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42)

중독-30 

내가 바란 반응이 맞긴 했는데 왜 이런 자괴감까지 느끼게 되는 걸까? 

아니면 이런 자괴감을 느끼고 싶었기에 아내에게 목석처럼 아무런 반응을 하지 말라고 내 본능이 요구를 한 것일까? 

아내는 내 부탁대로 목석처럼 누워있기만 했다. 

자세를 아예 바꿔 가랑이를 작게 벌린 아내위에 올라탄 난 평소와 다르게 내가 다리를 더 벌리고 아내를 올라탄 체위로 자지를 작게 벌어진 아내의 사타구니 속에 집어넣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분명 평소보다 더 큰 자극을 주며 자지를 보지 속에 담그며 더 좁아진 질속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내는 내 요구대로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신음을 삼키며 아무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은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목석처럼, 불감증에 걸린 여자처럼 아내는 내가 허리를 움직여 자지로 보지 속을 쑤셔댈 때에도 흔들리는 몸과 달리 정말 시체처럼 가만히 있었지만 분명 흥분하고 있다는 걸 간간히 들썩거리는 턱과 작게 목젖을 움직이며 침을 삼키는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런데 왜 난 더 흥분하기 시작한 것일까? 아내의 얼굴 바로 앞에서 금자의 보지를 자지로 쑤셔대며 신음소리를 연발하는 모습에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일 때에도 지금처럼 흥분하지 않았었는데.. 

“헉헉..헉..헉헉..” 

침묵만이 흐르는 침대위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아내의 위에서 점점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도록 더 빠르고 강하게 자지를 보지 속에 쑤셔댔고 분명 젖기 시작한 아내의 보지 속을 느끼며 성주 놈과 섹스를 나누며 몸서리치는 아내의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더 강하고 깊게 펌핑을 해대는데.. 아내는 내 요구를 충실히 수행하는 착한 여자처럼 얼굴만 작게 움직이며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으려는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 뿐 내가 바라는 그런 몸서리치는 모습은 보여줄 기미조차 없어 보였다. 

분명 느끼기 시작했는데.. 흐릿하지만 거실에서 새어 들어온 형광등 불빛 아래로 몸도 조금이나마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그게 전부였다. 

“씨발..년..” 

“....흑~.”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며 온 몸을 땀으로 적시기 시작한 난 여전히 목석처럼 누워있는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욕을 내뱉게 되었다.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오르가즘에 헐떡이던 아내의 얼굴조차 찾을 수 없는 내 자신의 무능력을 속으로 욕하며 좌절감에 몸부림치듯 아내의 덜렁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짓이기길 반복하던 난 정말 사고처럼 욕을 내뱉게 된 것인데.. 아내가 순간 반응하듯 허벅지에 힘을 주며 보지로 자지를 조여 왔다. 

바로 힘을 풀며 다기 고개를 돌린 아내였지만 그 짧은 순간에 아내가 반응했다는 걸 난 분명히 느낄 수 있었고 그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걸레 같은 게.. 자는 척을 해도 몸은 반응하네.. 좋냐?” 

“....흐..읍.. 흑~.” 

아내가 돌린 얼굴로 참았던 신음을 작게 내지르며 순간 보지로 자지를 잘근거리며 물어댔다. 성주와는 비교도 안 될 굵기의 내 자지였지만 다리를 모으고 있는 지금 체위는 분명 아내에게도 자극적일거란 생각에 더 힘을 주며 자지를 쑤셔대길 반복했고 아내도 결국 참지 못하고 참았던 신음소리를 작게 내뱉기 시작했는데.. 

“하아..흐윽..흐..오..오빠.. 아아~” 

“쉬..쉿.. 조용히 하라니까.” 

“흐읍.흑...” 

이제야 내가 아내에게서 보고 싶었던 장면을, 느끼고 싶은 걸 깨닫게 된다. 

지금 순간 난 아내가 신음소리를 참아대며 느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성주에게 당할 때 보여줬던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고 싶었고 느끼고 싶었다는 충동에서 이런 상황 극까지 바라기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고 본능적으로 아내에게 요구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아니.. 반대로 이미 성주의 몸에 길들여져서 내 비루한 자지엔 이제 아무 감흥조차 없는 듯 목석처럼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닌 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상에 속으로 크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강하게 자지를 쑤셔대기 시작했다. 

“흐..윽...아..아아~..흑.. 으읍..읍..”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아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난 완전히 아내의 몸 위에 체중을 싣고는 성주 놈처럼 허리만을 사용해 자지를 빠르게 쑤셔대는데. 아내가 더 깊숙이 자지가 들어오도록 스스로 가랑이를 벌리기 시작한다. 아내가 벌린 다리위로 자연스럽게 내 허벅지도 벌어지며 조금 더 깊숙이 자지를 보지 속에 담그며 펌핑을 해대는데.. 내 손에 틀어 막힌 아내의 입도 손바닥 아래에서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해 뜨거운 침을 묻히기 시작했다. 

“흡..흡..흐윽..흑흑.. 오.오빠.. 아~.. 조..좋아.. 흐그..아아~” 

막힌 목소리로 비뚤어진 아내의 발음이 내 귀에 바로 들리며 날 자극하기 시작했는데.. 급속도로 밀려오는 사정의 기운이 생각지도 못했던 느낌으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자극적인 아내의 몸짓과 섹소리에 금방이라도 사정을 준비해야 정상일 텐데.. 뭔가가 부족했다. 

“흥..흑..흑~..하아~.. 아아..아...” 

아내의 신음소리는 분명 평소처럼 자극적이고 뇌쇄적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평소라면 이런 아내의 신음소리에 최고조로 흥분했을 테고 평소처럼 이미 사정을 몇 번이나 해야 정상일 텐데.. 어처구니없게도 발기가 줄어들기까지 했다. 

“응?..오..오빠?” 

온 몸을 땀으로 적시며 격렬하게 움직이던 내 허리도 지친 듯 뻐근함까지 느껴졌고 결국 속도를 줄이며 아내 위에서 상체를 들며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여전히 보지 속에 자지를 담그고 있긴 했지만 도저히 당혹스럽고 곤란한 표정까진 숨길수가 없었고 아내도 놀란 듯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비굴하게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미..미안.. 금자씨랑 한 게 오히려 독..이었나 봐.” 

“왜?” 

“괜히..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따먹었더니.. 흥분이 이어지질 않네....” 

“좋..지 않았어?” 

“...별로.” 

“남자들.. 그런 말 많이 한다며,, 아무리 예쁜 마누라가 있어도 새 여자한테 더 끌린다고.. 오빠는 아니야?” 

“응. 난.. 자기가 흥분하는 모습이 더 꼴리나 봐.” 

“...” 

“다른 놈한테 박히면서 자지러지는 모습만 봐도 사정할 거 같던데.. 이상하네.” 

“그렇게 좋아? 내가 다른 남자랑 하는 게?” 

“.....그런가 봐.” 

“그럼.. 내가 막 아무 남자한테 대주고 다녀야겠네?” 

“응?.. 아무남자?” 

“응. 오빠가 방금 얘기했잖아. 다른 남자한테 박히는 게 더 흥분 된다고.. 그럼 내가 아무남자한테 막.. 보지 벌리면 되는 건가?” 

“....”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천천히 허리를 흔들게 된다. 

작아지던 자지가 아내의 엉뚱한 대답에 다시 반응을 하기 시작했고 본능적으로 자지를 흔들며 아내의 보지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걸 보여주면.. 아무하고 해도 상관..없어?” 

“누구랑 하게?” 

“으음.. 오빠 회사 사람이랑 할까?” 

“....” 

갑자기 머릿속에 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순간에 왜 부장의 얼굴이 떠오르는 진 모르겠지만 사람 좋고 인덕 많은 부장의 얼굴이 순간 스쳐지나갔고 날 빤히 쳐다보는 아내의 얼굴 속에 부장의 몸을 겹쳐보게 된다. 풍만한 체격에 뱃살도 넉넉하게 있고 인상부터 좋아 보이는 부장의 얼굴과 알몸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아내 위에 포개며 삽입을 생각하게 되는데.. 사우나조차 같이 가본 적 없는 부장과의 관계 때문에 정작 중요한 자지가 그려지질 않았다. 

“누가.. 자지가 커?” 

“..응?” 

“오빠.. 회사 사람 중에.. 누가 제일 커?” 

“...자지 큰 게 좋아?” 

“응?.. 아니... 그래도 이왕이면.. 오빠는 큰 자지가.. 내 보지에 들어오는 게 좋잖아?” 

“그..렇지.. 이왕이면..” 

다른 누군가를 머릿속에 떠올려보려 노력해보지만.. 이미 머릿속엔 성주 놈의 자지가 가득 찼던 일주일전의 모습을 내 뇌가 강제로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자기.. 진짜 걸레구나..” 

“.....” 

“이젠 웬만한 자지는 성도 안 차지?” 

성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음담패설로 가득 찬 얘기를 시작했고 천천히 움직이던 허리에 속도를 조금씩 더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반응에 잠시 머뭇거리며 멈췄던 아내가 조금씩 호응을 해주기 시작한다. 

“아음.. 으..응.. 오빠..자지보다 큰..게 좋아. 이왕이면.. 굵고... 길고..” 

“씨발.. 그렇게 좋냐? 굵고 긴 자지가 보지에 들어오는 게 그렇게 좋아?” 

“하아~.아...아.. 으..응.. 좋..아.. 굵고.. 긴 게 보..지에 들어올 때..마다 구..멍을 꽉..채우는 기...분이.. 하아~” 

아내의 자극적이고 야한 말에 점점 더 속도를 붙여가기 시작한 골반이 아내의 허벅지를 때려대며 ‘퍽퍽~’하는 소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아내도 내 사정을 도우려는 지 벌렸던 다리를 반대로 조이며 보지로 자지를 씹어대길 반복했고 더 뇌쇄적인 말로 날 자극하기 시작했다. 

“하아~..흑흑..아~.. 누..누가 제일 커? 오빠 동..료중에 누..가.. 아아~” 

“헉..헉헉.. 기. 김대리.. 그 새끼가 소문으로는 말..자지라고 하던데..” 

“하아~..아아.. 오...오빠는 내가 김대리한테.. 박혀도.. 괜찮아? 오빠 부하..직원인데..하으윽..흑흑.. 막.. 날 엎어트..리고 내 뒤..에서 짐승처럼.. 막..아아..” 

순간 성주가 후배위로 박아대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지금 아내도 나처럼 그 순간을 떠올리며 흥분을 더하기 시작한 것일까? 이 순간에도 설마 성주 놈을 떠올리며 날 상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흐응~..흑흑.. 아~. 막.. 거칠..게 내 보지에 김대리가 자지를.. 쑤셔대고 있으..면.. 하아~..아아.. 오..오빠는 좋..아 할거야?” 

“헉헉..으..응.. 자기가 몸..부림 치는 모습에 나..도 더 흥분 할 거 같아.. 헉헉..” 

“하아~..흐윽.. 아.. 나.. 김대리가 박..아줬으면 좋겠어.. 걸..레처럼 막.. 대하고.. 뒤에서.. 못 움직이게.. 하윽..흑흑.. 팔 잡고.. 더.. 격렬하게.. 오빠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하아~~아아.. 아.. 나.. 어떡해.. 아아~” 

아내가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 머릿속엔 아내가 지금 순간 누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질 나도 생각하며 그리게 된다. 아무리 떠올리기 싫은 이름이라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름으로.. 내가 봤던 그 모습 그대로를 설명하듯 얘기하는 아내의 행동에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되는 이름을 몇 번이나 속으로 곱씹듯 목 속으로 삼키며 대신 욕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이 같은 침대 위에서 내가 아닌 성주에게 몸서리치며 헐떡이던 아내의 모습이 기억 속에 떠올랐기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성주 놈은 내가 잠을 자고 아내와 사랑을 항상 같이 했던 이 침대에서 대놓고 아내를 희롱하며 강간을 했고 아내를 몸부림치게 만들었구나. 

“걸레 같은 년이.. 그렇게 자지가 좋냐? 이젠 내 자지로는 부족해?” 

“하윽~..하..아아.. 더..더 빨리.. 흐윽~” 

“말해 봐. 걸레 같은 년아!” 

“하윽~..윽..나.. 나 걸레잖아. 오빠가 날 걸레로.. 만들었잖아.. 아아~..아~” 

“아니.. 넌 천성이 걸레였어. 남자 자지에 환장하는.. 헉헉..헉..” 

“....흑..흐윽..흑.. 아..아니야. 오빠가 이렇게 만들었어.. 아아~.. 나..남자 자지에 환..장하는 걸레로.. 오빠가 만들어..었잖아. 아아~” 

“씨발년. 어디서 변명이야! 말해 봐. 넌 자지 없이는 못사는 걸레지? 맞지?” 

“아응~..흑~~.아아.. 마..맞아. 나 걸레야.. 남자..자지에 환장한.. 아~..오빠.. 더.. 더 빨...” 

“으윽!!” 

“어!.....?” 

정말 미친놈처럼 허리를 흔들던 난 정말 예고 없이 아내의 보지 속에 사정을 시작했다.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한 아내의 몸을 고스란히 느끼며 더 오래, 그리고 더 격렬하게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허리를 움직였고 땀을 흘려댔는데.. 아내가 스스로 걸레라며 자백하는 타이밍에 급격히 밀려온 사정의 기운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꼭 진실처럼 고백하며 말하는 것처럼 느낀 내 몸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야 달아오르기 시작한 아내의 보지 속에 강제로 사정을 명령하는 듯 느꼈다. 

“아~~.” 

“미..미안..” 

아내의 보지 속에 자지를 움찔거리며 더 깊숙이 박아대며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들까지 다 쏟아 붓기 시작한 날 긴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꼭 끌어안아주는 아내였지만 그 신음소리가 내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 찬 탄식과도 같이 들렸기에 나도 모르게 사과를 하게 된다. 

“휴~..뭐가 미안해.” 

“...” 

“좋았어. 진짜야.” 

“좋긴.. 너무 일찍 쌌잖아.” 

“뭐가 일찍이야. 금자하고 그렇게 오래했으면서..” 

“...” 

“근데.. 걱정이다.” 

“뭐가?” 

“혹시.. 다른 년한테 눈 돌리는 거 아닌지 걱정이라고!” 

“참나.. 방금 보고서도 그러냐?” 

“피~.. 그리고..” 

“??” 

“아니야.” 

“뭔데? 뭐가 또 걱정인데?” 

“오빠.. 혹시... 그냥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지?” 

“그냥하다니?” 

“아니.. 그냥.. 정상적으로 섹..스하면.. 혹시 안서는 거 아니지? 꼭.. 이런 생각하면서 해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 돼서..” 

“........” 

“진짜야?” 

“아니야. 방금 얘기했잖아. 금자씨하고 해서 이상해졌다고.. 난.. 자기 아니면 안 되나봐..” 

“....피~” 

내 말에 아내가 날 더 꼭 끌어안으며 내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느껴지는 아내의 손길에 지금까지 느껴졌던 불안감이 함께 쓸려 내려가는 듯 안도하게 되는 내 자신이 웃기기도 했지만.. 그런 안심도 잠시 방금 전 나와의 섹스에서 아내가 했던 말들로 다시 한 번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자기야..” 

“...응?”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다른 놈하고 하다가 바람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아니면 오빠가?” 

“난 번외지.. 금자씨랑 하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거지만.. 난 다른 여자는 취향이 아닌가봐. 당연히 자기 얘기하는 거지.” 

“피~. 내가 바람이 왜 나냐?” 

“만약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잘 맞는 속궁합이라는 게 따로 있다잖아. 사람 일은 모르는 건데.. 솔직히 자기 취향에 딱 맞고.. 자기 바람대로 대물에 테크닉까지 좋으면..” 

“에구~. 이 오빠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무 크면 무섭거든!” 

“....” 

그런데 성주한테는 그렇게 좋아했냐? 라는 말이 목젖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조용히 되삼키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리고.. 몸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어떻게 오빠를 버리냐!?” 

“...정말?” 

“참나.. 그럼 내가 바람나서 오빠를 버렸으면 좋겠어?” 

“당연히 그건 아니지. 그래도... 만약에 자기가 너무 좋아해서 도저히 못 헤어지겠다고 하면..” 

“그럼 그 남자한테 내가 계속 대주면 되겠네!” 

“...뭐?” 

“내가 그렇게 좋아하면 그 남자하고 즐기고 오빠랑 계속 사랑하면 되는 거 아니야?” 

“............” 

“왜? 그건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그러다가 결국엔 나랑 헤어지자고.. 자기가 말하지 않을까?” 

“오빠야.. 내가 저번에도 말 했잖아. 난 오빠가 나랑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에는.. 죄인은 나라고.. 오빠가 진심으로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까진 절대로 못 놔준다고 얘기 했잖아.” 

그건 성주한테 한 얘기였다. 

마지막이라고 말 했던 아내가 성주에게 한 말이었고 내게 직접적으로 말 한 적 없는 얘기를 착각하고 내게 얘기하고 있는 아내였고 그런 아내의 말에 나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참나~. 이 인간 진짜 안 되겠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그게 좋은 방법이냐!?” 

“맞잖아. 자기가 흥분하면서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내가 가장 흥분하는데.. 일석이조네.. 자기도 좋고.. 나도 좋고.. 자기 따먹는 그 놈도 좋고..” 

“아서라.. 뭔 말을 못 하겠어.” 

“크크..크크~. 정말 괜찮은 생각인데.. 그러려면 우선 대물에 훈남이고.. 매너까지 좋아서 질척이지 않는 초대남부터 구해..으윽!! 보..보지에 힘 빼.. 방금 사정해서 아..프다고..” 

“일절만 하세요! 하여튼 풀어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끝이 없어요.” 

“으윽....윽..” 

“근데.. 오빠..” 

“...응?” 

“나랑 한..가지만 약속하자.” 

“...무슨 약속?” 

“즐기는 것도 좋고.. 웬만한 건 오빠 바람대로 다 할 거지만......” 

“그런데?” 

“아니.. 오빠가 싫다고 하면.. 난 오빠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거야. 오빠가 정말 아닌 거 같다고.. 도저히 못 참겠다고 헤어지자고 말 하면 정말 괴롭겠지만 오빠 말대로 할 테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데?” 

“....” 

“뭔데?” 

“만약에.. 오빠도 바란다면..” 

“답답하게 무슨 뜸을 이렇게 들이냐? 뭐?” 

“싫다면 정말 괜찮아. 그냥 오빠가..” 

“알았으니까. 뭔데?” 

“오빠도 바랄 때가 되면.. 그래서 우리 아가가 생기면..” 

“아기?” 

“응.. 만약에 우리 아가가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서로한테만 충실하면 안 될까?” 

“...아기?” 

“...응.” 

생각지도 못한 아내의 얘기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금까지의 사건과 사고, 그리고 성주의 일로 복잡해진 머리였기에 생각지도 못 했던 아기에 대한 얘기를 아내가 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던 나였기에 말을 잇지 못하고 아내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게 된다. 

“...아..니야. 괜히 이상한 말을 했나보다.” 

“아니야.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지.. 이제 나이도 있는데..” 

“진짜?” 

“그럼.. 당신 닮은 아이면 얼마나 예쁘겠냐.. 이왕이면 딸이면 좋겠다.” 

“정..말로? 나 같은 여자인데..” 

“자기가 어때서?” 

“......” 

“근데.. 조금 더 즐기다가 준비하면 안 될까?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 

“당연하지! 오빠가 원하는 대로 다 해! 내가 이 몸 으스러질 때까지 오빠가 원하는 거 다 들어줄게!” 

“...허. 으스러지면 어떻게 애를 갖냐?” 

“아!.. 그럼.. 내 몸이 망가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오빠가 박히라면 박히고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린다!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 

“참나... 이걸 좋다고 해야 되나.. 좀.. 그러네... 아무리 내 부탁이라고 해도 다른 놈한테 대주라고 하면 다 대준다는 마누라를 좋다고 해야 되나?” 

“아.. 그건 또 그런가?” 

“크큭큭~.. 하여튼 너란 여자가 엉뚱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피~.. 자꾸 놀리고...” 

아내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미안스러워진다.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성주와의 관계가 혹시 나 때문에 더 커지고 있는 건 아닌지, 차라리 처음부터 강력하게 성주를 막았더라면 이런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한 죄책감까지 들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성주라는 놈이 들이대고 내가 말리지 않았다고 해도 날 속인 아내라는 존재엔 변함이 없었기에 생각을 접고 다시 한 번 아내의 얼굴을 살피며 가식적이진 않는지 확인하게 되는데.. 

  

성주라는 놈에게 휘둘리고 몸까지 받쳤던 아내가 분명했고 날 속이고 있는 것도 변함없는 사실로 여전히 배신감에 몸서리 친 나였지만 지금 순간만은 그저 내 아내로서 정말 진심을 얘기하듯 조심스럽게 아기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는 모습에 잠시 모든 생각을 접고 아내를 바라보는데.. 아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에 결국 난 손을 뻗어 아내를 꼭 끌어안는다. 

그건 내 품에 안겨 내 눈치를 보며 소리죽여 훌쩍거렸고 눈물을 훔치는 아내의 모습에서 가식이나 거짓스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 진짜 너무하네.. 이것들 보세요!” 

이불을 확 잡아당기는 금자의 행동에 나와 아내가 깜짝 놀라 동시에 눈을 떴다. 어제의 속옷차림 그대로 씩씩거리며 이불을 걷어간 금자가 무섭게 나와 아내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아주 참깨 볶는 냄새가 진동을 하네.. 오빠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은희만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날 이대로 거실 바닥에 내버려두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어요!?” 

“아!!.. 미..미안해요.” 

그러고 보니 술과 잠에 곯아떨어진 금자를 그대로 거실에 놔두고 안방으로 들어온 나와 아내였다. 

“아씨! 자존심 상해! 헐... 대박!! 뭐야! 어제 날 그렇게 놔두고 둘이서 거하게 떡을 치셨다!?” 

“무..무슨 소리야.. 우리도 술에 취해서 정신없이 잠만 잤거든!” 

“하하~. 잠만 잔년 가랑이에 좆물이 말라비틀어졌냐!?” 

“으..응? 어..어멋!!” 

아내가 황급히 뺏긴 이불을 낚아 채 자신의 하체를 가렸다. 

“뒤늦게 내숭은.. 아씨.. 진짜 너무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짐짝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난 좋았다고 느꼈는데.. 아! 맞다! 어제 오빤 사정도 안 했었지!? 맞죠!?” 

“네..네? 그..게....” 

“하...하하하.. 진짜 자존심 상하네.. 와~.. 확 죽여 버릴까?” 

“네!??” 

“얘! 무슨 말을.. 그렇게 삭막하게 하냐.. 농담이라도 무섭잖아.” 

“넌.. 내가 지금 농담하는 거 같지?” 

“진짜 왜 그래...” 

“어차피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인데.. 오뉴월에 서리 한 번 뿌려 봐!?” 

“배..배고프지!? 내가 황태국 끓어줄게. 너 황태국 좋아하잖아. 응!?” 

“......” 

“아!.. 배즙도 있어. 우선 배즙부터 먹자.. 숙취엔 배즙이 좋다더라.” 

“우선 먹고.. 얘기하자. 참나.. 기가 막혀서.....” 

옷을 재빨리 챙겨 입은 아내가 거실로 뛰어나가 날 먹인다며 선식과 함께 산 배즙을 컵에 담아 금자한테 건네주고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황태국과 밥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쳐다보며 나도 옷을 입었고 아내가 건네준 선식을 챙겨먹으며 소파에 앉아 일상처럼 TV를 틀고 뉴스를 시청하기 시작하는데.. 속옷차림으로 옷도 입지 않고 금자가 바로 내 옆에 앉아 배즙을 홀짝거리며 산발한 머리카락을 긁적거린다. 

“진짜 너무하시네요.” 

“...죄송해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알면 됐어요. 하~.. 그래도 분통 터지네.. 누군 남친이랑 헤어져서 울적한데.. 여기 와서도 짐짝 취급이나 받고..” 

“아니라니까요. 누가 짐 취급을 했다고..” 

“아닌데 날 그렇게 방치해뒀어요?” 

“...죄송합니다.” 

“하하.. 근데.. 정말 안 좋았어요? 나 나름 자신 있는데.. 남자들한테 섹스 잘한다는 얘기 곧잘 듣는데..” 

“아뇨.. 좋았어요. 정말로요. 단지.. 제가 은희바라기라서....” 

“하~.. 더 비참해진다.” 

“네?” 

“솔직히 어젠 끼 좀 부린 건데.. 그런데도 사정조차 못 시켰다는 얘기잖아.. 하하~. 참나.. 진짜 될 년 될 인가..” 

“그게 무슨...” 

“억울하더라고요! 저 년은 그런 일을 당하고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난 지금까지 뭐하고 지낸 거지 후회도 되고.. 거기다가 네토갱인지 뭐새깽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처럼 더 뜨겁게 부부생활이 달궈졌다는 얘기까지 남친한테 듣게 되니까.. 억울하다는 생각 안 들겠어요? 아.. 이럼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나?” 

“아..니요. 아닙니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만약 일반적인 사고방식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배우자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말 듣고 같이 못 살 거 같은데..” 

그래도 아주 조금이지만 매너와 양심이란 게 있는지 말을 하면서 목소리를 줄이더니 요리를 하고 있는 아내의 눈치를 보는 금자였다. 

  

“어차피 즐기자고 얘기했고 합의를 본 상태였으니까요.. 그리고 여자 과거가 아무리 충격적이더라도... 과거잖아요. 솔직히 과거 없는 남녀가 어디 있어요.” 

“그래도 급이 다르잖아.. 동거나 섹파가 있던 것도 아니고.. 야동까지 찍었던 과거를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나?” 

“동거나 야동이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나 만나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섹스를 나눴을 테고 철부지 어릴 적 취기에 야동 같은 것도 찍을 수 있는 거고.. 비록 그게 강간같이 더러운 일에 휘말렸다는 게 남들하고 틀린 거지.. 아내가 틀린 게 아니지 다른 여자와 다른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요즘 애들은 열중에 1/3이상이 야한 사진 찍고 야동도 찍고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유출시킨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여자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 

“왜..그렇게 쳐다봐요?” 

“...와. 대박.. 은희야!” 

“...응?” 

“너 이 남자 절대로 놔주지 마라! 졸라 멋있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졸라 멋있다고! 한남중에 이런 남자도 다 있네..” 

“이제 알았니!? 울 오빠가 얼마나 멋진데..” 

“....저 지랄이니까 정이 가다가 말지.” 

“크크크~. 매번 느끼지만 금자씨 말투는 걸쭉하고 거리낌 없네요.” 

“네? 우리가 언제 대화를 길게 나눈 적이 있나요?” 

“네?..아니.. 은희한테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하하하하..하..하...” 

“저 지지배가 절대 좋은 얘기는 안 했을 텐데.. 흠~.” 

“아니에요. 얼마나 칭찬을 많이 했는데.. 남들보다 생각이 좀 직설적이라서 그렇지 정말 좋은 분이라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페미니스트시라고..” 

“좋게 말하면 페미고.. 나쁘게 말하면 뭐.. 거기까지 하시죠.” 

“하하하하..” 

“그래도 이번에 오빠 만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요?” 

“네! 당신이요!” 

“....” 

“은희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한남들 중에도 제대로 된 남자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 그런데 그 고삐리.. 정말 괜찮아요?” 

“고삐.. 아..성주도 알아요?” 

“마이클이 많이 걱정하던데..” 

“걱정을 해요? 왜요?” 

“이건..” 

금자가 다시 한 번 요리를 하고 있는 아내를 살피곤 더 작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기자로서 감이라고 할까? 마이클이 말하길 그 성주라는 학생이 보통 놈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원래 기자들은 의심부터 하잖아요. 오래 겪은 사이가 아니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은희를 보는 눈빛부터 이상하다고 하면서.. 그 학생이 사는 환경부터 마음에 계속 걸렸다나..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아니라고 느꼈데요.” 

“평범한 가정은 아닐 거예요. 어릴 때 어머님 돌아가시고 몸도 성치 않은 놈이니까.” 

“그건 저도 들었는데.. 그 애 어머니라는 사람이요. 혹시 그 학생한테 얘기 들은 적 있어요?”  

“대충요. 남편이라는 사람이 정이 없고 무뚝뚝해서 어머니라는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남편분하고 사이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거 같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돌아가시고 난 후에 집에 사진도 남겨두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 

“어.. 마이클이 한 얘기는 다르던데..” 

“네? 다르다뇨?” 

“마이클이 성주학생 집에서 잠을 잔 곳이 서재였잖아요. 그 서재가 성주학생 아버지가 사용했나 봐요.” 

“그렇겠죠. 보니까 성주는 지 방에서만 거의 생활하는 거 같던데...” 

“그런데 그 곳에서 사진들을 우연찮게 보게 됐는데.... 보통 사진이 아니라고 하던데...” 

“보통 사진이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엄청나게 야한 사진들이었다고 하던데.. 확실한 건 사진에 있는 남자가 성주학생하고 같이 찍은 아버지가 맞는다고, 어머니 사진이 없어서 비교할 순 없었지만 분명 같이 찍힌 여자가 엄마가 맞는다면 두 사람이 절대로 평범한 부부관계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낯 뜨거울 정도로 엄청나게 야한 사진이었고 하던데...” 

“성주학생 아버지가 확실했데요?” 

“네. 그래서 간간히 은희를 보는 성주학생 눈빛이 섬뜩했다고 하더라고요. 꼭 그 사진 속 아버지하고 똑같은 눈빛이라고 느껴서...” 

“잠깐..만요. 그럼.. 그 여자가 성주학생 엄마가 맞다면.. 어떤 사진이었는데요. 낯 뜨거울 정도면.. 아니.. 그런 사진들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걸 마이클이 어떻게..” 

“성주학생 하는 행동 보고 이상하다고 느껴서 책상을 좀 뒤졌나보던데요. 그래서 오빠한테도 성주학생 조심하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하던데...” 

“.....”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해?” 

“어제 나 어땠냐고 물어봤다!” 

“아직도 그러냐.. 밥 거의 다 됐어. 10분이면 밥 다 되니까.. 나 세수 좀 먼저 할게.” 

“헐.. 너 씻지도 않고 밥 한 거야!?” 

“네가 하도 배고프다고 하니까 그랬지..” 

“참나.. 하긴 밥은 손맛이지..” 

“확실한 건 아니라서 은희한테는 아직 얘기 안했는데..” 

“하지 마세요.” 

“....네? 왜요?” 

“괜히 더 상처받을지도 몰라서요. 은희가 성주를 좋아하거든요.” 

“..네?” 

“아니.. 제 말은.. 성주를 친동생처럼 좋아한다고요. 그리고 정말 친동생처럼 챙기고 있고요.” 

“그렇죠? 마이클도 정에 굶주린 성주학생한테 은희가 더 신경 쓰는 거 같아서 함부로 말을 못 했다고 하던데.. 에휴~. 저 지지배는 뭔 오지랖이 그렇게 넓은지.. 어릴 때 엄마 잘못되기 전에 늦둥이 동생도 같이 죽어서 그런 건지..” 

“...같이 죽다뇨? 그건 또 무슨..” 

“아.. 오빠는 모르셨구나.. 하긴 엄마 그렇게 되실 때 뱃속에 동생이 있었으니 동생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긴 해요.” 

“그게 무슨... 제가 듣기론 분명히 장인어르.. 은희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다고...” 

“아!!.. 아고.. 내 주둥아리가..” 

“...” 

“이거.. 제가 얘기했다고 하면 절대로 안 돼요.” 

“...무슨 말이에요?” 

“그게.. 은희 엄마가 혼자 은희를 키우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잠시 정을 준 남자가 있었나 봐요. 어떻게 하다가 임신까지 하신 거 같은데.. 애는 빛도 못보고 엄마가 살아보겠다고 치료하면서 아이를 포기하셨대요. 은희 하나 보면서 뱃속 아이까지 포기하고 살아보겠다고.. 얼마나 힘들었겠냐고요. 그런데 그 고모라는 사람은 말버릇처럼 은희 가슴에 못 박는 얘기를 서슴없이 해대고.. 자기 동생 잡아먹은 여자라고 욕하는 것도 모자라서 어떻게 애한테 제 엄마가 화냥년이라고 대놓고 얘기할 수 있는 건지.. 한 번은 그렇게 싫다는 은희 말 무시하고 집에 놀러갔었다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단번에 알아챘다니까요. 참나.. 고삐리 친구한테 대뜸 물어보는 게 은희 쟤가 남자들한테 꼬리치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제 엄마 닮아서 남자들이나 꾀고 다니면서 가문 망신시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까지 쉬는 거 보고 온정이 다 떨어지던데.. 고모네 에서 얹혀 살 때 은희방 못 봤죠? 그게 방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옛날 집 보면은 안방 벽 중간 위쯤에 쪽문 있고 그 쪽문 열면 나무로 된 계단으로 창고같이 만들어 놓은 거 있잖아요. 참나~. 올라가면 허리도 제대로 못 펴는 거기서 은희가 공부하고 자더라고요. 그렇게 감시하면서 볼 때마다 욕하고.. 밥이나 제대로 줬는지 의심스럽던데... 진짜 왜 오지 말라고 그렇게 화를 냈는지.. 소리도 못 내면서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내가 미안해져서... 에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데...” 

“....그..랬군요. 그래서 그 고모라는 사람이 결혼식장에서도..” 

“네? 결혼식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닙니다.” 

“아! 뭔데요!? 나한테는 다 얘기하게 만들곤..” 

“금자씨가 혼자 다 얘기한 건데..” 

“아나.. 이래서 한남들은....” 

“..” 

“휴~. 밥 다 됐다. 밥 먹자!” 

아내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생각지도 못 한 얘기를 금자에게 듣게 된 난 아내를 다시 쳐다보게 된다. 내가 들었던 것들보다 훨씬 더 힘든 과거를 숨기고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그래서 내게 더 얘기를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원하는 건 모든지 들어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은 솔직하지 못 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혹시나 버림받는 것에 너무 익숙했기에 구의원이라는 놈에게도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건 아닌지,, 내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억지로 내게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밥을 다 먹은 금자는 나와 나눴던 대화를 잊으라는 듯 음담패설처럼 농담으로 날 몇 번 더 유혹하더니 이내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보일러를 고쳐야 된다며 오피스텔로 도망치듯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나가버렸다. 나가면서도 다시 한 번 맨 정신으로 은희와 함께 쓰리섬에 도전한다는 말을 남겨두며 이번엔 제대로 자신의 섹기를 뽐내며 날 함락시키겠다는 말과 함께 오피스텔로 가버렸다. 

무슨 쓰나미가 지나간 밤처럼 아직도 믿기지 않는 경험을 선사한 금자가 사라진 후에서야 조용해진 집안이었다. 나처럼 아내도 금자가 문을 열고나가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크게 가로젓고는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고 나도 그제야 평소와 같은 토요일의 아침처럼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성주라는 놈이 말했던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모두 거짓이라면.. 그리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 영향이 성주와 아내와의 관계에 있다면 아내에게 유독 심하게 집착을 하는 성주의 행동이 설명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그 죽었다는 동생이 살아있다면 성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성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건 아닐 거란 확신을 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아내와 성주가 살았던 지역자체가 달랐기에 말이 안 됐다. 그렇다면 다른 의미로 아내에게 집착하고 있는 성주일게 분명했다. 혹시 성주 엄마란 사람이 은희와 꼭 닮았기 때문에? 아니면 성주 엄마란 사람이 은희의 어머니?? 아니.. 그것도 말이 안 됐다. 둘이 죽은 시점자체가 틀렸는데.. 나도 봤던 장모님의 유골함에 적힌 날짜는 성주 엄마란 사람이 죽은 날보다 훨씬 전이었기에 성립자체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둘의 접점이 있을 수가 없는데.. 설마.. 진짜로 성주 엄마란 사람하고 은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닮은 건가? 그래서 일부러 사진도 다 치웠고?? 아! 마이클이 그 사진을 봤다고 했는데.. 만약 사진 속 여자가 아내와 닮았다면 마이클이 얘기를 안 할 리가 없을 테고.. 그럼 그것도 아니잖아.. 도대체 뭐야. 왜 성주 놈은 은희한테 이상할정도로 집착을...’ 

“담배 좀 끊으라니까!” 

“..응?.. 끊어야지. 아기 생기면 끊을 거야.” 

“정말!?”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땐 거의 나오지 않던 아내가 웬일로 베란다로 나와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날 빤히 쳐다본다. 

“왜?” 

“아니.. 그냥.” 

“그냥은.. 자기 무슨 말 하고 싶을 때 그런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는 버릇을 내가 모를까.. 왜 그러는데?” 

“..그냥 고마워서.” 

“뭐가?” 

“전부..다... 정말 고마워서 그래.. 그리고... 미안하기도 하고..” 

“미안하다니?” 

“응?..... 그냥.” 

“싱겁긴..” 

“근데.. 담배 맛있어?” 

“....” 

“나도 하나 줘봐.” 

“..뭐? 담배는 갑자기 왜?” 

“오빠가 너무 맛있게 피우잖아. 나도 한 번 피워보게.” 

“됐거든! 참나...” 

“그거 줘 봐봐!” 

“허~.. 이 사람이 진짜..” 

“후웁~....” 

아내가 내 담배를 뺏어들더니 그대로 입에 물고는 길게 한 모금 들이마셨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는데.. 아내가 두 눈을 크게 껌뻑거리며 잔뜩 인상을 쓰더니 크게 기침부터 하며 헛구역질을 하고는 아직 반이나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꺼버린다. 

“뭐하냐?” 

“케..켁..우웩.. 이딴 걸 진짜 왜 피냐.. 켁켁..” 

“처음이니까 그렇지.. 피다 보면 이것만큼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게 없단다~. 애들은 이 맛을 모르지..” 

“애라서 모르는 게 아니고 현명해서 안 피는 거지. 켁.. 으~.. 속 울렁거려..” 

“그러니까 왜 안하던 짓을 하냐고.. 아이고 아까운 장초를...” 

“오빠도 끊어.. 이딴 게 뭐가 맛있다고.. 구수하긴 개뿔.. 차라리 자동차 연기통에 코를 처박고 있는 게 더 건강하겠네..” 

“연기통? 아..배기구? 크큭큭.. 하긴 그거나 이거나.. 근데 진짜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을 하냐?” 

“그냥 담배 피는 오빠 뒷모습이 멋져서.. 정말 맛있나 해서 따라 해본거지.. 근데 진짜 웩~이네.” 

“싱겁긴.. 만날 보는 아저씨 몸매가 왜 갑자기 멋있게 보였데..” 

“그러게.. 이상하네. 울 서방님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지게 보인데..” 

“나 돈 없어.” 

“응?” 

“뭐 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참나.. 사람을 속물로 아나.. 나도 돈 벌거든!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오빠랑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허튼데 돈 쓴 적 있어!?” 

“아.. 있다!” 

“무..뭐!? 내가 언제! 하~..진짜 너무하다. 내가 언제 돈을..” 

“아니!! 돈 있다고!” 

“.....무슨..돈?” 

“아! 지금까지 왜 까맣게 잊고 있었지..” 

“무슨 소리야?” 

“자기야 따라 와봐.” 

“무..뭐냐고!?” 

난 아내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침대아래에 깊숙이 넣어뒀던 쇼핑백을 꺼내들고는 침대위에 내용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만 원 권 돈다발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침대위에 떨어지자 아내가 정말 놀란 듯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돈과 날 번갈아가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만 뻥긋거리기 시작했다. 

“와.. 이 돈을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네...” 

“이..이게 무슨.. 돈이야? 어..얼마야 이거?” 

“삼천일걸.” 

“사..삼천?? 현,,금으로 삼천?” 

“응.” 

“.......오빠. 자수하자.” 

“..뭐?” 

“이. 거.. 검은돈이지? 막.. 사람 죽이고..” 

“야! 날 뭐로 보고.. 죽이긴 누굴 죽여!?” 

“그럼.. 도박했어? 아니면... 마약 같은 거..” 

“참나.. 아주 가지가지 하시네요 아줌마! 드라마 좀 그만 봐라! 그리고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냐!” 

“그럼 이게 무슨 돈이냐고! 이 큰 돈이 왜 우리 침대아래에서 나오냐고!” 

“구의원 그 새끼가 주더라..” 

“서..선생님이?” 

“선생님은 개뿔.. 합의금 준다고 했었잖아. 그 새끼 밑에서 잠깐 일 한 거 알지.. 그때 합의금이라면서 이거 주더라고.. 당연히 안 받으려고 했었는데.. 안 받으려니까 또 억울하잖아. 자기가 그런 일까지 당하고.. 그 짱구새끼한테도 당할 뻔 했는..데..” 

“....” 

아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기에 괜한 얘기를 한 것 같아 말을 하다 망설이게 된다. 

“지금이라도 돌려줄까?” 

“어떻게?” 

“..뭐?” 

“지금 미국 형무소란 곳에 있다 잖아. 이걸 어떻게 돌려줘? 경찰서에라도 가지고 가게?” 

“...그렇지. 그럼.. 기부라도 할까?” 

“기부는 왜 해! 합의금이라며.. 그럼 이것도 모자라지! 내가 무슨 짓을 당..했..는데...” 

“....” 

“씨.. 이왕 뜯을 거 한 1억은 뜯을 것이지.. 쪼잔 하게 삼천이 뭐냐.. 삼천이..” 

“헐.. 너 속물이냐.. 난 또 혼날 줄 알고 괜히 쫄았네.” 

“그 인간한테는 속물보다 더 한 짓도 할 수 있지! 후~.. 이왕 가지고 온 거... 멋들어지게 써주겠어.. 뭐부터 할까? 우리 차 바꿀까?” 

“...그렇지 않아도 그걸로 차 바꾸라더라.” 

“그 인간이?” 

“...응.” 

“그럼 차는 패스.. 씨.. 이런 돈은 후딱 써버려야 되는데.. 근데.. 진짜 삼천이야?! 이게 다 오만 원 권이야?” 

“응.. 오만 원 다발이잖아.” 

“와.. 나 처음 봐.. 누군 5만 원짜리 한 장도 아까워서 부적처럼 지갑에 모셔두는데.. 그 인간들은 이렇게 짝으로 싸들고 지낸 거야? 하~.. 나 자괴감 느끼려고 그래.. 하하~. 참나..” 

“그래? 그럼 우리.. 이거 다 풀어서 침대에 짝 깔아놓고 찐~하게 함 하까?” 

“풋~..크크큭큭.. 돈독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리고 이런 돈 위에서 하면 괜히 부정 타! 빨리 써버려야지.. 솔직히 기분 좋지도 않고..” 

“하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내의 표정은 그렇게 싫지 않아보였다. 

아니.. 자신을 속물이라 쿨 하게 인정한 아내는 침대에 걸터앉아선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돈을 하나씩 세기까지 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왠지 우스워 보였기에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그런 내 얼굴을 아내가 째려보며 눈을 흘겼는데.. 그러면서도 돈을 세는 손은 쉬질 않았다. 

“어.. 오빠 이건 뭐야?” 

“...뭐긴 뭐야 돈이지.” 

“아니.. 이 하얀 거.. 양도성예금증서? 이건 뭐야?” 

“양도성..뭐? 줘봐...” 

오만 원 권보다 훨씬 큰 종이뭉치를 왜 난 몰랐을까.. 쇼핑백 가장 아래에 깔려 있던 다발을 발견해 내게 건네 준 아내가 날 빤히 쳐다보는 가운데 난 이게 실물인지부터 확인하며 이게 왜 여기에 들어있는 질 기억해내려 머릿속을 뒤적이기 시작했지만.. 분명 내가 쇼핑백에 집어넣은 건 구의원새끼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삼천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이 양도성예금증서는 허겁지겁 챙겨온 쇼핑백 속에 이미 들어있었다는 얘긴데.... 

생각에 더듬고 있는 내 손에서 아내가 신기한 듯 낚아채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짜리야.. 일.십. 백천만.. 백만원?” 

“아니... 공이 하나 더 있잖아. 천만 원짜리네..” 

“무..뭐!? 이게 천만 원이라고? 이거 부르마블 땅문서 아니야?” 

“부..르.. 크..큭큭.. 하하하하하.” 

“지금 웃음이 나오냐! 이거 뭐냐고! 이것도 선생이 준거야!?” 

“준건 아닌데.. 몇 장이야?” 

“하나..둘....이십.. 이십 사.. 삼..십....삼십 오.. 삼십 오장.. 그럼 이게 삼억...오...천?? 이..이건 뭐야.. 오빠.. 나.. 무서워.” 

“삼억...오천이라..” 

“이라니! 이게 진짜 돈이냐고!?” 

“응.. 가짜 같지는 않네. 은행 도장까지 찍혀 있고.. 아! 날짜가.. 181몰이네.. 일주일도 안 남았구나...” 

“일주일? 뭐가 일주일 남았는데?” 

“이게.. 일종에 어음 같은 건데.. 아마 은행이 발행한 어음 같은 걸 거야. 나도 자세히 모르지만 금리에 따라서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거라고 들었는데.. 실물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네..” 

“근데 왜 이게 여깄어?” 

“그러게.. 분명히 삼천만 받았는데.. 아마 그 쇼핑백에.. 이미 들어있었나...” 

“이런 걸 확인도 안하고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하냐! 오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니다.. 이..거 버리자.” 

“..뭐?” 

“이건 아니야. 괜히 들고 있다가 경찰에 잡혀가면.. 삼백 오십만 원도 아니고... 사..삼천도 아니고....” 

“아!! 그 새끼가 국회의원한테 건네줄 게 있다고 하더니... 그게 이거구나.” 

“뭐? 국회의원?” 

“응.. 그런 얘기를 언뜻 하더니.. 참나~. 그나저나 이거 진짜 어떻게 하지.. 괜히 먹었다가는 탈 날 거 같은데..” 

“먹긴 뭘 먹어! 당장 버리자고! 아니.. 그냥 태워버릴까? 이거 오빠가 들고 나온 거 아무도 모르잖아.” 

“구의원 새끼가 알고 있겠지.. 지금이야 정신없을 테니까 모르겠지만..” 

“그..그럼 어떻게 해?” 

“생각 좀 해보고.. 정 아닌 거 같으면.. 몰래 구의원 사무실에 가져다 놓으며 되지 뭐...” 

“그래.. 그래라.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아. 응!!?” 

“....” 

“딴 생각하지 말고!! 알았지! 내일이라도 당장 가져다 놓으라고!” 

“내일은 안 돼..” 

“....왜?” 

“일요일에 들어가 봐라..CCTV가 몇 댄데.. 더 이상하게 생각하지.” 

“그럼?” 

“평일에 자연스럽게 인사한다고 들린 척 하면서 놔둬야지.. 그리고.. 내일은 초대남 불러야 돼.” 

“.......” 

“...왜?” 

“진짜 미쳤다. 지금 초대남이 생각 나냐!?” 

“돈이 중하냐? 초대남이 훨씬 더 중하지!” 

“하~..하하.. 진짜 어이가 없네. 이래서 남자는 나이가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하더니.. 지금 그런 말이 나오냐고!”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는데 하루 이틀 늦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하여튼 여자들은 닥치는 일에 정신을 못 차려요. 생각을 조금만 하면 급한 게 딱 답 나오는구만.” 

“금자 앞에서 그 말 고대로 다시 해 봐. 당장 부를 테니까!” 

“무. 뭔 소리야! 이제 겨우 조용해졌는데! 그리고 어제 분명히 당신이 직접 나한테 얘기 했잖아! 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준다며! 시키는 대로 다 한다며!” 

“......” 

“왜? 거짓말이었어?” 

“누가 뭐래!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는 거지... 진짜 머릿속에 그 생각만 가득해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내가 뭘!?” 

“....” 

“참나~.” 

‘성주놈 때문에 그런다! 자기가 성주한테 더 빠져들기 전에 내 아래에서 더 큰 기쁨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한시라도 빨리 성주놈같은 건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리게 만들고 싶어서 그런다! 그래서 더 조급해서 그런다. 왜!’ 라는 말을 참으며 음흉한 미소만을 짓기 시작했고 그런 내 표정에 정말 기가 차다는 얼굴로 날 째려보기 시작한 아내였다. 

“이왕 돈 생긴 거.. 우리 내일은 성인용품점부터 들리자.” 

“...뭐?” 

“거기서 섹시한 옷도 좀 사고.. 저번에 봤던 우먼머시기도 좀 사고.. 살 거 많네~.” 

“하하하..하...하하~.” 

“자기도 기쁘지? 그래서 웃는 거야?” 

“이게 웃는 걸로 보여? 진짜 한 대 쳐 맞아야 정신을 차리시겠어요!” 

“크큭큭~. 오케이! 내일은 점심 좀 근사하게 먹고 의정부 가서 성인용품점부터 들리자.” 

“의정부?” 

“응. 거기가 없는 게 없다더라. 울 나라에서 제일 큰 용품점이라고 하더만.” 

“.....모르겠다. 에휴.. 마음대로 해라.” 

“크크크큭~” 

가뜩이나 성주 때문에 복잡한데 생각지도 못 한 정체불명의 양도증서까지 등장해 신경 써야 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오긴 했지만 우선 모든 걸 잊고 본능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말했던 그대로 이 양도증서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진작 벌어졌을 거라는 생각에 엄청난 금액에도 별 감흥이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솔직히 처음 보는 이 증서라는 게 종이쪼가리로 보일 뿐 돈 같지도 않았기에 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아내의 일이었다. 

금자라는 여자로 인 해 더 확실해진 내 취향과 결코 아내를 버릴 생각이 없다는 각오대로 아내를 완전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같잖은 자존심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에 증서 같은 건 신경 쓸 겨를이 솔직히 내겐 없었고 그 생각만으로도 이미 머릿속은 가득 차 있었다. 

직접 찾아가기로 한 성인용품점에 대한 정보라도 얻기 위해 아내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난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용품점을 구경하며 신세계를 맛보는데 열중했다. 의정부에 위치한 그 곳은 말 그대로 내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진 보물 상점과도 같은 곳이었다. 

섹시한 드레스부터 속옷까지.. 섹스토이는 말 할 것도 없었고 SM용품까지 다 있는 쇼핑몰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탐구하는데 정신을 집중했고 아내의 잔소리도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해 결국엔 혼자 가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아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약속 지키라는 엄포로 반쯤 협박조로 말을 하며 아내를 구슬리며 저녁때까지 빈둥거리길 반복하게 된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그냥 잠만 자기로 마음먹고도 좀처럼 잠을 못 이룬 난 결국 새벽까지 그 용품점의 게시물들까지 훑어본 후 2시가 넘어서야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점심이 지난 3시쯤 막상 닥치니 무섭고 귀찮다는 아내를 억지로 끌고 집을 나와 유명한 의정부 부대찌개 음식점으로 향해 배부터 채운 후 커피숍에서 시간을 좀 더 보내다 예정대로 바나나라는 성인용품점으로 운전을 하게 된다. 

우리가 성인용품점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내는 일부러 평소에 즐겨 입는 라인이 도드라지는 쫄바지가 아닌 추리닝바지에 커다란 박스티를 입은 게 분명했고 그 위에 몸을 다 가리는 하얀색 거위털 롱파카를 입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복장에 굳이 딴죽을 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 성인용품점에서 섹시한 원피스까지 찜해 뒀던 나였기에 입고 나온 복장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나였는데... 야구모자까지 눌러쓰고 꽁지머리를 뒤로 빼낸 아내의 모습엔 정말 하기 싫은 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지만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마음을 다진다. 

  

그렇게 도착한 용품점 앞에서 예상대로 아내와 작은 실랑이를 하게 된다. 

막상 도착하니 창피해서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는 아내에게 ‘커플끼리도 많이 온다’는 말로 다시 한 번 구슬리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어떻게 하냐는 말로 투정까지 부린 후에서야 우린 용품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이른 저녁의 용품점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건장해 보이는 남자가 살갑게 우리를 반기며 인사를 했고 그 와중에도 아내를 스켄 하 듯 훑어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나였다. 철저히 무장한 아내의 모습을 훑어본 남자는 작게 피식거리며 웃기까지 했지만 난 상관하지 않고 구경부터 해도 되냐고 물어봤고 천천히 구경하시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불러달라고 대답을 한 직원을 남겨두고 머뭇거리는 아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용품점은 입구부터 내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생각보다도 훨씬 넓은 크기에 상상했던 음습함이나 위압감보다는 밝은 불빛에 깔끔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카운터 앞으로 즐비한 진열장에 잘 정리된 성인용품들은 각각의 기능대로 용도를 단 번에 알 수 있도록 정렬되어 있었는데.. 난생처음 찾은 성인용품점의 풍경에 나조차도 낯 뜨겁다 느끼며 주춤거리게 되지만 여기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준다면 모든 게 꽝이라는 생각을 하며 인사하는 직원에게 익숙한 듯 말을 하고 아내의 손부터 잡아 이끌었다. 

처음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딜도와 같은 여성용 자위 용품이었다, 

각양각색의 딜도들에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하는 아내의 표정이 재밌기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에 나도 아내처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선 계획대로 택시기사가 맛보게 해줬던 우먼머시기를 찾았는데 그 종류만도 하나가 아니었다. 

“이게.. 그거였지?” 

“응? 모..몰라.” 

“제일 비싼 걸로 사자.” 

“...” 

“엇.. 이건 예쁘게 생겼네. 이것도 딜도 같은데..” 

고급스러운 검은색에 무광택의 바나나같이 생긴 딜도를 아내에게 보여주자 아내가 미간을 찡그리며 손 서리를 친다. 

“너무 비싸.. 뭐가 이렇게 비싸. 그냥 하나만 사.” 

“재수 없는 돈은 빨리 써야 된다며!” 

“그래도..” 

“어라.. 이건.. 무선 에그네..” 

“에그? 계란?” 

“오~.. 이것도 재밌겠다. 이것도 사자.” 

“...” 

“오.. 이것 봐.. 테스트도 할 수 있데.” 

“테스트?” 

“응. 크큭큭~. 여기서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미..미쳤어!” 

“크흐흐흐흐~” 

아내가 연신 직원의 눈치를 보며 내 팔뚝을 때리기 시작했는데, 직원이 그런 나와 아내를 훔쳐보고 있다는 걸 진작부터 눈치 채고 있던 난 오히려 이런 상황이 스릴 있고 재미있다 느끼기 시작했다. 

“저기요.” 

“..네?” 

“여기 보니까 테스트도 가능하다고 써 있는데.. 정말 테스트가 가능해요?” 

“진열 된 제품들은요. 포장된 건 안 되고요.” 

“그럼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예요?” 

‘퍽!!’ 

“윽.. 아파.” 

“하지 마라.” 

“크크큭~” 

아내가 세게 내 팔뚝을 때렸지만 이미 늦었다.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단걸음에 우리에게 걸어와선 다시 한 번 몰래 아내의 얼굴을 훔쳐보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T자로 생긴 실리콘 재질의 딜도를 건네받아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항문전용인데요.” 

“항문이요?” 

“네. 여기 보시면 가로로 길게 뻗은 게 손잡이 역할도 하고 거기에 집어넣을 수도 있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여기 버튼을 누르시면.. 단계별로 진동도 되고요.” 

“아~. 자기야 이건 어때?” 

‘퍽!’ 

“윽..” 

“하하하하.. 너무 창피해 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오셔서 창피할 이유가 없죠. 보다 더 즐겁게 즐기려고 오시는 분들인데..” 

“..그런데 사장님이세요?” 

“네? 네. 하하하.” 

“아.. 젊으셔서 그냥 직원인 줄 알았는데..” 

“하하하..” 

“그리고.. 여기 섹시 드레스도 있다고 들었는데..” 

“옷은 저쪽 코너에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네..” 

사장이 안내한 진열장에는 생각보다 작게 포장된 폴리백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래도 옷이라는 생각에 각으로 된 포장지가 따로 있을 줄 알았던 내 예상을 깨고 섹시한 모델들이 입고 포즈를 잡고 있는 사진이 인쇄된 스타킹 포장 같이 폴리백포장들이 잘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이것도.. 입어 봐도 되요?” 

“네? 아.. 여기 것들은 저기 마네킹하고 아래에 진열 된 제품들은 체험 가능한데.. 포장된 것들은 오픈하면 판매가 불가능해서 사셔야 되는데요.” 

“그렇죠? 하하하하.. 자기야.. 골라 봐.” 

“시..싫어..” 

아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날 노려보며 뒷걸음질을 친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나보다 더 흥미 있다는 듯 모자 아래로 보이는 얼굴을 더 자세히 훔쳐보는 사장의 시선에 묘한 설렘을 느끼기 시작한다. 

“와.. 이건 속이 다 비치네.. 이거 입어보자. 혹시 여기에 드레스 룸 같은 게 있나요?” 

“그럼요. 저기 코너에...” 

“이거 입어 봐.” 

“실..싫다고..” 

“헐~. 내 부탁 다 들어준다며!” 

“그래도..” 

“야. 초대남까지 다 겪었으면.. 욱!” 

‘퍼퍽!!’ 

“초대? 하..하하하하... 너무 창피해하실 필요 없어요. 여기서 플도 하시는 분도 계신데... 요즘 친구들은 더 대범하게 놀거든요.” 

“그렇죠!? 하하하하~. 자기야 이거 한 번 입어 봐. 아! 혹시 속옷도 있나요? 아주 야시시~~ 한 걸로.” 

“그럼요! 브래지어랑 팬티도 있고 코르셋도 있습니다.” 

“코르셋이요?” 

“네. 전부 프리사이즈라서 통통하셔도 다 맞아요.” 

“안 통통한데.. 자기야 파카 좀 벗어 봐.” 

“아씨!!” 

“이게 가장 인기 있어요.” 

사장이 진열장의 가장 앞쪽에서 꺼내 우리에게 건넨 건 방금 말 했던 코르셋이라는 것과 스타킹이었다. 

허리를 감싸며 골반 바로 아래까지 오는 복대 같은 스타일에 가슴부위는 W자로 파였지만 아래 부분이 가슴을 봉긋 솟아오르게 받쳐주는 모양으로 검은색의 가죽과 망사가 어우러진 야하다 못 해 음란해 보이는 형태였고 후크라는 줄이 앞뒤로 너덜거리며 함께 건네 준 밴드스타킹을 잡아주는... 포장지에 그려진 사진만으로도 벌써 남자를 꼴릿하게 만드는 엄청 야한 속옷이었다. 

“그런데 이게 사이즈가 좀 작아서...” 

“맞을 거 같은데.. 자기야.” 

아내가 연신 사장의 눈치를 살피며 날 노려봤지만 난 겨우 웃음을 참으며 포장부터 뜯어버렸다. 

“그리고.. 이왕 사는 김에 풀세트로 주세요.” 

“풀세트요?” 

“네. 속옷은 됐고.. 여기에 맞는 하이힐에... 혹시 위에 입을 섹시원피스 같은 게 있나요? 그런 거 있잖아요. 홀 복처럼 야시시한 거..” 

“그럼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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