지 않겠나? 이제 다 늙어빠진 아줌마한테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료를 자네한테 넘겨줬겠냐고.”
“........”
“그런데 어떻던가?”
“.....뭐가 말입니까?”
“자네 와이프.. 은희가 확실하던가? 난 요즘 눈이 흐려서 말이지.. 긴가민가하겠더라고..”
“이....ㅅ...”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겨우 참는다.
“나 같으면 차라리 지금 자네가 가입한 그 변태만 모이는 카페라는 걸로 협박을 하겠다는 말이지. 크큭큭~”
“카..페라뇨?”
“하하하하~ 역시 얼굴이 투명유리야. 방금 전에 철판을 깔라고 그렇게 얘기 해줬구먼. 그렇게 다 드러내면 재미가 없어지잖나.”
“.......”
피가 날정도로 주먹을 쥔 채 아귀를 꽉 다물고 구의원을 노려보게 된다.
“하~ 그런 곳이 있는 줄은 내 생각도 못 했단 말이지.. 참~ 인터넷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크크크~ 그래서 기분이 어쨌냐고! 자네 와이프 옛날 영상 보면서 막.. 꼴리고 흥분이 되던가?”
“.......”
“그 카페라는 곳이 그런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라던데. 정말 다른 놈이 자네 와이프를.. 은희를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냔 말이야. 막 흥분이 되던가? 카페에 올라온 글처럼 옛 영상 보면서 딸딸이까지 쳤었나? 하긴 보통 사람이 봐도 그런 변태 년이 흔드는 걸 보면 미칠지도 모르겠어.. 진짜 영상하나는 끝내주게 찍었던데..내가 오죽하면 자네한테 보여주는 걸 망설였겠냔 말이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정말 솔직한 소감? 막 상상이 되던가? 그 자리에서.. 몸부림치면서 다른 놈 자지를 빨고 있는 은희를 보고 있으려니까.. 자네 와이프가 엉덩이를 벌리고 보지를 드러내면서 다른 놈 자지를 받아내는 모습에 자지가 발기를 하던가 말이야.”
“아니요. 그 영상 속에 나오는 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던데요.”
“허~.. 그게 아니지! 그 네토 뭐시깽이라면 그 순간에 눈물까지 흘리면서, 울면서 자위행위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
“하긴.. 소문에 듣자하니까 은희가 고등학교 때부터 특출하긴 했다더군.. 나야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그런 성적인 시선으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불가피하게 그 영상을 봤을 때 정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지.. 그렇게 순진할 줄 알았던 내 학생이 뒤로는 남자 자지에 환장한 년일 줄이야.. 내가 이렇게 배신감을 느꼈는데 자네가 어땠을지.. 그런데 자네가 그 네토인지 뭔지 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 결심을 했단 말이야. 그 자료를 넘겨주기로 말이지.”
도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네가 키디에 가입해서 아내의 사진을 찍어 올렸고 초대남까지 부르기 위해 시도했고 행동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일까? 말하는 내용으론 구의원은 이미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일부러 그 영상이란 걸 내게 넘겨준 것일까? 그런 번거로움을 굳이 왜.. 짱구놈 때문이라면 차라리 대놓고 협박을 했을 텐데 왜 날 사무장이라는 직책까지 앉혀놓고 이런 얘기까지 갑작스럽게 꺼냈는지 이유조차 짐작하기 힘들었다.
“설마.. 지금 제 아내.. 와이프를..”
“...뭐? 하하하하하하하하~ 나같이 다 늙어빠진 노인네가 힘이 어디 있다고 자네 와이프를 손대겠나.. 내 취미라고는 몸보신 겸 때마다, 아니면 복날에 그냥 영계 한 마리 잡아먹는 게 다라고. 크크크~ 노계는 또 질겨서 맛이 없어요. 퍽퍽하기만 하고.. 역시 계는 야릇야릇하고 파릇한 게 최고지.. 안 그런가?”
“그럼 왜..?”
“날 위해서 몸 바쳐 일해 달라고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정말 죽는 일꾼이 필요하다가 말 했을 텐데.. 아~.. 혹시 모르지.. 내 아들놈은 또 내 취향하고 정반대일지 모르니..”
“...네!? 아..들?”
“아~.. 하하하하. 오해하지 말라고. 그 놈의 자식이 마음이 여려서 죽는 시늉만 해도 만족할지 모른다는 말이니까. 내 말은 자네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앞으로 헌신적으로 일해 달라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나?”
“...”
“그렇다고 자네한테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고. 아니지! 어쩌면 날 만나서 지금까지 누려 본 적 없는 부귀영화를 누릴지 어떻게 알겠나? 안 그래?”
“......”
“그건 그렇고.. 자네 와이프 말이야.”
“.....?”
“혹시 자네한테 말을 하던가? 자기 과거가 어땠었다고 말이야.”
“...”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군. 하긴 나까지 그렇게 감쪽같이 속였었는데 자네한테는 오죽하겠나.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그 영상이랑 사진만이 남아서 그렇지 내가 들은 얘기는 그것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더라고..”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하~..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모르겠네..”
“...”
“어차피 이젠 한 가족인데 숨길게 뭐가 있겠어.. 안 그래? 하하하하하.. 목이 좀 마르군. 물이라도 한 잔 따라주겠나?”
“알겠습니다.”
“크~.. 하루에 물만 2리터 정도 마셔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자네도 목이 많이 마른 거 같은데 한 잔 마시라고.”
“전 괜찮습니다.”
“음~..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아!. 자네 와이프..그러니까 은희가 수술도 받았거 알고 있지?”
“수술이라뇨? 무슨 수술을 말하시는 겁니까?”
“허.. 몰랐어??”
정말 모른 척 뻔뻔하게 내게 다시 물어보는 구의원의 얼굴엔 미소까지 담겨 있었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니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낙태만 2번인가 3번인가 받았다고 하던데...”
“네!?”
“그런데 낙태수술을 하고도 또 남자를 만나러 다녔다고 하더라고....쯧쯧~~.”
어떤 폭력보다도 더 강한 충격으로 내 뒤통수를 번뜩이게 만든 구의원의 말이었다.
“그게 언제라고 했더라.. 은희가 아마 고 3때였나? 그때부터는 남자 한 두 놈 가지고는 성에도 안 차기 시작했나보더군.. 거기다가 나이 많은 남자들도 모자라서 또래 운동부 애들한테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는데.. 한 번은 농구부 애들 대여섯 명하고 동시에 놀아나다가 그 농구부원 놈들 여자 친구한테 들켜서 왕따까지 당했다고 하더라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었지만..
내 모든 걸 꿰뚫고 날 희롱하듯 얘길 이어가는 구의원 놈의 말이 어디서부터 거짓이고 사실인지 이젠 파악조차 하기 힘들었다. 아니.. 분명 거짓일게 확신한대도 지금 순간 구의원이 하는 말은 꼭 사실처럼 내 가슴에 비수를 꽂듯 날카롭게 후벼 파 비틀 정도의 내용이었다.
“하~ 내가 진작 알았다면 버릇이라도 고쳐놨을 텐데 참...”
“의원님은 전혀.. 모르셨군요.”
“하긴 그 동영상이라는 걸 봤을 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몸은 아니더군.”
“...”
“내 말은 사람은 본성, 천성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지. 아무리 좋은 스승이 참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말이야 그 본성이나 천성을 거스를 순 없다더군. 그런데 그 영상이란 걸 봤을 때 은희는... 음~.. 자네가 있는데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천성적으로 밝히는 여자가 아닌가. 그런 여자를 나도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지만 평범한 남자는 아무리 애를 써도 감당할 수 없더라고. 조신한 척, 순진한 척은 다 하면서 뒤로는 남자 자지라면 아주 환장을 하는 년들이 있더라고. 크~... 그런 여잔 한 번 맛보면 다른 년들은 년 같지도 않지만.. 그게 또 감당하려다가 허리가 온전할 수 없다니까.”
“.......”
“아이고.. 내가 또 당사자를 앞에 두고 주책없이... 이게 다 자네가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기라는 것만 알아두게. 어차피 자네는 이제 한 가족 아닌가. 자네의 안 사람이 내 제수씨가 되는 거고, 거기다가 내 제자였던 학생이 지금의 자네 와이프인데..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소문나지 않게 잘 관리하면서 살라고 하는 얘기니까 너무 욱하지 말고 말이야. 어차피 자네 취향도 그쪽이니까 끼리끼리 잘 만난건가? 하하하하하하.”
“크...”
“그런데 정말 막 흥분되고 그러나? 자네 와이프가 다른 놈 자지에 환장하고 엉덩이 흔드는 모습이...”
“크크큭큭~..크큭.”
“...?”
“크크크크크..”
“웃어? 자네 지금 웃음이 나오나?”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피가 끓어오르고 주먹 쥔 손이 저려왔으며 감정조차 좀처럼 추스르지 못하고 있던 것도 사실인데.. 구의원의 말을 계속해서 들을수록 몸과는 달리 오히려 내 머릿속은 냉정하고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하긴.. 은희가 걸레같이 엉덩이를 막 흔들면서 엄청 밝힐 때도 있긴 있습니다.”
“허...그..정도야?”
“제가 바람이라는 걸 안 피우는 이유가.. 다른 년들을 맛봐도 와이프처럼 꽉꽉 물어대면서 환장하게 만드는 보지를 만나본적이 없어서요. 의원님 말 들어보니 은희가 요물이거나 명기란 게 아닐까.. 생각 드네요.”
“크~... 그렇지... 하긴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년들보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았으니.. 아직도 그 정도야? 이제 30대가 넘었잖아. 그런데도 그렇게 조여 오나? 씨블.. 요즘 고딩년들이 오히려 더 걸레들이 널렸단 말이야. 이러다간 중딩년들로 필드를 옮기던지 해야.. 자네도 알겠지만 요즘 초딩들도 아다를 떼는 마당에.. 요즘 맛보는 고딩들은 거의 다 허벌난 걸레더란 말이야. 참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차라리 은희같이 잘 교육 된 년을 다시 만...억!!”
‘뻑!!! 우당탕탕~~.’
고딩..중딩..
내 바로 앞에서 추억이라도 회상하듯 사타구니를 문지르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구의원이 정신이 팔려 혼잣말처럼 하지 않았다면..
아니, 아내의 이름을 마지막에 또 언급하지 않았다면 처음 생각대로 어떻게든 참았을 것이다.
“뭐!? 초.초딩!!? 이 짐승만도 못 한 새끼를.. 확!! 다시 한 번 말 해 봐 이새끼...어??”
그러나 더 이상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아내를 희롱하고 과거를 농락했던 자신의 과거를 미화시키며 바로 내 앞에서 뻔뻔한 말을 하고 있는 구의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정말 있는 힘껏.. 손목이 아릴정도로 세게 날린 내 오른 주먹에 왼쪽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구의원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바닥에 자빠졌고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 한 난 한 번 더 구의원의 얼굴을 뭉개버리려 놈의 배에 올라타는데... 구의원이 기절했다.
“이 새끼가.. 엄살피지 말고 안 일어날래! 뭐!? 그 어린것들을 걸레.. 교육?! 이 씹새..끼.. 야!..야!!”
“으음~.”
분노에 이어 당황하게 된다.
설마 잘못 넘어져 머리라도 심하게 다친 건 아닌지 확인해 보지만 다행히 숨소리나 의식도 괜찮아 보였다.
“이..새끼가 죽을라고.. 감히 어디서.... 아..씨발.. 이게 아닌데.. 이제 어떡하지.. 그냥 더 참았어야 되는데.. 아니지.. 어떻게 더 참아. 뭐? 낙태를 해? 참나.. 니미.. 내 마누라가 아무렇지 않게 낙태를 했다고? 확 그냥.. 아.. 이게 증거가 될 수 있나.. 아.. 조금만 더 참을..걸.. 이 병신아.. 여기까지 와서 그걸 못 참냐.. 아...”
땅을 치고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엎어진 물을 담을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주머니에서 핸드폰부터 꺼낸다.
확신 없이 더듬거리며 녹음기 어플을 켜 작동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정상적으로 녹음이 되고 있었다. 녹음 어플을 끄고 카메라 모드로 바꾼 난 금고 속 돈다발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고 더 찾을 게 있나 확인하기 위해 손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맞네.. 짱구새끼도 사진이 있지..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너도 당해봐라 새끼야.”
마지막으로 구의원의 자세를 잡아 소파에 기대게 앉히곤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정말 만지기 싫었지만.. 떠오른 아이디어를 위해 축 늘어진 구의원의 자지를 꺼내놓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짱구 놈 사진엔 똘마니를 찍었는데.. 이 새끼 사진엔 누굴 넣을까.. 그렇다고 내가 빠는 모습을 찍을 순 없고.. 우웩.. 생각만 해도.. 아!! 이 새끼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붕어인지 잉어인지.. 저게 좋겠네..’
일어나 소매를 걷으며 난 커다란 어항 쪽으로 걸어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