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42)

중독-22. 

“짱구가 왼손잡이인가?” 

“..네?” 

“짱구새끼 말이야. 걔가 원래 왼손잡이였냐고.” 

“아니요. 오른손잡이인데요.” 

“그렇지? 나도 칼 맞은 위치가 짱구 놈이 오른손잡이가 맞았으니까..” 

“...왜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겠냐!? 아으.. 칼이 수욱~하고 들어오는데... 와씨..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칼로 손가락 베는 거 하고는 차원이 다르더라.” 

“.....” 

“아! 그리고 너!” 

“..네?” 

“집이 그렇게 잘 살아?” 

“......” 

“그래서 짱구한테 삥 뜯긴 거냐? 거 뭐냐.. 용돈셔틀? 그거 한 거야?” 

“..네.” 

“동생은? 너 여동생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요. 저 동생 없는데요. 외동이에요.” 

“그래?” 

“..왜 그러세요?” 

“아니야. 내가 잘 못 들었나보지.. 그나저나.. 넌 왜 내 전화 안 받았냐?” 

“...죄송해요. 누나가 받지 말라고 해서....” 

“이 새끼.. 넌 나보다 누나가 더 중요하지!?” 

“네!” 

“.....하~. 참나..” 

“...” 

“너 내가 지켜보고 있어! 똑바로 행동해라.” 

“제가 뭐요?” 

“뭐긴 뭐야!...... 배신자라고! 이 새끼야! 날 따라야지.. 벌써부터 여자 치마폭에 휘둘리기나 하고.” 

“제가 언제요? 아닌데요!” 

“아니긴.. 하여튼 넌 내가 계속 주시 하..” 

“얘기 다 끝났어?” 

내 말에 나갔던 아내가 성주와의 대화가 길어지자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응급실로 돌아와 커튼을 열었다. 

“응. 끝났어.” 

“오빠 올라가자. 휠체어 가져다준데.” 

“올라가다니?” 

“입원하래.” 

“입원? 2cm밖에 안 들어갔다며. 지금은 괜찮은 거 같은데..” 

“그래도 하루는 입원하래.” 

“하긴.. 칼에 찔렸는데 파산풍이라도 걸리면 큰일이지.. 아으~.. 배 당겨..” 

“큰일은.. 의사가 그냥 퇴원해도 될 거 같다는 거 내가 입원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지켜 보자더라. 엄살은..” 

“그래?...근데 진짜 아프다.” 

“알았으니까. 올라가자.” 

5층에 위치한 입원실은 2인실이었다. 

생각보다 큰 내실에 중앙에 벽걸이 TV가 걸려 있는 조금은 낯선 회색 병실은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요즘 병원은 인테리어도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로 옮겨 누웠는데.. 오른편에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70대 할아버지라고 하시더라고.. 보호자도 없으시데.” 

“그래?.. 저분은 무슨 병으로 입원하셨데?” 

“나도 몰라. 물 마실래?” 

“...응.” 

아내가 병실로 들어올 때 받은 봉투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꺼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환자복을 살짝 올려본다. 커다란 붕대로 가려진 복부를 보게 되자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찡그리게 되었고 동시에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꼭 훈장처럼 뿌듯함을 선사하는 이 기분은.. 

“여기 물..” 

“아가씨.. 간호사 아가씨.. 어이!! 아가씨!” 

아내가 컵에 물을 따라 내게 건네줬을 때 옆 침대의 커튼이 열리고 등장한 할아버지가 간호사를 불렀다. 아내와 나는 동시에 입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할아버지가 부른 게 간호사가 아닌 내 아내라는 걸 아내의 복장을 보며 뒤늦게 눈치 채게 된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게 간호사복이라는 걸 잊고 있던 아내는 연신 뒤를 돌아보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부른다는 걸 알고 나서야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저 간호사 아니에요.” 

“그럼 내가 간호사냐.. 육시럴...” 

“아니요. 이걸 입고 있어서 오해를..” 

“아! 시끄럽고. 나 오줌마려.” 

“.....네?” 

“오줌 마렵다고.” 

“잠깐만요. 제가 간호사 불러드릴게요.” 

“아 지금 싼다고!!” 

“할아버지.. 이 사람은 간호사가 아니고요. 제 와..” 

“으윽.. 씨브럴.. 오줌 싸면 다 니년 책임이야!!” 

“자..잠깐만요. 제가 금방..” 

“아 뭐혀!! 오줌통 달라고!!” 

“아!.. 네..네..” 

병실에서 막 뛰어나가려던 아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의 행동에 다시 방향을 틀어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침대로 뛰어갔고 바로 옆에 걸려 있는 소변 통을 들어 할아버지에게 건네는데.. 받으라는 소변 통은 받지 않고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바지 고리를 풀더니 축 늘어진 자지를 꺼내 손으로 잡고는 덜렁거렸다. 

“뭐혀냐고.. 빨리!!.” 

“네?..아!” 

아내가 고개를 돌린 채 소변 통을 할아버지가 잡고 있는 축 늘어진 자지에 끼워 넣자마자 플라스틱용기에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아내는 고개를 돌린 채 얼떨결에 옆으로 누워 소변을 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시중을 들게 된 것이다. 

아무리 노인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상체를 조금 일으켜 입을 열었다. 

“자기야. 비켜 봐.”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 

고개를 돌린 채 서 있던 아내가 인상을 찡그린 채 그냥 두라는 표정을 짓는다. 

말은 없었지만 아내의 얼굴엔 얼마나 급했으면 이러겠냐는 묵언의 표정이 담겨 있었기에 다시 누워 할아버지의 소변이 끝나길 기다리는데..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졸졸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근댜.. 첨보네.. 새로 왔나?” 

“아뇨.. 옷이 더러워서 잠깐 빌린 거예요. 저 간호사 아니에요.” 

“응~ 새로 왔다고?” 

“제가 간호사가 아니고요. 할아버지.. 저기 누워있는 사람 부인이라고요.” 

“색시가 참 실하고 예쁘네.. 간호사 중에서 제일 이뻐..” 

“그러니까.. 악!.. 무..뭐하시는 거예요!!” 

  

할아버지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뭐 저런 미친 노인네가 있나.. 라는 생각에 병원에 정식으로 항의를 할까 아니면 지금 바로 엄살을 끝내고 일어나서 대신 소변 통이라도 잡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갑자기 아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큰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게 된다. 

아내가 팔을 크게 휘젓는 행동과 함께 큰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게 된 소변 통은 속을 채워가던 소변들이 전부 쏟아졌다. 강력한 찌릿한 냄새가 순간 코를 자극했다. 

“아따.. 이게 뭔 짓이래...” 

“할아버지!!” 

“깜짝야.. 간호사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그렇지.. 쯧쯧.. 어른이 예뻐서 칭찬해줘도 지럴이여..” 

“할아버지 미쳤어요!?” 

“무..뭐!? 미쳐!? 넌 어미애비도 없냐! 어디서 육시럴이여!” 

“왜 그래! 자기야?” 

“....” 

“할아버지 왜 그러신데요?” 

“아니.. 이 간호사 아가씨가 참해서 손 한 번 만졌더니 이 지럴이잖아.” 

“손이라고요?” 

“할아버지가 손 만졌어요!?” 

“오선생 왜 그래!? 헛... 무슨 일이세요?” 

병실의 큰 소동을 듣고 등장한 중년의 간호사가 아내가 입고 있는 간호복에 자연스럽게 다가와 얘길 하려다가 아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흠칫 놀란다. 그리곤 아내가 입고 있는 옷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곧바로 자세를 바꿔 아내에게 사과부터 하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할아버지가 또 이상한 짓 하셨죠?” 

“.....네.” 

“할아버지! 제가 몇 번이나 말씀 드렸잖아요! 다시 한 번 못된 손버릇 하시면 퇴실조치 시킨다고!!” 

“아니라고!! 난 그냥.. 아!.. 저 년이 참..” 

“할아버지! 욕하지 말라고 했죠!” 

“참나.. 어디 임자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겄나.. 아주 잘났다고 셋이서 이 늙은이 하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아이고~~ 엄니.. 아이고~~ 마누라...”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리 주의를 드려도 그때뿐이라서.. 장기입원중이신데 성격이 항상 저러셔서 관심환자분이시거든요. 보호자분들도 두 손 두 발 다 드셔서 오시지도 않고.. 오셔도 만날 싸움만 나서.. 할아버지가 연세도 많으셔서 그런 거니까 보호자 분께서 한 번 만 참아주시고 넘어” 

“이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아니! 그럼 저 노인네는 간호사분들한테 항상 이런 식이라는 말인가요?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네.. 그냥 경찰이라도 불러서 확..” 

“환자분 좀 진성하시고요.. 저희도 마음 같아선 확!.. 신고하고 싶지만.. 저 분도 사정 얘기 들어보면 불쌍한 분이셔 서요.. 위에서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라는 분위기고...” 

“이래서 문제야.. 만날 뭘 그렇게 넘어가래.. 안되겠네요. 제가 그냥 못 넘어가겠어요. 여기 보안실장이나.. 아니지 경찰을 불러..” 

“됐어..” 

“...뭐?” 

“간호 선생님들 괜찮으시다 잖아.. 우리도 그냥 넘어가.” 

“그렇게 놀랐으면서 뭘 그냥..” 

“됐다고.. 난 한 번 당한거지만 이 분들은.. 휴~..”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1인실에 계시던 분이 방금 퇴실하셨는데.. 불편하시면 베드 옮겨 드릴까요?” 

“...네. 옮겨주세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난 2인실에서 1인실로 자리를 바꾸게 되었다. 

우리가 병실 한 쪽에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연시 서럽다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나와 아내는 간호사의 안내로 가장 복도 끝 방에 있는 1인실로 향하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 한 호강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아내의 표정이었다. 

물론 할아버지가 아내의 허벅지라도 쓰다듬었다는 것이 화를 낼 타이밍이 맞겠지만.. 평소의 아내라면 저런 고령의 노인이 장난스럽게 만진 손길에 이렇게 당황하고 역적을 낼 성격이 아니었기에 문제였다. 평소 수영복을 입고 사람들의 시선과 짓궂은 중년남자들의 시선과 음담패설에도 굳히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대받아쳤던 아내가 이런 모습을 보여 줄 줄은 나도 예상 못한 일이었기에 아무 말 없이 아내가 우선 진정하길 기다리게 된다. 

“많이 놀랐어?” 

“.....아니야.” 

“자기 배 안 고파?” 

“응..” 

단답식으로 대답을 하며 짐을 정리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커다란 침대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심정을 백퍼센트 이해할 순 없었지만 분명 구의원이란 놈에게 강간을 당하고 난 후에 행동까지도 변했다는 걸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찬찬히 아내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2인실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병실 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어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들어온 건 성주였다. 

마이클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성주가 병실 안에 있는 아내를 확인하고 들어왔고 그 뒤를 마이클이 따라 들어왔다. 

“응.. 사정이 있어서 여기로 옮겼어. 마이클 옷은?” 

“옷 없습니다.” 

“옷이 없다뇨?” 

“주차장 다 찾아봐도 은희씨 옷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오면 어떻게 해요!” 

“나 은희씨 집 비밀번호도 모릅니다. 전화를 해도 은희씨 전화 안 받았습니다. 나 잘못 없습니다.” 

“전화를 언제 했... 아.. 배터리..” 

“전화 안 받은 은희씨 잘못입니다.” 

“에휴.. 알았어요. 지하 편의점 좀 다녀올게요.” 

“편의점?” 

“응.. 음료수랑 먹을 거하고.. 충전기 좀 사올게.” 

“...” 

아내가 나가자 병실안의 공기는 급격히 뻘쭘해졌다. 

멀뚱히 날 쳐다보는 마이클과 오자마자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고개 숙인 성주의 행동은 순간 침묵으로 병실 안을 조용히 바꿔버렸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을 때 내가 먼저 마이클에게 그동안에 미뤘던 질문을 하게 된다. 

“그동안 뭐했어요? 연락도 안 되고.. 금자씨란 분은 미국에 간 게 맞아요?” 

“아! 은희씨가 얘기 안 했습니까? 금자씨는......” 

마이클이 들려 준 얘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의원이란 남자는 이제 말 그대로 좆됐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클의 인맥까지 동원해 흘린 정보와 금자가 제공한 동영상까지.. 구의원이란 인간은 아내의 동영상만을 찍은 게 아니었다. 동창생 중 아내를 가장 아끼고 애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내에게만 집착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 크게 놀라게 된다. 

구의원이라는 인간은 뼈 속까지 로리타 기질이 다분했으며 말 그대로 18살 이상의 여자애들에게는 흥미조차 주지 않는 성향으로 유일하게 아내만 1년 넘게 괴롭혔었다고 한다. 금자씨는 아내 이전인 고 1일 때 집중적으로 당했고 일종의 예행연습이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금자씨때부터 동영상이라는 걸 찍기 시작해 그 이전에 피해를 당한 여자들에 대한 증거를 찾은 순 없었지만 벌써 2명의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여자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마이클이 말을 했으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아내를 포함 대략 20여명정도가 구의원에게 겁탈부터 시작해 폭행, 성상납으로 이용당했을 거란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마이클이 내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은희씨가.. 마지막에 결정을 해서 일이 빠르게 진행 됐습니다. 미국에선 강간형행범은 즉시 연행입니다. 아무리 증거가 많아도 우선 잡아넣으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데.. 은희씨 판단이 훌륭했습니다.” 

“훌륭해? 지금 내 와이프가 강간..을 당한 게 훌륭하다고?” 

“그..게 아니고.. 마이클도 뭐가 잘 한 건지 모릅니다. 하지만 은희씨는 각오했습니다. 그 존중을 이해한답니다. 그리고 은희씨가 말했습니다. 금자한테만 전부 의지할 수 없다고, 그리고... 악연을 끊을 수 있다면 모든 지 다 할 거라고.. 자기가 해야 된다고 말 했습니다.” 

“......” 

“은희씨 정말 착합니다. 아니! 정의롭습니다.” 

“.......” 

“강간을 당하다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성주가 갑자기 두 눈을 부라리며 나와 마이크를 노려봤고 격양된 목소리로 흥분을 한다. 

“누나가 강간을 당했다고요!? 누구한테요!? 혹..시 짱구 그 새끼가...” 

“아니야.” 

“그럼 누구한테요?” 

“그런 게 있어. 넌 알 필요 없으니..” 

“제가 왜 알 필요가 없어요!?” 

“....” 

“마이클 아저씨! 누나가 누구한테 강간을 당했다는 거예요!? 네!?” 

“왜 성주학생이 흥분합니까?” 

“지금 제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요!” 

“헐..입니다. 은희씨 남편도 참고 있는데 성주학생 이해 안갑니다. 그리고 은희씨가 결정한 일입니다. 성주학생이 나설 문제가 아닙니다. 성주학생도 봤지만 은희씨가 가장 괴롭습니다. 그동안 잠도 못 자는 거 못 봤습니까?” 

“.....”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성주의 모습에 괜히 숙연해지는 나였다. 

마이클의 말은 오해는 할 수 있어도 오류는 없었기에 성주는 반박을 하지 못 한 채 두 주먹만 쥐고 나와 마이클을 번갈아 노려봤고 곧 그 화살은 나에게 원망처럼 직행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이라는 작자가 자기 아내가 강간을 당했다는데 이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분노하는 듯 느껴졌고, 아내가 자신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내용조차 몰랐다는 것에 화가 난 듯 보였다. 

“네 기분도 이해가 가는데.. 어른들의 일이다. 그리고 마이클 말대로.... 아내가.. 은희가 직접 결정한 일이야.” 

“아저씨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말이 안 되도.. 현실이더라. 그리고 그게.. 영화도 아니고 내가, 은희가 당한 일이고..” 

“분위기가 왜 이래요?” 

하얀 봉지를 한가득 들고 병실로 들어오던 아내가 입구에서 멈칫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뭘 그렇게 많이 사왔어?” 

“이것저것.. 밤도 늦었는데.. 성주랑 마이클은 이만 들어가. 난 오늘 여기서 잘 테니까.” 

“그래.. 나 때문에 괜히 고생만 했네. 마이클 오늘 고마웠어요. 성주 너도 고맙고..” 

“저도 오늘 여기서 잘게요. 혹시 짱구가 또 쳐들어올지 모르잖아요.” 

“됐어. 그 새끼가 내가 여기 있는 지 어떻게 알겠냐. 그러니까 너도 들어가.” 

“싫어요. 저도..” 

“성주학생 나랑 같이 갑니다. 오늘은 은희씨랑 남편이랑 얘기해야 됩니다.” 

“....” 

“그래.. 성주야. 이만 들어가.” 

마이클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성주가 병실에서 나간다. 

그런 모습을 또 측은하게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이란.. 과연 아내는 성주란 저 학생을 정말 친동생처럼 보는 것일까? 아니면... 

“오빠 괜찮아?” 

“으..응?.. 응.” 

“휴.. 정말 다행..이다. 오빠 쓰러지는 거 보고 진짜 눈앞이...” 

“내가 자길 놔두고 어떻게 되겠냐.. 억울해서라도 못 죽지.” 

“억울하다니?” 

말이 헛 나왔다. 

내가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아내는 이상한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게 분명한지 날 쳐다보는 시선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잖아. 아직 제대로 초대도 못 해봤는데...”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자기랑 이제 겨우 시작인데... 제대로 즐기지도 못 하고 죽어봐라. 아마 귀신이 돼서도 자기 옆에서 떠돌걸!” 

“.....오빠.” 

“응?” 

“다... 봤잖아. 오빠가 헤어지자고 하면 난..” 

“왜? 뭘?” 

“.....” 

“그깟 과거 때문에 헤어지자고? 순서가 잘 못 된 거 아닌가? 우선 속여서 미안했다. 이게 먼저 아니야?” 

“....................” 

“후~. 그래.. 솔직히 자기가 찍힌 그 영상.. 처음 봤을 땐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그 새끼가 워낙 뻔뻔하게 나와야 말이지.. 아~. 이 새끼 진짜 인간 말종이구나.. 자기가 어떻게 당했는지.. 왜 나한테 말 할 수 없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있겠더라..” 

“오..빠..” 

“씨발 솔직히 말해서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딨냐? 나도 뭐.. 고딩 때 좀 잘나갔냐? 이제 말하지만 도서실 누나도 좀 따먹었었고... 자기 만나기 전에 노래방에서 도우미도 좀 불러서 찐하게 놀아봤는데.. 자기의사로 여자 굴린 내가 나쁘면 더 나쁜 놈이지.. 자기가 뭔 잘못이야. 마이클 얘기 들어보니까 그 새끼는 아주 작정하고 애들한테 손댔던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냥 날 위..로 하려고.. 아니... 지금은 좋은 말로 날 위로하지만 나중에 분명히 후회 할 거야. 그냥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뭐? 이혼하자고?” 

“..........오빠가 원..한다면..” 

이혼이라는 단어에 아내가 순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답을 한다. 

그러나 대답하는 아내의 입술이 아주 작게 떨리고 있다는 걸 내 두 눈으로 확인하듯 분명 볼 수 있었다. 

“미친 소리 할래?” 

“....” 

“요즘 내가 느끼는 걸 얘기 해줄까?” 

“...느끼다니?” 

“아무것도 모른 체 그냥 초대남이니 마사지니.. 야외노출이니.. 자기가 어떤 기분으로 무리한 요구를 한 날 봤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그리고 어떻게 날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배신감까지 들고..” 

“미안..” 

“그런데.. 내가 진짜 네토라는 게 맞긴 맞나 봐. 그 충식인가 뭔가 했던 얘기대로 엄청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생각보다 견딜 만 하다는 느낌에 나조차도 놀랐으니까.” 

“견딜..만 했다고?” 

“한 가지만 물어볼게.” 

“....뭘?” 

“과거는 어차피 과거일 뿐이니까.. 근데 나랑 결혼하고 나서 내가 요구했던 부탁들.. 사진을 찍거나.. 초대남을 부르자고 했던 일들 말이야. 정말 마지못해서 들어줬던 거야? 죽어도 싫은데.. 나한테 죄 짓고 죄인처럼 내가 요구하는 건 다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아니야. 오빠가 좋아하니까.... 난...” 

아내가 말을 하다 망설인다. 

죄인처럼 두 손을 모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아내의 모습에 괜한 미안함을 느끼는 내 자신이 너무 착하다는 생각을 이 와중에 하면서도 동시에 ‘측은지심’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오빠랑 결혼하기 전에.. 진짜 망설였던 이유가.. 정말 내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 이렇게 더러운 년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 고민했었어... 그리고.. 오빠가 날 정말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하는 년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지만.. 오빠랑 살면서 나도 평범할 수 있다는.. 나도 그냥 한 남자의 아내로 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고백하려다 못 했어.. 그래서....” 

덤덤하게 말을 하려 애를 쓰는 아내였지만 눈물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결혼식장에서 고모란 인간이 자신의 험담을 했을 때처럼 감정을 숨기듯 표정변화를 억누르며 아내가 최대한 덤덤하게 얘길 이어가려 애를 썼지만 소리 없이 눈물이 볼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내가 입술을 꾹 다물고는 간호복의 옷깃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다시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말 미안해.. 내가 오빠한테 할 수 있는 건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네... 오빠가 원하는 대로... 오빠가 하자는 대로 다 할 수 밖에 없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네...” 

“그럼 됐네.” 

“.....” 

“이리 와 봐.” 

“..응?” 

“이리 와서 누우라고.” 

아내가 머뭇거리다 내가 손으로 두드린 침대에 다가와 누웠다. 

아랫배가 당기가 욱신거렸지만 난 내 옆에 눕는 아내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아내를 꼭 끌어안았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진한 포옹이 더 감정적일 수 있다는 말대로 아내를 꼭 끌어안으며 얘길 하자 아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처럼 그칠 줄 모르고 아내는 날 더 꽉 끌어안고는 소리까지 내 울기 시작했고.. 한참을 울더니 그대로 세근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자국이 흐릿한 아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곤 무의식중에 말을 하게 된다. 

“사랑..해...” 

아내는 그대로 내 품에 안긴 채 정말 깊은 숙면에 빠졌는지 단 한 번의 미동조차 없이 시체처럼 잠이 들었다. 

아내의 숨소리에 나도 찬찬히 눈을 감았고 아랫배에 느껴지는 욱신거림에도 오랜만에 부담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었는데.. 

“보호자분.. 환자분 침대에 같이 누우시면 안 돼요.” 

“으..음..흡!.. 죄..죄송해요.” 

침까지 흘리고 잠에 빠져있던 아내가 간호사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내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온 간호사가 간호복을 입고 있는 아내를 깨워 일으키더니 옆에 이는 보호자용 간의 침대를 소리 내며 펴놓는다. 

  

아내가 침대에서 내려가자 간호사는 링거를 확인하고는 환자복을 젖혀 내 아랫배를 쳐다보더니 혀를 차며 이것보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상처 벌어지면 다시 꿰매야 돼요. 아무리 깊게 얕은 자상이라고 해도 무리하게 움직이시면 이렇게 벌어져서 출혈이 일어난다고요. 더군다나 무리한 운동이나.. 격렬한 움직임은 당분간 자제하셔야 되고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안 해도 이렇게 출혈이 일어나니까!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드레싱 다시 해드릴게요.” 

“윽..” 

“아프세요? 많이 불편하시면 이 버튼 누르세요. 진통제에요. 그리고 선생님이 수면제도 처방해주셨는데..필요하시면 주사해드릴까요?” 

“아니요 됐습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조금은 거칠게 배에 붙어 있는 거즈와 붕대를 떼어낸 간호사가 아내를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드레싱이란 걸 해주곤 들어올 때처럼 소리 없이 병실을 나가버렸다. 

“자기야. 다시 올라 와라.” 

“됐네요! 또 혼날라고.. 휴~.. 깜짝 놀랐네.. 언능 주무세요!” 

“자기 없으면 잠도 안 와.. 일루 와.” 

“환자면 환자답게 주무세요! 아니면 수면제 좀 달라고 할까?” 

“됐어.. 에이씨.. 분위기 좋았는데...” 

“분위기는.. 좋은 말 할 때 빨랑 자라!” 

“참나~..” 

말과는 달리 내 눈꺼풀은 감자마자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의 잠을 이루지 못 한 며칠 동안의 피곤이 단번에 밀려오는 듯 한 어쩔 수 없는 무게감을 저항하지 못 한 채 난 코까지 골며 금세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아내가 조심스럽게 걸어와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다시 간의침대로 돌아가 누웠고 나처럼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드는 듯 보였다. 아니.. 잠 중에도 느껴졌다. 

“누나.. 누나...” 

소곤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꿀 같은 잠에서 깨어난 건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나 성주학생이었다. 이 시간에 아내를 깨우는 목소리에 데자뷰처럼 집에서 꿈을 꾸고 있는 줄로 착각했던 난 욱신거리는 아랫배의 통증에 꿈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성..주? 왜 왔어?” 

아내가 내 눈치를 살피며 갈라진 목소리로 성주처럼 소근거렸다. 

‘이 미친놈이 여기까지 와서 또...’ 

“잠깐 얘기 좀 해요.” 

“....얘기라니? 무슨 얘기.. 그것보다 왜 또 와서 사람 귀찮게 하니. 내가 집에서 분명히 말했지! 어쩔 수 없이 해줬던 일들.. 내 잘못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 했잖아. 빨리 돌아가!” 

“그 경찰간부란 놈..” 

“!!” 

대답은 없었지만 성주의 말에 아내가 정말 놀란 듯 간의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성주의 손을 잡고 병실 밖으로 발소리 죽여 서둘러 나갔다. 

‘경찰간부? 갑자기 뭔 경찰이야?’ 

배에 느껴지는 통증을 잊은 채 나도 황급히 아내가 나간 병실 밖으로 걸어가는데.. 아주 작게 열린 문틈으로 아내의 목소리가 세어 들어왔기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네가 어떻게 알았어!?” 

“마이클 아저씨가 술 먹고 얘기 해줬어요.” 

“뭐?” 

“그리고.. 저도 마이클 아저씨 노트북에 있는 거 다 봤어요. 누나가 찍힌 영상들..” 

“너 미쳐니!?” 

“네! 미쳤어요! 누구 때문에 이렇게 미쳤는데...” 

“성!..주야.” 

목소리를 높이려던 아내가 병실안의 날 걱정하는지 황급히 목소리를 낮춘다. 

“마지막으로 그 경찰간부인지 뭔지.. 하는 놈이 훼방 못 놓고 증거 잡는다면서요. 그것도 누나가 직접 변장해서.. 아니! 유혹해서 증거 찾는다면서요. 아니에요?” 

“아니야. 아직.. 오빠하고 얘기하고.. 허락받고 할지 안할지 결정할거야.” 

“마이클 아저씨는 할 거라고..” 

“성주야.. 오빠가 날 사랑한데.. 나같이 더러운 년을.. 아직도 사랑한데..” 

“.....” 

“그 인간을 꼭 잡아야 되는데.. 내가 선생이라고 불렀던 그 인간을 보호해 줄 그 경찰이라는 인간한테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협박해야 되는데.. 하지만 오빠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려고...” 

“.......아저씨는 좋다고.. 유혹하라고 할 걸요.” 

“뭐?” 

“다른 남자한테... 나 같으면 그 선생이라는 작자를 패 죽였을 거예요. 아니.. 아무리 과거 때문에 누나가 결심을 했다고 해도 아저씨처럼 행동 안 했을 거라고요!” 

“목소리 안 낮출래!? 나 진짜 화..헉!‘ 

작은 소란처럼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등장한 경찰간부라는 놈의 얘기에 정신이 팔렸던 난 뒤늦게 문을 열고 나가려다 달그락거리는 링거대의 바퀴소리에 그냥 주사바늘을 빼 던져버리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복도를 살피는데.. 구석진 내 병실에서 약 10m정도 떨어진 공간으로 성주의 손에 끌려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발소리 죽여 쫓아간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면회객 휴게실이었다. 

“이거 놔! 얘가 왜 이..웁! 비..비켜!” 

가장 구석진 긴 소파 쪽에 아내를 내동댕이친 성주는 거칠게 아내의 가슴을 움켜쥐며 덮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간호사를 겁탈하려는 남자의 모습처럼 성주는 아내의 치마를 한 손으로 잡아 올리며 다른 한손으로는 아내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고 강제로 키스까지 퍼붓기 시작했다. 

늘씬한 아내의 맨다리 위로 하얀색 간호사복 치마가 점점 말려 올라갈수록.. 드러나기 시작한 사타구니는.. 

“너 정말 미..미쳤니?! 안 비킬래! 소리 지를 거야!” 

“질러요! 어차피 각오했어요.. 누나가 자꾸 나 피할 때부터..” 

“서..성주야!. 헉!..하..하지 마..” 

흩날리듯 흔들리는 아내의 다리를 지나 치마 속으로 예고 없이 손을 집어넣은 성주는 단번에 팬티를 끌어내렸고 그 힘이 얼마나 셌는지 아내의 얇고 작은 팬티가 찢어지듯 허벅지아래에서 분리되어 버렸다. 

성주는 순간의 찰나도 놓치지 않고 아내가 일어나려던 그 순간에 뺏던 손을 다시 치마 속으로 깊숙이 집어넣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격렬히 저항하는 아내의 사타구니 중심을 헤집고 들어가기 시작한 성주의 손이 분명했다. 

“그..그만 해.. 서..성주야.. 그만.. 으윽!..아..아파..” 

“.....” 

“읍..흑!..그...그만..” 

아내가 허벅지를 모으며 엉덩이를 비틀어보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듯 행동하는 성주 앞에선 소용이 없어보였다. 팔을 뻗어 성주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아내의 행동에 아주 잠깐이지만 성주의 상체가 뒤로 밀렸지만.. 그 두 손마저도 성주의 손에 수갑처럼 잡혀 위로 크게 올려진 채 제대로 저항조차 못 하는 듯 보였다. 

두 팔을 소파 등받이 위로 올린 채 아내의 치마는 이미 허리춤까지 올라가 골반까지 다 드러낸 채 누운 형태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고 성주는 뜨겁고 거친 숨을 연신 헐떡거리며 아내의 사타구니사이에 밀어 넣었던 손을 빼내 자신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하..하기만 해 봐! 나 다시는 너 안 볼 거야!” 

“....” 

“하..하지 말라고! 진짜 너 미쳤어!” 

“네.. 누나가 처음으로 내 자지 빨아줄 때부터 이미 미쳤었어요.” 

“성주야!” 

“한 번만..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그 선생이란 새끼한테는 대주면서 전 왜 안 돼요!? 전.. 왜 안 되냐고요?” 

“그..그만.. 하지..마..” 

아내의 목소리가 강한어조에서 이젠 애원하듯 애절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성주는 꺼내든 커다란 자지를 흔들며 몸으로 아내의 허벅지사이를 파고들며 조준을 시작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난 휴게실로 뛰어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에 힘을 주게 된다. 

“아..알았어.. 알았으니까.. 이거 놔.. 아파..” 

“....” 

“이렇게 하는 건 너도 싫..잖아.. 알았으니까.. 그만.. 하라고.. 내가 할게... 내가...”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더 크게 뜨게 된다. 

건너편 옥상에 있는 병원 옥외간판의 불빛으로 비춰지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이젠 음란할 정도로 얽힌 채 내 눈에 비춰지기 시작했을 때.. 아내의 뜻밖에 목소리에 대못이 발등에 박힌 듯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안 믿어요.” 

“흑!.. 하..한다고.. 내가 한..”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여요? 몇 번이나 속았는데...” 

“너.. 정말 나 안 볼 자신 있어?! 넣기만 해 봐.. 나 진짜...” 

“가만히 좀 있어요.. 안 들어가잖아요.” 

“내가 미쳤니! 가만히 있게! 빨랑 비키라고!!” 

“이씨....” 

연신 허리를 비트는 아내는 이젠 다리까지 허우적거리며 계속해서 보지 살을 가르고 들어오려는 성주의 자지를 피하고 있었다. 

“누나.. 내가 누나 책임질게요.” 

“..무..뭐? 너 진짜 미쳤구나.” 

“전 아저씨 같은 짓 안 해요. 다른 놈이 누나 넘봐도 전부 패버리고.. 아니! 누나한테 다른 놈이 절대로 찝쩍대지 못 하게 할 게요. 그러니까.. 차라리 저랑 살아요. 네!? 누나~..” 

“미..미쳤어.. 비키라..고.. 윽..” 

“누나.. 사랑해요.. 아저씨보다 훨씬 더 사랑..” 

“아!!” 

“여보..자기야~~”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서 저 놈의.. 성주학생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자지를 발로 걷어차 줄까.. 라는 생각을 억지로 억누르며 다시 병실 입구로 돌아가 애써 태연한 척 아내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조차 안 나오는 성주의 대사에 ‘시나 어린놈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그나마 최대한의 배려를 한 나였고, 곧 등장한 아내가 애써 태연한 척 내 눈치를 살피며 치마를 끌어내리며 휴게실에서 나오다 놀란 두 눈으로 날 쳐다봤다. 

“안자고 왜? 헛!.. 오빠 링거는?” 

“응?.. 아.. 나오다가 걸려서 빠졌나보다.. 몰랐네..” 

“그걸 모른다는 게 말이 돼!” 

“그런데 자긴 왜 거기서 나오냐?” 

“으..응?.. 저..전화 좀 하느라..” 

“지금 이 시간에?” 

“...응. 금..자랑.. 거긴 지금 낮이잖아.” 

“.....” 

“간호사 불러올게..” 

내 시선을 피하며 아내가 황급히 간호사 대기실로 뛰어갔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경찰간부라는 호칭이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뒤 늦게 인지한 아내의 마지막 신음소리가 날 다시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이 새끼가 설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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